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닉

루어 컬러의 선택

내추럴과 어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이형근 KSA 프로, O.S.P. 레지트디자인 프로스탭, ATZ 대표

루어낚시점에서 혹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루어를 고르다 보면 자연스레 색상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어떤 색상이 더 효과적일까? 배스가 더 잘 반응해 주는 색상은 어떤 것이 있을까? 빨간색은 어떨까? 화려한 색은 어떨까?

내추럴 컬러라는 고정관념
우리는 왜 루어를 고를 때 내추럴 컬러를 선호하는 것일까? 꼬집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스러움에 그 이유를 둔다. 아무래도 튀지 않는 자연스러운 색상이 배스의 경계를 풀고 자연스럽게 먹이로 인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나 역시 자연스러운 색상을 선택했을 때 늘 조과가 좋았다. 다만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내추럴 컬러를 고를 때에는 배경색과 어울리는지를 고민하고 고르려고 노력한다.
배스토너먼트가 열리는 안동호를 예를 들어 보려 한다. 한여름 수위가 내려가고 있을 때 많은 곳은 마사토가 배경이 된다. 이런 환경에서는 어떤 색상이 내추럴하게 조화를 이룰까? 바로 밝은 호박색이다.
평소 내추럴 컬러의 대명사처럼 통하는 그린펌프킨 컬러는 밝은 색상의 마사토에 비해 많이 짙고 어두운 느낌이 있다. 또 낚시인들이 선호하는 워터멜론은 초록색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마사토 배경에서는 어색게 보인다. 하지만 밝은 호박색은 마사토 배경에서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가을이 오고 태풍이 지나간 뒤 수위가 오르면 육초가 잠기게 된다. 푸릇한 욕초 줄기가 뻗어 있는 바닥에선 호박색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선 워터멜론과 그린 펌킨이 내추럴 컬러다.
결론은 내추럴 컬러는 어떠한 것으로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다. 장소와 시기에 따른 환경 변화에 맞추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결국 주변 환경에서 크게 도드라지지 않는 색상.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움을 갖는 색상이 내추럴이다.

주변 색상과 차이 나서 눈에 띈다면 그게 어필 컬러
차트루즈라고 부르는 연노란색 혹은 연초록색의 루어들은 늘 우리의 시선을 잡는다. 이렇게 눈에 띄는 색상들을 통틀어 우리는 어필 컬러라고 부른다. 단어의 뜻대로 이 색상들은 흥미를 불러일으키거나 마음을 끌만한 색상들이다. 대표격이 차트루즈이고 핑크나 흰색이 이 범위에 들어간다.
이러한 색상들은 소프트베이트와 하드베이트를 가리지 않고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주로 루어가 안 보일 정도의 탁한 물에서 사용하는 낚시인들이 많다. 그런데 한 가지 의심이 든다. 과연 앞이 안 보일 정도의 탁한 물에서 차투르즈는 다른 색들보다 잘 보일까?
나는 주변 환경과 차이가 나서 배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색상이라면 어필 컬러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핑크나 연노랑, 연초록의 루어들이 그렇다. 그리고 한 가지 추가하고 싶은 어필 컬러가 있다. 바로 광택이다. 광택은 빛의 반사로 물체의 표면에서 반짝거리는 것이기에 정확히 색상이라고 하기에 애매한 면이 있지만 맑은 물에서 반짝임이 갖는 어필은 스피너 베이트와 같이 반짝거림을 큰 무기로 삼는 루어들을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반짝임은 미노우와 같이 잠행 수심이 깊지 않아 태양광이 도달하는 범위에서 움직이는 루어에서 어필의 요소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광택은 어필 컬러의 중요한 요소이다

맑은 물에선 검은색, 저수온기엔 흰색
나는 흰색과 검은색 루어도 자주 사용한다. 검은색은 주로 웜낚시에, 그리고 흰색은 미노우와 스피너베이트에서 종종 사용한다. 그런데 검은색 웜과 흰색 미노우와 스피너베이트는 각각 정해진 용도가 있다. 검은색 혹은 아주 짙어서 검은색으로 보이는 색상의 웜은 짙은 흙탕물과 아주 맑은 물에서 사용한다. 물색이 맑은 곳일수록 그곳에 사는 생명체들의 채색이 짙은 경우가 많다. 특히 어류의 경우 아주 짙은 채색을 갖는 경우가 많아서 맑은 물에서는 검은색을 내추럴이라고 생각하고 사용한다. 탁한 물색의 경우 이유는 모르겠지만 검은색 혹은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색상의 루어들을 사용했을 때 결과가 좋았다. 내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선택하는 색상이다.
흰색 스피너베이트나 미노우는 낮은 수온에서 낚시할 때 주로 사용한다. 이것은 토너먼트를 뛰며 선배들에게 배운 것이다. 저수온에서 흰색 루어에 반응이 좋다는 외국 자료가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직접 자료를 보지는 못했다. 다만 경기 결과와 사용 경험을 돌이켜보면 저수온기에 유독 흰색 루어에만 반응이 좋았던 경험이 많다.

색상이 조과를 결정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늘 그렇지는 않지만 간혹 특정한 색상에만 배스가 반응하는 날이 있긴 하다. 내 경험을 한 가지 말해보겠다.
몇 년 전 가을 안동호에서 육초가 넓게 잠긴 본류를 공략하고 있었다, 대회 전날이었는데 육초 끝자락이 6~7m 정도 수심에 걸려 있었다. 그 수심을 어군탐지기로 보면 정말 많은 물고기가 찍혔는데 반응을 이끌어내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같이 낚시하던 동생에게만 입질이 들어왔다.
채비 구성과 사용하는 루어까지도 같았는데 단 한 가지 다른 점은 사용하는 웜의 색상었다. 나는 짙은 초록색을 쓰고 있었던 반면 동행했던 동생은 내 태클박스에서 내가 잘 안 쓰던 밝은 갈색의 웜을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상하게 여긴 나는 같은 밝은 갈색의 웜을 던졌고 많은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뒤로 신나게 고기를 낚아내면서 왜 밝은 갈색을 골랐냐고 물어보니 간혹 걸려 나오는 풀들이 삭아서 갈색이더라 그래서 선택했다는 대답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