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 가거도
드디어 수온이 떨어졌다
대물 시즌 개봉박두
이영규 기자
2월 둘째 주 현재 가거도는 수온이 10도대를 유지하면서 대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보통 2월 말이면 수온이 7도까지 떨어지므로 기록어에 도전하고 싶다면 2월 안에 승부를 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가거도 1구 낭여에 내린 김영문 씨가 발밑으로 파고드는 감성돔을 제압하고 있다. 왼쪽으로 멀리 보이는 섬은 간여.
올해 가거도의 중반 조황은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초등철에는 나름대로 마릿수 조과를 배출하며 선전했지만 1월 중순으로 접어들며 조황이 곤두박질쳤다. 여러 추측이 나돌았지만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유례없던 고수온이 꼽혔다.
내가 가거도로 들어갔던 1월 18일의 가거도 수온은 12도. 예년 같으면 10~11도를 유지해야 되는데 1도나 높았다. 고작 1도 차이를 따지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으나 이맘때 1도는 하절기 3~4도에 해당할 정도로 큰 수온 차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정확히는 최대 2도까지도 차이가 나는 것이므로 감성돔이 느끼는 수온 영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 영향 때문일까? 1월 18~1월 21일 가거도에 머무는 동안 구경한 감성돔 중 5짜가 넘는 씨알은 고작 2마리에 불과했다. 30~35cm급이 주로 낚이고 커야 45cm 수준이 올라오면서 나라 안 최고 원도라는 명성에도 금이 갔다. 내가 취재를 들어갔을 당시의 물때가 조금이었던 영향도 컸던 것 같았다.
고수온이 장기간 유지되자 큰 씨알은 몸을 움츠리고 잔챙이만 낚이는 현상이 1월 내내 지속됐지만 의외의 조과도 빈번했다. 1월 19일에는 주의보급 폭풍이 부는 상황에서 북서풍에 의지되는 앞면으로 출조한 창원 낚시인 정광주 씨가 5짜급 감성돔을 두 마리나 뽑아냈다.
조류 흐름이 약한 앞면 일대는 조금물때에는 씨알이 잘기로 유명한데, 이런 상황을 감안해 30m 이상 채비를 원투한 원투찌낚시에 5짜가 걸려들었다. 즉 갯바위에서 먼 곳에는 여전히 큰 감성돔이 도사리고 있지만 수온이 맞지 않다 보니 연안 접근을 꺼리는 중임을 예상할 수 있었다.
반면 근거리 발밑을 공략한 낚시인들은 30cm 내외급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강한 바람을 피해 노랑바위에 내린 낚시인들이 감성돔을 노리고 있다.
“삼일 만에 쓸 만한 녀석을 만났습니다” 가거도 입성 후 잔챙이 올려 실망하던 김영문 씨가 취재일에 올린 47cm급을 낚아들고 기뻐하고 있다.
1구 둘레길에서 바라본 앞면의 납당여 일대. 둘레길을 따라 올라가면 가거도 앞바다의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취재 기간 중 창원의 정광주 씨가 앞면에서 뽑아낸 5짜급 감성돔.
가거도 감성돔의 늠름한 자태. 특히 겨울철 회 맛으로는 전국 최고를 자랑하다.
김영문 씨가 감성돔을 뜰채에 담아내고 있다.
원도권 겨울낚시는 물때보다 날씨가 우선
2월로 접어들자 씨알 조황은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지난 2월 9일에 전화통화한 가거아일랜드 임세국 사장은 “수온이 안정되면서 평년 조황을 회복하는 분위기다. 이제야 10도대의 수온이 유지되면서 잔챙이들이 서서히 모습을 감추고 있다.
문제는 날씨다. 겨울에는 수온, 물때와 관계없이 일단 날씨가 좋아야 좋은 조황을 기대할 수 있다. 좋은 기상만 만난다면 어렵지 않게 후반기 감성돔 손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2월 말 이후의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보통 2월 말이면 7도 이하인 5~6도 수온까지 수온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낮아진 수온에 너무 민감할 필요가 없다는 게 가거도 전문가들의 얘기다.
즉 수온이 너무 높은 상황에서는 해결책을 찾기 어렵지만 최저로 낮아진 수온은 4~5일만 지속적으로 유지되면 감성돔이 적응해 입질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취재에 동행했던 경기 부천의 김영문 씨는 “내가 가거도에서 올린 5짜 이상 감성돔은 2월 말에 가장 많이 낚였다. 마릿수는 적었지만 2호 목줄로도 상대가 안 되는 놈들이 이 시기에 가장 많이 출몰한다. 3월에도 대물 시즌은 유효하지만 아무래도 마릿수 확률은 2월 말까지가 찬스이다”고 말했다.
오후 출항 여객선 신설, 3시간 30분이면 가거도 도착
올 겨울 가거도 출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여객선의 추가 운항이다.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오후 2시 30분에 출항하는 여객선이 추가로 편성되면서 여객선 이용객들의 편의성이 좋아졌다. 특히 오후 배는 흑산도와 태도 등을 경유하지 않고 가거도로 직항하기 때문에 소요 시간이 기존 5시간에서 3시간 정도로 짧아졌다.
따라서 오전 8시에 출항하는 오후 배를 타기 위해 새벽부터 부산을 떨 필요가 없어졌으며, 오후 여객선으로 느지막이 가거도로 들어가 쉬다가 이튿날 아침부터 낚시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가거도에서 나올 때도 오전 8시에 직항하는 여객선을 이용하면 역시 3시간 만에 목포로 나올 수 있다.
문의 가거아일랜드 임세국 선장 010-6780-7971, 남해고속 061-244-9915
가거도 1구에 있는 가거아일랜드민박.
가거아일랜드는 뷔페만큼 다양하고 맛 좋은 식사를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출조를 마친 단골 낚시인들이 회포를 풀고 있다.
가거아일랜드호가 낭여 안통에 내린 손님들을 철수시키고 있다. 취재 기간 내내 폭풍이 강하게 불어 낚시에 애를 먹었다.
가거도의 둘레길 이정표. 편하고 안전한 가거도 둘레길은 여행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