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 성호낚시터

중층터에서 토종터로 환골탈태
자생새우 미끼 쓰니 토종 월척이 덜커덕!

이영규 기자

오랜 세월 떡붕어 중층터로 명성을 날렸던 경기 이천 성호낚시터가 올해부터 토종붕어터로 변신해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식으로 좌대를 새로 만들고 씨알 좋은 월척급 토종붕어를 대량 방류하면서 작년과는 전혀 다른 알짜터로 변신했다.

▲성호낚시터의 펜션형 좌대에서 붕어를 노리고 있는 낚시인들. 낚시 공간이 넓어 쾌적하게 손맛을 즐길 수 있다.

▲성제현 씨가 올린 조과. 가장 큰 36cm와 31cm 월척은 새우로 올렸다.

경기 이천시 설성면 금당리에 있는 성호낚시터는 흔히 금당지로도 불려온 곳이다. 금당리에 살던 아주 오래전의 관리인이 자신이 살던 동네 이름을 딴 것인데, 오랜 세월 불려오다 보니 성호지보다는 금당지란 이름이 익숙한 낚시인들이 많다. 규모는 13만8천평으로 하류와 상류 수심이 고른 평지형이라 붕어가 잘 크고 마릿수 조과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년 하반기에 성호낚시터를 인수한 관리인 김흥태 씨는 전문 낚시인 출신. 낚시터를 인수한 작년 10월부터 과감히 낚시터를 폐장하고 겨우내 시설 보수와 확충에 매진했다. 그 결과 최신형 펜션형 좌대 16동을 새로 띄웠고 부교도 3량이나 증설해 전문 낚시인과 가족이 모두 편히 즐길 수 있는 가족낚시터로 변신시켰다.
아울러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토종붕어를 방류해 자원을 늘렸는데, 월척에 달하는 씨알은 물론 4짜 중부반급 붕어를 많이 방류해 대물터로서의 면모도 갖췄다. 토종붕어는 중부권의 대호, 평택호, 임진강 등에서 수급했고 멀리 해남에서도 올라온 것들도 있다. 방류는 겨울부터 지속했고 지난 7월에는 3주 동안 4톤 가까운 토종붕어를 방류하기도 했다.

▲성제현 씨가 첫수로 9치급 붕어를 끌어내는 장면.

▲방류 직전에 새우로 올린 36cm 월척을 보여주는 성제현 씨.

▲좌대에서 바라본 포인트. 관리소 맞은편 연안을 향해 대를 폈다.

▲촬영팀의 옆 좌대에서 손맛을 즐긴 낚시인들. 왼쪽부터 안산 조재선, 홍천 조재선, 조충현 씨다. 가운데 조재선 씨의 붕어는 41cm짜리다.

불연성 자재로 만든 펜션형 좌대 눈길  
지난 7월 24일 군계일학 성제현 대표와 함께 성호낚시터 취재에 나섰다. 장마철이라 연안낚시보다는 비를 피하기 좋은 좌대가 좋을 것으로 예상해 좋은 낚시터를 물색하던 중, 마침 낚시인들 사이에 핫한 유료터로 떠오른 성호낚시터에서 대물 소식이 들려와 취재지로 낙점했다.
성호낚시터가 떡붕어터에서 토종터로 변신했다는 얘기는 종종 들었지만 새우 미끼에 월척은 물론 4짜까지 낚인다는 소식은 우리의 구미를 당기게 만들었다. 중부권 저수지 대부분이 배스터로 바뀐 후론 제대로 된 새우낚시를 즐겨본 적이 없던 터라 우리는 새우낚시 특유의 멋진 찌올림을 떠올리며 서둘러 일정을 잡았다.  
오후 2시 무렵 관리소에 도착하자 관리인 김흥태 씨가 반갑게 우리를 맞았다. 우리는 배를 타고 관리소 맞은편의 좌대로 들어갔는데 이곳은 두 개의 펜션형 좌대를 붙여 놓은 일명 ‘트윈 좌대’였다. 트윈 좌대는 좌대 한 동만으로도 공간이 꽤 넓었다. 좌대 한 동의 가로 길이가 8m에 달해 1동당 4명이 낚시하기에 적당했는데 1인당 2m 정도씩의 낚시 공간이 확보되다보니 쾌적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었다.    

▲불연재로 만든 펜션형 좌대의 내부.

▲좌대에 비치한 테이블에서 식사를 즐기는 촬영팀.

▲성제현 씨가 사용한 동일레저의 신형 10단 받침틀.

내부 시설도 다른 낚시터 좌대와는 차원이 달랐다. 좌대 전체를 불연재로 제작해 혹시나 모를 화재에 대비했다. 불연재로 좌대를 만들 경우 일반 자재로 만들 때보다 비용이 1.3배나 더 든다고. 바닥은 비닐장판이 아닌 압축강화목을 사용해 쾌적함을 더했고 전기보일러 대신 온수보일러를 시설해 전자파 걱정도 덜 수 있었다. 이 밖에도 낚시자리 뒤편에 대형 식탁과 의자 등을 완벽하게 갖춰 가족이 편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시설도 좋았지만 우리가 가장 만족해한 것은 좌대의 안정성이었다. 보통은 좌대가 아무리 커도 걷다보면 꿀렁거리고 소리가 나 신경이 쓰인다. 그러나 성호낚시터 좌대들에서는 그런 문제들을 느낄 수 없었다. 좌대를 받치는 부력재를 고부력 제품을 쓰고 발판에 시멘트를 두껍게 깐 것이 이유였다. 지금껏 럭셔리 좌대낚시터는 많이 다녀봤지만 시설뿐 아니라 정숙한 낚시 여건까지 두루 갖춘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유료낚시터로 본다면 최고의 점수를 주고 싶은 여건이었다.

▲성제현 씨가 뜰채로 잡아낸 자생 새우.

▲성호낚시터 김흥태 사장과 성제현 씨.

새우 씨알이 약간만 컸더라면… 
성제현 씨는 왼쪽 좌대에, 나는 중간 문을 열고 이동할 수 있는 우측 좌대에 자리를 잡았다. 둘 다 각자 자리에서 10대씩을 편성했는데 좌대가 넓다보니 서로 간의 간섭이 전혀 없어 신경도 덜 쓰였다.
낮에는 블루길이 성화를 부린다는 얘기에 글루텐 대신 옥수수를 미끼로 낚시를 시작했다. 장마철이라 요즘은 낮에도 입질이 들어온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아직은 너무 이른 시간이라 별 생각 없이 찌맞춤에 집중했다. 그때, 철퍼덕- 하는 챔질 소리가 나 쳐다보니 성제현 씨가 9치급 토종붕어를 첫 수로 끌어내고 있었다. 두바늘 스위벨채비에 꿴 옥수수가 붕어의 목구멍 깊숙이 박혀있었다.
‘낮에 그것도 첫 채비 투척에 9치급이 올라오다니… 소문대로 오늘 모처럼 월척쇼를 벌이겠구나’하는 생각에 채비를 만지는 손길이 바빠졌다. 나는 옥수수가 잘 먹히는 걸 보고 오랜만에 긴목줄채비(옥내림)를 써보기로 했는데 첫 채비 투척에 7치급이 물고 올라와 기분이 좋았다. 이대로라면 밤새 월척 몇 수 낚는 건 문제가 아닐 듯 했다.
오후 4시경 채비 준비를 끝낸 우리는 오후 5시경 일찌감치 저녁을 시켜먹고 밤낚시에 대비했다. 그런데 6시부터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밤낚시 전망을 어둡게 만들었다. 보슬비라면 몰라도 수면에 파문이 일 정도로 빗줄기가 굵은 날은 붕어 입질도 저조하기 때문이다.
비는 밤 10시까지 오락가락 내리며 낚시를 방해했다. 붕어 씨알은 갈수록 잘아져 8치 이상을 못 넘기는 상황. 저기압일 때 발생하는 전형적인 양상이었다. 그나마 옥수수를 미끼로 쓴 나보다 새우를 사용한 성제현 씨에게 굵은 붕어가 올라오는 것은 위안이었다.

▲파주에서 온 한득수 씨도 중치급 붕어로 손맛을 즐겼다.

▲성제현 씨가 뜰채로 좌대 벽면을 긁어 새우를 채집하고 있다.

▲우안 상류 성호교 부근 수초밭을 작업 중인 낚시인. 상류 두 골짜기는 노지 낚시터로 운영한다.

▲취재일에 유일하게 1마리 낚인 떡붕어. 성호낚시터는 떡붕어 자원도 풍부하다.

유료터 새우 채집 요령
성제현 씨는 “채집한 새우의 씨알이 잘아서 그런지 붕어 씨알이 커지질 않는다. 좌대 뒤쪽으로 가서 다시 새우를 채집해봐야겠다”며 뜰채를 들고 일어섰다.
보통은 새우 채집망을 바닥까지 가라앉혀 잡지만 좌대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새우들이 좌대 기둥이나 부력재 등에 붙어 있기 때문에 그보다는 뜰채로 긁어 채집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가까스로 쓸 만한 씨알의 새우를 채집해온 성제현 씨가 결국 한 건 해냈다. 밤 11시경 새우 미끼 특유의 묵직한 찌올림이 연출되더니 36cm나 되는 월척이 솟구친 것이다. 새벽 1시경에는 31cm 월척을 1마리 추가했는데 역시 새우 미끼를 먹고 올라왔다.  
이후 날이 밝을 때까지 낚시했지만 저기압 탓인지, 배수로 인해 수위가 약간씩 줄어든 탓인지 월척 이상급 붕어를 추가로 만나는 데는 실패했다.
날이 밝아 촬영을 마치고 철수 준비를 하던 중 인근 좌대를 탔던 홍천에서 온 이인호 씨가 41cm 토종붕어를 낚았다는 얘기가 들려 관리인과 단 둘이만 배를 타고 찾아가 봤다. 이인호 씨는 “우리는 매주 성호낚시터를 찾고 있는데 오늘 조황이 가장 부진했다. 조만간 장마가 끝나고 수위가 안정되면 정상 조황을 회복할 것이다. 그때 다시 찾기 위해 미리 좌대를 예약하고 철수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초저녁과 아침 무렵 입질 활발 
지난 8월 9일 나와 통화한 관리인 김흥태 씨는 “매주 비가 오는 바람에 조황이 들쭉날쭉하다. 그래도 좌대마다 밤새 월척 몇 마리씩은 올라왔다. 저기압이라 잔챙이가 많이 설쳤지만 워낙 방류한 토종붕어 월척이 많아서인지 월척 입질을 받는 데는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성호낚시터는 취재 당시였던 7월과 마찬가지로 8월 초순 현재까지도 초저녁과 새벽녘에 가장 입질이 활발하다. 보통 여름은 기온과 수온이 모두 높아 선선해지는 한밤중에 입질이 활발하지만 올해는 긴 장마 영향으로 가을과 비슷한 시간대에 입질이 집중된다는 게 김흥태 씨의 설명이었다. 
성호낚시터의 좌대 이용료는 주말 16만원(3인 기준), 주중 12만원을 받고 있으나 조만간 주중 요금은 약간의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노지낚시 입어료는 2만5천원이며 내림낚시와 중층낚시는 2만원을 받는다.
좌대는 주로 관리실 앞, 건너편 연안 등 중류권에 설치돼 있으며 두 갈래로 나눠지는 상류권은 자연 조건을 그대로 살린 노지 낚시터로 운영 중이다. 상류권은 수초제거작업 후 낚시할 수 있는 험한 여건도 많은데 오히려 이런 곳을 개척하고 대물좌대 설치 후 낚시한다면 의외의 호황을 맛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였다. 
문의 010-3737-1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