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 가거도

찌낚시 성지에서
원투로 5짜 감성돔 캐다

박광호 선라인 필드스탭, 대물던질낚시 매니저

국토 최서남단 가거도. 이맘때면 많은 갯바위 찌낚시인들이 대물 감성돔을 찾아 떠나는 곳이다. 이번에 직장을 옮기는 과정에서 긴 휴가를 얻게 돼 꿈에 그리던 가거도로 원투낚시 출조에 나섰다. 5짜 감성돔은 봄에 근해권 포인트에서 많이 낚아봤지만 꿈의 겨울 6짜 감성돔은 원투로 낚기 쉽지 않다. 그 꿈을 이루어줄 곳이 가거도이기에 같은 동호회 부매니저인 김용석 형님과 함께 도전하기로 했다.

▲개불 미끼에 걸려든 가거도 5짜 감성돔.

▲냇넙 포인트에 설치한 원투낚싯대들.

▲찌낚시인들이 올린 마릿수 조과. 

이택상 프로가 낚아 놓은 6짜 감성돔에 깜놀
12월 21일 토요일 아침에 목포항에 도착해 여객선을 타고 가거도로 출발했다. 큰마음을 먹고 나선 출조였는데 다행히 바다 날씨가 좋아 기분이 더욱 좋았다. 원투낚시 미끼는 늘 사용하는 개불. 3박4일 낚시로 충분한 양을 준비했다.
3시간 정도 후 가거도에 도착한 우리는 한보낚시에 여장을 풀었다. 주식회사 윤성의 갯바위 필드스탭들이 찾는 민박집인데 가거도 바다낚시에 정통한 임성식 선장님이 운영하는 곳이다.
점심을 먹고 나가려던 우리 눈에 놀라운 광경이 들어왔다. 우리보다 먼저 들어온 시마노 인스트럭터 이택상 프로님이 6짜 감성돔을 낚아 놓은 게 아닌가. 우리의 기대는 더욱 부풀어 올랐다.
우리가 내린 첫 포인트는 하늘개취 옆 멍여라는 곳. 정면으로는 꼭 한 번 참돔 원투낚시를 해보고픈 간여가 보였다. 우측으로는 작은 해변이 있었다. 
채비를 던져보니 곳곳에 수중여가 잘 발달돼 있었고 수심은 10m 내외였다. 물색은 거문도와 비슷했다. 수중여 주변을 노리며 낚시를 시작했지만 1물이라는 약한 물때 영향인지 좀처럼 들물이 움직이지 않았고 잡어 입질도 없었다.
둘째 날은 돌돔 원투낚시 경험이 풍부한 이택상 프로님이 선장님께 부탁해 우리가 내릴 자리를 골라주셨다. 우리가 내린 자리는 2구에 있는 냇넙이라는 포인트였다. 채비 셋팅을 마치고 던져보니 장타를 칠 경우 수심이 20m 이상 나올 정도로 깊었다. 만조가 지나자 썰물이 잠방잠방 흘러 기대감을 갖게 했다.
1시간쯤 지나 입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올라온 녀석은 다음 아닌 쥐노래미, 쏨벵이 그리고 참우럭으로 불리는 누루시볼락이다. 대상어는 아니지만 우선 잡어들의 입질이 활발해 기대감이 커졌다.

▲시마노의 보텀 킹 원투대를 사용한 필자가 감성돔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둘째 날 올린 5짜 감성돔을 보여주는 필자.

▲한보낚시 임성식 선장님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냇넙에서 드디어 5짜 상봉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점심을 먹고 나니 오후 2시경이 됐다. 낚시 종료 시간이 두 시간밖에 남지 않은 끝썰물 상황. 갑자기 조류 방향이 이제까지와는 반대로 들물 방향(북쪽 검은여 방향)으로 거세게 밀어 붙인다. 벌써 들물인가? 물때표를 보니 아직 간조도 2시간이나 남았다. 아무튼 조류의 변화는 돔 원투낚시에 아주 중요한 전환점이 되므로 김용석 형님과 함께 재빨리 미끼를 교체한 뒤 들물 때 노리려던 수중여 주변으로 채비를 캐스팅했다.
순차적으로 4대의 로드를 재투입하던 중 마지막 로드를 캐스팅하고 원줄을 사리던 순간, 방금 전 던진 3번째 로드에 ‘덜컥’ 하는 돔 특유의 입질이 들어왔다. 재빨리 로드를 손에 쥐고 후킹 후 파이팅에 들어갔다. 랜딩하는 데  평상시 두 배인 약 2분이 걸렸고 김용석 형님의 뜰채 도움을 받아 올려보니 엄청난 체고의 5짜 감성돔이었다. 우리는 기대에 차 낚시를 이어갔다.
“형~ 남은 장비도 다 우측으로 투입해!!”
연달아 입질이 들어왔다. 무게감도 좋았고, 이번엔 허리 힘이 강한 보텀 킹 갯바위 원투대에 걸려들어 여유롭고 즐겁게 파이팅을 이어갔다. 그런데 아뿔사! 수중여에 걸려 목줄이 터지고 만다. 이후 김용석  형님에게 두 자리를 양보했지만 잠시 뒤 또 커다란 돔 입질이 내게 들어왔다. 이번에는 씨알이 더 좋다. 아마도 내 감성돔 기록어가 될 듯한 느낌이었다.
나의 감성돔 기록어는 작년 이맘때 남해 미조에서 잡은 56cm(낚시춘추 2019년 1월호에 조행기 게재). 드디어 6짜급을 가거도에서 낚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즐거운 손맛을 본 뒤 기뻐하는데 김용석 씨가 “크다~ 참돔이다~” 라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기운이 쏙 빠지고 말았다.
민박집에서의 저녁 식사 시간에는 낚시인들이 낚아 온 조과 중 일부를 자율적으로 내놓아 횟감에 보탰다. 다른 손님들은 대부분 작은 3짜급 감성돔을 내놓는 걸 보고 나는 나의 유일한 감성돔 조과인 5짜 감성돔을 내놓았다.
수십 년간 가거도에서 선장 일을 한 한보민박 임성식 선장님도 원투낚시로 감성돔을 낚은 것을 칭찬해 주셨다. 원투낚시에 감성돔이 안 낚이는 것은 아니지만 가거도 감성돔은 미끼를 바닥에서 약간 띄워 노릴 때 잘 낚이기 때문에 원투낚시로 5짜를 낚은 것은 대단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더니 “젊은 친구가 오늘 5짜 감성돔과 6짜 참돔을 원투로 낚아왔다”고 말하자 20여 명이 넘는 민박집 손님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한창 술을 마시다 말고 박수를 받은 우리의 얼굴은 빨개지고 말았다.
셋째 날은 기상 악화로 배를 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결국 우린 전날과 같은 냇넙에 내렸으나 조과를 올리지 못했다. 다른 낚시인들도 조과가 아주 저조한 날이었다. 그것으로 우리의 출조는 막을 내렸다.
다음에 다시 가거도를 찾게 되면 다른 지역에서 하던 대로 야영낚시를 해볼 계획이다. 아울러 참돔 시즌에 대물 참돔을 목표로도 다시 한 번 꼭 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