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 이색낚시

SUP FISHING 섭피싱

노 젓는 보드 타고 바다낚시 GO! GO!

안수곤 객원기자, 부산 우돼끼리 대표, 쿠로시오 필드스탭, 송정 서핑숍 개릴라 회원

부산 송정 앞바다의 서퍼들. 해변에 섭을 론칭한 후 서퍼들의 인사법인 샤카(Shaka) 손인사를 하고있다. 좌측부터 개릴라 김나연 대표, 제민지, 황주원 씨, 개릴라 옥영현 대표

섭(SUP)은 노를 사용하는 보드를 말한다. 파도가 있어야만 즐길 수 있는 서핑보드와 달리 노를 저으면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바다는 물론 잔잔한 호수나 강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서핑보드에 비해 넓고 안전해 레이싱, 투어링, 요가 등 다양한 레저에 접목되고 있으며 한여름엔 물고기를 낚을 수 있는 섭피싱(SUP FISHING)이 요즘 동호인들 사이에 인기다.

섭(SUP)은 ‘Stand Up Paddleboard’의 약자로 고대인들이 물에서 물건을 옮기기 위해 보트 위에 서서 노를 저어가던 것이 현대에 와서 레저 형태로 발전한 것이다. 언뜻 보기엔 파도를 타는 서핑과 비슷해 보이지만 파도가 없는 곳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서핑은 파도가 있어야만 보드를 탈 수 있지만 섭은 노를 이용하기 때문에 파도가 없어도 탈 수 있다. 잔잔한 바다는 물론, 민물인 강과 호소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대중적이다.
섭은 수영을 할 수 있고 보드에 설 수 있는 균형 감각만 있으면 누구든지 즐길 수 있다. 부모와 함께 섭을 타는 어린아이들도 많다. 폭이 좁고 날렵한 서핑용과 달리 섭은 폭이 넓고 길기 때문에 흔들림이 적고 안정적이다. 그래서 다양한 레저와 접목해 활용되고 있는데, 스피드를 겨루는 레이싱, 해안 절벽, 동굴 절경을 보고 오는 투어링, 땅에서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체력과 균형 감각이 필요해 도전자(?)들이 늘고 있는 요가·피트니스 등이 있으며 최근엔 낚시를 즐기는 동호인들이 늘고 있다.

핑크색 올라운드 섭 옆에 선 제민지 씨. 간호학과 강사인 제민지 씨는 파도가 들어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송정 앞바다를 찾는다.

필라테스원장 김지혜 씨의 섭 투어링. 주말에 잔잔한 바다에서 섭을 타는 것을 즐긴다.

낚시도구와 살림통을 준비하고 있는 취재팀.

섭을 바다에 론칭하고 패들을 이용해 포인트로 가고 있다.

송정 앞바다에서 청갯지렁이에 낚인 씨알 굵은 보리멸.

레이싱용 섭을 들고 바다로 나가는 김나연 대표와 황주원 씨. 레이싱용 섭은 직진성이 우수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갓 낚인 쥐노래미. 암초 지대에선 쥐노래미의 입질이 잘 들어온다.

쥐노래미를 낚은 개릴라 옥영현 대표.

부산 송정해수욕장에서 섭피싱
부산에 서핑을 즐기고 있는 나는 해운대구 송정동에 있는 서핑숍이자 강습소인 개릴라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개릴라 회원들과 함께 시간이 날 때마다 매장 인근의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을 찾는다. 송정해수욕장은 동쪽 파도와 남쪽 파도의 영향을 모두 받아 1년 내내 질 좋은 파도가 들어오는 우리나라의 서핑 명소다.
하지만 송정해수욕장에도 파도가 없는 날이 가끔 있다.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개릴라 회원들은 섭을 탄다. 나는 섭을 타는 날이면 낚싯대를 꼭 챙겨간다. 송정해수욕장은 부산의 대표적인 바다낚시터인 기장과 가까이 있어 다양한 어종들이 낚인다. 서식하는 어종으로는 농어, 무늬오징어, 참돔, 부시리, 볼락, 열기 등이 있다.
나와 달리 낚시 경험이 적은 회원들은 스피닝대나 손으로 하는 줄낚시로 낚시를 하지만 그렇게 해도 고기는 낚인다. 버림봉돌채비 하나면 충분. 청갯지렁이를 바늘에 꿰어 바닥층을 노리면 이맘때 제철을 맞는 보리멸, 양태, 쥐노래미 등이 낚인다. 나는 겨울에 대형 한치를 낚은 적이 있고 여름엔 심해어종인 투라치를 올린 적도 있다.

청갯지렁이 꿰어 내리자 보리멸, 쥐노래미가
파도 없이 화창하던 초여름, 4명의 회원들과 함께 송정해수욕장으로 섭피싱에 나섰다. 섭피싱에 사용하는 보드는 다용도로 쓰이는 올라운드용과 레이싱용이다. 서핑용 섭은 직진성과 안정성이 떨어져 서핑 용도 외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포인트는 해수욕장 좌측에 있는 송정공원 갯바위와 정면에 있는 미역양식장, 그리고 우측에 있는 전망대다. 포인트에 따라 낚이는 어종들도 조금씩 다르다.
가장 먼저 가까운 거리의 미역양식장 앞에서 낚시를 시작했다. 섭에 낚시장비와 살림통을 올리고 노를 저어 포인트까지 갔다. 섭은 일어서서 노를 젓는 게 일반적이지만 앉아서 저으면 더 쉽게 이동할 수 있다. 포인트까지의 거리는 약 500m. 천천히 노를 저어 갔는데 10분 만에 도착했다.
포인트에 도착해 청갯지렁이를 바늘에 꿰어 바닥에 내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입질이 들어왔다. 보리멸이다. 씨알이 꽤 준수했다. 여성회원인 제민지 씨도 처음 하는 섭피싱에서 보리멸을 잡고는 너무도 좋아했다. 입질이 예민해 입걸림이 자주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보드에 앉아 톡톡거리는 초릿대 끝을 바라보고 있어도 재미있고 즐겁다고 한다. 얼마 안 있어 개릴라 옥영현 대표는 쥐노래미를 잡아냈다. 원래 용치놀래기가 잘 나오는 곳이지만 이날은 입질이 없었다. 이곳에서 예전에 참돔과 쥐치를 잡은 기억도 난다.
포인트를 옮기기로 하고 송정공원 앞으로 향했다. 송정공원 앞은 모래와 암초가 섞여 있는 좋은 포인트다. 이곳에서도 보라멸과 쥐노래미가 낚였다. 하지만 씨알이 작다. 더 큰 씨알이 낚이기를 기다렸는데 갑자기 바람이 터져 예정보다 일찍 철수했다.

3회 정도 강습 받으면 솔로 섭피싱 가능
우리나라에 서핑 동호인이 전보다 늘긴 했지만 아직도 서핑 하면 생소해 하는 분들이 많다. 섭피싱에 관심이 있는 낚시인이라면 서핑숍에서 강습을 받아보길 권한다. 부산 송정해수욕장변의 서핑숍 개릴라의 경우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미리 예약을 하면 개별 강습을 해준다. 1회 강습료는 4시간 기준 6만5천원이며 5회 15만원을 받고 있다. 보통 3회 이상 강습을 받으면 혼자 섶을 탈 수 있으며 여성, 어린이용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섭은 공기를 주입해서는 쓰는 튜브보드와 딱딱한 하드보드가 있는데 튜브보드를 입문용으로 많이 구입한다. 가격은 80만~100만원.
문의 010-5883-9323, 해운대구 송정광어골로 29 수정빌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