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스토너먼트

2020 제이에스컴퍼니컵 KSA 2전 우승기
확실한 입걸림 위해
프리리그로 승부수

박기현 KSA 프로, JS COMPANY, LOWRANCE 프로스탭

지난 6월 14일 경북 안동호에서 열린 제이에스컴퍼니컵 KSA 2전에서 우승한 박기현 프로의 우승기를 싣는다. 초여름으로 접어든 안동호에서 5마리 합산 9430g을 낚아낸 박기현 프로의 우승 전략, 공략술, 히트 태클 낱낱이 공개!

코로나19로 인해 대한민국의 배스토너먼트는 평소보다 2개월 정도 늦게 시작되었다. 평소라면 봄에 정규 2전이 열리게 되겠지만 올해는 2개월 정도 늦어 봄이 끝난 초여름에 열리게 되었고 기존의 3, 4전과 비슷한 시즈널 패턴을 가지고 2전에 임하게 되었다. 오전에는 폭우가 예상되어 있고 오후에는 비가 그쳐 찜통 같은 날씨를 예상케 하던 2020 KSA 정규 토너먼트 2전. 그 모든 동선과 패턴, 작전을 글로 옮겨본다.

▲2020 제이에스컴퍼니컵 KSA 2전 보트출정식에서 출발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필자. 비가 오는 가운데 방송촬영을 위해 울트라스튜디오 황유식 감독이 동승했다.

▲2020 제이에스컴퍼니컵 KSA 2전에서 우승 상패를 들어 보이는 필자. 작년에 자사컵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데 이어 올해도 우승하는 기쁨을 맛봤다.

AM 06:00~09:00
너무도 비대해진 안동호 배스
작년부터 안동호 배스의 체고는 전국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 배스의 메카라고 불리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개체수, 그리고 그와 반대로 어마어마하게 불어난 작은 물고기들로 인해 안동호 배스는 너무나도 풍족하게 먹잇감 걱정 없이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렇기에 체고는 평균 체고를 넘어서서 복어처럼 보일 정도다. 40cm의 입에 60cm 배스의 몸체를 하고 있으니 비단 손맛이 좋아진 것을 넘어서서 트레블훅에 의한 입 찢어짐이 비일비재하다.
즉, 원래라면 작은 몸체와 연약한 입을 가져야 할 배스가 거기에 어울리지 않게 덩치만 커지니 상대적으로 그 큰 덩치의 움직임 때문에 발달하지 못한 입은 입걸림이 되더라도 단단히 박히지 못하고 연약한 살을 찢고 바늘이 빠지는 경우가 많았으며, 특히 트레블훅이 달려있는 하드베이트에서 그런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아침시간에 톱워터나 하드베이트를 운용하는 걸 좋아하지만 조금이라도 랜딩 확률을 높이기 위해 프리리그를 이용한 웜낚시를 하는 것으로 작전을 변경하였다. 한 마리도 놓치지 않고 잡아내기 위한 작전 아닌 작전이었던 것이다.
일단은 수심 1~3m 브러시라인이 잠겨있는 곳을 프리리그로 탐색하며 라인을 훑어나갔다. 장소는 사월리로 들어가는 사면 라인. 40여 분쯤 되니 사면의 후미진 곳에서 연속으로 입질이 들어와 1800, 1600g짜리 배스 두 마리를 잡아낼 수 있었다.

태클 1_프리리그
로드 JS COMPANY N B5 611MH
릴 8.1 BAIT REEL
라인 G7 TOURNAMENT GENE CARBON 14LB
루어 GARY YAMAMOTO YAMASENKO 4inch

생각보다 매우 좋은 출발이었고 자신감을 얻어 고사목이 있는 지역으로 이동하였다. 이 고사목은 여러 개가 있는 것이 아닌 딱 하나만 있다. 사실상 핀포인트가 되는 곳인데, 크기도 약 8m쯤 되는 밑동이 굵은 나무가 있다. 그 나무에 서스펜딩 상태에 있는 배스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톱워터를 왠만하면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고사목에 떠 있는 배스를 공략하기에는 톱워터만한 루어가 없기에 삐죽이 물위로 솟아난 고사목 위로 루어를 운용했다.

태클 2_톱워터 채비
로드 JS COMPANY N B4 68MH
릴 6.3 BAIT REEL
라인 G7 TOURNAMENT GENE MONO 14LB
루어 MOLIX SUPERSOUND 110

첫 번째, 두 번째에도 반응이 없어 ‘한 번만 더 던져 보자’고 생각하고 고사목 위를 끌어오는데 근처에서 뭐가 따라와 붙는 게 수면의 파장으로 느껴졌고 곧바로 시원한 파열음과 함께 루어가 사라졌다.
바로 이맛!!
하지만 앞서 설명한 대로 덩치에 비해 입이 작아 트레블훅이 잘 찢어지는 특징이 있는 터라 조심해서 릴링하는데 맑은 수면으로 트레블훅 세 개 중 하나만 딸랑 걸려있는 것을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바늘털이 한 방에 바로 빠질 수도 있는 상황. 조심조심해서 랜딩넷에 안착시키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
나중에 바늘을 빼면서 안 것이지만 바늘 하나가 정말로 빠지기 힘든 부위에 운 좋게 박혀 있었다. 사이즈는 1600g. 오늘 정말 뜻대로 척척 되는 상황이었다. 물칸에는 총 3마리가 들어 있고 중량은 약 5000g. 초여름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좋은 출발이었기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다른 포인트로 이동했다.

AM 09:00~12:00
천국에서 지옥으로, 다시 지옥에서 천국으로
든든하게 세 마리를 물칸에 넣고서 사람들이 주로 가지 않는 곳 위주로 공략하기로 하였다. 현재 배스는 안동호 얕은 곳 전역에 퍼져있다고 판단되었고, 사람들이 가지 않는 얕은 곳 위주로 가는 것이 좀 더 쉽게 배스를 잡아내는 패턴이라 파악되었다. 하지만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 무더운 폭염이 시작, 따갑고 습한 기운이 나를 금방 지치게 만들었다.
이때, 물칸을 확인차 열어보니 가장 먼저 잡은 1800g 빅배스가 누워 있었다. 한눈에 봐도 상태가 안 좋아진 상황이라 급하게 얼음을 넣고 무게추를 배스에게 달아 강제로 직립하게 만든 뒤 진정제를 물에 타주었다. 경험상 배스가 쉽게 살아날 수 없는 데미지를 입은 것으로 파악되었지만 혹시나 좋아질지 모른다는 일념으로 정성껏 배스를 관리했다. KSA 룰에는 아가미만 움직이면 살아있는 배스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아침에 좋았던 분위기는 비가 그치면서 다시 절망적인 분위기로 돌아섰다. 하필이면 제일 큰 배스가 상태가 안 좋다니…. 로드가 손에 잡힐 리 없었다. 죽는 것은 아닐까? 액션도 대충대충. 머릿속에는 온통 죽어가는 배스에 대한 고민만 가득했다.

▲폭우에 젖은 태클들. 커버를 공략하기 위해 준비한 러버지그와 펀치리그용 장비들이다.

▲필자의 뎁스파인더. 정확한 물속 정보를 알기 위해 12인치 어군탐지기를 두 개 사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낚은 1900g 배스. 이 고기로 죽어가던 배스와 교체할 수 있었다.

▲야마센코 4인치. 비거리도 좋고 폴링 액션도 좋아 즐겨 사용하고 있다.

그렇게 오전 11시가 지난 시간. 톱워터로 3마리째 배스를 잡은 후 3시간 정도 입질이 없었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후미진 마사 사면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비실대는 물칸의 배스를 확인한 후 던진 프리리그에 바로 입질! 역시나 중하류의 배스답게 상처하나 없이 깨끗한 1800g 배스가 올라왔다.
사실 전날 연습을 하면서 하류권 사면에 돌아다니는 배스들을 눈으로 많이 목격했다. 그렇기에 같은 프리리그를 던지더라도 돌아다니는 배스가 눈치 채지 못할 만큼 롱캐스팅을 하여 잡아내는 것이 바로 안동호 하류권에서 내가 잡은 패턴이었다. 기본 30m 이상 캐스팅을 하여 배스가 사람과 보트를 인지하지 못하는 거리에서 강력한 훅셋을 하는 것이다.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캐스팅으로 인해 체력적으로 매우 힘든 낚시가 이어졌지만 물이 맑고 바람도 거의 없어 4m 수심까지 훤히 비치는 안동호 하류에서는 이 방법만큼 좋은 방법이 없었다.

▲원거리에서 들어온 입질을 확인한 후 강하게 챔질하고 있다.

▲톱워터 루어로 낚아낸 1600g 배스. 큰 고사목에 떠있던 배스였다.

▲제일 처음 낚은 1800g 배스가 상태가 좋지 않아 물칸에 얼음을 넣고 있다.

▲트롤링모터의 배터리를 교체하고 있는 중.

▲2400g 게임체인저 랜딩 성공!

▲스프링저울로 낚은 배스의 중량을 재고 있다.

이제는 물칸에 4마리. 한 마리만 더 잡으면 5마리를 채울 수 있었다. 이 자리가 생자리임을 직감하고서 계속해서 프리리그를 던졌다. 멀리 보이는 브러시라인에 롱캐스팅을 하여 끌어내려보니 묵직하게 끌고 가는 입질이 들어왔다. 챔질 후 바로 느낄 수 있었다.이 배스는 이전에 잡은 배스랑 다르다는 것을. 섬바를 열고 손으로 드랙을 조정하며 로드워크를 진행했다. 절대로 주도권을 주면 안 되고 로드의 허리힘과 내 자신의 라인컨트롤을 믿으면서 버티고 버텼다.
하지만 물고기의 저항이 생각보다 강했다. 순간 ‘배스가 아니라 잉어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헤드섀이킹 한 번 안하고 계속해서 내려박는 게 배스와는 다른 움직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때 맑은 물속에서 꿈틀대는 배스가 보였다. 한눈에 봐도 2000g이 훌쩍 넘는 빅배스. 그렇게 원하는 게임체인저가 물속에서 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조심조심 끌어올려 뜰채에 담고 포효했다. 바늘을 꺼내려고 확인하니 챔질이 늦은 것인지 이미 삼킨 상태. 아가미 바깥쪽으로 플라이어를 넣어 출혈 하나 없이 바늘을 꺼낸 후 저울에 달아보니 2400g!
그렇게 찾아 헤매던 빅배스가 드디어 올라온 것이다. 머릿속에 아드레날린이 펑펑 터지고 손도 덜덜 떨리고 말도 더듬었지만 기분 하나만은 최고였다. 리미트 달성! 지옥에서 천국으로 절벽 낭떠러지에서 거미줄 하나 잡고 올라온 느낌이었다. 자, 이제 물칸에는 5마리가 있고 중량은 9200g에 육박했다. 단상이 눈에 보였다. 시원하게 음료수를 들이킨 후 숨 한 번 크게 들이쉬고 더 큰 배스를 찾아 나섰다.

PM 00:00~02:30
트롤링모터의 말썽, 그러나 빅배스로 만회, 그리고 우승
하류권엔 바람이 살랑살랑 불기 시작했다. 분위기도 좋고 자신감도 충만했다. 그런데 트롤링모터가 말썽을 부린다. 이제까지 아무 문제 없이 잘 작동되던 트롤링모터가 먹통이 되었다. 전원이 나간 다음 움직이지 않는다. 그대로 셧다운.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배터리 문제라고 직감한 다음 보트 뒷부분의 배터리함을 열어 확인했다.
남들은 한 마리라도 더 잡기 위해 열심히 캐스팅할 시간에 혼자서 배터리를 교체하고 있으니 너무나도 화가 났다. 어군탐지기에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배터리를 분리한 후 고장났다고 생각되는 트롤링모터의 배터리와 교체하니 정상적으로 작동됐다. 트롤링모터는 36V로 움직이는데 12V 세 개의 배터리 중 하나가 먹통이 되었던 것이다. 기사회생이라는 마음으로 다시 움직였다. 어군탐지기는 사용을 못하게 되었지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어군탐지기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낚시였기 때문이다.
바람이 부닥치는 브러시라인에 1/2온스 러버지그를 넣음과 동시에 입질을 받았고 헤드섀이킹을 강하게 하는 배스를 만날 수 있었다. 한눈에 봐도 교체 사이즈를 넘어가는 빅배스였다. 라인 텐션을 주기위해 재빨리 감았다. 하지만 높고 강력한 바늘털이 한 방에 털리고 말았다
상태가 안 좋은 배스를 교체하고 중량까지 올릴 수 있는 빅배스였건만. 야속하게도 러버지그를 털고 물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10여 초간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 이러다가 다 잡은 고기를 놓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탄식만 하고 있을 수 없었다.재빨리 포인트를 옮겨 톱워터, 러버지그, 프리리그를 병행하며 낚시를 하였다. 오로지 큰 배스 한 마리가 목표였다. 하지만 시간은 야속하게 빨리 흐르고 있었다. 마지막이라 생각되는 안동호 하류권에 도착하여 브러시라인을 톱워터로 공략했지만 반응이 없어 본류권의 아주 작은 브러시라인을 노렸다. 캐스팅 후 루어 착수와 동시에 얕은 곳에서 톡 하는 작은 입질이 들어왔다. 슬쩍 들어 올려보니 입에 웜을 물고 있는 배스가 느껴졌고 힘찬 챔질 후 조심조심 꺼낸 녀석은 덩치 좋은 1900g! 드디어 상태가 안 좋아 죽어가던 배스를 교체할 수 있었다.

▲네 번째 배스를 낚고는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하고 있는 필자.

2400 + 1900 + 1800 + 1600 + 1600 = 9300!
상당히 괜찮은 무게였다. 원래는 1600g을 교체하여 9500g대로 만들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죽어가고 있는 배스의 교체가 더 급했기에 1800g을 1900g으로 교체했다. 마지막까지 중량을 더 늘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더 이상의 입질은 없었다.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며 검량장소로 이동, 검량을 하는데 생각보다 다들 고전한 분위기였다. 현재 9100g대가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정보를 듣고 검량에 임하였다

▲큰 박과 작은 박의 만남. 계량장으로 가던 중 만난 박무석 프로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5마리 합산 9480g의 계량 결과표를 들어 보이고 있는 필자.

▲1위 시상식. 제이에스컴퍼니 안숙준 이사가 필자에게 상패를 전달하고 있다.

▲2020 제이에스컴퍼니컵 KSA 2전 시상식. 필자가 1위 단상에 올라 우승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최종 중량은 5마리 합산 9480g!
죽어버린 배스, 그리고 한눈에 봐도 매우 컸던 러버지그에 털린 배스를 잡아왔더라면 10000g도 충분한 중량이었지만 1위라는 말에 위안을 삼으며 다음에 실수하지 않기로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최종 성적이 확정되고 5마리 합산 9480g으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더욱이 국내 배스토너먼트 역사상 처음으로 카메라맨을 대동하고 일구어낸 최초의 우승이라는 말에 더욱 기뻤다. 이로써 통산 다섯 번째 정규전 우승을 이루어내었고 작년에 이어 2회 연속 자사컵 우승을 기록했다.
자사 선수들을 위해 국내 최고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 제이에스컴퍼니와 금호마린테크에 이 영광을 돌리며 폭우와 폭염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토너먼트 영상을 촬영해준 울트라스튜디오 황유식 감독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