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호주

시드니에서 에깅을?

슬리퍼 신고도 ‘무늬’ 스무 마리는 거뜬

엄대종 호주 시드니 재외교포

교민 조남선 씨가 쉘리비치에서 올린 오징어를 보여주고 있다.
형태는 무늬오징어와 비슷하지만 산호초 오징어(bigfin reef squid) 종류로 추측된다.

어릴 적 낚시춘추를 통해 캐나다, 미국 등지의 해외낚시 기사를 접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직접 이민을 와서 호주의 낚시를 소개하고 있으니 세월이 정말 유수와 같음을 느끼고 있다. 
낚시춘추 지면을 빌어 몇 차례 호주의 낚시를 소개한 적 있으나 이번에 소개하는 장르는 시드니의 오징어낚시다.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서식하는 오징어는 호주에서도 자원이 매우 풍부하다. 내가 살고 있는 시드니 역시 북쪽에서 남쪽에 이르는 바다에서는 연중무휴로 다양한 종류의 오징어가 낚인다.

필자 일행이 자주 찾는 시드니의 블루홀 지역.

시드니 캠시낚시의 김요셉 씨가 밤에 올린
굵은 씨알의 무늬오징어를 보여주고 있다.

한치, 화살촉오징어, 무늬오징어, 갑오징어 등 서식 
호주에서 호래기는 아직 못 봤지만 한치, 화살촉오징어, 무늬오징어, 갑오징어까지 다양하게 낚이고 있다. 그 외에도 호주에는 다양한 종류의 오징어가 서식하고 있다. 그중 에깅으로 가장 많이 낚을 수 있는 대상은 무늬오징어류인데 한국과 동일하게 에기를 사용하고 있다.
‘아니 호주에서도 에깅을 한다는 말이야?’하고 놀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건 시드니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에깅을 즐기는 사람들이 이탈리아계 호주인들이라는 점이다. 반면 호주인들은 오징어 낚시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시드니에서 가장 유명한 오징어 포인트는 라페루즈라고 하는 곳이다.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 나온 곳으로 톰 크루즈가 폭파되는 다리를 오토바이를 타고 빠져나오는 장면에 나오는 그 다리이다. 
이곳은 매주 일요일 오후 4시가 되면 10여 명의 이탈리안이 몰려 다리 아래에서 오징어를 낚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탈리아 음식에는 오징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그만큼 오징어를 좋아하다 보니 낚시인도 많은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그러나 인구 수로 본다면 가장 많은 에깅 낚시인은 중국인이며 그 다음이 일본인, 한국인 순이다.

파슬리 지역의 한 선창가 주변에서 찌낚시로 드러머를 노리고 있는 필자.

쉘리비치에서 올린 무늬오징어.

화려한 액션 불필요, 대충 흔들어도 낚여
이곳에서 사용하는 에깅 장비는 다음과 같다. 로드는 7~9피트 내외의 미디엄 파워 로드를 주로 쓰는데 개인 선호도에 따라 미디엄라이트부터 미디엄헤비까지 사용하고 있다. 릴은 예전엔 소형을 썼지만 줄꼬임을 줄이고 원투가 잘 되는 2000~2500번을 쓰고 있다. 현재는 3000번 크기로 넘어가는 추세다. 보통은 스풀을 하나 더 구입해 하나는 일반용으로, 하나는 에깅 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라인은 PE라인 12~20파운드를 많이 사용한다. 이렇게 굵은 줄을 쓰는 이유는 오징어 자원이 그만큼 많아 굳이 가는 줄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일 것이다. 에기는 2~4호까지를 쓴다. 호주에도 고급 일산 제품이 많지만 주로 저렴한 중국산 에기를 많이 쓰고 있다. 쇼크리더는 2~4호의 카본라인을 짧게는 1m, 길게는 낚싯대 길이만큼만 쓴다.
이곳에서도 유행이라는 게 있어서 작년에 녹색 계열 에기로 2kg급 무늬오징어가 마릿수로 낚이자 한동안 녹색 에기가 동이 난 적 있었다. 이곳 낚시인들도 앱을 통해 낚시 정보를 공유하는 등 테크닉과 장비에 대한 정보 교환이 매우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액션도 한국처럼 화려하게 주지는 않는다. 대체로 수심이 깊지 않고 그만큼 오징어 자원이 많다 보니 대충 낚싯대를 흔들어도 쉽게 오징어가 낚이기 때문이다. 오징어의 경우 마릿수 제한에 여유가 있어 20마리까지는 낚을 수 있다.

퇴근 후 선착장 등에서 짬낚시
시드니에 거주하는 나와 동료 낚시인들의 출조 패턴은 다음과 같다. 주말에는 어디든 낚시인들이 많기 때문에 가급적 주중 오후 5시경 퇴근해 출조에 나선다. 보통 한두 명이 동출하는데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점에서 간단히 저녁식사를 때우고 저녁 7시경 현장에 도착한다.
이곳 시드니는 한국과 계절이 반대인 여름이며 서머타임을 실시하고 있다. 그 관계로 한국 보다 2시간이 빠르고 일몰은 여기 시간으로 오후 8시쯤이다. 보통 피딩 타임 전에 손 빠른 낚시인은 한두 마리의 오징어를 낚아내며 초저녁낚시로 하루 3~10마리의 오징어를 낚는 것이 일반적이다. 씨알은 평균 고구마급 이상. 그 이하로 작은 놈들은 곧바로 살려주고 있다.
시드니 오징어 포인트의 최고 매력은 역시 안전하다는 것이다. 수상택시 또는 배들이 접안하는 도선장, 발판 편한 수상공원 등에서 오징어가 잘 낚인다. 그래서 실제로 슬리퍼를 신고 오징어를 낚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그만큼 호주의 오징어 자원이 풍부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주의할 점은 오징어를 낚다가 가끔씩 올라오는 파란 띠의 문어다. 이 녀석은 치명적인 독을 지니고 있으므로 절대 만지지 말고 놔줘야 한다.
한편 호주의 유명 포인트에는 어종, 마릿수, 씨알 등의 제한을 알리는 안내판이 붙어 있으므로 반드시 한 번은 훑어보고 포인트로 향하는 게 좋다. 피싱 라이선스는 필수. 만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라면 보호자가 있을 경우 피싱 라이선스가 필요 없다.
갯바위에서 낚시할 경우에는 구명조끼 착용이 필수다. 시드니 전역에 해당하는데 미착용 시 적발되면 440불의 벌금을 내야한다.

시드니에서는 1.5kg에 달하는 대형급들이 종종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