역시 한 방이 있는 곳

서산 명지지의 오름수위 특수
50.5cm 솟았다

김철규 호봉레저, 탑레저, 토코떡밥, 태흥 필드스탭 

예년과 달리 유난히도 긴 장마로 전국의 저수지와 수로는 충분한 수량을 보유하고 있다. 출조하는 곳마다 오름수위를 타면서 씨알 좋은 붕어들이 입질해 주고 있었지만 잦은 비로 출조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 7월 20일, 장마가 잠시 소강상태인 틈을 이용하여 해결사 박현철 프로와 서산시 대산읍에 있는 명지지로 보트낚시 촬영에 나섰다. 이날의 수위는 농어촌 공사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만수위 대비 88%였는데 다음날은 90%로 2%가량 오르고 있었다. 약한 오름수위지만 하루 2~3cm의 수위 변화도 좋은 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조건이다.
명지지는 4만4천평 규모의 준계곡형 저수지로 1978년에 준공하였으며 이후 한차례 증축을 하였고 물안지 또는 대산지로도 불리는 곳이다. 워낙 터가 센 곳으로 알려져 평상시에는 잘 찾지 않지만 많은 비가 내려 오름수위 상황이 되면 4짜 붕어는 물론 5짜 붕어까지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입질 시간대는 밤, 특히 한밤중인 자정을 전후해 시작돼 아침까지 이어지며 특히 아침 8시부터 낮 12시까지가 최고조에 이른다. 오전 10시가 지나면 입질이 끊어지는 게 특징이므로 이 시간 안에 승부를 내는 게 좋다.

박현철 프로가 소형 보트를 타고 찌가 설 자리의 수초를 정리하고 있다.

대물 붕어와의 힘겨루기 끝에 끊어진 벵에돔 5호 바늘.

43cm 붕어를 계측하고 있다.

물속 수초 무성해 수초제거작업 필수
보트를 타고 들어가 보니 저수지 전체에 수중 수초가 가득했고 상류 연안에 부들이 잘 조성되어 있었다. 수중 수초인 마름, 말풀, 수세미풀, 어리연, 개구리밥 등이 매우 밀생해있어 찌를 세우기 힘들었다. 여기에 반갑지 않은 청태까지도 많이 자라 있었다.
명지지를 찾을 때 생기는 고민 중 또 하나가 수질이다. 상류에 상가와 민가가 많이 들어서 있어 하수도 물이 그대로 유입되는 경우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정화한 뒤 배수 한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미흡하기에 앞으로의 수질이 염려스럽기도 하다.
박현철 프로와 오후 3시에 현장에서 만나 보트를 조립하고 상류 수초 밀집 지역으로 진입했다. 물속을 들여다보니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속 수초가 가득했다. 상류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보트를 정박하고 도선용 보트를 타고 수초 제거를 시작하였다.
수초제거작업은 수초를 뿌리채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윗부분에 있는 수초 줄기만 손으로 뜯어내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수초를 뿌리째 뽑아내면 수초 군락이 변형되어 입질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약 2시간가량 비지땀을 흘리며 작업을 해 찌가 설 공간을 마련하고 본격적으로 찌를 세웠다. 하지만 2시간 가까이 수초를 뜯어냈음에도 찌 세우기가 쉽지 않았다. 여전히 바닥이 지저분했기 때문이다. 박현철 프로는 어렵게 3.8칸부터 4.4칸까지 모두 7대를 편성하였다. 수심은 2m권이었고 미끼는 어분글루텐과 옥수수를 사용하기로 하였다.
참고로 노지 포인트는 제방 좌측 도로변 폐 주유소 앞에 주로 형성되어 있다. 제방 우측 일부와 제방 좌측의 작은 골자리 부근에서도 일부 낚시가 이루어지긴 하지만 접근성이 떨어져 많이 찾지는 않는다. 상류권에 수초가 잘 형성되어 있지만 도로가는 급경사여서 접근하기 쉽지 않고 일부는 민가가 있는 사유지여서 낚시할 수 없다. 만수위에서는 연안도 2m 전후 수심을 유지한다.

보트 위에서 43cm 붕어를 끌어내는 박현철 프로. 수초를 잔뜩 뒤집어 쓰고 나왔다.

방금 올린 43cm 붕어를 보여주는 박현철 프로.

5짜 붕어 낚고도 무덤덤
드디어 어둠이 내리고 케미가 불을 밝히기 시작하였다. 밤이 깊어가면서 바로 옆 도로를 지나가는 차량들의 소음이 크게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하염없이 시간이 흘러가는데 찌는 단 한 번도 움직일 줄을 몰랐다. 자정이 지나면서 촬영을 하는 필자는 졸음과 싸워가며 박현철 프로의 찌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기 때문이었다.
새벽 2시30분이 지날 즈음 우측에 세워 두었던 4칸 대 찌가 서서히 솟아올랐다. 명지지 붕어의 찌올림은 살치 입질처럼 총알같이 올라오는 게 특징. 그래서 찌 보는 맛은 떨어지는데 이번 입질은 누가 봐도 대물 입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숨이 멎을 정도로 천천히 찌가 솟았다.
절정의 순간에 챔질해야 하는데 박 프로는 뭘 하는지 챔질을 하지 않았다. 뒤늦게 입질을 감지하고 챔질을 했지만 이미 찌는 수초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늦은 챔질이었지만 대물붕어가 확실한 듯 낚싯줄이 핑핑 울고 있었다. 하지만 힘겨루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빈 바늘만 허공을 가르고 날아왔다. 확인해 보니 벵에돔 5호 바늘의 허리가 부러져 있었다. 몇 시간만의 입질은 그렇게 허망하게 날아가고 말았다.
그리고 잠시 뒤인 새벽 3시에 다시 한 번 찌가 움직이고 있었다. 깜빡거리는 예신 후에 역시 정직한 찌올림이 있었고 이번에는 정확한 타임에 챔질이 이루어져 입걸림에 성공했다.
수초 군락으로 파고들며 저항하던 놈이 뜰채에 담겼다. 계측자에 오른 붕어는 46cm의 대물 붕어였다. 배스터 붕어답게 체구가 늠름했다.
새벽 4시에 다시 한 번 우측에 세워져 있던 찌가 솟아올랐다. 정확한 타이밍에 챔질이 이루어졌고 두 번이나 수초 속을 파고드는 붕어를 간신히 제압해 뜰채에 담았다. 붕어는 그야말로 괴물, 5짜 붕어였다. 35년간 낚시한 필자지만 실물로는 처음 보는 5짜 붕어였다. 계측자에 오른 붕어의 길이는 50.5cm!
박현철 프로는 지금까지 모두 3마리의 5짜 붕어를 낚았다. 별 것 아니라는 듯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신개발 ‘도래채비’에 4짜 붕어가 줄줄이   
짜릿한 열기가 식기도 전에 서서히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날이 밝은 후 아침 입질을 기대 했지만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아 포인트를 이동하기로 했다. 약 100여 미터 하류로 이동하여 수초 밀집도가 심하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고 다시 찌를 세웠다.
이곳의 수심은 약 3m권으로 다소 깊었지만 수초 사이 빈 공간이 조금 있는 곳으로 채비를 몇 번 던지면 찌를 세울 수 있었다. 세 번째 채비를 던지고 있을 때 입질이 들어왔다. 그때 박현철 프로는 채비를 만지고 있었는데 그새 찌가 몸통까지 올라와 누워버렸다. 뒤늦게 챔질에 성공! 수초를 한가득 끌고 올라온 붕어는 황금색을 띈 43cm의 대물붕어였다. 이때가 아침 7시40분쯤 되었을 때였다.
이후 입질이 뜸하다가 오전 10시가 지나면서 다시 입질이 붙기 시작하였다. 우측의 찌가 서서히 솟기 시작하였고 정확한 챔질에 걸려 나온 붕어는 턱걸이급 월척붕어였다. 명지지는 대체로 나오면 허리급인데 턱걸이 월척붕어는 4짜 보기보다 더 어려운 ‘귀한’ 사이즈다. 이후로 찌가 벌러덩 누워 버리는 입질을 놓치고, 끌어내다 타지고, 몇 번의 입질이 더 있었지만 아쉽게도 조과를 추가하지는 못했다.
한편 앞서 언급한대로 명지지 붕어는 입질이 너무 경망스러워 챔질 타이밍 잡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번에 박현철 프로는 새롭게 개발한 ‘도래채비’를 이용해 완벽한 찌올림을 유도했고 너무나도 쉽게 5짜 포함 4짜 이상 붕어만 4수를 올렸다.
이 채비의 특징은 찌가 서서히 솟아오르고 몸통까지 올라와 동동거리다 자빠지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찌톱 무게를 도래 무게로 맞추는 방식이다. 박현철 프로는 이번 달까지만 더 테스트하고 낚시춘추 10월호에 전모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낮 12시가 되면서 다시 더워지기 시작해 미련 없이 철수를 결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