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감성돔 조행기

삼척에서 뺨 맞고

울진에서 또?

울진 산포리의 ‘보통식당 가기 전 갯바위’.
감성돔 명당으로 꼽히는 곳이지만 취재당일에는 강풍으로 낚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도로에 주차하고 가드레일을 넘어 포인트로 진입하고 있다.

홍상준 씨가 사용한 5B 쯔리켄 구멍찌.

동해 감성돔 시즌은 10월부터 12월까지가 가장 좋지만 이른바 벚꽃 감성돔이라고 부르는 봄 감성돔 시즌도 그에 못지않게 좋다. 오히려 50cm가 넘는 대물 감성돔은 3~5월에 더 많이 출현하기 때문에 동해의 낚시인들은 이 시기를 집중적으로 노리는 경우가 많다.
기자는 지난 3월부터 강원도 삼척에서 감성돔을 취재하기 위해 동해권 갯바위낚시를 전문으로 하는 이시트시피싱클럽 홍상준 매니저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출조 날짜를 잡으면 날씨가 나빠서 취소하기를 여러 차례, 우연이라도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계획과 취소가 반복되었는데 동해권 날씨를 훑어보니 그럴 만도 하다 싶었다. 동해권 특히 강원도에 해당하는 동해 북부 지역은 하루걸러 하루 강풍이 분 탓에 출조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 더구나 봄에는 불지 말아야할 북서풍이 기승을 부렸다. 그래서 강원도 지역에서는 3월에 반짝 호황이 있은 이후 이렇다 할 조황이 없었던 것이다. 홍상준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직장을 쉬고 있음에도 예년에 비하면 출조 횟수가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조과는 10분의 1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좋지 않은데 지인 중에는 20회 연속으로 꽝을 친 분도 계십니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 정도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 있었지만 다른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나쁜 날씨 때문에 동해안 벵에돔 조과도 전혀 없었고 남해안 역시 나쁜 기상의 영향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였기에 ‘한 우물을 파자’라는 심정으로 동해안 취재에 매달린 것이다. 결국 최종 출조는 5월 4일로 결정되었고 4일 아침에 삼척 삼거리낚시에서 이시트시피싱클럽 회원들과 만나기로 했다.

봄 감성돔은 밤에 입질한다
4일은 기상이 좋았다. 바람도 잔잔하고 파도도 없었다. 되레 파도가 낮아서 감성돔이 연안으로 붙지는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우선 기자와 홍상준, 홍상범 씨는 삼척에 도착해서 밑밥을 준비했는데 거짓말처럼 생각지도 못한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함께 출조하기로 한 이스트시피싱클럽의 김요섭, 김종호 씨는 최종 목적지인 울진의 산포리로 새벽 3시부터 출조해 있었고 다행히 원하는 자리를 차지해 낚시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삼척은 포기하고 곧바로 울진으로 향했다. 삼척을 벗어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바람은 조용해졌다.
정오 무렵에 울진 산포리에 도착하니 새벽부터 낚시를 한 김요섭, 김종호 씨가 그래도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조과를 확인하니 꽝. 김요섭 씨는 “날씨가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아무것도 낚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벽에 감성돔의 입질이 전혀 없었다는 것은 아쉬웠지만 어차피 감성돔의 입질은 해가 진 이후를 기대하고 찾았기에 낮 조과는 별 의미가 없었다. 참고로 동해안의 감성돔은 파도가 칠 때 주로 입질하지만 봄에는 파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감성돔의 경계심이 덜한 밤에 주로 낚시를 한다. 이스트시피싱클럽 회원들도 그 사실을 잘 알기에 밤에 전력투구를 할 계산으로 출조를 한 것이다.

감성돔 지면 벵에돔
울진 산포리의 갯바위는 일명 ‘보통식당 가기 전 갯바위’로 불리는데 해안도로에서 곧바로 진입할 수 있는 평범한 곳이다. 수심은 3m 내외로 아주 얕고 수중여가 많은 지형으로 파도가 조금 높아야 감성돔이 입질을 하는데, 포인트 진입이 쉽고 발판이 좋아서 현지인들에게 아주 인기가 높다. 한창 시즌 때는 현지인들끼리 자리를 물려주며 낚시하기 때문에 느긋하게 출조해서는 진입하기 힘들다. 파도가 높아서 낚시를 하지 못한 다음날 갯바위가 비어 있는 틈을 노려 일찍 출조를 해야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갯바위가 그리 넓지 않아 2~3명이 낚시를 하면 좋다. 조금 비좁았지만 홍상수, 홍종범, 김요섭, 김정환 씨는 같은 갯바위에 자리를 잡고 낚시를 시작했다. 구멍찌는 5B~0.8호를 쓰고 목줄은 2.5m 내외로 다소 짧게 주어 거의 목줄 수심으로 수중여를 훑는다는 느낌으로 낚시를 했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을 것을 대비해 밑밥은 잘 뭉쳐지도록 비비고 수중여에 채비가 떨어져나갈 것을 대비해 미리 찌 회수기를 준비했다.
김밥으로 점심을 먹은 후 채비를 마치고 낚시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 순간 삼척에서 불던 돌풍이 울진에서 불기 시작했다. 믿어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강풍에 송홧가루(소나무의 꽃가루)가 날려 하늘이 온통 진녹색으로 덮였고 바다는 금세 파도가 일기 시작했다. 기자는 당시 거제로 출조한 지인과 연락을 하고 있었는데 통화 당시에는 바람이 전혀 불지 않는다고 했다가 약 3시간 후엔 거제에도 돌풍이 불기 시작했다고 하니 북쪽에서 시작한 돌풍은 약 6시간 만에 동해, 남해 전체에 분 것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해가 질 때까지 열심히 채비를 날리고 밑밥을 뿌렸지만 김요섭 씨가 쥐노래미 한 마리를 낚는 것이 끝, 밤이 되니 돌풍은 더 강해져 결국 철수를 해야 했다. 김요섭 씨와 김정환 씨는 다음 날에도 출조를 했지만 기대한 감성돔은 낚을 수 없었고 올해 봄 감성돔 시즌은 막을 내리지 않았나 조심스레 예측했다.
감성돔이 없다고 너무 아쉬워 할 것은 없다. 감성돔이 지면 곧바로 벵에돔이 피기 시작하는데, 강원도 삼척 일대부터 경북 울진의 후포권은 동해에서 유명한 벵에돔 포인트가 많아 남은 시즌 동안 손맛을 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올해 일기는 정말 예측불허라 5~6월에는 혹서로 고생을 하지는 않을지 미리부터 걱정이다.

취재협조 이스트시피싱클럽 cafe.naver.com/eastseajun, 삼척 삼거리낚시 033-572-66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