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 남양호 홍원리수로

낮져밤이 붕어들의 식사 시간이 바뀌었다고?

이기선 편집위원

홍원리수로의 밤낚시 풍경. 올해 봄에는 어둑해질 무렵부터 입질이 활발한 게 특징이다.

지난 겨울은 예년에 보기 드문 온화한 날씨 때문에 얼음낚시를 하지 못했다. 얼음낚시를 기다리던 낚시들에게는 비보(?)였지만 물낚시를 손꼽아 기다리던 낚시인들은 예년보다 물낚시가 빨리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에 차 있었다.
그러나 얼음이 얼지 않아 겨우내 물낚시는 가능한 상태였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또 낚시터에 따라 호황과 몰황이 이어지는 등 희비가 엇갈렸다.
또 하나,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씨알 좋은 붕어를 토해내던 서산 성암지, 잠홍지 태안 인평지 같은 저수지들은 오히려 겨울에 붕어가 잘 낚이더니 정작 산란 특수기에 접어들자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그에 비해 수로 조황은 대체로 좋은 편인데 특히 간척호 가지수로가 좋은 조황을 선보이며 낚시인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대호를 비롯, 남양호, 평택호, 삽교호 등으로 낚시인들이 몰리고 있다.

봄붕어가 낮보다 밤에 잘 낚인다고?
경칩을 앞둔 3월 초, 서울에 사는 이승구 씨가 낭보를 전해왔다.
“지난 주 주중에 내가 아는 지인이 남양호 홍원리수로에서 30마리가 넘는 토종붕어를 낚았다. 이날은 지인 뿐 아니라 남양호를 찾았던 낚시인이 모두 손맛을 만끽했다. 낚시 시간대는 해가 지고 난 뒤부터 새벽 1시 사이로, 밤낚시 조과가 좋았으며 미끼는 딸기글루텐이 제일 효과적이었다.”  
남양호는 평택호, 삽교호와 함께 수도권을 대표하는 국민낚시터로 예전부터 가장 빨리 봄낚시가 되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는 곳이다. 그 중 홍원리수로는 남양호 중상류 우안에서 본류로 흘러드는 수로로서 제1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서산 방면으로 내려가다 서평택IC 못미처 우측으로 내려다보이는 수로가 바로 홍원리수로다. 특히 홍원리수로는 수심이 60cm~1m 내외로 얕고 부들, 갈대 수초가 잘 발달해 있어 봄붕어가 일찍 붙는다.
참고로 남양호는 지난 2004년 수질 개선을 이유로 홍원리수로(평택시 포승읍 홍원리)와 함께 본류권인 장안대교 위, 아래 1km 구간(화성시 장안면 장안리)만 낚시를 허용하고 있고 나머지 전 구간은 낚시를 금지하고 있다.
이승구씨와 함께 남양호 홍원리수로를 찾은 날은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인 3월 5일 오후였다. 이날은 평일이었지만 수초가 잘 발달해 좋아 보이는 포인트들은 먼저 온 낚시인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홍원리수로 남쪽 최하류의 갈대와 부들수초에 채비를 붙여 낚시를 시작했다. 
한 시간 동안의 대편성을 마치고 주변 낚시인들의 최근 조황을 살펴보기 위해 둘러보았다. 그런데 이날 낚시인 수에 비해 조황이 썩 좋지 못했다. 1인당 7~8치로 3~4수가 고작이었다.
한 단골 낚시인은 “지난주에 재미를 봐 다시 찾았는데 어젯밤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조황이 부진하다. 그래서 대부분 철수했고 조황도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 올해는 이상하게 낮 조황은 거의 없고 밤낚시가 잘 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낮낚시에 기대를 품고 있던 나는 실망하고 말았다. 게다가 기상예보를 보니 오늘밤 역시 영하 5도까지 떨어진다고 나와 있고 다음날부터나 날씨가 풀린다는 게 아닌가.
이미 대편성까지 다 마쳤는데 옮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딸기글루텐을 갰다. 혹시 몰라 지렁이도 준비했다. 그러나 단골 낚시인 말마따나 밤낚시에서 각각 2마리씩의 붕어를 낚는데 그쳤고 자정이 넘어서자 날씨가 더욱 추워져 차에서 잠을 청했다.

논둑에 앉아 부들수초 언저리를 노리는 낚시인. 남양호의 대표적인 포인트 유형이다.

홍원리수로에서 붕어를 노리는 낚시인들. 뒤로 보이는 교각이 서해안고속도로가 지나가는 홍원1교이다.

아늑한 파라솔 텐트 안에서 저녁식사를 즐기는 모습.

당진의 전종철 씨가 외바늘 글루텐 미끼로 올린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필자의 우측에서 밤낚시를 즐긴 평택 임래혁 씨의 푸짐한 조과.

둘째 날 포인트 옮겨 밤낚시로 손맛   
다음날 아침, 날이 밝자 이승구씨는 조황이 없다며 철수하였고 나는 다른 낚시인들의 상황을 체크하기 위해 홍원리수로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예상대로 밤낚시를 했던 대부분의 낚시인들은 몰황을 면치 못했다. ‘낮이나 밤이나 입질이 없는 건 마찬가지구만~’
그런 가운데 눈에 띄는 조과를 거둔 사람이 있었다. 내 자리와 마주보고 있는 홍원리수로 북쪽 연안에서 밤낚시한 당진의 전종철, 김정희 씨였다. 특히 전종철 씨의 살림망에는 20마리 가까운 붕어가 들어 있었는데, 전부 탱글탱글한 8~9치였고 월척급 떡붕어도 2마리가 섞여 있었다. 김정희 씨도 토종붕어 7마리를 낚았는데 저녁 7시부터 밤 12시 사이에 입질이 집중됐다고. 미끼는 글루텐5에 옥글루를 약간 섞어 사용했다고 말했다.
빈곤 속에 호황을 본 원인을 전종철 씨에게 물었다. “특별한 비법은 없고, 자리를 잘 잡은 것 같다. 부들수초 언저리에 세워 놓은 두 대의 낚싯대에서만 입질을 받았다. 그리고 수초 주변은 삭아 내린 수초 때문에 밑걸림이 심한 편인데, 깨끗한 바닥을 찾아 찌를 세우는 게 제일 큰 관건인 것 같다. 지난주에도 이 자리에 앉아 30마리 넘는 토종붕어를 낚았다”고 말했다.
이날 남양호를 찾은 낚시인들 대부분은 일주일 전 호황을 직접 겪었거나 소문을 듣고 찾았다고 한다. 한 단골 낚시인은 43cm 토종붕어를 낚았다며 계측 사진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내 자리에 돌아온 나는 하룻밤 낚시를 더 해보기로 하고 낮에는 휴식을 취하면서 밤이 오기를 기다렸다. 늦은 오후 빽빽한 수초대를 노린 직공낚시 채비(미끼 지렁이)에는 낮에도 붕어가 올라왔다.

“산란기 맞아 물색 탁해지면
낮낚시도 기대”
둘째 날 밤은 기상청 예보대로 그렇게 춥지가 않았으며 호황은 아니었지만 심심하지 않을 정도로 다문다문 붕어 입질이 들어왔다. 철수하지 않고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입질은 다음날 동이 트기 직전까지 이어졌으며 날이 밝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입질이 뚝 끊기고 말았다. 이승구씨 자리를 물려받은 평택의 장민석, 임래혁 (평택)씨도 마릿수 조과를 올렸는데 해마다 남양호를 찾는 단골꾼이었다.
장민석 씨 역시 “남양호는 초봄에는 밤보다 낮에(특히 오전낚시) 낚시가 잘 되는 편이며 미끼도 지렁이에 입질이 활발하다. 그런데 올해 봄에는 유독 밤에만 붕어가 낚이고 있다. 지금은 물색이 맑은 편인데 그 이유가 아닌가도 추측된다. 본격 산란기가 다가와 물색이 탁해지면 다시 낮낚시가 활기를 띨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날 밤낚시에 올라온 토종붕어는 7~9치급이 주종이었고 낱마리로 낚인 떡붕어는 월척급도 다수였다. 붕어들이 대부분 배가 빵빵한 것으로 보아 산란이 임박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남양호 홍원리수로는 대부분 논둑에서 낚시하므로 농번기 때마다 농민들과 잦은 다툼이 생겨나고 있다. 따라서 논둑을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가져온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 가기를 바란다.
내비 주소 평택시 포승읍 홍원리 1092-3
문의 평택 서해안낚시 031-682-7675

동이 터올 무렵의 홍원리수로. 밤에 들어오던 입질이 아침이 되자 뚝 끊겼다.

평택의 정민석 씨는 새벽 3새경 4짜급 떡붕어를 올렸다.

의외의 봄붕어 밤낚시로 손맛을 본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