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 매물도

빛과 바람의 섬
왕전갱이가
우리를 반겨주더라

최무석 다음카페 바다루어클럽 회장·닉네임 유강

▲소매물도에서 바라본 등대섬. 통영권 최고의 비경으로 꼽힐 만큼 섬의 자태가 웅장하다.

지난 12월 28일, 필자가 운영하는 다음카페 바다루어클럽 울산팀 회원들과 통영 매물도로 낚시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빛과 바람의 섬’이라고 불리는 매물도는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뱃길로 약 2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행정구역은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다.
매물도는 대매물도와 소매물도 그리고 등대섬으로 나뉘어 있으며 우리는 대매물도를 찾았다. 대매물도는 요즘 낚시보다는 관광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트레킹 코스를 잘 닦아 놓아  ‘7성급 캠핑장’이라 불릴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대매물도엔 당금마을과 대항마을에 50여 가구가 살고 있다. 민박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며 원하면 현지에서 낚싯배도 탈 수 있다.
매물도(당금마을)로 들어가는 여객선은 통영여객선터미널과 거제도 저구항 두 곳에서 출항한다. 통영여객터미널에서는 하루에 3번 운항(1인 편도 1만4600원)하며 비진도를 경유하기 때문에 1시간30분이 소요된다. 저구항에서는 하루 4번 운항(1인 편도 9900원)하며 약 40분이 걸린다. 낚싯배로 가는 방법도 있는데 거제 대포항에서 탈 수 있다. 매물도까지의 운항 시간은 20분으로 짧고 출조와 철수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며 보통 1인 편도 1만원의 도선료를 받는다. 

▲당금항에 비치되어 있는 리어카를 이용해 산중턱에 있는 민박집까지 짐을 나르는 회원들.

▲대매물도 당금마을. 최근 트레킹과 캠핑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살림망이 터질 정도로 전갱이가 가득 들었다.

남해 바다에 수채화처럼 떠있는 섬들
오후 2시30분에 거제 대포항에서 매물도피싱레져호를 타고 대매물도 당금선착장에 도착했다. 필자는 예전에 트레킹을 목적으로 이곳을 찾은 적이 있는데 6년 만에 다시 발걸음하게 되었다. 뱃전에서 바라본 언덕배기의 당금마을은 촌집과 펜션 그리고 자연이 조화롭게 잘 어우러져 섬의 향기가 진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선착장에 비치된 리어카를 이용해 마을 중턱에 위치한 민박집으로 짐을 옮기고 준비해간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점심식사를 한 후 매물도에서의 일정을 시작했다.
첫날 일정은 저녁까지 대매물도 트레킹을 하고 밤에 볼락낚시를 하는 것이었다. 트레킹 코스는 통영의 미륵도, 한산도, 비진도, 연대도, 소매물도와 함께 한려해상 바다백리길로 조성된 대매물도의 해품길로 이어지는데, 기암절벽, 몽돌해변, 갯바위 등 해안의 천하 비경을 감상하며 낚시할 갯바위 자리도 살펴볼 생각이었다. 바다 위에 한 폭의 수채화처럼 떠있는 섬들을 가슴에 담은 후에 마지막으로 당금마을 발전소 옆 매갱이길을 따라 전망대에 올라 노을 진 석양을 감상하기로 했는데 시작부터 계획했던 일정이 삐걱거리고 말았다.
점심식사 후 음식 찌꺼기를 비우려 선착장으로 내려갔던 장영민 회원이 돌아와서는 “내항 마리나 계류장에 30cm급 전갱이가 터져서 야단입니다”라고 말한다. 전갱이 대박 소식에 회원들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트레킹은 다음날에 하기로 하고 우선 전갱이낚시부터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금항 마리나 계류장에서 38cm 전갱이를 낚은 양창희(낭만) 회원.

▲30cm 전갱이를 낚은 탁원진 회원.

▲손아귀에 들어오지 않는 초대형 전갱이. 힘이 장사다.

예상하지 못했던 전갱이 대호황
지금 이 계절의 매물도의 대표 어종은 볼락과 전갱이이므로 일행 모두가 아징 채비를 가져온 터라 민박집에서 각자가 선호하는 채비를 준비해서 서둘러 마리나 계류장으로 내려갔다. 막상 도착해보니 10여 명이 전갱이낚시를 하고 있었다. 두 분은 찌낚시 나머지는 7~8ft 가량의 루어로드로 카드채비를 운용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제에서 가족과 함께 매물도를 찾은 일반인 한 분이 30cm가 넘어 보이는 전갱이 두 마리를 쌍걸이로 랜딩하는 게 목격되었다. 채비는 전갱이 카드채비였고 싱커는 3호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늘에는 크릴새우가 달려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 일행 외에는 전부 크릴새우를 미끼로 사용하고 있는데 찌낚시인은 계속 밑밥을 치고 있었다.
그간의 조황이 어떠했는지 살림망과 아이스박스를 일일이 살펴보았다. 30여 수가 넘는 전갱이가 들어있는 살림망이 눈에 띄었고 한 명은 20수 이상 낚아놓기도 했다. 2시간 낚시했는데 30cm가 안 되는 것은 전부 릴리즈하고 이만큼 낚아낸 것이라고 한다.
마리나 계류장 내항의 수심은 만조 기준 10m가량이었다. 필자는 싱커로 엠캐로 L 타입 5.3g에 웜을 끼운 지그헤드 0.4g을 체결한 캐롤라이나리그를 사용했다가 반응이 없어서 엠캐로 L타입 7g에 싱글훅을 체결해서 사용하니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같은 채비로 몇 차례 더 시도했지만 연타에는 실패, 아무래도 생미끼낚시가 루어낚시에 영향을 준 것 같았다.
루어채비에서 반응이 없자 몇몇 회원들이 선착장 앞 매점에 가서 전갱이 카드채비를 구입하해와 크릴새우를 얻어 전갱이낚시를 계속했다. 탁원진 회원의 30cm급 한 마리를 낚은 데 이어 양창희(낭만) 회원이 38cm에 근접하는 대물을 낚아 올려 분위기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크릴새우를 사용한 몇몇 회원들의 낱마리 조과가 이어졌으나 간조 시간을 약 한 시간을 앞둔 오후 3시가 조금 넘자 입질이 끊기는 듯했다. 철수한 일행은 전갱이 회와 회초밥 을 만들어 일찌감치 저녁식사 겸 뒤풀이를 하고 야간 볼락·전갱이낚시를 준비했다.

▲당금항 큰방파제 석축 콧부리에서 야간에 전갱이낚시를 하고 있는 회원들

▲철수 후 확인한 볼락 조과.

▲대매물도 당금마을에서 함께 2박3일을 보낸 다음카페 바다루어클럽 회원들.

▲대항마을로 넘어가는 언덕길에서 촬영한 매물도 당금마을 전경, 멀리 매섬과 어유도(뒤에 큰 섬)가 보이고 오른쪽 언덕에는 전망대가 있다.

큰방파제 외항 꺾인 자리가 명당
어둠이 깔린 직후부터 큰방파제 외항의 꺾어지는 부분과 큰방파제 초입의 갯바위로 진입로에서 두 개 조로 나누어 밤낚시를 시작했다. 필자는 부부가 함께 온 두 쌍의 회원들과 어울려 갯바위에서 회원들을 촬영하며 볼락 위주의 낚시를 했다. 집어등을 밝혀놓고 1.5g 지그헤드를 사용했으나 발 앞에서는 거의 입질이 없어서 싱킹 던질찌에 1g 지그헤드를 체결한 후 장타를 날려 전층을 탐색해 나갔다. 중들물이 진행되면서 볼락이 차츰 피어올라 주로 중층에서 입질을 했는데, 갯바위에서 낚시한 일행들과 함께 낚은 볼락은 전부 갈볼락으로 평균 씨알이 17~19cm였다.
큰방파제에서는 20cm가 넘는 볼락이 제법 낚였고 30cm 내외의 전갱이도 잘 낚였다. 그래서 필자는 큰방파제로 자리를 옮겨 방파제 상단에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집어등을 발 아래로 비추고 지그헤드리그로 테트라포드 뿌리 쪽과 수면 아래 테트라포드의 구멍 사이를 공략하는 기법으로는 좋은 조과를 거둘 수 있었다.
한편 전갱이를 노린 탁재우(알렉스) 회원은 큰방파제 외항의 꺾인 자리에서 낚시를 했는데, 지그헤드 2g에 2인치 웜을 끼워 전갱이를 공략했다. 채비를 캐스팅하고 바닥까지 채비를 내린 후 빠르게 감았다가 스테이 액션을 구사할 때 바로바로 입질이 들어왔다. 조류가 강하게 흐를 때는 액션 없이 채비를 캐스팅하여 흘리는 도중에도 입질이 왔는데, 전갱이 활성도가 아주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부 회원들은 큰방파제 내항 석축으로 자리를 옮겨서 볼락과 전갱이낚시를 이어갔으나 별 성과가 없어 필자와 함께 밤 12시에 철수했다.

▲매물도로 출조한 한기현 씨가 36cm 전갱이와 나머지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왕전갱이 명소로 거듭날 듯
둘째 날에는 첫날과 같은 낚시를 이어가며 많은 양의 전갱이와 볼락을 낚을 수 있었다. 출조 마지막 날인 12월 30일에는 오전 11시에 당금선착장에서 매물도피싱레져호를 타고 거제 대포항으로 떠나기로 예약을 했다. 마지막 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서 우리가 묵은 민박집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사용하던 비품 및 도구들을 정돈한 후 쓰레기와 음식찌꺼기도 모조리 지정한 장소로 옮겨서 처리를 했다.
낚싯배를 기다리며 선창을 서성이자니 사흘밖에 머무르지 않았지만 함께한 회원들과의 정분 때문인지 가슴 뜨거웠던 시절의 노스탤지어 감성 때문인지 잠시 그리움에 사무치기도 했다.
이번 출조로 새삼 깨달은 사실이 있다면 매물도의 루어 대상어의 변화다. 필자가 3년 전에 매물도 선상 볼락낚시를 할 때까지만 해도 루어낚시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물도는 볼락낚시 메카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전갱이가 더 대세가 아닌가 싶다. 기대한 볼락은 오히려 씨알이 작았고 생각지도 못한 전갱이는 바로 앞 방파제 내항에서 손쉽게 30cm가 넘는 씨알을 만날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아마 매물도 현지 상황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채비를 연구하고 출조 시기 등을 신중하게 고려해서 온다면 충분히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음카페 바다루어클럽 cafe.daum.net/sealure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