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막

여수 바다 24시
낮엔 문어 밤엔 갈치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지난 8월 3일, 여수에서 진프로피싱을 운영하고 있는 진승준 씨, 진프로피싱 회원들과 함께 여수 돌산도 일원으로 문어 선상낚시를 나갔다. 오전 8시 국동항을 떠난 진프로호는 멀리 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항에서 10분 거리의 돌산도 주변에서 멈췄고 낚시가 시작되었다. 최근에는 가까운 곳에서도 문어가 잘 낚여 멀리 나갈 필요가 없다고.
낚싯배에 오른 낚시인들 중엔 취재팀 외 순천에서 온 손태현·서현정 부부의 가족이 있었다. 이들 부부는 예년 같으면 해외여행을 떠났겠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여름휴가를 문어낚시로 택했고 그 덕분에 손태현 씨의 부모님과 처가 식구가 선상에서 모두 모이게 되었다고 한다. 손태현 씨 부부 외 다른 가족들은 문어낚시가 처음이라고 한다. 뱃전은 이미 들뜬 기분으로 만선, 어떤 조과가 나올지 기대되었다.

▲지난 8월 1일 갈치 금어기가 해제된 첫날, 여수의 진프로호를 타고 출조해서 대장쿨러 두 개에 갈치를 가득 낚은 낚시인. 첫날 조과는 그야 말로 ‘역대급’ 전국 제일이었다.

감도 높은 전용 장비의 위력
얼른 손맛을 보고 싶은 사람은 청갯지렁이 미끼를 써서 보구치, 보리멸을 노렸고 나머지는 문어낚시를 했다. 최근 문어 조황은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었는데, 그 이유는 장마로 인해 많은 비가 내려서 연안 물색이 탁해졌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보리멸이나 보구치 같은 바닥층 고기들은 활성이 좋은 반면 문어의 입질을 받으려면 인내심이 필요했다.
낚시를 시작하자마자 입질은 금방 찾아왔다. 배 후미에 있던 정상태, 손강민 씨가 보리멸, 매퉁이, 성대를 먼저 낚아냈고 입질은 선수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문어의 소식은 잠잠했다. 입질이 없자 포인트를 조금씩 이동하며 낚시를 했는데, 돌산도 남쪽의 작금까지 가게 됐다.
문어낚시 방법은 간단하다. 왕눈이(스테) 2~3개에 봉돌을 달고 채비를 바닥에 찍었다가 들었다가 멈췄다가를 반복하면 돌 틈에 숨은 문어가 왕눈이에 달라붙는다. 왕눈이 중에서도 색동저고리 컬러와 수박색이 유행하고 있으며, 봉돌은 30호 내외를 사용하고 조류에 따라 무게를 가감한다.

▲화태대교 아래에서 문어낚시를 즐기고 있는 손태현 씨 가족.

▲보리멸, 매퉁이, 성대로 손맛을 본 가족. 상단부터 김다혜, 손강민, 정상태 씨.

맨 처음 문어 입질을 받은 사람은 바로 손태현의 부인 서현정 씨. 평소 남편과 함께 낚시를 즐겨한 내공 덕분인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문어를 낚는 데 성공했다. 곧이어 손태현 씨도 입질을 받았는데 전문 낚시인답게 문어가 왕눈이에 붙자마자 챔질해서 뱃전으로 올렸다.
다른 사람들은 왜 입질을 받지 못하고 있을까? 차이는 장비였다. 진프로호에서 임대한 장비를 쓴 낚시인들은 입질을 받지 못한 반면, 손태현 씨는 다이와의 문어낚시 전용대 ‘메탈리아 에기타코 170’에 솔티가 장구통릴을 사용했다. 임대 장비와 전용 장비는 초릿대 감도에서 차이가 났고 자연스레 손태현 씨가 좋은 조과를 거둘 수 있었다.

▲돌산도 인근에서 문어낚시를 하고 있다.

▲여수 국동항에서 갈치낚시를 전문으로 출조하고 있는 진프로호.

▲손태현 씨의 문어낚시 장비.

▲진프로호의 선상카페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음료 서비스. 각종 에이드와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선상카페 음료 주문서.

점점 다양해지는 선상 서비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포인트를 옮길 때마다 한두 마리씩 문어가 꾸준히 낚였다. 오전보다는 오후에 살아나는 조류에 문어의 활성이 좋은 듯했다. 낚은 문어는 곧바로 문어 보관용 통발에 넣어서 물을 공급해 살려두었는데 그렇게 하면 철수할 때까지 싱싱하게 보관할 수 있었다.
취재 당일에는 선두에 자리한 낚시인들의 조과가 좋았다. 손태현 씨 부부를 비롯해 선두에 자리를 잡은 낚시인들은 1.5m의 문어 전용 로드와 빠른 조류에 대비해서 간결하게 채비를 꾸린 것이 먹혔다. 손태현 씨는 “예전에는 일반 낚싯대를 썼지만 최근에는 전용대를 쓰고 있습니다. 입질을 파악하기 좋고 다루기가 쉬워서 문어낚시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합니다”라고 말했다.
정오에는 진프로호의 별미인 소고기떡국으로 점심식사를 한 후 오후 3시까지 낚시를 계속했다. 생각보다 긴 시간 낚시를 하기 때문에 체력 보충은 필수. 배에는 차와 간식이 마련되어 있어서 그것을 먹어도 좋고 미리 간식을 준비해서 먹는 것도 좋다. 식사를 마친 후엔 진프로호의 특별 서비스가 뒤따랐다. 다른 낚싯배에서는 볼 수 없는 선상카페가 그것. 다방커피, 아메리카노 그리고 각종 에이드와 카라멜 마끼아또, 식혜 중 원하는 음료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음료를 받았을 땐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김다혜 씨는 “낚싯배에서 생크림을 얹은 카라멜 마끼아또가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감탄했다. 

 ▲전문 낚시인답게 금방 문어를 낚아낸 손태현 씨.

▲문어의 입질을 받고 기뻐하는 서현정 씨.

문어낚시 시즌은 11월까지
오후 3시가 되어 서서히 철수 시간이 다가왔는데 그때서야 조황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서남석 씨와 김기홍 씨도 문어를 낚았으며 서현정 씨는 연이어 3마리의 문어를 낚는 실력을 과시했다. 마지막엔 돌산도 남서쪽의 화태대교 주변까지 이동했는데 그곳에서도 포인트를 옮길 때마다 한두 마리씩 문어가 낚였다. 오후의 조과가 오전 일찍부터 터졌다면 한결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여수의 문어낚시 시즌은 6월 전후에 시작해서 11월까지 이어진다. 여수의 경우 먼 바다에서 타이라바가 마무리될 시기와 갈치낚시 금어기 때 문어낚시를 시작하는데 시즌 초반에는 다양한 씨알이 낚이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여수 내만에서는 낙지, 주꾸미 씨알의 문어도 많기 때문에 그에 맞는 마릿수 전략이 필요하다.
장비는 최근 유행하는 문어낚시 전용을 준비한다. 길이 1.5m 내외의 짧은 로드가 많이 쓰이며  빠른 챔질을 위해 허리는 강한 것이 좋다. 작은 문어의 입질을 빨리 파악하기 위해 초리는 부드러운 것을 많이 택한다.
시즌 초반에는 문어의 씨알이 크지 않기 때문에 너무 굵은 원줄은 추천하지 않으며 2호 이하의 합사 원줄을 사용한다. 봉돌은 30호 내외를 사용하고 조류의 세기에 따라 채비를 수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정도면 적당하다. 여름 시즌의 문어는 먹이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공격성이 강하기 때문에 바닥 근처의 틈이나 문어가 숨을 만한 곳에 채비를 넣기만 해도 입질을 받을 수 있다. 입질은 받기 쉽지만 문제는 챔질이다. 입질이라고 판단이 되면 만세를 하듯 크고 강하게 챔질을 해야 문어가 릴링 도중에 빠지지 않는다. 

▲▼철수 직전에 큰 씨알의 문어를 낚은 김기홍(위) 씨와 서남석(아래) 씨

갈치는 8월 1일부터 호황  
오후 3시에 철수한 진프로호는 갈치낚시 출조를 준비했다. 보통은 오후 2시부터 준비해서 출조를 나가는데 여건에 따라서 오후 2시~4시 사이에 출조를 하고 있다. 7월 한 달은 갈치 금어기여서 낚시를 할 수 없었다. 8월 1일 자정부터 본격적으로 갈치낚시가 시작돼 현재 호황을 보이고 있다.
진프로호는 갈치낚시가 시작된 8월 1일 첫날부터 전국 최고 조황이라고 자부할 만한 조과를 거두었다. 총 15명의 낚시인이 나선 출조에서 1인당 대장쿨러를 2개씩 채우는 데 성공했다. 대충 계산해도 1인당 300~400마리의 갈치를 낚은 셈이다. 씨알은 평균 3지, 크면 4지가 넘었고 가끔 손바닥 너비의 ‘드래곤급’ 갈치도 올라왔다.
8월 3일 출조한 당일에도 갈치의 입질은 끊이지 않았다. 해가 지기 전에는 삼치가 기승을 부렸으나 밤이 되자 곧 바다가 조용해지고 갈치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10단 채비에 4~5마의 갈치가 어김없이 올라오니 아이스박스는 금방 차기 시작했고 얼음을 많이 담으면 갈치를 담을 곳이 없어서 추가로 스티로폼 박스를 주문해야 했다.

▲문어를 낚은 서현정 씨. 이날 가장 많은 마릿수를 기록했다.

▲▼지난 8월 2일 출조에서 갈치로 마릿수 조과를 기록한 낚시인들.

큰 갈치는 시즌 첫물과 끝물에 많다
많은 양의 갈치를 보관할 땐 ‘빙장’이 효과적이다. 해수로 얼린 얼음에 물을 조금 붓고 그 안에 갈치를 넣는 방식인데 일본에서 참치나 가다랑어를 보관할 때 쓰는 방법이다. 해수로 얼린 얼음은 일반 얼음보다 잘 녹지 않고 물 온도를 0℃~-1℃로 유지시켜 준다. 얼음처럼 차가운 해수에 갈치를 넣어두면 얼음만 넣었을 때보다 고른 냉장이 가능하고 갈치의 온도를 더 빨리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더불어 갈치가 얼음에 직접 닿지 않아 살이 푸석해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철수할 때는 갈치가 충분히 차가워졌기 때문에 물을 모두 따라내고 얼음을 소량 넣으면 갈치를 많이 담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진프로호의 갈치 조과. 평균 씨알은 3.5지이며 큰 것은 보통 4지가 넘는다. 빙장 후 바닥에 얼음을 깔지 않은 상태라서 아이스박스 하나에 100마리가 넘게 들어가 있다.

▲큰 씨알의 삼치를 낚은 낚시인.

▲일명 ‘드래곤급’ 왕갈치를 낚은 낚시인.

▲여수 먼 바다에 도착한 직후 갈치 채비로 참치를 낚은 낚시인.

여수권 갈치낚시는 당분간 호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먼 바다는 연안수의 유입이 많지 않아 장마의 영향을 덜 받고, 8월 초부터 거대한 갈치어군이 형성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주의할 것은 8월에 기승을 부리는 태풍이다. 벌써 한반도에 두 번째 태풍이 지나갔고 또 다른 태풍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에 애써 잡은 예약이 수포로 돌아기지 않기 위해서는 운도 따라야 한다.
8월 초 현재 8월 중순까지 예약은 거의 다 찬 상태이므로 이후 예약은 빨리 서두르는 것이 좋다. 갈치는 ‘시즌 첫물’과 ‘끝물’에 항상 조과가 좋고 중반으로 갈수록 씨알이 들쭉날쭉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갈치낚시 마니아들이 초반에 예약을 서두르는 이유도 큰 갈치를 낚기 위해서다. 진프로호는 8월 중순부터 월, 수, 금, 토를 기본으로 매일 출조할 계획이다.   

출조문의 여수 진프로피싱 010-8796-1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