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철원 남대천

최북단 강붕어촌 토성리

하룻밤 잘 쉬다 갑니다

박일 객원기자

철원 남대천 토성리. 수로 형태로 뻗어 있는 연안엔 생자리가 즐비하다

6월 중순 마땅한 출조지를 찾지 못하다가 후배 염철규 씨와 통화하게 됐다. 후배는 강원도 철원의 남대천 강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데 조황이 괜찮은 편이고 붕어 씨알도 좋다고 한다. 지난주에는 낮낚시에 4짜 붕어를 두 마리나 잡았다고 하여 마땅히 갈 곳이 없으면 남대천으로 올라오라고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여름이면 간혹 남대천을 찾아 낚시를 했던 경험상 맑은 물과 잡고기 성화에 제대로 된 낚시를 해보지도 못했던 게 떠올랐다. 잔챙이 위주의 조과에 올해는 출조 계획에서 처음부터 제외시켰던 곳이었지만, 후배의 전화 내용과 카톡을 통해 보내온 붕어 사진을 보고는 마음을 바꿨다.

금강산에서 발원해 한탄강으로 합쳐지는 강
남쪽으로 흐르는 큰 강이란 뜻의 남대천은 우리나라에 여러 곳 있다. 양양 남대천이 대표적이긴 하지만 내가 가려고 하는 남대천은 금강산에서 발원해 북쪽의 평강고원을 가로지른 뒤 철원군 김화읍으로 흘러 한탄강으로 합류되는 강이다. 철원 김화에서는 화강이라 부르기도 한다.
철원평야를 사행천으로 흐르는 남대천은 많은 지류와 보, 그리고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은 천혜의 낚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인근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붕어가 많이 서식하는 토교지와 퇴수로로 연결되어 있으며 아래로는 한탄강과 이어져 있기 때문에 어자원은 매우 풍부하다. 자동차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 많아 아직까지도 미답의 포인트가 즐비하여 남대천만을 즐겨 찾는 낚시인들도 많다.
수도권에서 철원은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새로 개통된 구리포천간고속도로를 이용하면 1시간 남짓 걸려 이를 수 있다. 6월 20일 토요일 오후 2시 정도 출발하여 목적지에 도착해보니 대략 1시간20분 정도 소요됐다. 큰 길에서 강 포인트를 찾느라 허비한 시간까지 포함한 것이다.
후배가 낚시하고 있는 곳은 강원도 철원군 토성리 연안으로 남대천 중류에 해당되는 곳이었다. 강폭이 100m 정도였고 커다란 보 상류에 형성되어 길게 뻗어 있는 수로 형태의 포인트였는데 대략 10여 명 정도는 낚시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물 흐름은 없었고 강 양안으로 미개척 포인트가 많아 수초작업을 한다면 낚시 자리를 많이 닦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우리 일행을 맞은 염철규 씨가 포인트를 안내했다. 고맙게도 그는 내가 낚시할 자리를 수초작업으로 미리 닦아놓은 상태였다.

밤낚시 중 낚인 남대천 월척 붕어.

밤하늘을 수놓은 반딧불이 환상
분위기는 환상적이었다. 연안에 부들과 마름, 뗏장이 적당하게 분포되어 있었고 수심은 1.5미터 정도로 적당했다. 길이는 200m 정도 폭은 20m 정도 되었다. 전날 낮에 출조한 후배는 밤낚시로 허리급 붕어를 잡아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제방에서 포인트까지는 짐을 들고 50m 정도 걸어야 했다. 둘러보니 수로에 앉은 낚시인은 나를 포함해 6~7명 정도. 포인트 간 거리가 20-30m 정도로 떨어져 있어 호젓했다.
남대천 중류는 배스가 서식하기 때문에 잡고기 성화는 별로 없지만 간혹 모래무지와 마자가 낚이며 지렁이 미끼를 쓰면 씨알 좋은 동자개가 마릿수로 올라오고 장어도 종종 낚인다고 한다. 미끼는 지렁이와 어분계열 떡밥이 효과가 좋은데 의외로 옥수수엔 입질이 덜한 편이었다. 4칸 정도 낚싯대를 투척하면 수로 건너편 뗏장수초와 부들 앞에 채비가 떨어졌다. 바닥은 깨끗한 편이어서 외바늘이 아닌 쌍바늘 채비로 지렁이와 떡밥을 사용했다. 오후 6시부터 입질이 활발하게 들어왔다. 낚이는 붕어 대부분 8치 이상의 토종붕어였으며 월척급 붕어가 간혹 낚였다.
후배 일행과 남대천에서 족대로 잡은 잡고기로 매운탕을 끓여 저녁식사를 한 후 본격적인 밤낚시에 돌입했다. 밤이 되자 반딧불이 무수하게 날아다녔다.

붕어, 동자개, 모래무지… 지루할 틈 없어  
입질은 빈번하여 긴장의 연속이었다. 물론 전부 붕어 입질은 아니지만 붕어가 낚이는 빈도가 높다 보니 지루한 낚시는 전혀 아니었다. 오후 9시에서 자정 사이에 대물 붕어의 입질이 들어왔다. 염칠규씨가 허리급으로 짐작되는 붕어를 거푸 낚아냈다. 준척급 붕어가 동자개와 함께 낚였다.
챔질 타이밍이 늦어 붕어가 수초를 감아버린 경우도 몇 번 있을 정도로 긴장과 흥미진진한 낚시가 이어졌는데 새벽 2시를 기점으로 소강상태가 됐다. 잠시 눈을 붙이고 새벽 5시부터 다시 낚시를 시작했지만 아침엔 별다른 입질이 없었다. 
남대천은 장마 후 물 흐름이 안정된 후 폭발적인 입질과 굵은 씨알의 붕어가 마릿수로 낚이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장마 후엔 낚시 여건이 달라지므로 여기 소개하는 포인트를 찾되 여러 포인트를 둘러보고 낚시 자리를 정할 것을 권한다.

철원 남대천 토성리에서 밤낚시에 낚인 월척을 들어 보이고 있는 염철규 씨.

가는길 ‘갈말읍 토성리 173-2’를 내비에 입력하면 구리포천간고속도로-포천 신북-철원 지경리-토성교를 거치게 되고 토성리 방향으로 가다 대전차 방호벽을 지나 300m 정도 직진하여 우측으로 보이는 제방길로 안내한다. 강 좌측에 보가 보이면 맞게 찾아간 것인데 주차한 뒤 제방 아래로 내려가면 된다. 이곳은 네이버나 다음으로는 제대로 검색이 안 되므로 항공사진을 보고 싶으면 구글지도를 이용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