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의 빼빼로  성암저수지

“여기가  저수지요 강이요?”

생긴 것부터 희한하더니 붕어 힘도 불가사의!

김중석 객원기자· 천류 필드스탭

▲상류에서 본 성암지. 저수지 폭이 좁아 양 연안이 한 눈에 들어온다.

무안 낚시인 박경희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분명 호황 소식일 것이다. 그의 소개를 받고 출조해 재미 본 적이 많기에 반가웠다. 대뜸 “어디 쓸 만한 곳이 있습니까?”하고 묻자 자신 있는 목소리로 ‘무안의 성암지’라고 답한다.
“무안읍내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준계곡지인데 내가 활동하는 낚시회 사람들이 밤낚시를 해서 월척을 6마리나 낚았어요, 물이 많이 빠져 상류가 드러난 상태인데 녹조가 낀 상황에서도 연일 월척이 낚이고 있습니다.”
성암지? 생소한 이름이다. 자료를 뒤져보니 90년대 후반 떡밥낚시에 여러 마리의 월척이 낚인 곳이다. 전남 무안군 무안읍 성암리에 있는 수면적 1만5천평의 준계곡지. ‘이런 곳을 여태 왜 몰랐지?’ 궁금증 반 설렘 반인 심정으로 성암지로 출조했다. 

▲이본형씨는 굵은 동자개와 5~8치 붕어로 손맛을 봤다.

뜻밖의 만수, “포인트가 다 잠겨버렸네!”

무안읍에서 일로읍으로 가는 도로변에 저수지 상류가 보였다. 이곳은 나도 출조길에 오가며 봐서 알고 있던 곳이다. 하지만 낚시해볼 생각은 못했었다. 박경희씨는 “타지꾼들은 우습게 보고 대를 펴지 않았던 곳이지만 무안꾼들은 이맘때부터 늦가을까지 재미를 보던 곳입니다. 포인트가 별로 없고 시즌이 짧아 외부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입니다.”하고 말했다. 직접 가보고는 묘한 생김새 때문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 마디로 길쭉하다. 눈대중으로 봐도 저수지 폭이 제방에서 상류까지 길이의 10분의 1도 안됐다. 강처럼 생긴 저수지. 박경희씨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게 저수집니까? 강입니까?” 
그런데 박경희씨가 당황하는 기색이다. 엊그제 내린 비로 상류까지 물이 들어찼다는 것이다. 월척이 낚였다는 낚시자리는 물에 잠겨 버렸다. 하는 수없이 바닥지형 얘기만 듣고 대충 자리를 잡아 대를 폈다. 동행한 회원들은 상류의 듬성한 뗏장수초 주변에 앉았다. 
케미를 꺾었다. 잔챙이 일색이다. 새우가 너무 작아서 그런가? 신홍준씨 자리에서 불빛이 어지럽다. 그리고 안타까운 한숨 소리. 새우에 월척급이 낚였는데 그만 뗏장수초를 감아 터뜨렸다는 것. 옆에서 낚시하던 박경희씨가 잉어일 거라고 하자 신홍준씨가 대형 붕어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채집망에 참붕어가 들어왔다. 미끼를 전부 참붕어로 교체해지만 입질은 감감무소식. 그런데 이본형씨만 입질을 계속 받고 있었다. 큰 소리로 ‘미끼를 무엇을 쓰냐’고 묻자 ‘죽은 새우’라고 답한다. 서둘러 새우쿨러에서 죽은 새우를 골라 다시 찌를 세웠다. 과연 효과가 있었다.
자정을 넘기자 죽은 새우에만 집중적으로 입질이 들어왔다. 준척급이겠다 싶었는데 8치다. 이놈들, 힘을 제법 쓴다. 낚이면 8~9치 붕어였다. 그런 놈을 5마리 정도 연거푸 낚으니 팔이 얼얼하다. 박경희씨에게 소리쳤다. “저수지가 강처럼 생겨서 그런지 강붕어처럼 힘이 좋습니다.”

왼쪽)아침 입질을 받은 이본형씨. 뗏장수초대에서 붕어를 끌어내고 있다.  오른쪽)성암지 상류. 드문드문 자리 잡은 수초대 사이를 노려야 한다.

“추수 끝자락에 참붕어 쓰면 틀림없는 곳”

아침엔 박경희씨의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 있었다. 밤새 새우와 건탄낚시를 번갈아가며 했던 그는 아침에 잉어를 건 듯했다. 낚싯대를 세우기는 했으나 강제집행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을 썼다. 어느 누구도 뜰채를 갖고 있지 않았다. 잉어 힘이 다 빠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10여 분을 그렇게 버티다가 이본형씨의 도움으로 어렵게 끌어낼 수 있었다. 녀석은 70cm급 잉어였다.
죽은 새우로 6~9치 붕어를 5~10수씩 낚았지만 월척은 없었다. 낚시터를 안내한 박경희씨가 ‘월척 없는 조행’에 많이 미안해하는 눈치다. 나는 일부러 큰소리로 “붕어든 잉어든 힘이 좋아서 다들 손맛은 충분히 본 셈”이라고 말했다. 박경희씨는 “엊그제 같이 수위가 70% 정도를 보일 때 월척이 많이 낚여요. 오늘은 만수위라서 큰 붕어가 올라붙지 않은 것 같습니다. 추수 끝자락에 찾아 참붕어를 쓰면 분명 한 번은 제대로 월척이 붙을 겁니다. 그때 한 번 다시 연락하겠습니다.”하고 말했다.

 ▲준척붕어 한 마리씩 들고. 좌로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준석, 이본형, 박경희, 신홍준씨.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무안I.C를 빠져나와 1번 국도를 타고 무안읍 방향으로 약 1.8km 가면 성동삼거리다. 여기에서 일로읍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약 3.8km 가면 우측에 성암지 상류가 바로 보인다.
■전국낚시지도 299P E2  아이코드 079-608-2247

무안 성암지는?

전남 무안읍에서 일로읍 가는 길 811번 국도변에 위치해 있는 1만5천평의 준계곡지다. 강처럼 길쭉한 형태가 특징이다. 제방부터 상류까지의 길이 800m, 폭은 75m다. 상류 일부를 제외하고는 산으로 둘러싸여 만수 상황에선 포인트가 몇 자리 나오지 않는다. 8월 중순 호조황이 이어졌을 당시에는 수위가 만수에서 1m 정도 빠져 상류 일대가 드러나 있었다. 블루길과 배스는 없고 왕우렁이 성화는 있다. 현지꾼들은 미터급 잉어를 비롯해 대형 월척이 상당량 들어있다고 한다. 마사토 바닥에 뗏장수초가 드문드문 자라고 있어 뗏장 사이사이를 노리면 입질이 잦다.
■현지문의  무안 서해안낚시마트 061-454-7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