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 코리아 브랜드가 뛴다

(주)N·S
한국 최고를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

이영규 기자

지난 2018년에 창립 30주년을 맞은 주식회사 엔에스(이하 엔에스)는 한국 루어낚시 브랜드의 산 역사다. 88올림픽이 열린 1988년 가을, 인천 간석동의 3층 건물에 문을 연 엔에스는 2020년 현재 세계 30개국에 루어 낚싯대를 수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30명으로 출발한 직원은 현재 한국 직원만 80명, 중국공장 직원은 300명에 이르며 2019년 현재 내수 150만불, 수출 500만불을 기록 중이다.  
엔에스가 한국을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젊은 시절 유명 낚싯대 업체에 몸담았던 김정구 대표의 경력을 빼놓을 수 없다. 80년대 반도스포츠 재직 당시, 반도다이와 브랜드의 릴 생산 총괄을 위해 한국에 거주하던 다이와의 오노 상무와 8년간 일한 경력이 그에게는 최고의 자산이 됐다. 김정구 대표가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도 당시 오노 상무와의 인연 때문이며 그때 일찌감치 선진 낚싯대 제조 기술을 습득했다. 
이후 동미레포츠로 이직해 3년간 일하다가 1988년에 독립해 엔에스를 창립했다. 당시 동미레포츠는 시마노사 낚싯대를 OEM 방식으로 수출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일본 양대 조구업체의 선진 기술을 두루 습득한 그가 고품질 루어대를 제조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일 것이다.   

▲엔에스 김정구 대표가 신제품 릴찌낚싯대인 알바트로스 VIP를 보여주고 있다. 엔에스의 기술력이 응축된 알바트로스 VIP는 다양한 사양으로 설계돼 출시와 동시에 인기몰이 중이다.

▲엔에스의 2010년대 낚시춘추 지면 광고. 매월 12면에 이르는 광고를 게재할 정도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현재 엔에스에서 출시 중인 루어낚싯대는 성능과 인지도에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제품이 수두룩하다. 퓨리어스는 참돔 타이라바, 매직아이는 라이트지깅, 메두사는 고급 배스 루어대로 통한다. 즉 ‘상품명=브랜드’로 인식되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가 엔에스 낚싯대들의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세계 시장을 내다보고 루어 낚싯대 제조업체로 출발  
엔에스는 루어낚싯대 브랜드 이전에 토종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아마도 그것은 루어 낚싯대만 전문으로 제조하는 업체였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많은 업체가 루어낚싯대를 생산하지만 엔에스가 문을 연 1988년 무렵의 루어낚싯대 시장은 말 그대로 오지(奧地)에 가까웠다. 김정구 대표는 당시의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충주댐 붕어낚시가 한창 전성기를 달릴 때였죠. 길고 가벼운 카본 붕어낚싯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정도로 국내 붕어낚시 시장은 호황기였습니다. 그럴 때 내가 루어 낚싯대를 생산한다고 하니 모두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라봤습니다. 눈빛이 흡사 시장 분위기도 파악 못하는 초보 경영자로 낙인찍는 느낌이었습니다.”
김정구 대표는 이미 그때부터 좁은 안방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 초점을 두고 경영 전략을 짰다. 
“우리는 처음부터 루어 낚싯대만 생산해 10년간 외국에 수출했습니다. 국내 붕어낚시 시장은 호황이었지만 이미 안방은 국내 유수 업체가 선점 중이라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경쟁이 불가피했습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루어낚싯대에 올인한 좀 더 실질적인 이유는 더 넓은 세계 시장을 내다봤기 때문이죠. 붕어낚시는 한, 중, 일 세 나라만 즐깁니다. 그나마 토종붕어낚시는 한국에서만 인기가 높습니다. 반면 루어낚시는 전 세계인이 즐깁니다. 그만큼 글로벌 장르여서 국내 시장과는 비교가 되질 않았죠. 기술이 쌓이면 언젠가 국내 시장에 진출할 목표로 고품질 루어대 생산에 주력했습니다. ”
OEM 방식의 수출사업은 순조로웠다. 품질을 인정받아 일본 료비와 에이테크사에 수출한 물량만으로 1997년 제23회 무역의 날에 500만불 수출탑과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회사를 설립한 지 불과 만 9년 만의 일이다.
그러나 순풍에 돛단 듯 잘 나가던 엔에스는 1998년에 OEM 수출 전문회사에서 내수를 겸하는 업체로 방향을 틀었다. OEM의 한계를 내다봤기 때문이다.  
“일본을 비롯한 외국업체는 약속을 잘 지키고 결제도 정확합니다. 그러나 OEM 생산이라는 게 늘 시한부 같은 느낌입니다. 언제 주문이 끝날지도 모르고… 보내온 설계대로 만들기만 하다 보니 제품 개발은 상상도 못했지요. 여기에 일본 경기 불황의 장기화가 시작되고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이 OEM 생산의 강자로 떠올랐어요. 이대로 안주하다가는 도태되겠다는 판단에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내수 시장을 개척하게 됐습니다.”
현재 당시 엔에스와 계약했던 일본의 낚싯대 업체들은 모조리 중국 업체로 주문을 돌린 상황이다. 20여년 전 김정구 대표의 선견지명이 없었다면 엔에스의 현재는 과연 어떠했을까?

▲엔에스에서 새롭게 출시한 갯바위 릴찌낚싯대 알바트로스 VIP. 성능은 물론 디자인까지 아름다워 바다낚시인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엔에스사의 해외 수출국을 소개하는 안내도.

각종 낚시대회 최초 개최로 낚시경기 활성화에 기여
엔에스는 내수를 시작하자마자 놀라운 성장을 거듭했다. 첫 고성능 제품으로 볼 수 있는 배스 낚싯대 카이만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이후 출시된 메두사, 타란튤라 등은 외국 브랜드 제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90년대 말부터 불기 시작한 배스낚시 열풍에 다른 낚싯대 업체에서도 배스낚싯대를 생산했지만 엔에스 브랜드를 따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배경에는 공격적 홍보 전략도 한 몫 했다. 엔에스는 ‘루어낚시 전문 브랜드’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총력을 펼쳤다.
대표적인 광고 전략이 지금도 광고계에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남아있는 낚시춘추 지면 광고다. 2000년대 중반 엔에스는 낚시춘추에 매월 12페이지에 달하는 제품 광고를 실었다. 책장을 넘기고 넘겨도 엔에스의 루어 낚싯대가 눈에 들어오니 어찌 뇌리에 남지 않겠는가.
엔에스가 내수를 갓 시작한 때의 연 매출은 1억7천만원, 광고비로만 1억2천만원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그 전략은 최고의 효과를 낳았다.
“최고 역사와 전통의 낚시춘추 광고는 파급 효과가 대단했지요. 자연스럽게 브랜드 가치는 상승하고 루어대 하면 엔에스라는 이미지가 각인됐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당시의 광고 전략이야말로 최고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엔에스는 각종 낚시대회에도 협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1998년에 열린 KBF 배스낚시 토너먼트 대회 때 상금으로 현금 100만원(지금 물가로는 500만원 수준)을 지원했다. 당시 배스 프로들은 열정이 대단해서 ‘토너먼트로 먹고 살겠다’는 각오로 뛰는 선수들이 대다수였다. 여기에 엔에스가 용품이 아닌 현금으로 상금을 내걸자 프로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다. 자사 필드스탭이 우승하면 100만원을 보너스로 추가로 지급하는 파격적인 조건도 달았는데, 첫 대회에서 엔에스 프로스탭이었던 최석민(현재 조구업체 에스엠텍을 운영 중이다) 프로가 덜컥 우승을 해버렸다.
당시 국내 배스 프로들은 일본과 미국의 최고급 루어대로 무장하고 토너먼트를 뛰던 시기. 최석민 프로가 국산 엔에스 로드로 우승을 차지하자 엔에스의 브랜드 가치는 수직 상승했다.
낚시대회 개최는 최고의 홍보이자 낚시장르 활성화의 촉진제라는 것을 일찌감치 파악한 김정구 대표는 메이커 주최로는 최초로 참돔 타이라바대회, 쏘가리 루어낚시대회, 겨울 송어루어낚시 대회 등을 개최해 붐을 일으켰다.
김정구 대표는 “제가 국내 최초로 쏘가리 루어낚시대회를 개최한다고 하니 처음에는 웃더군요. 쏘가리낚시는 삼삼오오 소수가 모여 전투적으로 즐기는 낚시인데 무슨 낚시대회냐는 겁니다. 참돔 타이라바대회 역시 종주국인 일본 조구업체 관계자조차 물음표를 남겼습니다. 선상낚시는 그냥 재밌게 즐기면 되는 장르이므로 낚시대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지요. 결국 제 판단이 옳았다는 게 입증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개발실을 들른 김정구 대표가 개발 중인 타이라바 로드를 들어보며 송두선(왼쪽) 상무이사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신제품이 나오지 않는 회사는 죽은 물고기와 같다
엔에스는 각 어종에 맞는 전용 낚싯대 개발에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기에도 김정구 대표의 현장 감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김정구 대표의 말이다.
“저는 엔에스가 협찬한 낚시대회에 꼭 참석합니다. 현장에서 직접 낚시도 해보고 참가자들과 대화도 나누면서 최근의 분위기를 몸소 느끼는 것이죠. 10년 전 낚시방송 협찬 당시 촬영팀을 따라 추자도와 마라도 등지를 다니며 어종별 전용대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그 결과 농어 루어대, 부시리 루어대, 참돔 타이라바 루어대, 에깅대 등은 국내에서는 엔에스가 최초로 전용대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원래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R&D 출신이다 보니 좋은 기획이 눈에 보이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것이죠. 다만 매일 필드에 나갈 수 없기에 유능한 낚시인들을 프로스탭으로 영입해 제품 개발에 적극 참여시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낚시인들로부터 인정받는 제품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현재 엔에스는 세계 30개국에 낚싯대를 수출하고 이제까지 생산한 낚시 아이템만 3만 가지가 넘는다. 자체 브랜드로, 그것도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 그대로 세계 30개국에 수출하는 업체도 엔에스가 유일하다.
아울러 김정구 대표는 세계 낚시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매월 2회 이상 외국 출장에 나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30년 간 1300번 이상의 해외 출장을 나갔고 쌓인 비행기 마일리지는 미국과 유럽을 10번 이상 왕복할 수 있다고 한다.
김정구 대표가 해외 출장을 멈추지 않는 이유중 또 하나는 지속적인 신제품 출시를 위해서다. 김정구 대표는 회사 직원들과의 전략 회의 때 빼놓지 않고 당부하는 얘기가 있는데 ‘신제품이 계속 나오지 않는 회사는 죽은 물고기와 같다’는 비유다.

알바트로스 VIP 갯바위 릴찌낚싯대 호평  
엔에스는 루어낚싯대로 성공한 회사지만 루어낚시에만 안주할 계획은 없어 보인다. 현재 엔에스가 주력하는 장르 중 하나는 바다낚시다. 이미 갈치대와 돌돔대가 호평을 받고 있으며 그 중 최근 출시한 최상급 릴찌낚싯대 알바트로스 VIP가 호평을 받고 있다.
알바트로스 VIP는 소비자가 57만~60만원대로서 엔에스 릴찌낚싯대 중에서는 최고가다. 기본 사양인 0.8, 1, 1.5, 1.75, 2호 530 외에 1-500, 1.5-500 같은 5m 길이의 사양도 추가했는데 5m 길이의 짧은 사양 모델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지난겨울부터 찌낚시 고수인 제주의 이영언, 울산의 조명철, 고양시의 민병진 씨 등이 사용하여 검증된 품질이 입소문을 타며 생산과 동시에 품절이 잇따르고 있다.
조만간 엔에스는 국내 최고가 최고 성능의 100만원대 릴찌낚싯대를 개발, 출시할 예정이다. 김정구 대표가 최상급 모델에 서둘러 투자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어떤 품목이든지 그 회사의 플래그십이 성공해야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집니다. 벤츠가 유명한 것은 최상위 플래그십인 S클래스가 사회의 상위층으로부터 명품으로 인정받기 때문이죠. 소형차로 유명한 회사는 그냥 소형차 브랜드일 뿐입니다. 낚싯대도 마찬가집니다. 누구나 갖고 싶어 하게 만드는 열망을 담은 명품이 존재해야 그 회사의 이미지가 높아지고 중저가 제품도 덩달아 잘 팔리게 됩니다.”
끝없는 바다를 향한 엔에스의 항해가 또 다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