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

2020 토종붕어 최대어 후보
보은 종곡지에서 56.5cm 낚았다

김은태 다원보트클럽 회원, 닉네임 왕조사

충북 보은군 보은읍 종곡리에 있는 종곡지에서 56.5cm 토종붕어가 낚였다. 주인공은 경기도 화성에 거주하는 김은태 씨로 7월 25일 오전 8시 30분경 보트낚시로 올렸다. 김은태 씨가 올린 56.5cm 붕어는 8월 현재 2020년 토종붕어 부문 최대어 1순위 후보이며 올해 연말에 열릴 연간최대어상 심사에서 최종 길이가 판명될 예정이다. 김은태 씨의 조행기를 싣는다. 

필자가 보은 종곡지에서 올린 56.5cm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필자의 종전 기록 48cm를 6.5cm나 경신하는 대 기록이라 감격스러웠다.

지난 7월 24일 같은 다원보트클럽 회원인 수원의 정경연 씨와 함께 출조에 나섰다. 정경연 씨는 후배이지만 노지와 보트낚시 순수 경력만 30년 이상 되는 붕어낚시 전문가로서 전국대물 붕어터의 특징을 손금 보듯 꿰차고 있는 사람이다. 이번 출조지도 정경연 씨에게 위임한 채 화성시에 있는 집에서 오전 11시에 낚시터로 출발했다.
1차 목적지는 음성 사양지, 2차 목적지는 보은 종곡지, 3차와 4차는 해남권 붕어터로 예정했다. 그런데 출발한 지 30분 정도 됐을 때 먼저 사양지에 도착한 정경연 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제방 공사를 위해 포클레인이 들어와 있는데 낚시는 할 수 있지만 서로 불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였다. 결국 우리는 장소를 옮겼고 그곳이 바로 충북 보은에 있는 종곡지였다.

56.5cm 붕어를 올릴 사용한 유보트 슬림찌로 붕어의 빵을 재고 있다.

3일간 꽝 맞을 각오를 하라고?
충북 보은군 보은읍 종곡리에 있는 종곡지는 만수면적 3만평의 계곡지로 보은권 여느 저수지와 마찬가지로 터가 센 곳이다. 배스와 블루길 소굴인 데다가 제방 쪽은 최고 수심이 16m에 달한다. 특히 만수 때는 연안에 앉을 자리가 없어 연안 낚시인들은 거의 찾지 않는 곳이며 이날도 6명 정도의 배스낚시인 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1시 무렵 종곡지에서 만난 정경연 씨가 “형님 여기서는 3일간 꽝 칠 수도 있으니 각오하셔야 합니다”라며 겁까지 준 터라 마음을 비우고 낚시를 시작했다.
비가 오는 와중에 유보트 H370 울트라킹 보트를 조립한 나는 그나마 수심이 얕은 최상류 골자리로 이동했다. 내가 자리한 곳은 수심이 4m 정도 나왔고 주변에 부들, 마름, 뗏장 같은 수초가 자라 있었다. 정경연 씨는 나보다 10m 정도 상류에 자리해 나와 마주보고 낚시를 했다.
이날 나는 40, 42, 44, 47대 두 대씩을 더블유(W)자 형태로 펼쳤다. 채비는 옥내림을 썼는데 찌는 유보트 슬림찌 7푼, 원줄은 비바 세미플로팅 2호, 목줄은 역시 비바 세미플로팅 1.5호를 썼으며 길이는 35cm와 20cm로 단차 폭을 크게 줬다. 바늘은 벵에돔바늘 4호였으며 옥수수 속에서 바늘 끝이 나오지 않도록 꿰었다.
바늘을 감추는 이유는 입질 시 붕어가 이물감을 덜 느끼고 그 덕분에 목구멍까지 깊숙이 미끼를 삼키기 때문이다. 이 방법으로 낚시해보면 10마리 중 8마리는 바늘이 목구멍에 박혀 있으며 흔히 말하는 ‘자동빵’도 잘 되는 편이라 굳이 바늘 끝을 내놓고 쓰지 않는다.

4짜 후반? 분명 5짜다!
첫날은 지루하게 보냈다. 밤 11시경 한 마디 정도 올리는 입질이 온 게 전부. 보트에서 잠을 청한 후 일어나니 아침 7시였다. 주변에 작은 물고기들이 파드닥대며 움직이는 게 보였고 그 주변으로 붕어로 추정되는 큰 물고기의 일렁임도 눈에 들어왔다.
전날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감지한 나는 더욱 집중해 낚시에 몰입했는데 오전 8시30분경 4칸 대에서 문제의 입질이 포착됐다. 그런데 찌가 솟거나 사선으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수직으로 서서히 내려앉고 있었다. 마치 수초에 얹었던 채비가 서서히 미끄러지며 내려가는 것처럼… 4목 정도 내려다가가 케미꽂이가 수면에 닿을 때쯤 챔질하자 강력한 저항이 전달됐다. 48cm까지는 낚아본 터라 4짜 후반급은 되겠다는 예상이 들었다.
그런데 힘겨루기를 할수록 녀석의 힘은 강력하게 느껴졌고 3분가량 지나자 분명 5짜는 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예상대로 수면에 떠오른 녀석은 축구공을 방불케 할 만큼 떡판이었고 입구 지름이 40cm인 뜰채가 작아 보일 정도의 엄청난 체구였다.
‘보트낚시 경력 13년 만에 드디어 5짜 대물 조사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붕어를 뜰채에서 꺼내 계측해 보니 56.5cm 정도가 나왔다. 나의 파이팅을 지켜본 정경연 씨가 다가와 동영상을 찍었고 이튿날 소식을 듣고 달려온 다원보트클럽 관계자들도 붕어를 구경했다.

유일하게 최대어 심사위원단 운영 중인 낚시춘추에 제보
참고로 이후로 이틀 동안 더 낚시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붕어의 씨알이 다소 줄어든 느낌이다. 비바붕어 박현철프로의 소개로 낚시춘추에 기록을 제보하니 월간 최대어 심사 때는 제보 당시 기록을 최대한 존중해 길이를 발표한다고 한다. 그러나 어류학자, 어탁가, 낚시협회 임원 등 외부 인사들로 구성돼  열리는 연말 최대어심사 때는 가감 없는 계측으로 최종 길이를 확정하므로 월간 최대어 심사 때보다는 길이가 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최종 길이가 어떻게 확정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낚았을 당시의 내 기록은 내가 알고 있으므로 그 자체만으로 나는 만족스럽다고 느끼고 있다.
내가 언제까지 낚시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행운을 가져다준 자연과 포인트 선정에 도움을 준 후배 정경연 씨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앞으로도 겸손한 마음을 유지하며 6짜 토종붕어를 목표에 두고 낚시에 매진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