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대마도
올봄에도 아소만엔
무늬오징어가 넘쳐 나건만…
윤용우 이즈하라 대마도낚시여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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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마도에서 낚시민숙을 운영하고 있는 윤용우 씨가 본지에 무늬오징어 소식을 담은 조행기를 보내왔다. 현재 대마도는 코로나19 사태로 출조가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대마도의 낚시 소식을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을 위해 게재를 결정했다. 참고로 조행기에서 대마도를 찾은 한국 낚시인들은 우리나라에 코로나 사태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기 전인 2월 20일에 출조했다.<편집자 주>
대마도 히타카츠항 옆에 있는 일명 하트돌 포인트. 1년 내내 인기 있는 무늬오징어 포인트다.
출조 둘째 날에 큰 씨알의 무늬오징어를 낚은 필자.
몬스터 에깅 시즌이 됐지만 대마도는 그동안 낚시인들의 발길이 뜸해 별다른 조황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2월을 기점으로 낚시인들이 대마도를 찾기 시작해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난 2월 20일, 서울에서 온 한종표 씨와 임종호 씨, 부산에서 온 김대성 씨, 경기도 일산에서 온 홍성훈 씨와 함께 3박4일 동안 대마도 곳곳을 돌며 확인한 무늬오징어 소식을 전해드리고자 한다.
대마도에서 민숙을 운영한 지 4년이 넘었지만 올해처럼 날이 따뜻한 적은 처음이다. 수온도 내려가지 않아 대마도 연안에는 부시리와 돌고래가 빠지지 않고 있으며 수온이 15℃ 내외로 떨어져야 활성이 올라가는 대형 벵에돔낚시는 저조한 조황을 보였다. 그나마 돌돔이 꾸준한 조황을 보이고 있지만 무늬오징어는 연안에 돌고래와 부시리 같은 포식자가 늘어나면서 12월과 1월에는 조과가 좋지 못했다. 하지만 2월로 접어들며 바람이 부는 날이 늘어나고 수온도 차츰 내려가서 큰 씨알의 무늬오징어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마침 대마도로 에깅 출조를 나선 팀이 있어서 가이드하게 되었다.
민박집으로 향하며 상대마도에서 낚시
2월 20일, 부산에서 오전 9시 30분에 니나호를 타고 오전 11시에 대마도에 도착, 간단한 입국 심사를 마치고 손님들과 민숙집 승합차에 짐을 실었다. 서울에서 온 한종표 씨와 일산에서 온 홍성훈 씨는 현재 LFA 프로 배서로 활동하고 있고, 임종호 씨와 김대성 씨는 바다루어이야기 클럽에서 활동하는 에깅 마니아들로 겨울에 몬스터 무늬오징어를 목표로 대마도를 찾았다.
내가 운영하는 대마도낚시여행에서는 루어낚시인들을 전문으로 가이드하는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벵에돔, 돌돔 손님 외에도 타이라바, 농어 등을 노리고 전문 루어낚시인들이 즐겨 찾고 있다.
승합차에 장비를 싣고 곧바로 포인트로 향했다. 맨 처음 간 곳은 히타카츠항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하트돌. 왜 하트돌이라 이름이 붙은 지는 잘 모르지만 이곳은 ‘아지로의 연흔’이라고 해서 갯바위에 파도의 잔물결 자국이 남아 있는 독특한 형태의 연안이다. 봄에 대물 무늬오징어가 잘 낚이는 곳으로 조류 소통이 좋고 수심이 3~8m라 낚시하기도 좋다.
낚시는 자유롭게 한다. 포인트에 도착해 낚시요령을 설명해주면 낚시인들은 알아서 포인트로 진입해 30분 정도 낚시를 하고 조과가 없으면 다시 이동하는 식이다. 김대성 씨는 멀리 떨어져 있는 갯바위 안으로 진입했고 다른 낚시인들은 연안 테트라포드와 바로 앞 갯바위에서 낚시를 했지만 이곳에서는 입질이 없었다. 2월과 3월은 대마도에서도 에깅을 하기가 힘들다. 그 이유는 무늬오징어들의 포지션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깊은 곳에 있을 수도 있고 얕은 곳에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부지런히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다.
대마도 시립중학교 인근에 있는 방파제에서 에깅을 즐기고 있다.
대마도 히타카츠항. 봄을 맞아 많은 낚시인들이 출조했다.
승합차에서 장비를 내리며 낚시를 준비하고 있다.
방파제에서 고활성의 무늬오징어를 낚은 임종호(위), 김대성 씨(아래). 시원하게 에기를 가져가는 입질을 받았다.
무늬오징어를 낚아채간 독수리
마트에서 점심으로 먹을 도시락을 구입한 후 이즈하라에 있는 민박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연안 곳곳을 돌며 낚시를 한다. 벵에돔낚시의 경우 곧바로 민박집으로 가서 낚싯배를 타고 갯바위로 나가면 되지만, 루어낚시는 배를 타지 않는 갯바위와 방파제 곳곳을 다녀야 하고 ‘시간이 곧 조과’이기 때문에 항에 도착하자마자 부지런히 낚시를 한다. 약간 전투적으로 낚시를 하게 되는데, 이런 ‘빡센’ 일정을 좋아하는 낚시인들도 있고 체력적으로 부담스러워 하는 낚시인들도 있다.
두 번째로 간 방파제에서는 조과가 없었고 그 다음에는 대마도 시립중학교 아래의 연안으로 내려갔다. 조과가 없으니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도시락을 먹으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해보지만 이내 예보에 없던 바람이 터지기 시작해 고난이 예상되었다. 미리 포인트를 예상하고 이동하는데, 예상치 못한 방향의 바람이 터지면 새로운 포인트를 구상해야 하기 때문에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대마도는 서풍이 불 때 동쪽으로 간다고 해서 바람을 피할 수 없다. 높은 산이 계곡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어느 방향에서 바람이 몰아쳐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선 시립중학교 아래의 연안으로 진입해 낚시할 곳을 찾았다. 다행히 방파제 내항에서는 바람을 피할 수 있었고 방파제와 이어진 갯바위에서도 낚시를 할 수 있었다. 이곳은 코쇼섬과 방파제가 길게 이어져 있는데 김대성 씨가 섬으로 걸어서 진입한 후 씨알 좋은 무늬오징어를 낚기 시작했다. 1kg 넘는 무늬오징어를 낚은 후 600g, 700g 무늬오징어를 연이어 낚았는데, 낚시에 열중하다보니 독수리가 무늬오징어를 낚아채 간 것도 모르고 낚시를 하고 있었다. 낚은 무늬오징어를 얕은 물칸에 던져두었는데 제일 큰 씨알을 독수리가 가로채 간 것이다. 대마도에는 많은 독수리와 까마귀가 살고 있으며, 가끔 도시락이나 빵을 낚아채갈 정도로 약삭빠른 녀석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낚은 고기는 보조가방에 집어넣고 도시락이나 음식도 꼭 가방에 보관해야 한다.
이즈하라 아즈만의 큰 방파제에서 둘째 날 오전에 에깅을 즐기고 있다. 전 구간이 에깅 포인트.
무늬오징어(우)와 잿방어회.
민숙집에서 늦은 저녁식사를 하며 첫 만남을 기념하는 건배를 했다.
한종표 씨의 에깅 장비.
돌고래 등장에 등골이 서늘
상대마도 히타카츠항에서 하대마도의 이즈하라 민숙집까지의 거리는 약 70km. 오전 11시에 도착해 포인트에 들러 낚시를 하니 금방 해가 지고 말았다. 민박집에는 해가 지고 나서야 도착했는데, 돌아오면서 무늬오징어와 갑오징어, 한치를 낚아와 그것으로 저녁을 먹었다. 첫날에는 보통 과음을 하기 마련인데, 대마도에 왔다는 들뜬 기분으로 너무 술을 많이 먹으면 밤낚시와 다음날 오전낚시를 망칠 수 있으므로 기분은 적당히 내는 것이 좋다. 결국 함께한 팀은 과음으로 밤낚시를 하지 못했고 다음날을 맞았다.
다음날은 오전에 연안에서 에깅을 했고, 오후에는 무늬오징어 선상낚시를 나갔다. 대마도에는 무늬오징어가 많지만 2~3월 낚시는 쉬운 것이 아니므로 선상낚시를 나가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배를 하루 종일 타지 않고 반나절 정도만 타도 낚시가 가능하며 낚싯배 대절료가 4시간 낚시에 4만엔 내외로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우리는 그린피어시사이드공원에서 오야마 선장의 배를 타고 아소만으로 나갔다. 아소만에는 깊은 곳과 얕은 곳이 공존해 있는데, 팁런과 캐스팅을 병행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낚시 초반에는 깊은 곳에서 팁런을 했지만 무늬오징어가 낚이지 않았다. 물때도 별로 좋지 않았고 오야마 선장은 오후 3시 이후에 집중적으로 무늬오징어가 입질할 것이라 말했는데 그 말이 적중했다. 아소만 서쪽 중앙으로 나가서 얕은 곳을 공략하니 무늬오징어가 물기 시작했다. 700~800g 작은 것부터 1~2kg까지 다양한 씨알의 무늬오징어가 낚였다. 특이한 것은 4호 내외의 큰 에기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전부 2.5호의 작은 에기에만 반응했다는 것. 아무래도 최근 수온의 상승과 맑은 물색이 무늬오징어의 활성에 악영향을 준 듯했다.
순조롭게 낚시가 진행되나 싶더니 저 멀리서 바다가 부글부글 끓는 것이 보였다. 부시리라고 하기엔 규모가 큰 보일링이어서 혹시나 참치 떼가 들어왔나 생각이 들었다. 그때 오야마 선장이 “돌고래다”라고 말하며 배의 속도를 높이더니 돌고래에게 접근했다. 신기하게도 돌고래는 도망치지 않고 함께 경주라도 하듯 잠시 배 주변을 돌더니 유유히 사라졌다. 장관을 목격했지만 그 대가는 컸다. 오야마 선장은 “돌고래가 연안을 훑었으면 무늬오징어 조과는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돌고래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가 오징어다”라고 말했다. 선장의 말대로 입질은 뚝 끊겼고, 철수 직전에야 겨우 킬로급 씨알로 몇 마리를 더 낚을 수 있었다.
민박집 앞 방파제에서 2.05kg
철수 후에는 민박집에서 저녁을 먹은 후 밤낚시에 도전했다. 피곤하지만 에깅 마니아들에겐 일정이 5박6일이라도 모자란 것이 현실이다. 밤에는 산에 야생동물의 출현이 빈번해서 멀리 운전을 하기 어려우므로 주로 민박집 앞 방파제와 갯바위에서 에깅을 한다. 민박집 바로 앞에 있지만 대마도에서 낚을 수 있는 어종은 모두 낚을 수 있다. 처음 낚시인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잘 믿지 않는데 직접 경험해보면 고개를 끄덕인다.
밤낚시에서는 김대성 씨가 사고를 쳤다. 방파제 외항을 노리던 중 2.05kg 무늬오징어를 낚은 것. 작은 것 한 마리를 더 낚았고 큰 씨알의 무늬오징어도 목격했지만 비와 바람 때문에 두 마리만 낚고 철수를 했다. 현재 대마도의 무늬오징어 조과는 서서히 살아나는 중이며 곧 본격적인 산란이 시작되어 얕은 곳에서 큰 씨알의 무늬오징어를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지 문의 대마도낚시여행 010-3884-6803, 네이버 밴드 ‘대마도낚시여행’ 검색 후 가입
듀엘의 2.5호 에기. 이것으로 큰 씨알의 무늬오징어를 낚았다.
팁런에 올라온 1.5kg 무늬오징어.
필자가 히트한 무늬오징어를 오야마 선장이 뜰채로 올리고 있다.
둘째 날 오후에 거둔 무늬오징어 조과. 모두 킬로급으로 손맛을 보았고 들물이 흐르기 시작한 직후와 해질녘에 큰 씨알이 낚였다.
필자(좌)와 김대성 씨가 동시에 무늬오징어를 히트했다.
민숙집 앞에서 밤낚시에 도전해 큰 씨알의 무늬오징어를 낚은 김대성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