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추자도

원투낚시로
개린여 참돔과 맞짱

박광호 시마노 필드스탭, 대물 던진낚시 매니저

지난 5월 23일, 지난 주말의 아쉬운 조행을 잊을 수 없어 2주 연속 동호회 회원들과 대물 참돔을 목표로 추자도 출조를 감행했다. 동호회를 운영하며 회원들의 출조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하는 나로서는 그때마다 너무 설레 참을 수가 없었다.
금요일 업무를 마치고 분당으로 향하니 원도권 출조 전문점 서울월드피싱 이종국 사장님과 이영희(다이와 필드스탭) 프로님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완도 도착 후 추자행 낚싯배에 올랐으나 출발 전부터 배 스크루에 밧줄이 엉키는 사고가 났다. 잠수부를 호출해 묶인 밧줄을 풀고 한 시간 뒤에나 출발할 수 있었다.
천신만고 끝에 추자도에 도착하니 동풍이 강하고 너울이 남아 있었다. 그래도 물색은 좋아 보이는 게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이영희 프로님의 가이드에 따라 우리 4명은 두 명씩 나누어 큰 개린여와 작은 개린여에 내렸다.

▲작은개린여 서쪽에 자리를 잡은 필자가 원투낚싯대를 거치한 뒤 참돔의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통한의 뜰채질 미스로 날아간 대물 참돔  
나는 신입회원 임상훈 씨와 큰개린여에 내렸는데 참돔 원투낚시가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지만 수심이 다소 얕았다. 바람 때문에 평소 같은 원투 비거리도 나오지 않아 수심 깊은 곳으로 투척하기도 힘들었다.
여밭인 데다가 수온이 좋아서인지 쏨벵이, 쥐노래미, 누루시볼락 등 록피시가 연신 올라왔다. 이래서는 가능성이 낮은데…. 참돔은 모래 바닥이라도 물골과 접한 곳에서 낚이기 때문이다. 참돔 원투낚시에 있어 수중여 지대는 원줄 손상 위험만 높은 장애물이다.
그래서 체력을 아껴 썰물낚시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그때 작은 개린여에 내린 김용석 씨가 대물 참돔을 들고 우리가 있는 큰개린여 방향으로 걸어왔다. 강한 맞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조류 방향이 좋은 남동쪽을 공략한 결과였다. 알고 보니 조류를 덜타는 큰개린여와 작은개린여 사이의 홈통에 꿰미를 안전하게 묶어두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멀리서 딱 봐도 김용석 씨의 개인 기록어였는데 김용석 씨는 “동시에 대물 참돔 두 마리의 입질이 들어왔는데 아쉽게도 한 마리는 요즘 바다 위에 많이 떠다니는 중국산 모자반에 걸려 놓쳤다”고 말했다. 이 시기에는 해조류가 많이 떠다닌다. 올해는 중국산 모자반까지 더해져 낚시가 더욱 피곤해졌다.

▲작은개린여 남쪽 포인트에서 굵은 돌돔을 올린 권순찬 씨.

▲김용석 씨는 작은개린여 79cm급 참돔을 낚아 개인 기록을 경신했다.

▲추자도에서 철수하는 낚싯배에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임상훈, 박광호, 김용석, 권순찬 씨다.

입질은 늘 딴 짓할 때 온다고 하던가
시간이 흘러 입질이 뜸할 만조 무렵이 돼 점심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입질은 늘 딴 짓 할 때 온다고 하던가. 강한 바람과 파도 소리 사이에서 찌이익~ 하는 드랙 소리가 들려왔다.
밥을 먹다 말고 달려가 파이팅에 돌입했다. 이날 준비한 장비 중 가장 강한 보텀킹 10호대에 입질이 온 터라 자신감이 생겼다. 원줄도 합사 6호를 감아놓아 수중여에 쓸리지 않도록 힘껏 릴을 감아 녀석을 수면에 띄웠다. 그러나 아뿔사! 3분 만에 물 위에 띄워 놓은 녀석은 어설픈 뜰채질 덕분에(?) 탈출에 성공하고 말았다.
신입회원인 임상훈 씨는 참돔 원투낚시도, 뜰채질도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경험이 적다보니 뜰채를 고기 아래로 대지 않고 목줄 쪽으로 밀어 버린 게 화근이 된 것. 허탈했지만 어쩌겠는가! 낚시인이라면 초보 시절 누구나 한번 쯤 겪는 해프닝인 만큼 김용석 씨에게는 값진 경험이 된 것에 만족하고 채비를 다시 정비했다.

채비 엉킴에 모자반까지 낚시를 방해
썰물 시간이 되어 포인트를 둘러보니 아직 바람과 너울이 거세다. 작은 개린여에 비해 큰 개린여의 썰물 방향은 지형이 낮았고, 바람이 죽기 전까지는 위험하다고 판단돼 휴식을 취하려고 했다. 하지만 잠이 오질 않는다.
건너편 작은 개린여로 마실을 나가 봤다. 갯바위를 넘어 작은 개린여 정상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는데 포인트가 환상적이다. 게다가 낚시하는 회원들에게 다가가니 권순찬 씨가 중치급 돌돔을 잡아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게 아닌가.
옮겨간 작은 개린여는 네 명이 동시에 원투낚시가 가능할 만큼 여건이 좋았다. 자리를 옮겨와 장비 세팅을 마치니 어느덧 늦은 오후가 됐고 끝썰물 무렵이었다. 따가운 햇볕을 피하기 위해 파라솔을 설치할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 이번에는 가장 약한 27호 프로서프 로드에 참돔 입질이 들어왔다. 하지만 받침대에서 낚싯대를 빼내어 드는 순간 곧바로 든 생각은 ‘이건 못 먹는다’였다. 조류 방향 때문이었는데 이곳에서 나 혼자 낚시하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4명이 총 10대가 넘는 낚싯대를 펼쳐놨기 때문이다. 결국 대물 참돔은 채비가 엉킨 틈을 타 원줄을 터트리고 도망가 버렸다.

다가올 여름 시즌에 재도전
저녁식사 후 초들물에 열심히 낚시해봤지만 나에게만 상사리급이 입질했고 다른 회원들에게는 붕장어와 록피시 같은 고기가 올라왔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보니 갯바위가 비가 내린 듯 젖어있었다. 엄청난 해무의 영향이었다.
나와 임상훈 씨가 먼저 일어나 커피를 마신 후 낚시를 시작했지만 대상어가 아닌 록피시도 입질이 없었다. 수온이 내려간 것이다. 해무가 조금 걷힌 후부터 록피시 입질이 시작됐지만 그때부터는 모자반이 문제였다. 그렇게 우리는 모자반에 참패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서울로 복귀해서는 돌돔과 참돔을 횟집에 맡겨 4명이 고루 나눴다. 비록 대물은 모두 놓치고 모자반 때문에 고생만 했지만 나름 손맛도 보고 ​돌돔과 참돔 회까지 얻었으니 아쉬울 게 없었다. 모자반이 사라지는 여름 시즌에 한 번 더 도전하기로 하고 뒤풀이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