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연재 조홍식의 물고기力

물고기에 대한 얕고 넓은 지식

고등어의 등은 왜 푸를까?

조홍식
이학박사. 「루어낚시 첫걸음」, 「루어낚시 100문 1000답」 저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낚시책을 썼다. 중학교 시절 서울릴 출조를 따라나서며 루어낚시에 깊이 빠져들었다. 9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 지깅 보급과 바다루어낚시 개척에 앞장섰다. 지금은 미지의 물고기를 찾아 세계 각국을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번 호부터 ‘조홍식의 물고기力’을 연재한다. 낚시와 함께 물고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는 요즘, 물고기를 얼마나 알고 또 어떻게 잡으며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능력자로 통하고 있다. 이 글의 콘셉트는 물고기에 관한 얕고 넓은 지식으로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고기 상식부터 낚시 상식, 자연 상식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다루려 한다. 물고기를 아는 것이 힘이다!<편집자 주>

‘고등어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이라고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 퍼뜩 떠오른 것은 고갈비, 산울림, 제주도였다.
고갈비는 학창시절의 술안주, 산울림은 명곡인 어머니와 고등어, 제주도는 선친과 함께 카드채비로 줄줄이 낚아 올린 한 뼘짜리 고등어가 뇌리에 박혀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때 한 시간쯤이나 낚시를 했을까? 국민(초등)학생이던 나는 탈탈거리는 고등어의 손맛과 울렁거리는 멀미의 시큼한 입맛을 지독하게도 느꼈었다.
똑같은 질문을 대학생인 아들 녀석에서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그냥 생선…, 고등어조림이려나?”라는 정도뿐이었다.
학창시절, 생선구이하면 고갈비라서 친구들과의 술 한 잔에는 등장 빈도가 꽤 높은 안주거리였고 어머니께서 준비해 주시는 부담 없는 밥반찬의 한 가지였다. 고등어낚시는 일반화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게 낚시인이 아닌 이상 경험해 본 사람보다는 안 해본 사람이 많을 테니 극히 개인적인 일이었다. 요즘 가끔 방송에서 들리는 ‘나 때에는…’ 중년 꼰대의 학창시절 이야기는 달나라에서나 할 이야기이니 이 자리에서는 그만두도록 하자.

고등어를 못 먹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에게 고등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등 푸른 생선이다. 등 푸른 생선은 고등어말고도 꽁치, 삼치, 전갱이, 다랑어 등등 다양하게 있는데 대부분이 수면 가까이, 그러니까 햇빛이 통과되는 밝은 환경에서 떼를 지어 쉬지 않고 헤엄쳐 다니는 회유어라고 봐도 그리 틀리지 않다. 등의 색깔이 푸르다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광택 있는 군청색, 어두운 남색에 가깝다. 이러 색을 하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수면 위 멀리 상공에서 갈매기가 내려다 봤을 때 검푸른 바다의 색과 잘 구분이 안 되는 색깔이라는 점, 회유층보다 더 아래 깊은 수심에서 상어가 올려다봤을 때 허연 뱃살이 하늘과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으로 보아 일종의 보호색이라고 생각한다. 등 푸른 생선은 근육, 그러니까 살이 분홍색이거나 붉은색을 하고 있다. 광어나 도미처럼 별로 돌아다니지 않는 생선은 살이 투명하고 하얗게 보이므로 흰 살 생선이라 부르는데 이들보다 확실히 기름기가 많고 맛이 진하며 비린내도 더 심하다. 식품으로서 영양적 측면에서는 등 푸른 생선이 훨씬 좋다고 말한다.
고등어는 회로 먹기 어려운 생선이다. 살아있는 고등어는 제주도까지 가지 않으면 보기 힘든데 그 이유는 활어 상태로 수송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낚아보면 안다. 온 전신을 떨며 탈탈거리다가 곧바로 숨을 거두는 데, 다른 일반 물고기가 펄떡거리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런 모습은 등 푸른 생선이라 불리는 다른 어종에서도 볼 수 있다. 다랑어나 삼치도 낚아서 선상으로 올리면 ‘펄떡펄떡’이 아니라 ‘타타타탁…’하며 몸을 떨다가 바로 운명하고 만다.
얘네들이 성질이 급해서 그렇다고 말한다. 급하기는 급할 만도 하다. 등 푸른 생선인 고등어는 체내에 다량의 산소를 요구하기 때문에 생존에 호흡이 매우 중요한데 아가미를 통과하는 물의 양이 많아야 제대로 숨을 쉴 수 있다. 즉, 물속에서 아주 빠른 속도로 헤엄을 쳐야만 산소 보급이 되는데, 그러지 못하니 더 빨리 달리면 되는 줄 알고 더 세게 탈탈거리다가 질식사하고 마는 것이다.
이렇게 유명을 달리한 고등어는 몸속에서 이상한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고등어 살에 풍부하다는 단백질 구성 성분 중 하나인 히스티딘(histidine)이란 아미노산이 고등어가 죽어버리면 히스타민(histamine)이란 성분으로 변해간다. 과학적으로 말하면, ‘고등어를 16℃ 이상의 상온에서 보관하면 체내에 살고 있는 세균에 의해 생산된 효소가 히스티딘을 히스타민으로 전환시킨다, 그래서 어쩌고저쩌고…’라고 한다. 히스타민은 유독물질로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하는 성분이다. 심하면 두드러기로 끝나지 않고 구역, 두통, 어지러움, 심계항진, 심한 경우는 호흡곤란도 겪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고등어 알레르기를 의사들은 ‘고등어 중독(scombroid poisoning)’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일반 알레르기와 같이 항원, 항체 면역반응이 아니고 세균에 의한 식중독도 아니다. 그러므로 알레르기가 아니고 전혀 다르게 고등어 몸속에 생긴 히스타민의 과도한 섭취로 인한 히스타민 중독증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한물 간 고등어, 생선의 선도로 따지자면 물이 가는 것이고 쉽게 말하면 상하기 시작했다는 말인데, 이걸 먹으면 중독된다는 말로 이쯤 되면 고등어 살에 독이 들어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 히스타민은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는다. 이래서 고등어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고 심지어 고등어를 못 먹는 사람도 나온다. 고등어를 먹으면 두드러기가 나는 체질이 있는데 그게 사람마다 정도가 다르다. 웬만큼 물이 간 고등어를 먹어도 멀쩡한 이가 있는가 하면 고등어조림만 먹으면 바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난 고등어 알레르기가 없으니 다행이지만, 그래도 과거 어른들로부터 항상 고등어는 상하기 쉬우니 항상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고 들어왔다.

지구 반대편의 고등어, 대서양고등어
세월이 한참 지나고 내가 중년이 되었을 때였다. 갑자기 신중하게 고르지 않아도 되는 고등어가 등장했다. 산지에서 바로 손질하여 냉동시켰다는 고등어였다. 자세히 보니 고등어는 고등어인데 묘하게 등에 난 무늬가 달라보였다. 처음 봤을 때, 한눈에 국산이 아니고 외국산임을 알아봤다. 서울 시내의 마트, 수산시장에서만이 아니었다. 동해안의 어항에 인접한 수산시장에서도 이 등줄무늬가 뚜렷한 이국적인 고등어가 유통되고 있었다. 정체는 노르웨이에서 온 ‘대서양고등어’였다.
처음에는 ‘저거, 이젠 고등어까지 수입을 하나’ 싶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오히려 국산 고등어보다 신선도가 좋다는 말이 돌더니 맛도 대서양고등어가 더 좋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구이에는 대서양고등어, 조림에는 국산고등어가 맛이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아니다. 그 반대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잠시 해보니 국산 고등어는 잡히는 철에 따라 체내 지방 함량이 달라져서 맛의 차이가 생기지만, 노르웨이가 잡은 대서양고등어는 항상 차가운 바다에서 잡아 맛이 일정하다는 누군가의 해설이 있었다. 믿거나말거나, 한 끼 식사로 고등어구이나 조림을 사먹으면서 맛을 따지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대서양고등어는 국산 고등어와 다르기는 하지만 똑같이 고등어다. 인간이 황인종, 백인종으로 나뉘듯 지구 반대편에 사는 서로 다른 고등어라고 보면 옳을 것 같다. 실은, 이와는 달리 국산 고등어와 같은 곳에서 살아가는 조금만 다른 고등어 아종도 있다. 고등어와 똑같이 생기기는 했는데 배가 깔끔하게 하얀색이 아니고 흐릿한 점무늬가 퍼져 있는 ‘망치고등어’다. 일본에서는 깨알 같은 무늬가 있다고 해서 ‘고마사바’라고 부른다. ‘고마’가 ‘깨’다. 이 녀석은 고등어에 비해서 기름기가 적어 맛이 별로라는 평가가 있던데, 실제로는 여름철에는 기름기가 빠진 고등어보다 망치고등어가 오히려 맛이 좋다고 한다. 참고로 고등어는 늦가을에서 겨울철에 잡은 것이라야 제 맛을 낸다.
여름철 말고, 냉동도 말고, 혹시나 생물 고등어를 구입할 때 배에 흐릿한 점무늬가 있다면 그 녀석은 패스다. 정체를 숨기고 고등어에 섞여 있는 망치고등어다. 부산에서 아주 가까운 일본의 대도시인 후쿠오카(福岡)에 가면 계절의 진미라며 ‘고마사바’ 일품요리를 내놓는 레스토랑이 많다. 신선한 고등어에 달짝지근한 간장 베이스의 소스를 곁들이고 참깨를 부수어 뿌린 요리다. 그렇다! 주재료는 일반 고등어다. 고등어에 깨를 뿌려서 요리 이름이 고마사바인 것이었다. 처음에는 망치고등어를 사용하는 줄 알았으니 착각은 금물이다.
동해안이나 남해안의 방파제에서 낚시를 하다보면 고등어 떼가 들어와 당찬 손맛을 보는 경우가 있다. 조그만 지그를 물고 나오는 고등어, 삼치, 줄삼치, 새끼 방어가 그 주인공인데 여기에 섞여서 씨알이 굵직한 고등어로 착각할 수 있는 고등어 팔촌이 있으니 ‘몽치다래’라는 물고기다. 생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고등어라고 착각하기 좋은 외모지만 고등어가 절대 아니다. 다랑어와 한통속인 물고기로 수산시장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물고기다.

고등어의 브랜드화
먹는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 더 끼적여 보면 ‘고등어의 브랜드화’를 들 수 있을 거 같다. 경북 안동에 가면 ‘안동간고등어’가 유명하다. 평범한 자반고등어를 지역특산물로 만든 아이디어가 놀라울 뿐이다. 바닷가도 아닌 내륙에 생선 특산품이 있다는 사실이 특이하지 않은가? 아마도 부산이나 포항과 같은 어항에서부터 안동까지 신선한 고등어를 운송하기가 어려웠을 시절부터 생겨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한 기원이나 역사는 모르지만 명실 공히 우리나라 자반고등어의 최고급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비슷한 예로 일본에도 브랜드화 된 고등어가 있다. ‘세키사바(関鯖)’라고 불리는 것이 바로 그 브랜드화 된 고등어다. 일본 남부 오이타(大分)현 오이타 시에 ‘사가노세키(佐賀関)’라는 지역이 있다. 이곳의 어부들이 항상 거친 파도가 치는 호요(豊予) 해협으로 나가 외줄낚시로 낚은 고등어를 특별히 세키사바라고 부른다. 호요 해협은 일본 규슈와 시코쿠 사이의 가장 좁은 바다로 조류가 워낙 거세 이곳에서 나는 물고기는 다 살이 찰지고 지방분이 많은데다가 그물로 조업도 불가능해 외줄낚시로 한 마리씩 낚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여기서 포획된 고등어는 우리나라 안동간고등어처럼 지역특산물로서 특별하게 취급되어 전국으로 팔려 나간다. 딱 하나 다른 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가격을 살펴보면, 반건조 세키사바 1마리가 2만원 정도, 생물은 5만원이 넘는다. 고등어 한 마리에 5만원! 이렇게 비싼 값에 고등어를 사먹는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겠다. 안동간고등어는 최상품이 한 손(2마리)에 1만5천원쯤 해도 고등어가 뭐 이리 비싸냐고 할 정도니까.

고등어 비린내를 없애는 방법
오늘은 점심으로 고등어조림은 어떤지? 아니면 저녁상에 고등어구이 한두 마리 올려보면 어떨까한다. 사족을 하나 더 달자면, 맛 좋은 고등어라도 비린내는 싫으니 이 냄새를 잡는 방법이라고 TV 프로그램에도 웹사이트에도 곧잘 등장하는 게 있다. 고등어 껍질에 덮여있는 막을 제거하면 비린내가 없어진다는 거다. 실제로 해봤지만 비린내가 정말 없어진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하면 너무 한 걸까?
낚시인의 입장에서는 고등어를 잡자마자 피를 빼겠지만 마트에서 구입한 고등어는 피를 제거하기에는 이미 늦은 상태다. 비린내가 싫어서 이 불쾌한 냄새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다면 고등어의 배를 가르던 등을 따던 간에, 핏줄로 보이는 건 다 떼어내고 가장 검붉게 보이는 피가 몰려있는 빨간 살도 제거하는 게 비린내를 줄이는 길이라고 말하겠다. 일식 레스토랑의 주방장은 고등어에 뜨거운 물을 충분히 부어서 비린내의 원인이 되는 특별한 아미노산(트리메틸아민옥사이드)을 지방과 함께 녹여 흘려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