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뉴스

강원도 앞바다에

화살촉오징어가 돌아왔다

이영규 기자

올 여름 강원도 앞바다의 최대 빅뉴스는 화살촉오징어의 귀환이다. 화살촉오징어는 우리가 흔히 아는 ‘강원도 오징어’로 시장이나 횟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이다. 이 화살촉오징어가 10년 만에 호황을 맞으면서 공중파 뉴스에서도 소식을 다뤘다.

“낮에도 오징어가 올라오니 신기하네요.” 마수걸이로 화살촉오징어를 올린 낚시인이 신기한 듯 화살촉오징어를 보여주고 있다.

취재일에 올라온 화살촉오징어. 취재일은 한 명만 제대로 손맛을 봤을 정도로 마리수 조과가 매우 부진했다. 

화살촉오징어를 낚을 때 사용한 야마시타의 오징어스틱과 기둥줄 채비.

성남에서 온 배인호 씨가 화살촉오징어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 6월 중순경 나에게 이 소식을 전해온 강원도 고성 공현진낚시마트 최상용 사장은 “정확히 10년 전에 낚시춘추에서 화살촉오징어 호황을 보도한 적 있다. 그 이후 조황이 부진해 낚시는 물론 어업도 활발하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는 어마어마한 양의 화살촉오징어가 몰려들었다. 그 바람에 강원도의 낚싯배와 어선 대부분이 야간 조업에 나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제주도 한치낚시 취재를 준비 중이던 나에게 강원도 화살촉오징어의 귀환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다. 연례행사처럼 보도 중인 한치보다 화살촉오징어의 귀환이 더 신선한 뉴스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취재 전에 약간의 불안한 소식도 들려왔다. 강원도는 북한과 접경해 있어 어선을 제외하곤 일반 낚싯배의 야간 출항이 금지돼 있다. 그러다보니 낚시인들은 낮에 오징어를 노려야 한다. 아무래도 밤보다는 조황이 뒤질 수밖에 없다. 밤에는 집어등으로 오징어를 유인해 쉽게 낚지만 낮에는 오로지 어탐기로 오징어 어군을 찾아야 되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 탓으로 취재 이전의 조황은 기복이 심했다. 어떤 날은 혼자서 100마리를 낚은 날도 있었지만 20~50마리에 머문 날이 더 많았다. 심지어 출조 낚시인의 절반 이상이 꽝을 맞는 날도 생겨 예약된 출조를 취소하기도 했다.
취재를 머뭇거리다 이번에 일정을 잡게 된 것은 이틀 전의 희망 섞인 조황 때문. 다른 출조점의 낚싯배가 출조해 1인당 100마리 수준의 양호한 조과를 올렸다는 소식에 현장 상황을 살필 겸 공현진으로 향했다.

예상외로 간단한 화살촉오징어 채비  
새벽 4시에 도착한 공현진낚시마트 주변은 간판 불빛 때문에 대낮처럼 환했다. 화살촉오징어를 낚기 위해 찾아온 낚시인들의 모습이 흡사 집어등에 유혹된 오징어들 같다는 재미난 상상이 오버랩 됐다.
이날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채비였다. 앞서 유튜브를 검색해봤지만 죄다 남해안 내만의 화살촉오징어 동영상만 있을 뿐 강원도 화살촉오징어 기법에 대한 소개는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주어들은 대로 한치용 이카메탈, 1.5인치 에기, 옵빠이스테 등을 다양하게 준비해갔는데 막상 현장에 도착해 보니 굳이 이런 ‘고급 루어’를  쓸 필요가 없었다.
일단 길이 3m 정도의 기둥줄을 구입하면 되고 기둥줄에 달린 스냅도래에 오징어뿔을 다는 게 전부였다. 오징어뿔은 7개 정도를 다는데 외줄낚시 채비와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채비의 맨 아래에는 봉돌을 단다. 조류 세기에 맞춰 50~100호를 사용한다.
오징어뿔은 흔히 오징어스틱으로도 불리는 것으로, 투명하고 긴 막대 형태다. 끝부분에 날카로운 바늘이 달려 있다. 오징어뿔은 낚시점에서 파는데 저렴한 것은 1개에 1천원, 야마시타 같은 브랜드 제품은 2~3천원이었다. 효과는 당연히 정밀하게 만들어진 일산이 앞서지만 입질이 왕성할 때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기둥줄 2개, 오징어뿔 7개, 봉돌 40~50호를 준비하니 채비 준비가 간단히 끝났다. 장비를 제외한 총 채비 비용은 1만5천원 안팎. 오징어낚시는 바닥을 긁는 게 아니므로 뜯길 위험이 없다. 그래서 다른 루어낚시에 비해 경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잦은 조황 기복에 낮낚시 한계 절감
낚싯배가 항구를 빠져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배가 멈췄다. 어탐기에 오징어 어군이 찍힌 듯 했다. 선장의 지시에 맞춰 45m 수심으로 채비를 내렸다. 그러나 첫 공략 수심에서는 아무도 입질을  받질 못했다.
다시 5분 정도 포인트를 이동한 뒤 이번에는 70m 지점에 어군이 찍혔다. 전동릴마다 표시되는 수심이 다르기 때문에 70~80m 수심대를 고루 노려보라는 선장의 지시대로 낚시했으나 이번에도 묵묵부답. 아무래도 어탐기에 찍힌 어군이 오징어가 아닌 다른 물고기들로 추정됐다. 이런 식으로 오전 내내 고성 앞바다를 돌아다녔지만 목적한 오징어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잠시 낚싯대를 놓고, 그나마 선두에서 대여섯 마리를 올린 낚시인이 있어 잠시 인터뷰 했다. 그 낚시인의 말에 의하면 지금까지 세 번 출조해 매번 50~100마리씩 올렸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오징어의 유영층을 정확히 노리는 것이고, 그 다음은 루어에 주는 액션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수심 70m까지 채비를 내린 후에는 크게 쳐 올린 후 3m씩 감아올리는 방식으로 수심 조절을 해나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가 사용한 루어는 야마시타의 오징어스틱으로서 오늘처럼 조황이 떨어지는 날에는 저가형 오징어스틱과 비교해 미묘한 조과 차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은 이 방법도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는 못했고 대다수 낚시인들이 빈작을 면치 못했다. 결국 선장이 오전 10시경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화살촉오징어낚시를 포기하고 문어낚시로 전환하기로 했다.
문어 채비를 준비하지 못한 낚시인들에게는 선장이 갖고 있던 채비와 루어를 나누어줬다. 공짜는 아니고 낚시인들이 갖고 온 미사용 봉돌이나 채비와의 맞교환이었다. 이 방식은 최근 배낚시에서 유행 중인데 예상치 못한 낚시 장르 변경 시 종종 활용되고 있다.
채비 교체가 끝나자 선장이 다시 공현진 근해로 배를 몰았다. 20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은 바닥이 모래밭인 포인트였다. 봄 산란기를 마친 문어들은 여름이 되면 수심 깊은 모래밭으로 이동하는데, 봄보다는 씨알이 약간 잔 300~600g대의 문어가 낚인다고  한다. 채비 교환 때 선장이 1인당 한 벌씩만 나눠줘 밑걸림이 생기면 어쩌나 했는데 모래밭이다 보니 채비를 뜯길 염려는 없었다.
낚시 시작과 동시에 곳곳에서 문어가 올라왔다. 작은 놈은 남해안 돌문어 크기였고 큰 놈은 축구공 사이즈였다. 1인당 1마리 내지 2마리를 낚았고 운이 없는 낚시인은 여전히 꽝을 면하지 못했다. 동행한 서울의 박승규 씨는 축구공 씨알로만 4마리를 낚아 부러움을 샀다. 

취재일에 가장 효과를 보였던 야마시타의 물고기형 오징어스틱. 화살촉오징어의 활성이 약한 날일수록 위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인천에서 온 김대곤 씨가 피문어를 낚고 기뻐하고 있다.

공현진항에서 피문어낚시를 출조하는 돌핀호.

한 낚시인이 기둥줄과 오징어스틱이 한 세트로 판매되는 야마시타의 화살촉오징어 채비를 보여주고 있다.

굵은 씨알의 문어를 올린 서울의 박승규 씨.

낚시점에서 1개당 1천원에 판매 중인 저가형 오징어스틱.

한 낚시인이 문어를 히트하자 선장이 가프로 찍어내고 있다.

꿩 대신 닭, 화살촉오징어 대신 문어로 화끈한 손맛
‘꿩 대신 닭’ 격이 된 이날 출조는 강원도 화살촉오징어 낮낚시에 적잖은 숙제를 남겼다. 지난 7월 4일 출조에서는 1인당 20~40마리의 조과를 거뒀는데 이 와중에도 빈작을 거둔 낚시인들도 많았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공현진낚시마트 최상용 사장은 “올해 화살촉오징어 출조는 이날로 끝을 냈다”고 말했다. 조황 기복은 물론 낚시인 간 조과 차도 심하다보니 지속적인 배낚시 상품으로 이어가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이 섰다고 한다.
그 대신 꾸준한 마릿수 조과를 기록 중인 문어 출조를 이어갈 예정이다. 문어는 부지런히만 낚시하면 1인당 4~5마리씩은 올릴 수 있는 수준이다. 씨알은 ‘참외’ 크기부터 ‘수박’ 크기까지 다양하게 낚이고 있다. 지난 7월 5일에 통화한 최상용 선장은 “오늘도 문어는 30마리 이상 나왔다. 씨알도 수박 크기로 굵어 만족스러운 상황이다”라고 전해왔다.
공현진 앞바다의 문어낚시는 가을까지 지속되며 갈수록 마릿수는 갈수록 좋아지게 된다. 추석 전후로는 대구낚시가 시작되는데 이때가 연중 최고의 마릿수 시즌이다. 
문어낚시 선비는 1인당 7만원. 낚시 후에는 점심식사를 제공한다. 
문의 033-632-66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