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코리아 브랜드가 뛴다
(주)천류
설화수 성공 신화
마탄자로 이어 나간다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한국국제낚시박람회 천류 부스 앞에 선 주식회사 천류 강봉열 대표. 설화수, 신천옹, 마탄자 등의 토종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1989년에 천류산업으로 문을 연 주식회사 천류(이하 천류)는 지난 2019년에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회사 창립 후 20년간은 해외에서 주문을 받아 낚싯대를 만드는 OEM 생산을 주력으로 했다. 낚싯대 수출산업은 90년대 중반까지 성장가도를 걷는 듯했다. 하지만 중국, 동남아 등에서 저임금과 저물가를 무기로 세계 시장에 뛰어들고 2000년대 이후, 일본과 미국 시장이 위축되면서 국내의 낚싯대 수출산업은 큰 위기를 맞았다. 천류 역시 부도 위기까지 몰렸지만 타개책으로 선택한 독자 브랜드를 세워 내수시장 공략한 것이 회사를 살렸고 현재의 천류를 만들었다. 그렇게 2006년 탄생한 것이 천류의 독자 브랜드이자 대표 브랜드가 ‘설화수’다.
천류는 다른 낚싯대 제조업체에 비하면 독자 브랜드 출시가 늦은 편이었지만 ‘설화수’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2000년대 중반은 대물낚시 붐이 한창 일던 시기. 낚시인들은 다대편성을 하고 긴 대를 활용하는 대물낚시 특성에 맞는 새로운 낚싯대를 원했다. 가볍고 강하며 앞치기가 잘 되고 또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갖춘 설화수는 이러한 대물낚시인들의 요구를 충족시켰다. 천류는 설화수 독자 브랜드를 내놓은 지 년 만에 민물낚싯대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 잡았다.
▲실크스크린 공법으로 매화 문양을 넣은 천류의 대표 민물대 ‘설화수 골드’.
2007년 출시 당시 ‘설화수 트렌드’라는 붐이 일어날 정도로 인기가 높았고 지금까지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내수시장 공략 10년 만에 매출 150억 달성
천류의 강봉열 대표는 경남 합천이 고향이다. 진주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로 낚싯대 생산업체인 은성사에서 일했다. 낚싯대 제조업을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생애 첫 직장이 조구용품 생산회사였기에 자연스럽게 가장 잘 아는, 자신이 잘 하는 것을 한다고 생각했고 창업에까지 이르게 됐다.
“당시는 낚시업계의 르네상스시대였습니다. 낚시 환경이나 낚시를 즐기는 인구도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활발하고 특별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낚시인들이 흔히 하는 말처럼 물 반 고기 반의 시절이었다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강 대표의 말이다.
천류는 1989년 회사 설립 이후 OEM 생산을 유지한 2006년까지 연매출은 1억5천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독자 브랜드인 설화수 출시 후 매출은 급성장했고 10년 후에는 150억원으로 뛰었다. 설화수의 성공에 대해 사람들은 천류만의 기술력을 들고 있다. 천류는 OEM 생산 시절 일본 유명 낚싯대 업체에 참치잡이용 선상 지깅 낚싯대를 만들어 납품했다. 품질검사가 엄격한 일본의 기준을 통과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데, 그런 과정을 거치며 천류만의 특화된 생산 제조 방식과 기술이 집약되어 독자 브랜드 성공의 토대가 되었다.
▲제품 검수를 하고 있는 강봉열 대표. 현장에서 직접 낚싯대 제작을 할 정도로 한결 같은 열정으로 일하고 있다.
▲천류의 생활낚시 브랜드 마탄자가 출시한 ‘티탄 레인보우’ 베이트캐스팅릴.
미려한 디자인과 뛰어난 내구성으로 출시부터 인기가 높았다.
설화수의 탄생 배경
가파른 성장을 거듭한 천류는 부산의 우수 기업으로 부각되어 2001년에는 PSB 우수중소기업상을 수상한다. 부산의 PSB방송국이 주최하고 한국청년회의소가 주관한 우수중소기업상은 젊은 경영인들을 대상으로 시상했다. 부산토박이 중소기업인 천류가 낚싯대 제조에 대한 고집을 가지고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고객에게 사랑받으며 앞으로의 밝은 장래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시련도 있었다. 2004년 원다에 제품을 납품해오던 천류에게 원다의 부도는 충격 그 이상이었다. 생산품의 90%를 원다에 납품했던 천류는 연쇄 부도의 위기에 몰렸다. 강 대표의 집이 경매에 들어갔고 직원들 월급이 수개월 밀렸다. 회사는 문을 닫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10여 년간 함께한 직원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단 한 사람의 이탈자 없이 일치단결하여 그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다.
“원다 이야기만 나오면 늘 가슴이 저릴 듯 아픕니다. 그 당시 여러 가지 여건상 피할 수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정말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애착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서로 도움이 될까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고심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원다 부도 후 관리직과 기술직에 근무하는 분들을 천류로 대거 영입했고 지금도 회사에 근무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강 대표는 살 길은 오로지 신상품을 개발해서 직접 시장에 뛰어드는 길 뿐이라고 생각했고, 직원들과 함께 제품 개발에 매진했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제품이 설화수다.
‘설화수’의 한자는 ‘雪花水’로 다시 일어서고자 했던 천류 직원들의 의지가 담겨 있다. 강 대표와 직원들은 아무리 힘들더라도 난관을 극복해 결실을 맺자는 의미에서 매화를 떠올렸고 눈 속에 피는 꽃과 물을 매치시켜 이름을 지었다.
설화수 골드로 연이은 흥행
당시 설화수 골드의 디자인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세계 최초로 낚싯대 낱낱의 절번에 매화 문양을 실크스크린으로 인쇄해서 넣었다. 낚시인들로서는 그때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제품이었고, 그런 디자인은 이후 출시된 ‘설화수 프리미엄’에까지 이어져 연이은 흥행 성공을 만들어냈다. 설화수가 출시된 직후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업체별 동급 제품으로 공개테스트를 했는데, 국내 유명 조구업체의 제품을 제치고 설화수가 최고의 제품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매사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인터넷에서 천류 제품이 중국산이라는 루머가 떠돌기도 했다. 강 대표는 “지금껏 천류 제품중에는 단 하나도 중국이나 외국에서 들여와 판매한 것이 없었습니다. 소재 또한 외국에서 만들어 들여온 것은 없었습니다. 중국 공장 여러 곳에서 생산해 납품해 주겠다는 제의가 수없이 들어 왔으나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순수 국내 제작을 지켜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천류는 현재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서기 위해 설비 자동화와 공정 개선으로 생산성 향상은 물론 원가 절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강 대표는 “개발, 변화, 혁신을 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것이 천류의 기본적인 운영 방침입니다”하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든다”
초기 설화수 낚싯대 매출이 늘어나면서 회사 경영도 회복세로 돌아섰다. 이어서 설화수 시리즈의 고급형 ‘설화수 골드’가 출시되었다. 대물낚싯대 중 고가품에 속하지만 대물낚시 유행을 타고 500만원대의 낚싯대 세트를 구입하는 낚시인들이 늘어났다. 설화수 골드를 출시한 2007년엔 매출액이 37억원으로 뛰어올랐는데, 2006년에 비해 300% 성장한 규모다. 그렇게 2007년에는 서울국제낚시박람회에 천류가 설화수를 메인으로 첫 출품하게 되며 주식회사 천류로 법인 전환을 하게 된다.
강 대표는 “여러 가지 위기 상황을 밤낮 가리지 않고 노력하며 하나씩 극복해 나갔던 기억이 어제처럼 마치 새로웠습니다. 이후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 낚시박람회에서 버젓하게 국내 조구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제품을 출품했을 때의 감회와 감동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반응 또한 대단했습니다. 천류가 도대체 어디냐, 언제 나온 것이야 등등 프로스탭 운영부터 새로운 민물 바다 등 많은 제품들에 박람회 참관자들과 소비자들에게 놀라움을 전했습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2007년 박람회에서 인기를 끈 것은 설화수만이 아니었다. 바다낚싯대 ‘신천옹’ 시리즈는 뛰어난 가성비로 낚시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설화수와 같은 화려한 디자인은 바다낚시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전장 14m의 돌돔 낚싯대인 ‘강검’은 그 길이와 굵기, 무게 등에 있어 초유의 낚싯대였는데 참관인들이 모두 놀라움을 표했다.
천류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엔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정확히 짚어냈던 천류만의 마케팅 전략이 있었다. 바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설화수, 신천옹과 같은 제품은 품질이 좋으면서도 저렴한 대물대를 원했던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개발한 제품이었다.
▲한국국제낚시박람회에 출품 후 뜨거운 반응을 얻은 돌돔 민장대 ‘장검’.
길이 14m의 엄청난 스펙으로 많은 관람객을 놀라게 했다.
▲천류의 바다 릴낚싯대 ‘신천옹’. 다양한 스펙과 뛰어난 가성비로 지금까지
인기를 얻고 있는 제품이다.
▲경쾌한 스풀 드랙 클릭 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한 마탄자의 ‘PJ2’.
14만5천원의 가격에 8kg 드랙, 초고력 황동 기어, 단조 알루미늄 스풀을 장착한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이다.
생활낚시 브랜드 마탄자 론칭
천류는 설화수와 신천옹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았다. 2008년에는 대물 전용대로 ‘한반도’를 주력 상품으로 개발해 출시했다. 중국에도 수출하는 제품이라 한국의 제품임을 알리기 위해 낚싯대 이름을 ‘한반도’라고 붙였다.
2014년에는 생활낚시 브랜드 ‘마탄자’를 론칭했다. 마탄자(MATTANZA)는 약 3000년 전 지중해 부근에서 행해졌던 전통 참치잡이를 일컫는 단어다. 육지에 연결된 긴 함정그물로 떼를 지어 다니는 참치를 유인해 가둬 잡는 전통 어로법인데, 마탄자는 단순한 어로행위가 아닌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행하는 축제라 할 수 있다. 강 대표가 우연히 TV를 보다가 마탄자 축제를 감명 깊게 보았고 생활낚시 브랜드와 연관하여 새롭게 출시하는 브랜드의 이름을 마탄자로 정한 것이다.
마탄자는 루어낚시 동호인부터 프로 앵글러에 이르기까지 루어낚시 마니아들의 기호에 발맞춰 그들이 함께 느끼고, 호흡하고 영위할 수 있는 남다른 생활 루어낚시용품을 개발, 생산하고 있다. 대한민국 스포츠피싱의 활성화와 발전,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에 일조하겠다는 일념으로 출시한 브랜드로 천류에 있어서는 새로운 도전이자 변화다.
현재 마탄자는 엑스벤드와 프리가이, 케레스 등 대분류 브랜드들이 있고, 그 하위로 각각 어종별로 나누어진다. 유저가 원하는 다양한 어종과 장르별 제품 생산되어 판매하고 있다. 특히 릴 계통에 있어서는 중, 저가부터 고가 브랜드의 다양한 릴을 국내와 중국 OEM으로 개발 생산하여 국내 시장에 보급하고 있다.
▲2008년에 대물 전용대로 출시한 ‘한반도’.
중국에도 수출하는 제품이라 한국의 제품임을 알리기 위해 낚싯대 이름을 한반도라고 붙였다.
생산 공정 자동화로 제2의 도약 모색
최근에는 마탄자 브랜드로 기능성 신발과 구명조끼도 출시했다. 특히 마탄자의 기능성 신발은 여러 가지 국내 특허를 취득한 제품으로 낚시뿐 아니라 등산 그리고 일상생활에서도 편하게 착용할 수 있다. 천류와 오랜 협력 관계에 있는 국내 신발 전문 제작업체와 OEM 방식으로 만든 제품으로, 발목까지 오는 짧은 장화로 신을 수 있고 일반 단화로도 착용할 수 있다. 방수 기능은 기본이고 여러 가지 특수한 기능이 탑재되어 민물이나 바다낚시 어디든지 착용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판매는 그리 원활하지 않지만 천류에 소속된 민물, 바다 프로스탭들과 여러 분야의 낚시인들에게 테스트 착용을 해서 호평을 얻고 있다. 더불어 카본으로 만들 수 있는 제품도 다양하게 생산하고 있는데, 등산용, 노인용 스틱을 제작해 납품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도 정밀한 규격에 맞게 제작하고 있다.
강봉렬 대표는 천류는 쉬지 않는다는 뜻의 ‘천류불식(川流不息)’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국내 낚싯대 생산업체 중 매출 3위 안에 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 목표를 위해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중 1순위가 스마트팩토리 사업이다. 흔히 4차 산업이라고 매스컴에서 이야기하지만 낚싯대 생산 시설은 아직도 2차 산업 수준인 노동집약산업의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천류는 최근 수년간 생산자동화시설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으며 더 낮은 비용으로 더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장에는 많은 비용 투자로 어려움이 있겠으나 앞으로는 실패를 거울삼아 공정 자동화를 실현할 계획입니다. 2~3년 후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 생각되며 한 차원 더 높은 품질의 낚싯대를 선보일 것을 약속드립니다.”
▲마탄자 X-BEND 시리즈로 출시한 팽창식 구명조끼.
▲마탄자의 기능성 낚시화. 발목까지 오는 짧은 장화로 신을 수 있으며 방수는 기본,
특수한 기능이 탑재되어 민물, 바다에서 모두 착용할 수 있다.
▲부산 강서구 녹산공단에 자리하고 있는 천류 본사 사옥. 이곳에서 많은 낚싯대를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