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강원 고성 앞바다

대구낚시 하며 맞는 해돋이 감동

박일 객원기자

강원도 양양 아야진항 앞바다의 새벽 출항. 일출을 앞둔 수평선이 붉게 물들었다.

겨울바다와 눈 덮인 설악의 설산을
배경으로 항구의 내만이나 선상낚시를
하는 낭만과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어느새 한 해가 저물어 가고 또 다른 새날의 아침 해가 떠오르는 깊은 뜻에 묵도를 한다. 언제나처럼 마음 편안하게  온 누리에 서서히 나래를 펴는 기상으로 가슴 저미며 맑은 웃음을 활짝 머금어 본다. 민물낚시를 즐기는 낚시인이지만 해마다 이 시기가 되면 강원도 고성 부근으로 새해 해돋이를 보기 위해 겨울여행을 떠나곤 한다. 당연히 ‘꾼’이기에 새해 해돋이 구경을 핑계 삼은 낚시여행이다.
바닷가로 가는 여행이기에 이때는 민물낚시가 아닌 바다낚시를 할 수밖에 없지만 겨울바다와 눈 덮인 설악의 설산을 배경으로 항구의 내만이나 선상낚시를 하는 낭만과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지난 12월 20일 몇몇 조우와 함께 해돋이 낚시여행을 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아야진항으로 떠났다.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대략 두 시간 반 정도를 달리자 설악산 아래에 있는 아야진항에 도착했다. 아야진항은 동해의 북부에 있는 조그만 항구지만 겨울바다가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인근에 관동팔경의 하나인 청간정이 있다.

도루묵 통발로 저녁 먹거리 장만 
겨울이라 해돋이 구경 온 사람들과 몇 안 되는 낚시인들이 바닷가에서 낚시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그런지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다. 우리 일행은 미리 예약해놓은 민박집(겨울이어서 4~5만원 정도로 저렴하다)에 여장을 풀고 항구로 나갔다.
해마다 이맘때 아야진항을 찾으면 저녁 먹거리로 꼭 장만하는 물고기가 있다. 바로 도루묵이다. 이 도루묵은 통발을 이용하면 쉽게 잡을 수 있다. 항구의 낚시점에서 5천원 정도 하는 통발을 세 개 정도 구입해 돌을 넣고 긴 줄을 이용해 항 곳곳에 넣어두면 도루묵이 들어온다. 10~20분 기다렸다 들어 올리면 통발 속에 20~30마리의 도루묵이 들어 있다. 통발을 바다에 던졌다가 들어올리기를 반복하면 되는데 2시간이면 아이스박스를 채울 수 있을 정도로 양이 많다, 미끼는 따로 필요 없다.  
도루묵은 재미있는 옛 이야기가 전해져온다. 임진왜란 당시, 피난길에 오른 국왕 선조가 처음 보는 생선을 먹게 되었는데 그 생선을 맛있게 먹은 선조가 고기의 이름을 물어보니 ‘묵’이라 했다고 한다. 맛에 비해 고기의 이름이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한 선조는 그 자리에서 ‘묵’의 이름을 ‘은어(銀魚)’로 고치도록 했다. 나중에 왜란이 끝나고 궁궐에 돌아온 선조가 그 생선이 생각나서 다시 먹어 보니 전에 먹던 맛이 아니었다. 그 맛에 실망한 선조가 “도로 묵이라 불러라”하고 명해서 잠시나마 ‘은어’였던 고기의 이름이 도로묵이 되어버렸고, 이것이 후대로 오면서 ‘도루묵’이 되었다고 한다.
도루묵은 산란철인 겨울이 오면 동해 북부의 얕은 바다에 떼를 지어 산란을 하기 위해 나타난다. 보통 11월 말에서 1월 하순까지 잘 잡힌다.

출항 준비로 분주한 양양 아야진항의 새벽.

아담한 크기의 아양진항. 하늘에 수놓인 새털구름이 정겹다.

“얼마나 들어 왔을까?” 도루묵 통발을 들어 올리고 있는 필자 일행.

도루묵으로 채워진 아이스박스. 3시간 정도 ‘통발낚시’를 하면 이 정도 잡을 수 있다.

도루묵으로 그득한 통발.

선상에서 맞는 일출 장관
민박집으로 돌아와 도루묵 매운탕과 함께 간단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다음날 일정에 대비하해 휴식을 취했다. 다음날 새벽 6시에 출항하는 대구 낚싯배를 타기 위해서다. 지난해 11월부터 낚이기 시작한 대구가 12월 말로 접어들면서 씨알이 커지고 마릿수 조황이 이어지고 있다. 
새벽 5시 민박집을 나와 출항신고를 마친 우리는 낚싯배에 올랐다. 배를 타고 10분 정도 바다로 나가니 먼 바다 끝에서 일출이 장엄하게 수면 위로 펼쳐지는데 정말 장관이었다. 해돋이 구경을 선상에서 보는 게 색다른 느낌이었다.
대구낚시는 보통 바다에서 6시간 정도 포인트를 옮겨 다니며 낚시를 하는데 120~150m로 깊은 수심에서 낚시를 한다. 낚시 장비와 채비는 350g 메탈지그에 바늘은 우럭침선용 카드채비를 달고 전동릴을 사용한다. 전동릴은 낚싯배에 준비되어 있어 요금을 내고 빌리면 된다. 요금은 2만원. 채비와 메탈지그는 별도 구매해야 한다. 우리는 대여한 전동릴로 낚시를 시작했다. 
21인승 낚싯배는 휴게실과 화장실이 있는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 선장 외 총무 2명이 동승해 낚시에 익숙하지 못한 출조객들을 도와주었다. 아야진항을 출발한 배가 30분 정도 나가자 포인트에 도착했는지 "낚시 시작"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대구 낚시 요령은 어렵지 않다. 대구 채비를 전동릴에 달고 바다 속으로 던져 넣으면 되는데 채비가 바닥에 닿으면 1m 정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다가 조금 무거운 느낌이 들면 전동릴 스위치를 눌러 감아올리면 된다. 

40~60cm 대구가 주렁주렁
낚시 시작부터 50cm 전후의 대구가 올라왔다. 일행인 김동원 씨가 60cm급 대구 한 마리를 낚은 것을 시작으로 채비를 넣으면 대구가 올라왔다. 어느 때는 채비 하나에 4마리의 대구가 낚이기도 하였다. 보통 낚이는 씨알은 40~60cm지만 간혹 90cm 정도의 대구가 낚이기도 했다. 우리 일행이 낚은 대구는 20여 수. 준비한 쿨러는 3시간도 채 안돼 꽉 찼다. 배에 승선한 16명의 낚시인 대부분 쿨러를 채우는 조과를 거뒀고 만족스런 표정이었다. 씨알 큰 대구는 3~4마리만 되어도 아이스박스에 가득 찰 정도였다.
6시간의 낚시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지나갔다. 강원도 고성 앞바다 대구낚시는 지금이 한창 시즌이다. 3월까지 잘 낚이는데 1월 말에서 2월 중순까지가 씨알이 가장 좋다. 대구 선상낚시는 6시간 낚시를 하고 돌아오며 뱃삯은 7만원. 중식을 따로 제공한다. 
현지 문의 고성 용광낚시 033-633-0596, 토성면 아야진해변길 84   

수면에 모습을 드러낸 대구. 40~60cm 씨알이 낚이고 있다

대구 배낚시에서 봉돌 대신 사용하는 메탈지그. 350g 정도의 중량을 사용한다.

강원도 양양 아야진항 앞바다의 대구 배낚시.

일행 중 박동일 씨가 80cm급 대구를 들어 보이며 미소 짓고 있다.

필자 일행의 대구 조과. 씨알이 커서 쿨러를 채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