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대호

본류는 부진
성산수로가
구원투수로 등장

이영규 기자

충남권 대호의 초반 조황이 부진한 가운데 지류에 있는 삼봉지의 최상류 성산수로가 홀로 분전 중이다.
성산수로는 수로 폭이 좁고 진입이 불편하지만 지난 2월 중순부터 꾸준한 조황을 배출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삼봉지 최상류의 성산수로는 현지인들에겐 영전수로로도 불린다. 영전마을 앞에 수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진 시내와 외지 낚시인들에겐 진입 기점인 성산교의 이름을 따 성산수로로 불리고 있다. 
삼봉지는 대호의 좌안 하류 지류 중에서도 최상류에 있다. 좌안 하류 지류 상류에 두 개의 둑을 쌓아 저수지를 만들었는데 맨 위가 삼봉지, 그 아래를 해창지로 부른다. 저수지화된 이 두 개의 호수는 대호가 갈수로 허덕일 때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비상 수원으로 쓰이고 있다(삽교호로부터 물이 들어온다).        
대호가 올 봄에 왜 부진한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성산수로가 본류의 부진에 영향을 안 받는 것은 대호와 삼봉지의 물줄기가 제방으로 분리돼 있기 때문이다. 

▲삼봉지 성산수로 중류권에서 붕어를 노리는 낚시인들. 하류보다 수로 폭은 좁지만 취재일에 이미 많은 붕어가 상류까지 올라붙었다.

2월 초에 이미 성산교까지 붕어 올라붙어 
애초 예정한 나의 취재 장소는 한창 뜨거웠던 부사호였다. 그러나 소문이 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고 포인트마다 낚시인들로 넘쳐난다는 얘기에 갈등이 생겼다. 뒷북 기사를 쓰는 것만큼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피싱티비에서 ‘낚시가 좋다’를 진행 중인 고승원 씨가 귀가 솔깃한 소식을 전해왔다.
“삼봉지 성산수로에서 하룻밤에 준척급 이상으로만 20마리 이상 낚았다”는 소식이었다. 봄에 대호에서 낚이는 붕어는 최소 8~9치에 월척이 주종. 소문의 반만 믿어도 꽤나 쏠쏠한 조황이 아닐 수 없었다.
지난 2월 28일 고승원 씨가 찍어 준 지번 주소를 입력 후 성산수로로 달려갔다. 오전 내내 내린 비 때문에 비포장도로인 수로 연안은 진흙탕으로 변해 있었다. 게다가 내비 주소대로 찾아가자 수로 주변 길들 곳곳이 공사로 끊겨 있었다. 결국 성산수로 상류에 있는 ‘성산교’를 입력한 뒤에야 포인트로 진입할 수 있었다.

▲노성현 씨가 자신의 캠핑카 안에서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성산수로 하류권. 멀리 삼봉지 제방이 보인다.

▲파주에서 온 이창민 씨가 거둔 조과. 질퍽한 뻘밭에 대좌대를 펼쳐 물골을 공략했다.

포인트에 도착한 나는 깜짝 놀랐다. 금요일 낮인데도 수로의 중하류가 이미 낚시인들로 넘쳐났기 때문이다. 나보다 30분 정도 먼저 온 고승원씨가 하류까지 내려갔다 올라오더니 앉을 자리가 없다며 허탈해 했다.
성산수로는 본류에서 상류 방면 200m까지는 수면도 넓고 갈대가 고루 발달해 있어 한눈에 보기에도 탐나는 구간이었다. 그러나 상류로 갈수록 수로 폭이 20m 이내로 좁아졌고 연안에 수초도 많지 않아 소위 그림이 나오질 않았다.
과연 붕어가 상류로까지 올라붙었을까? 아니면 아직은 하류권의 수초밭에만 머물고 있을까? 하는 고민에 빠졌다(나중에 안 사실인데 성산수로에는 이미 1주일 전부터 성산대교 근처까지 붕어가 올라붙었다. 하필 우리가 도착하기 이틀 전부터 물을 빼는 바람에 상류에 앉았던 낚시인들은 대거 철수한 상황이었다). 
하류권에서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한 우리는 이미 붕어가 중류까지 올라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밋밋한 중류 연안에 자리를 잡았다. 발 앞 수심은 80cm, 맞은편 수초가는 50~60cm로 얕았다. 나와 고승원 씨는 깊은 곳과 얕은 곳을 고루 노리기 위해 다양한 길이의 낚싯대를 편성했다.

▲노성현 씨가 수로 건너편 수중턱 위에 던져 놓은 찌들을 주시하며 밤낚시를 즐기고 있다. 떡밥을 달아 던진 채비에 밤새 붕어가 입질했다.

▲노성현 씨가 밤 12시경 첫 수로 올린 32cm 월척을 보여주고 있다.

노성현 씨, 글루텐 밤낚시로 대박
오후 3시 무렵에는 마루큐 필드스탭이자 ‘죽림의 하늘바라기’로 유명한 유튜버 노성현 씨도 합류했다. 수로에 도착한 노성현 씨는 현장 상황을 설명 들은 뒤 고민도 하지 않고 중류권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 셋 중 가장 위쪽 자리였다. 그리고는 3칸 반 대 이상의 긴 대만 8대를 펼쳐 맞은편의 얕은 수심에 찌를 세웠다. 건너편에서 보면 바로 코앞에 찌를 세운 셈이다.
나는 ‘발 앞이 깊으니 앞쪽도 노려보라’고 말하고 싶었다. 평소 같으면 붕어가 얕은 수중턱 위로도 돌아다니므로 괜찮은 대편성이었지만 지금은 배수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깊은 곳을 추천하고 싶었다. 게다가 붕어가 상류로 올라붙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이어서 노성현 씨의 대편성이 여러모로 불안해 보였다.
그러나 나의 걱정은 한낱 기우였다. 이날 성산수로에서 최고의 조황을 거둔 것은 노성현 씨였다. 초저녁까지는 그 누구도 눈에 띄는 조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노성현 씨는 밤새 월척 2마리와 8~9치급 등 모두 11마리의 붕어를 홀로 낚아냈다.
밤 11시까지는 별다른 입질을 받지 못하다가 자정 무렵 32cm 월척으로 스타트를 끊더니 거의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입질을 받아냈다. 더욱 놀라웠던 점은 노성현 씨가 사용한 미끼였다. 노성현 씨는 1년 내내 글루텐만 사용하는 글루텐낚시 전문가인데 이날은 마루큐사의 딸기글루텐과 어분이 함유된 단토츠 노즈리 글루텐을 블랜딩해 밤새 입질을 받아냈다.

▲하류권 물골 앞에서 붕어를 노리는 낚시인들.

▲청주에서 온 김선현 씨도 굵은 붕어로 손맛을 봤다.

산란철에는 지렁이를 써야한다, 밤낚시가 안 된다, 수초가에 채비를 붙여야 유리하다는 고정관념이 한방에 깨지는 순간이었다(노성현 씨의 캠핑카에서 잠을 자던 고승원 씨 역시 밤 12시에 잠깐 나가 월척 1마리, 새벽 5시경 또 한 마리의 월척을 낚았는데 역시 글루텐으로 입질을 받았다).
그런데 날이 밝은 후 하류로 내려가 다른 낚시인들의 조황을 체크해 보니 잘 먹히는 미끼에 대한 견해는 낚시인마다 달랐다. 하류에서 가장 돋보이는 조황을 거둔 파주의 이창민(자라바) 씨는 “떡밥이 잘 먹힌다는 얘기에 이틀 연속 글루텐으로 낚시했는데 별 재미를 못 봤다. 어제부터 지렁이로 미끼를 교체해 그나마 손맛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온 김진수 씨는 떡밥으로 재미를 본 케이스였다. 그는 “지렁이를 꿰면 블루길이 사정없이 달려들었다. 그래서 글루텐 떡밥을 사용했더니 성화가 없었고 붕어만 입질했다”고 말했다. 즉 어떤 자리에서는 글루텐, 어떤 자리에서는 지렁이가 잘 먹혔다는 얘기인데 다시 낚시터 구간별, 여건별, 시간대별로 상황을 세분해보려 했으나 결론을 내기에는 너무 복잡했다.
아무튼 이번 취재 결과에서 보듯 산란기라고 해서 무조건 밤낚시가 안 되는 것은 아니며, 무조건 지렁이가 최고라고도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유료터도 아니고, 자연지 중에서도 가장 환경이 원시적인 대호에서 밤낚시로, 그것도 떡밥으로 대박을 맞는 현실. ‘마이다스 떡밥’ 글루텐의 위력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어 보였다.     

▲밤새 떡밥으로 올린 조과를 자랑하는 노성현 씨.

▲두 마리의 월척을 올린 고승원 씨. 두 마리 모두 밤에 떡밥으로 낚았다.

▲하류에 대좌대를 설치했던 이창민 씨가 아침 시간에 붕어를 끌어내고 있다.

▲중류권에서 하류 방향으로 내려다본 성산수로.

▲수로 폭이 넓은 하류권. 포인트 경쟁이 심했다.

배수 여부가 조황의 최대 관건
성산수로의 인기가 폭등하면서 3월 초 현재는 중상류권까지 낚시인이 붐비고 있다. 상류로 올라갈수록 수로 폭은 좁아지는데 성산교(길이가 고작 10m도 안 되는 다리다) 부근은 물가에서 3칸 대를 던지면 건너편 연안으로 채비가 넘어갈 정도이다. 그래서 중상류에 자리를 잡을 때는 둑 위에서 긴 대를 던져 붕어를 노리는 게 유리하다.
다만 상류권으로 갈수록 삼봉지 수위에 따라 조황 기복이 크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정상 수위에서는 입질이 왕성하지만 배수 시에는 아무래도 하류보다는 조황이 뒤진다(하류가 약간 낫긴 하지만 배수 때 입질이 뜸한 것은 비슷하다).
배수 여부는 미리 알기 어렵다. 현지 낚시인들의 말에 의하면 작년부터 공사 중인 제방 보수 공사 때문에 비가 와 수위가 오를 때마다 배수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수위가 오르면 공사에 지장이 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급적 한동안 비 예보가 없는 날 찾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성산수로의 낚시 여건은 여타 대호 수로들과 다를 바가 없다. 다만 직공낚시보다는 스윙낚시 포인트가 많고 바닥이 질어 장화는 필수로 준비해야 한다. 

문의 당진 본전낚시 041-352-7878  
가는 길 내비에 성산교(충남 당진시 고대면 성산리 1105-284)를 입력해 찾아간 후  둑길을 타고 내려가는 것이 편리하다. 포인트 지번 주소를 찍고 가면 공사로 인해 길이 막혀있는 경우가 많아 고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