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몰디브

빅게임 파라다이스
GT Fishing
at Ukulhas

김진일 피싱그램퍼스 진행자·미디어그룹 스토리 대표

나는 2014년 이후 매년 한두 번은 몰디브를 찾고 있다. 이번 출조는 8번 째. 이곳의 매력은 사람의 손이 덜 탔다는 것. 그리고 하루 12시간 넘게 낚시에 올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날씨가 나쁘면? 쇼어 게임을 하면 된다. 이곳에서도 GT가 낚인다. 

▲몰디브 우쿨하스에서 수십 킬로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산호섬 포인트. 이렇게 얕은 산호초 지대에서 대형 GT와 다양한 고기가 낚인다.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몰디브는 스리랑카에서 남서쪽으로 약 650km 지점에 있는 섬나라다. 남북으로 760km에 걸쳐 1190여 개의 작은 산호섬이 흩어져 있으며 고리 모양으로 발달한 26개 환초는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섬은 많지만 약 200개의 섬에만 사람이 산다.
우리 일행이 도착한 곳은 몰디브의 중서부 지역에 있는 우쿨하스(Ukulhas)라는 섬. 몰디브의 수도인 말레에서 30노트 보트로 1시간 40분 거리에 있다. 재작년만 하더라도 이곳을 찾는 외국인은 많이 없었는데 올해는 섬에서 심심치 않게 관광객을 볼 수 있었다.

▲말레공항이 있는 말레 본섬. 몰디브의 수도가 말레다.

▲말레에서 고속 보트로 1시간 40분 거리에 있는 우클하스 본섬. 인구 2천명의 작은 섬이다.

▲몰디브 우쿨하스 원정에 함께한 피싱 그램퍼스 회원들.

저가항공 이용하면 왕복 70만~80만원
한국에서 몰디브에 가려면 직항이 거의 없다. 있어도 한 달에 한두 번 정도이며 비행시간이 만만치 않아서 섣불리 출조를 결정하기 힘든 곳이다. 게다가 말레국제공항에 내려서 다른 지방으로 가려면 스피드보트를 타거나 경비행기를 한 번 더 타야하기에 익숙한 나라 이름과는 달리 막상 낚시를 가려고 하면 쉽지 않다. 신혼여행이라면 공항에서부터 리조트 직원들이 마중 나와 그들의 가이드를 받으면 되지만 낚시를 가자면 예약부터 가는 방법까지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몰디브에 낚시를 갔던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다.
나는 에어아시아라고 하는 저가항공을 이용했다. 경유하는 지역과 비행시간이 일반 항공사와 차이나는 것이 아니므로 저가항공을 이용한다. 1~4월에 저렴한 비행 편은 수화물이 없는 경우 왕복 30만원 후반에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우리는 로드케이스가 길어서 추가특별수화물＋기내식＋좌석을 추가해 1인당 70~80만원 정도 항공료를 지불했다.
그리고 말레국제공항이 있는 섬과 말레의 수도가 있는 말레 본섬은 작년까지만 해도 몰디브의 주 이동 수단인 보트로 이동했으나 이제는 공항이 있는 섬과 말레 본섬에 다리가 완공되어서 택시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말레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말레 본섬 외 다른 섬으로 가는 보트를 이용하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시간대가 맞지 않는다. 그래서 말레 본섬에서 하룻밤을 꼭 묵어야 한다.

▲말레 본섬에서 우쿨하스 섬으로 이동 중이다. Jetty No6라는 곳에서 우쿨하스행 스피드 보트에 오른다. 요금은 왕복 일인당 미화 100$.

몰디비언만 거주하는 진짜 몰디브
다음날 오전 10시 10분에 배를 타고 최종 목적지인 우쿨하스 항구에 도착했다. 몰디브는 8번째 방문이다. 항구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씨코(Sikko) 선주와 아딜(Ahdil) 선장, 아도(Adoo) 헬퍼 그리고 모텔(?)의 직원들.
총인구 2000명 정도에 길이 1km 정도 되는 아담한 섬인 우쿨하스는 그야 말로 시골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럭셔리한 리조트가 있는 섬이 아닌 몰디비언이 사는 진짜 몰디브다.
이제는 이곳에도 다이빙, 여행 등을 경험하는 관광객이 많이 늘었지만 그래도 1~3월 휴가기간에만 많다. 방문객이 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우쿨하스의 사람들은 몰디비언 생활 방식 그대로의 모습들을 간직하며 살고 있다. 관광객 덕택에 슈퍼마켓(?)도 하나 더 늘고 레스토랑도 몇 개 더 생긴 걸 보니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4년 전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때는 뭘 먹으려고 해도 레스토랑이 적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섬에 도착한 후 씨코가 배와 함께 운영하는 모텔처럼 생긴 민박에 짐을 풀고 점심을 먹으러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제일 무난한 메뉴는 나시고렝(Nasi goreng-밥을 채소, 고기, 달콤한 간장, 토마토소스, 매콤한 소스 등과 함께 볶은 인도네시아식 볶음밥)인데 볶음밥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 음식이 제일 무난하다. 처음 몰디브를 방문한 회원도 있으니 이런 저런 음식을 다 시켰지만 결국 나시고랭의 인기가 제일 높았다.
점심을 먹고 낮 2시쯤 첫 출조를 했다. 대부분 직장인들이라 최대한 날짜를 아끼는 스케줄로 왔기 때문에 첫날 오후에 낚시, 둘째, 셋째 날은 종일낚시, 넷째 날 오전에 낚시 후 오후에 한국으로 출발하는 일정으로 총 6일 스케줄을 잡았다.

▲낚시왕국의 타코베이트. 몰디브 고기에게 아주 잘 먹혔다.

▲대형 쥐돔을 낚은 지깅레이디 문수빈 씨.

▲▼그램퍼스 정용걸 스탭이 낚은 자이언트 트레발리(좌)와 레드배스.

미터급 레드배스의 습격
나와 문수빈(지깅레이디) 씨 그리고 류재완 스탭이 한배에 타고, 양세영, 정회운, 정용걸 회원이 다른 배에 탔다. 첫날은 시간이 짧기 때문에 멀리 가진 못하고 섬 근방 30~40km 안쪽에서 탐사를 시작했다.
나는 첫 포인트에 도착하자마자 문수빈 씨 촬영 준비를 할 겸 카메라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몇 번의 캐스팅에 바로 들어온 입질! 재빠르게 카메라부터 빼들고 촬영을 시작했다. ‘아니 첫 포인트부터 입질이라니 이번 원정은 대박인가?’ 생각하며 촬영을 하는데, 녀석이 꽤 힘을 썼다. 문수빈 씨는 몰디브만 4번째 원정인데 밀고 당기는 폼을 보아하니 꽤 사이즈가 좋은 놈으로 보였다. 
한참을 파이팅한 끝에 올린 녀석은 레드배스. 몰디브에서 자주 나오는 이빨이 무시무시한 녀석이다. 1m 길이면 꽤 크다고 할 수 있으며 펜슬베이트에 특히나 반응이 좋다. GT와 더불어 몰디브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어종이다. 문수빈 씨가 사용한 태클은 엔에스 블랙홀의 BOCA S86 로드에 5500H 릴, 그리고 원줄 PE라인 8호, 쇼크리더는 150lb, 루어는 110g 엔에스 몬스터 블루 컬러.

▲원정 셋째 날, GT를 히트해 파이팅하고 있는 문수빈 씨.

오랜만에 보는 레드배스인지라 무척 신이 난 문수빈 씨. 간단하게 사진 촬영을 마친 후 다시 한 번 캐스팅을 하는 순간 류재완 그램퍼스 필드테스터에게도 입질이 들어왔다. 수면에 일렁이는 폽퍼를 거칠게 덮친 녀석, 역시 레드배스였다. 내심  GT가 아니라도 뭐라도 물어서 우선 손맛부터 봤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쉽게 나와 주니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웠다.
그렇게 몇 군데 포인트를 더 둘러보았지만 물때가 지난 탓일까. 짧은 입질만 몇 번 느끼고 파이팅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그렇게 숙소로 들어오는 길에 하늘에 떠있는 달을 보자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배를 타고 나간 일행 역시 2마리의 레드배스로 손맛을 보고 들어오는 중이라고 했다.

▲자력으로 GT 랜딩에 성공한 문수빈 씨의 기념 촬영.

▲양세영 회원이 우쿨하스의 잡어(?)인 상어를 낚았다. 이런 녀석이 아주 많다.

캐스팅 또 캐스팅…
다음날 아침. 이제부터가 진짜 낚시다. GT를 낚아본 사람도 있지만 처음인 사람도 있으므로 빅원보다는 얼굴이라도 볼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제는 섬의 모양을 보면 무슨 섬인지 알 수 있을 만큼 익숙한 몰디브. 나의 경우 한번 오면 5~6일 정도 낚시를 하니 이곳에서 낚시를 한 날짜를 계산해보면 40일 정도 된다. 40번을 같은 포인트를 돌았으니 섬이 다 똑같이 생겼더라도 알아볼 만하다. 게다가 40번 중 70% 이상이 한군데의 포인트에서 큰 GT가 나왔으므로 포인트의 세세한 부분은 선장만큼은 모르지만 어느 곳이 잘나오는지는 알 수 있다. 다만 큰 GT가 출연하는 곳일수록 마릿수는 적다. 큰 GT와 작은 GT가 사는 환경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출항은 오전 5시, 그리고 철수는 선장 마음대로다. 필자는 대부분 달을 보면서 철수를 했었다. 그만큼 낚시를 오래(?) 시켜준다. ‘좀 더 낚시를 하자’라고 얘기를 하면 들어가자고 할 때까지 배를 대준다. 지난 번 여행 때는 오전 3시에 나가서 저녁 10시에 들어온 적도 있었다. 19시간 낚시를 한 것이다. 다음날 몸살이 날 만큼 낚시를 했지만 다음날 역시 12시간 이상 낚시를 했다. 몰디브의 매력은 모든 것을 낚시인의 입장에서 진행한다는 데 있다.  
포인트에 도착한 후 펜슬베이트와 폽퍼를 골고루 사용해보기로 하고 각자의 포지션에서 루어를 던졌다. GT의 경우 포인트를 공략할 때 배를 대는 방법이 몇 가지가 있는데 이는 지형과 포인트에 따라 다르다. 제일 많은 유형은 일명 ‘섬치기’. 섬 주변으로 배를 천천히 몰면서 새로운 지역을 계속 탐색해 나가는 것이다. 농어낚시와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되고 이는 선두에 있는 사람이 배가 흐르는 쪽 정면 45도로 캐스팅을 해야 바로 뒷사람의 캐스팅 공간이 확보가 된다.
그리고 두 번째는 수중여를 노리는 경우다. 배의 시동을 끄고 조류의 방향대로 배가 밀리는 경우이므로 배의 앞뒤 어느 곳이나 조과의 편차가 없다. 따라서 배 어느 쪽에서도 정면으로 캐스팅해도 상관이 없다. 제일 중요한 것은 롱캐스팅. 얼마만큼 정확하게 멀리 던지느냐 그리고 폽퍼의 운영을 얼마나 세심하게 하느냐가 GT의 입질을 받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모두 열심히 캐스팅을 했지만 둘째 날은 생각보다 입질이 없었다. 문수빈 씨가 블루핀 트레발리를 낚았고 양세형 회원이 블루핀 트레발리와 상어를 낚인 것이 전부. 우쿨하스에서 80km 이상 떨어진 지점까지 내려왔으나 큰 소득이 없어서 아쉬웠다.

▲원정 마지막 날, 기상이 좋지 않아 쇼어 게임을 즐기던 중 문수빈 씨가 큰 상어를 걸어 파이팅하고 있다.

▲큰 씨알의 블루핀 트레발리를 낚은 문수빈 씨.

▲대형 GT를 품에 안은 필자.

▲GT를 낚고 즐거워 하는 문수빈 씨.

쇼어에서 느끼는 화끈한 손맛
셋째 날은 또 다른 기대감으로 보트에 올랐다. 오늘은 배에 탄 세 명이 각기 다른 스타일의 루어를 쓰기로 했다. 나는 60mm 구경의 빅폽퍼, 문수빈 씨는 80g 싱킹펜슬 그리고 정용걸 회원은 120g 플로팅펜슬을 쓰기로 했다.
낚시를 시작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문수빈 씨가 운용하는 싱킹펜슬에 묵직한 입질이 들어왔다. 조류가 무척 센 곳이었는데 힘을 쓰는 것이 보통을 넘었다. 2~3분 씨름했을까? 드디어 녀석의 모습이 보였고 문수빈 씨가 그토록 바라던 GT가 올라왔다. 무척이나 감격스러운 순간. 이어진 낚시에는 또 다시 상어가 낚였고 몇 마리와 레드배스와 블루핀 트레발리도 손맛을 보태주었다.
마지막 날 오전에는 날씨가 좋지 않았다. 아쉽지만 출항을 포기하고 그리고 섬 반대편으로 가서 연안에서 캐스팅 게임을 했다. 가만히 보니 작은 베이트를 먹으려고 GT와 상어들이 30cm~50cm 밖에 안 되는 얕은 곳을 휘젓고 다니고 있었다. 나와 문수빈 씨도 60~80g정도의 루어를 달아 던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질이 들어왔다. 함께 출조한 양세영 씨가 먼저 1m 정도 되는 상어를 낚았고 나와 문수빈 씨 역시 상어를 걸었지만 얕은 수심을 극복하지 못하고 쇼크리더가 바위에 걸려 터져 버렸다.
그렇게 이번 원정의 일정은 모두 끝이 났다. 무척이나 아쉬운 4박 6일의 일정. 다음을 기약하며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올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각 나라에서 한국인들을 입국금지시키는 나라가 많아졌다. 그 때문에 올해 가기로 한 원정 일정이 많이 취소가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무척 아쉽다. 언제 또 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서 이번 사태가 어서 종식되길 바란다.

▲우쿨하스의 해변. 평화롭게 보이지만 바로 앞에 대형 GT와 상어가 우글거린다.

취재협조 엔에스, 낚시왕국, 피싱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