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 용풍지]

이것이 리얼 손맛!
담수 최강자
가물치와 ‘맞짱’ 뜨다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용풍지 북쪽 좌대 인근에서 70cm 가물치를 낚은 윤혁 씨.

윤혁 씨가 가물치를 뭍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프로그를 완전히 삼키고 걸려나오는 가물치.

지난 6월 22일 가물치낚시인 박훈, 윤혁, 안일성 씨와 함께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에 있는 용풍지로 출조했다. 가물치 마니아인 그들은 매년 6~7월에 남도로 가물치 원정을 떠나고 있기에 이번에도 전남 순천이나 해남의 남도 원정을 계획했으나 남부지방의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바람에 급하게 충청권으로 출조지를 변경했다.
충청권의 경우 부여 반산지, 논산 석종지, 아산 영인지, 음성 금석지 등 유명한 가물치 포인트들이 많은데, 올해는 마름이 덜 자랐거나 장마로 인해 갑작스레 배수를 하면서 낚시할 여건이 좋지 못한 곳이 많았다. 그래서 결국 경기도 이천의 용풍지까지 올라와서 숙소를 잡고 2박3일 낚시를 했다.
가물치낚시터로 익히 잘 알려진 용풍지는 만수면적 10만평의 대형 저수지로 충북 음성과 맞닿아 있으며 유료터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가물치 자원이 많고 농번기에도 거의 배수를 하지 않아 언제든 찾을 수 있는 곳이다. 단점이라면 이제는 너무 유명해진 탓에 낚시인들이 많고 가물치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입질을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핸디캡을 극복하는 것도 가물치낚시의 재미중에 하나이므로 용풍지의 인기는 지금도 여전하다.

좌대 구간에서 70cm 히트
그런데 21일 오후에 용풍지에 도착하니 상류가 많이 바뀌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연안으로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었고 연안 곳곳에 길을 닦아 지형이 바뀐 곳도 눈에 띄었다. 일부 구간은 낚시를 하기 좋게 바뀌었는데 저수지 중심의 먼 곳을 노리기 좋아 보였다.
첫날 오후에는 입질을 받지 못하고 다음날 오전에 본격적인 낚시를 시작했다. 오전 5시에 포인트로 나가니 물안개가 잔뜩 끼고 흐린 날씨가 계속되었다. 남부지방이 장마인 탓인지 경기·충청권까지 흐린 날씨가 이어지는 듯했다. 가물치낚시는 해가 쨍쨍하게 떠서 덥고 수온이 올라야 잘 되는데, 흐린 날씨가 계속되어 조과가 좋지 않았다. 다행히 연안에 마름과 어리연 등 수초가 자란 곳이 많고 수위도 만수에서 30cm 정도 빠진 수준이라 낚시할 여건은 만족스러웠다. 다만 수위가 높은 탓에 배수 때에 비해 많은 곳을 돌아서 진입해야 한다는 것이 힘들었다.
22일에는 큰 소득 없이 혼자 용풍지 북쪽 연안의 좌대 구간을 탐색한 윤혁 씨가 70cm 가물치를 한 마리 낚은 것으로 낚시를 마무리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찾아간 곳에서 루어를 완전히 삼키는 입질을 받고 놀라서 가물치를 끌어냈다고 하는데, 부지런히 포인트를 탐색하면 활성 좋은 가물치를 만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였다.

활성 높을 땐 한 자리만 노려라 
다음 날 오전에는 해가 떴고 가물치의 좋은 활성을 기대할 수 있었다. 윤혁 씨는 “이럴 때는 멀리 갈 필요 없이 확률 높은 곳을 오래 노리는 것이 좋다”고 했는데 모두 그 말에 동의하고 상류 연안의 복숭아과수원 앞에 있는 제방에서 수초 포켓을 집중 공략하기로 했다.
가물치 전용 로드에 블레이드와 방울을 튜닝한 프로그를 세팅하고 캐스팅을 시작했다. 마름을 주로 공략했고 아무것도 없는 수면도 지나치지 않고 프로그로 천천히 훑어주었다. 입질은 있었다. 하지만 가물치의 씨알이 크지 않은지 제대로 먹지 못했다. 이럴 땐 프로그의 컬러와 크기를 계속 교체해주는 것이 좋다.
프로그는 캐스팅 후 수초 주변에서 살짝살짝 끌어 주는 식으로 운용한다. 빨리 감기도 하고 감다가 멈추는 동작도 반복한다. 마치 개구리가 수초 위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조금씩 액션을 주는 것이 좋은데, 약한 파문을 지속적으로 일으켜야 주변의 가물치가 반응을 한다. 대부분 큰 포식음과 함께 가물치가 프로그를 덮치지만 수면에 수초가 많으면 가물치가 프로그와 수초를 함께 물기 때문에 프로그의 바늘이 가물치의 윗턱에 제대로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가물치가 완전히 프로그를 삼킬 때까지 몇 초 기다린 후 챔질을 하는 것이 요령이다.
입질은 낚시를 한 지 한 시간이 지난 오전 6시30분쯤에 들어왔다. 첫 랜딩의 주인공은 안일성 씨. 제방에서 70cm 가물치의 입질을 받고 랜딩에 성공했다. 별 반응이 없는 듯 보이는 자리였지만 끈기로 받아낸 입질이었다. 

이른 아침에 가물치를 낚는 데 성공한 안일성 씨.

흰색 프로그로 90cm 랜딩 성공
일찌감치 가물치가 낚이니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다른 곳으로 포인트를 옮겨서 더 큰 씨알을 노릴까 고민도 했지만 우선 같은 자리를 계속 노리는 것이 좋다고 판단해서 제방 주변에서 꾸준히 캐스팅을 했다. 점심을 먹고 오후 1시가 넘어가며 서서히 해가 뜨겁게 느껴질 무렵이 되자 연안에서는 가물치의 움직임으로 보이는 파문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가물치는 주로 오후에 높은 활성을 보이는데, 오전은 충분히 수온이 오르지 않아서 활성이 낮은 편이고 충분한 일조량으로 수온이 올라야 활성도 올라간다. 해가 뜬 오후에는 수온의 변화가 적기 때문에 한 번 높은 활성에 오른 가물치는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기 시작하는데 이때가 찬스다. 그래서 가물치는 여름에도 한낮에 즐기는 경우가 많고 낚시가 힘든 점도 바로 이 때문이다.
취재팀은 다시 한 번 상류의 마름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프로그도 계속 교체를 했는데 메기용 크롤러로 사용해 보았다가 다양한 컬러의 프로그로 교체했다. 결국 박훈 씨의 흰색 프로그에 큰 반응이 왔다. “퍽”하는 소리와 동시에 수면에 거품이 일고 마름 더미가 가라앉았다. 가물치가 확실히 프로그를 먹었다고 확신한 순간 강하게 챔질을 했고 빠른 속도로 연안으로 가물치를 끌어올렸다. 랜딩에 늦으면 가물치가 수초를 감아버리기 때문에 꺼내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랜딩할 때 힘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순식간에 뭍으로 올라온 가물치는 90cm급. 시즌 초반 치고는 준수한 씨알이었다. 호쾌한 손맛 때문인지 박훈 씨가 미소를 지었다.

7월에도 호황 계속
연이은 입질을 기대했지만 한바탕 소란이 벌어진 마름 주변은 더 이상 반응이 오지 않았다. 연안을 돌며 탐색을 이어갔는데 곳곳에서 입질을 받을 수 있었지만 랜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낚시인들이 쉽게 접근하는 포인트는 가물치의 경계심이 높아져 과감하게 입질을 하지 않는 듯했다. 그렇지 않아도 상류에서 낚시를 하는 도중에 취재팀을 지나쳐 안쪽 연안으로 진입하는 낚시인들을 여럿 볼 수 있었고, 취재팀은 그 낚시인들이 거쳐 간 자리를 노렸을 테니 입질이 예민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꾸준히 한 자리를 노린 판단이 옳다고 생각되는 순간이었다.
현재 용풍지는 가물치가 꾸준히 낚이고 있다. 작년, 재작년에는 예상치 못한 공사와 배수가 있었고 마름도 잘 자라지 않아서 조황이 기대 이하였지만 올해는 그런 변수가 없기 때문인지 꾸준한 조황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경기도와 충청권 지역은 남부지방에 비해 장마의 영향을 덜 받고 맑은 날씨가 지속되는 날이 많아 현재 좋은 여건을 보이고 있다. 낚이는 씨알은 80cm 내외가 많으며 운이 좋으면 미터급도 만날 수 있다.
유료터로 운용되고 있는 용풍지는 가물치를 100% 방생해야 하는 조건으로 낚시를 허용하고 있으며 루어낚시는 2만원의 입어료를 받는다.
출조문의 031-642-3447(관리실)
내비 주소 장호원읍 송산리 401-2(취재팀이 낚시한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