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터

보령호 안에 숨은 월척 둠벙촌을 가다 

김철규 호봉레저, 탑레저, 토코떡밥 필드스탭 

날씨는 포근할지라도 2월은 여전히 겨울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어느 곳을 가더라도 붕어 얼굴 보기가 쉽지 않았다. 붕어의 씨알을 따질 것도 없이 그저 얼굴만 봐도 고맙다는 생각을 가지고 보령 해안가의 아담한 둠벙을 찾아가게 되었다.
소개하는 보령호 둠벙은 지난 1997년에 준공한 보령방조제 공사와 더불어 생겨났다. 보령방조제의 길이는 1km로 천북면과 오천면을 잇고 있다. 상류로는 광천천과 진죽천이 흘러든다. 보령방조제가 건설되면서 진죽지 서쪽 해안가에 23개, 이번에 다녀온 신송지(고잠지) 서쪽 해안가에 몇 곳의 둠벙이 생겨났다(여기에 소개하는 보령호는 보령시 주산면에 있는 보령댐이 아니라 보령시 오천면 소성리 부근에 있는 간척호를 말한다).

드론으로 촬영한 보령호 둠벙촌. 진죽지와 신송지 서쪽에 30여 개에 가까운 둠벙이 자리하고 있다.

필자 일행이 3박 동안 낚시한 신송지 인근 둠벙. 제법 규모가 컸다. 왼쪽이 보령호 본류와 맞닿은 제방이다.

필자와 동행한 박경식 씨가 중치급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둠벙에서 올린 마릿수 조과를 보여주는 필자.

2월 중순 답사에서 마릿수 조과 확인
지난 2월 15일, 고향 친구 박희설 그리고 지난해 겨울을 전남권에서 함께 보냈던 조윤형 씨와 동출해 답사를 다녀왔다. 우리가 답사한 신송지 서쪽 둠벙의 규모는 약 3천평. 신송지 퇴수로에서 이어진 물길이 둠벙까지 이어지고 다시 보령호 본류로 흘러든다.
나는 둠벙으로 가기 전에 일단 신송지를 먼저 둘러봤는데 보트낚시인 몇 분과 제방 좌측 산자락에서 낚시하는 연안 낚시인이 보였다. 물길을 따라 둠벙까지 내려오던 중 수로에 앉은 낚시인의 조과를 살펴보니 6~8치급 붕어 몇 수씩을 낚아 놓고 있었다.
좀 더 하류의 둠벙에서 대를 담그자 7치 전후였지만 손쉽게 몇 수가 올라와 활성은 좋은 듯했다. 그런데 본격적인 밤낚시에 돌입하자마자 바람이 터지고 눈보라가 날리기 시작했다. 정면에서 불어온 눈보라가 텐트 안으로 밀려와 밤낚시를 포기하고 결국 동이 들 무렵부터 잠시 낚시해 모두 8마리의 붕어를 만날 수 있었다. 씨알은 불만족스러웠지만 요즘 같은 불황기에 이 정도 재미라면 감지덕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 산란기에 접어들면 더 큰 씨알도 낚일 것으로 예상됐다.
당시의 아쉬움에 5일 뒤인 지난 2월 20일, 작심하고 이곳을 다시 찾게 됐다. 이번에는 둠벙과 더불어 본류권 수로도 탐색해보고 싶었다. 일단 지난주에 찾았던 곳에 좌대를 펴고 텐트를 설치한 뒤 에어매트까지 깔아 3일간 편안하게 머물 집을 지었다.
지난번 찾았을 때보다 수위가 20cm가량 낮아져 있었지만 그래도 1.2~1.3m의 수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지난번처럼 긴 대는 펴지 않고 3.0칸부터 3.8칸까지 모두 11대를 편성하였다.
지렁이와 글루텐에는 살치 입질이 심해 옥수수를 사용했다. 초저녁에 몇 수의 붕어를 낚은 후 전날의 피로가 밀려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낚시를 시작했다. 역시 지난주와 동일하게 잊을만하면 한 번씩 붕어 입질이 들어왔다. 이날도 최고 씨알은 8치급이었다.
날이 밝자 다시 살치의 입질이 시작됐고 오후가 되자 역시 또 강풍이 터졌다. 둑을 넘어오는 바람 탓에 채비 투척이 쉽지 않았다. 밤이 돼도 바람은 멈추지 않았고 급기야 낚싯대를  날려 버릴 정도의 강풍으로 변했다. 결국 이날 밤낚시도 꽝을 맞고 말았다.

본격 산란기 접어들면 월척급 기대
새벽 5시에 일어나 텐트 문을 열어보니 받침틀은 돌아가 있고 낚싯대는 바람에 떨어져 채비가 뒤엉켜 있었다. 낚시는 무리겠다 싶어 다시 텐트 문을 닫고 잠을 잔 뒤 동이 튼 뒤에나 채비를 정비해 다시 찌를 세웠다. 낮이 되면서 바람은 다소 약해졌지만 지난밤의 강풍으로 인해 물이 뒤집힌 탓인지 입질은 뜸했다.
잠시 낚시를 멈추고 둑 너머 둠벙과 본류권으로 이어지는 수로 조황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본류권과 연결된 수로에서 탐색낚시 중이던 박경식(닉네임 텐텐) 씨는 45cm 정도 되는 잉어 한 마리와 8~9치급 붕어 몇 수를 낚아 놓고 있었다.
그는 “아직 본류권에서 붕어들이 올라붙지 않은 것 같다”며 조만간 알자리를 보러 들어오는 붕어들로 좋은 조황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둑 너머에는 몇 개의 둠벙이 있었고 바닥에 침수수초가 가득해 작업이 필요해 보였다. 직공채비와 스윙낚시를 겸해 낚시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밤낚시에 대비했다. 어둠이 내리고 바람도 잔잔해져 이곳에 온지 처음으로 좋은 날씨의 밤을 맞이했다. 3박 째만의 평화로운 밤이라 좋은 조과를 기대했다. 이윽고 어둠이 내리고 전자케미로 불을 밝혔다. 잔잔한 가운데 케미 불빛만 올라오면 그만인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그 많던 살치도 어디로 갔는지 입질조차도 없었다.
긴 시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멋진 입질을 받았다. 챔질하니 저항하는 힘이 이전과 달랐다. 버티던 녀석이 항복하고 얼굴을 보여 주는 순간 월척 붕어가 나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계측자에 오른 녀석은 29.5cm의 준척 붕어였다. 이 둠벙에서 수십 마리의 붕어를 낚았지만 그 중에 이 녀석이 최대어였다. 이후 어쩌다 한 번씩 입질이 있었지만 활발한 입질은 없었다.
결국 3박 일정의 보령호 일대 둠벙낚시는 큰 소득 없이 끝났지만 본격 산란 시기가 찾아오면 지금보다는 훨씬 양호한 조황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그때는 둑 너머의 둠벙과 본류권 갈대숲 사이로 연결된 습지 형태의 포인트에서도 입질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됐다.

가는 길: 내비에 충남 보령시 청소면 신송리 671을 입력하면 둠벙 근처로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