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

주의보 직전에 터졌다

제주 지귀도 51.5cm 벵에돔

이경영 제주 피싱파라다이스 회원

제주도에 정착한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서귀포 혁신도시에서 헤어숍을 운영하고 있는 나는 예약이 뜸할 때 낚시를 다니며 피싱파라다이스라는 낚시카페에도 가입했고 제주도에서 전유동낚시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잘 잡으면 선수겠지만 범섬에 열 번 가면 열 번 꽝을 치고 철수만 하는 날이 계속되었다. 지금은 영등철이라 긴꼬리벵에돔은 잡기 힘들 것 같아서 지귀도를 목표로 정하고 일반 벵에돔을 노리고 출조를 하고 있었다.
지난 3월 23일, 서귀포낚시점를 전화를 걸어 지귀도의 덤장 포인트에 내리기로 예약을 했다. 비 소식이 있어 낚시인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어떤 채비를 할까 낚시를 가기 전부터 고민했다. 새벽 5시에 눈을 떠보니 궂은비가 내리기 시작. 오후에는 주의보가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오전낚시만 할 생각으로 지인들과 출조를 서둘렀다. 위미항에서 낚싯배를 타고 출항해, 나를 포함하여 4명이 바람과 너울을 피해서 지귀도 덤장에 하선을 했다.

1.75호 목줄로 버티느라 심장이 쫄깃
밑밥을 투척하니 잡어가 있고 부시리도 눈에 보였다. 채비는 제로찌에 나루호도 매듭을 하고, 원줄 2호, 목줄 2호를 사용했다. 밑밥투척 후 첫 캐스팅. 멸치가 뛰기 시작했고 부시리가 붙은 듯했다. 다음 캐스팅엔 찌가 사라지는 입질이 왔고 부시리가 물어 원줄이 터지고 말았다. 이번에는 목줄을 1.75호로 교체하고 다시 캐스팅을 했다. 찌가 살짝 잠기는 입질이 왔다. 분명 벵에돔의 입질이라 직감하고 챔질을 했지만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여러 번 헛챔질이 이어졌고 파이팅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계속되는 헛챔질에 힘이 빠질 무렵, 또 다시 찌가 잠기는 게 보였고 뒷줄을 잡아 견제에 들어갔다. 그 순간 찌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재빨리 챔질하자 1.25호대가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버티기 시작하면서 랜딩을 시작. 기존에 잡던 벵에돔과는 느낌이 달랐고, 여밭이 많은 얕은 곳에서 1.75호 목줄로 대형 벵에돔을 제압하려니 말 그대로 심장이 쫄깃해질 지경이었다. 최대한 버티기 작전으로 들어갔고 천천히 벵에돔에게 공기를 먹인 후 랜딩에 성공할 수 있었다.
벵에돔을 본 순간 다른 낚시인들은 5짜라고 했다. 난 5짜보다는 마릿수 욕심이 생겨 다시 채비를 한 후 낚시를 시작했다. 그 후 네 번 정도 입질을 받았지만 작은 벵에돔뿐 큰 벵에돔은 결국 오지 않았다. 철수할 때 배에서 계측을 하니 51.5cm가 나왔다. 내 낚시 인생 1년 반 만에 최고의 고기여서 마냥 기뻤다. 

3월 23일 지귀도 덤장에서 51.5cm 벵에돔을 낚은 필자.

계측자에 올려진 벵에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