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춘추 헤라원정대  

떡붕어 보고 함평·영광을 가다

옥실지에서 관고기 조황, 쇄도하는 입질에 원정대원들 “항복!”

서성모 기자 blog.naver.com/mofisher

헤라원정대 세 번째 조행은 놀라운 대박이었다. 떡붕어 산란 찬스에 맞춰 출조한 영광 옥실지에서 원정대는 원 없이 떡붕어를 낚았다.  

▲전남 영광 옥실지 상류에서 떡붕어를 낚아내고 있는 원정대원들. 오전 11시경 입질이 막 터지기 시작한 순간이다.

지난주에 영광 옥실지에서 쓸 만한 놈들로 오십여 수 했다”는 광주 낚시인 허복남씨의 제보를 받고 4월 2일 헤라원정대가 출발했다. 허복남씨는 10여 년 전부터 떡붕어낚시를 즐겨왔고 마루큐 필드스탭을 지냈다.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한편으론 ‘정말 그런가’ 반신반의했던 게 사실. 3월의 날씨는 바람에 폭설까지 내리면서 전국적으로 부진한 조황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루큐 필드스탭이자 전층낚시클럽 에프포 고문을 맡고 있는 강민찬씨에게 출조를 제안했더니 “지금 시기에 그곳까지 내려갈 동호회 회원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하고 걱정스런 말투로 답했다. 지난달 진도 앵무리수로에서의 고생을 알고있나 보다. 2일 새벽, 마루큐 필드스탭들로 구성된 3차 헤라원정대는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전남 함평으로 떠났다.
전남 영광군 염산면 옥실리에 있는 영광 옥실지는 옥슬지 또는 소무슬지라고도 부르는 9만9천평의 평지형지다. 영광군 염산면과 함평군 손불면 경계에 있다. 제방 너머로 섬이 보이는 바닷가에 있었다. 낚시터에서 허복남씨를 만났다. 그는 “옥실지에 떡붕어가 유입된 지는 오 년이 조금 넘었는데 삼 년 전부터 떡붕어가 잘 낚이기 시작했어요. 수도권에선 이곳으로 내려올 낚시인들이 없으니까 광주꾼들만 재미를 봤어요. 요즘은 광주에도 떡붕어낚시 인구가 많이 늘었어요”하고 말했다. 

  ▲“너무 무거우니 빨리 찍어요” 김재욱(좌), 강민찬씨가 살림망을 들어 보이며 힘겨워 하고 있다.

“맞바람 쳐도 오십 수는 거뜬할 거요”

아침부터 바람이 제법 불었다. 제방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상류로 그대로 들이치고 있었다. 허복남씨는 “상류에 붕어가 붙었으니까 여기 논둑 아래에 앉으세요”하더니 맞바람 때문에 캐스팅이 어려울 것을 걱정하는 것을 눈치를 채고 “그저께 비바람이 칠 때도 여기서 오십 수 가까이 재미를 봤어요. 조금 있으면 팔이 아프게 낚을 수 있을 겁니다”하고 안심시켜준다. 
상류의 수심은 1m 가량. 우리 일행은 15~17척을 폈다. 예상대로 캐스팅하기 쉽지 않았다. 바람은 점점 더 거세게 불었다. 앞치기를 해서는 수심을 재고 떡밥을 투여하기가 어려웠다. 도리깨질하듯 낚싯대를 휘둘러야 목줄이 펴지면서 원하는 포인트로 채비가 들어갔다. “휙! 휙!” 바람을 가르는 낚싯대 소리가 좌우에서 들렸다.
떡밥을 넣은 지 1시간 가량 지났을까? 김재욱씨가 첫 입질을 받았다. 수면에서 몇 번이나 자맥질하며 저항을 하던 놈은 25cm 떡붕어. “와! 힘이 놀라운데요. 평지지 떡붕어는 보통 힘을 쓰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곳 떡붕어는 좌우로 째는 힘이 마치 토종붕어 같아요.” 김재욱씨가 놀라워했다. 

 ▲“떡붕어가 붙은 옥실지 상류. 3년 전부터 떡붕어가 잘 낚였는데 광주 낚시인들만 재미를 봐왔던 곳이다.

남도 떡붕어는 힘도 좋구나!

나에게도 입질이 들어왔다. 출렁거리는 물살 때문에 가느다랗게 실눈을 뜨고 입질을 파악해야 했다. 다섯 눈금 나와 있던 찌톱이 파도 때문에 한 마디만 남은 것 같았는데 갑자기 사라졌다. 경쾌하고 명확한 입질이었다. 낚싯대를 세웠더니 좌우로 도망가기 시작한다. 연안 가까이 와서도 몇 번을 저항하던 놈은 27cm 떡붕어. 머리와 몸통의 비례가 잘 맞은 잘 생긴 떡붕어였다. 이 정도 씨알에서 이런 힘을 내다니! 남도 떡붕어, 특히 해안가의 짠물 떡붕어는 힘이 좋구나!
오전 11시를 넘어서자 마침내 입질이 터졌다. 한 마디로 파죽지세였다. 줄줄이 대가 휘어졌다. 허복남씨와 함께 온 광주 해강물산 대표 강한구씨는 35cm 떡붕어를 낚았다. 강한구 사장은 떡붕어낚시 마니아다. “옥실지는 보통 25~35cm 떡붕어가 낚이는데 몇 년 후엔 4짜급까지 나올 게 분명하다”면서 기뻐했다. 떡붕어는 배가 불룩해 산란에 임박한 모습이었다. 
파이팅 순간을 카메라에 담던 나는 찍다가 지쳐서 카메라를 아예 밀쳐두고 낚시에만 열중했다. 거푸 입질을 받던 김정엽씨는 나에게 “고맙습니다. 서 기자님”하고 소리쳤다. 무슨 얘기인가? 그가 웃으면서 말한다. “두 달 전에 고부천에서 대형 떡붕어 손맛을 실컷 봤는데 이번엔 옥실지에서 팔이 아프게 또 손맛을 보는군요. 좋은 곳으로 안내해줘서 고맙습니다!”
옆에 앉아있던 김재욱씨가 갑자기 “우욱”하는 신음소리를 냈다. 낚싯대 휨새로 봐서 지금까지 낚았던 놈들과는 차이가 있다. “이거, 이거, 4짜급은 될 것 같은데…”하고 버티던 김재욱씨가 이내 허탈한 표정을 짓는다. 붕어가 수초를 감아 버린 것. 몇 번 당겨보니 ‘툭’하고 0.4호 목줄이 터져버렸다.
계속되는 입질에 밥 먹을 시간도 없어서 자장면을 배달시켜 먹었다. 나는 허복남씨에게 물었다. “이 주변의 다른 저수지에도 이렇게 떡붕어가 많습니까?” 허씨는 “함평군이 떡붕어의 곡창이예요. 옥실지 외에도 목교지, 대동지, 동정지에 모두 떡붕어가 많습니다. 이제 곧 산란 적정수온만 맞으면 옥실지 같은 조황을 보여줄 겁니다”하고 설명해주었다.

좌)김재욱씨가 활처럼 휘어진 낚싯대를 들고 떡붕어와 맞서고 있다. 수초를 감아버려 터뜨리고 말았다. 우)논둑에 모여 앉은 원정대와 광주팀의 즐거운 점심식사.

“4월 말엔 대동지와 동정지로 오시오”

정오를 넘어서자 10여 명의 낚시인들이 옥실지를 찾아왔다. 좌안 중상류에 앉은 그들도 간간이 떡붕어를 낚아내고 있었다. 오후 3시에 낚시를 마무리했다. 더 낚을 수도 있었지만 모두 손맛을 충분히 본 만큼 미련은 없었다. 또 우리 뒤에서 자리를 물려받고 싶어 하는 낚시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원정대원 5명이 낚은 떡붕어는 200여 수. 허복남씨를 포함한 광주팀이 거둔 조과를 제외한 조과다. 김재욱씨와 김정엽씨가 살림망을 끙끙대며 들어 올렸다. 25~30cm급이 대부분이었고 35cm급 월척이 3마리다. 헤라원정대에 처음 참가한 이재영 필드스탭은 “오늘 낚시 상황은 정말 최악이었어요. 맞바람이 불어서 채비를 캐스팅하기 어렵고 바닥이 지저분해서 정확히 바닥에 떡밥을 안착시키기도 쉽지 않았는데 상류로 몰려든 떡붕어들은 그딴 것에 아랑곳 않고 떡밥을 흡입했어요”하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자리를 물려받은 낚시인들은 떡밥을 몇 번 던지지 않았는데도 벌써 입질을 받기 시작했다. 허복남씨는 “떡붕어가 곧 산란에 들어갈 테고 그 직전에 지금보다 더한 호황이 일어날 겁니다. 옥실지의 호황 찬스는 일주일 안에 끝날 수 있지만 그 다음에 산란 찬스를 맞는 낚시터들이 또 곳곳에 있으니까 한 번 더 내려오시죠”하면서 4월 말엔 동정지와 대동지를 눈여겨 볼 유망주라고 추천했다. 
올라오는 길은 모두 즐거웠다. 안동호씨는 “사실 호남으로 가자고 했을 때 그렇게 먼 거리까지 가야 하나 망설였어요. 하지만 이렇게 팔이 아플 정도로 잘 낚인다면 호남으로 내려올 만합니다. 수도권에선 오늘 같은 조황은 정말 만나기 힘들어요”하고 말했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영광I.C를 빠져나와 영광읍 방면으로 진입한다. 함평 방면 23번 국도를 타고 10분쯤 가면 영광읍내에서 염산·함평 갈래길에 이른다. 우회전해 808번 지방도로를 타고 10분쯤 가면 염산면소재지 내 삼거리. 좌회전해 손불 방면으로 5분쯤 가면 도로 우측에 옥실지가 보인다.

▲“먼 길을 달려온 보람이 있습니다” 월척 떡붕어를 들어 보이는 원정대원들. 좌로부터 안동호, 강민찬, 김재욱, 김정엽, 이재영씨.

옥실지의 떡밥 배합과 낚시요령

긴바늘 살짝 닿기로 양글루텐낚시를

  옥실지 상류 바닥은 삭은 수초가 쌓여 있어 조금 지저분한 편이다. 바닥층낚시를 하면 바늘에 달린 떡밥이 수초에 묻힐 염려가 있으므로 수심맞추기를 할 때 긴 바늘만 살짝 바닥에 닿도록 한다. 바닥수심을 잴 때 긴 바늘에만 지우개를 달아 수심을 재고 낚시를 하면 긴 바늘은 살짝 바닥에 닿고 윗바늘은 뜨는 형태의 채비상태를 유지한다. 낚시 초반에 윗바늘에 집어떡밥을 다는 세트낚시를 하다가 입질이 붙으면 양글루텐낚시로 전환한다.  
●집어떡밥  마루큐사의 당고노소꼬쯔리 하 100cc +페레도 100cc +바라케마하 200cc를 섞어 잘 혼합한 후 물 150cc를 넣는다.
●먹이떡밥  노즈리글루텐 소포장 한 봉지에 물 50cc를 넣고 3분 정도 방치 후 엄지손톱 크기로 달아 던진다. 입질이 붙으면 먹이떡밥만 양바늘에 단다.  

좌)노즈리글루텐.  우)양 바늘에 단 글루텐, 목줄 길이는 36, 30cm. 

4월 한 달간 호황 기대되는

함평의 떡붕어 산지들

 ■월천지  손불면 월천리. 12만평의 평지지. 대형 떡붕어가 잘 낚이는 곳. 우측 중하류에 포인트가 몰려 있다. 토종붕어 포인트에서 떡붕어도 잘 낚인다. 최상류가 초봄 포인트이고 3월 말엔 중하류로 포인트가 옮겨간다. 올해는 변덕스런 날씨 탓에 3월 말에도 아직 조황이 살아나지 않는 상황.  
 ■목교지  손불면 궁산리. 9만8천여 평의 평지지. 상류 도로변의 논둑 앞에서 떡붕어가 잘 낚인다. 떡붕어에 비해 토종붕어가 많이 낚이지만 한 번 붙으면 폭발 입질을 보이므로 눈여겨봐야 할 곳. 
 ■동정지  신광면 동정리. 6만8천여 평의 계곡지. 4월 말 피크 조황을 보이는 곳. 좌안 중류 골자리의 얕은 연안이 1급 포인트다. 4짜급도 선보일 정도로 씨알이 굵은 게 매력. 상류는 준설을 해서 조황이 떨어진다. 
 ■대동지  대동면 운교리. 36만평의 대형 계곡지. 상류의 팔각정 일대가 주 포인트. 20~40cm까지 고른 씨알의 떡붕어가 낚인다. 4월 중순 피크 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