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겨울 남해 갑오징어 에깅

묵직한 입질은 옛말

로드의 변화로 입질 감지

한승윤 부산 낚시인

갑오징어 에깅에 사용하는 팁런 로드의 초리.
초리가 부드러워야 갑오징어의 짧은 입질을 잡아낼 수 있다.

갑오징어 에깅도 엄연한 하나의 장르지만 갑오징어 에깅만큼 테크닉이 등한시된 장르는 드물 것이다. 단적인 예로 갑오징어 전용대가 지금껏 출시되지 않았다는 것만 보아도 갑오징어가 얼마나 만만한 존재인가를 대변해준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이런 양상이 많이 바뀌었다. 주꾸미만 하더라도 ‘넣으면 문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많은 낚시인들이 전용대를 사용하고 비싼 에기를 써야 더 많이 낚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테크닉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갑오징어 역시 그동안 많은 부분에서 점진적인 변화와 발전을 해왔는데 핵심 테크닉을 몇 가지 소개한다.

갑오징어 에깅을 할 때 필자의 로드 파지법. 로드의 감도를 느끼기 좋고 무게 쏠림이 덜해서

오랜 시간 로드를 잡고 있어도 피로를 덜 느낀다.

슬로우테이퍼 로드를 쓴다 
가장 큰 혁신은 로드의 인식 변화다. ‘에기나 채비의 변화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견해로는 채비는 둘째 문제고 연안에서 갑오징어를 낚느냐 못 낚느냐는 로드가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에 갑오징어를 연안에서 낚을 때는 정말 다양한 로드를 사용했다. 민물원투대, 에깅대, 바다릴대, 배스대 등 릴만 결합할 수 있는 낚싯대라면 무엇이라도 갑오징어 에깅에 사용했고 일부 방파제에서는 민장대로 갑오징어를 낚기도 했다. 그렇게 해도 갑오징어는 에기에 걸렸고 낚는 데 어려움이 없었지만 지금과 차이가 있다면 당시에는 갑오징어의 입질을 거의 파악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흔히 갑오징어는 입질이 없고 무게감으로 잡는다거나 초리를 들어보면 묵직한 느낌이 난다는 식으로, 갑오징어가 에기를 감싸면 그때 들어 올리는 방식으로 낚아 올렸다. 즉 입질은 느끼지 못하고 갑오징어가 붙었을 만한 타이밍을 예측해서 채비를 끌어주는 방식으로 낚았는데 지금은 그것이 달라졌다.
최근에는 갑오징어의 입질을 느끼면서 잡는다. 정확히 말하면 갑오징어가 촉수를 뻗는 타이밍을 잡아서 챔질을 한다. 에깅로드가 발전하면서 나타난 특징은 예민한 입질을 감지하기 위해서 초리가 점점 부드러워졌다는 것인데, 부드러운 초리로 인해 갑오징어의 짧고 약한 입질도 감지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김기필이라는 전문 낚시인이 엔에스와 합작으로 국내 최초로 ‘액션 로드’라고 하는 갑오징어 전용대 ‘ACTION CUTTLEFISH-ONLY S-822LRT’를 출시하기도 했는데, 간단하게 설명하면 기존의 에깅 로드의 초리를 패스트테이퍼에서 슬로우테이퍼로 바꾸어 갑오징어의 입질을 잡아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갑오징어의 입질을 느낄 수 있으면 그 타이밍에 맞는 챔질이 가능해지고 갑오징어를 놓칠 확률이 비약적으로 줄어든다. 그리고 예전에는 갑오징어가 에기를 건드렸다가 다시 놓고 가는 타이밍을 알아채지 못했지만 로드를 교체하면 모든 과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더 나은 조과를 거둘 수 있다.
여기에 합사의 발전, 채비의 발전이 더 해져서 최근에는 연안에서 갑오징어를 두 자리 수 이상 낚는 것이 흔해졌고, 10월~11월 마릿수 조과가 가능한 시기에는 연안에서 100마리를 낚는 것도 어렵지 않게 되었다. 100마리라고 하면 배낚시에서도 낚기 어려운 조과지만 필자도 작년과 재작년에 사량도에서 그런 조과를 기록했고 현지의 갑오징어낚시 마니아들도 비슷한 조과를 거두었다.
참고로 갑오징어의 입질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친한 지인들의 말을 빌리자면 ‘무늬오징어의 입질이 펀치를 때리듯 시원하게 들어온다면, 갑오징어는 짧고 끈적한 입질이 마치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한다. 다른 두족류와는 달리 갑오징어의 입질은 오묘한 쾌감이 있는데 그렇다보니 연안 갑오징어낚시의 매력에 빠지면 무늬오징어 에깅이 재미가 없다고 할 정도다.

갑오징어 에깅에 사용하는 수평에기.
사진처럼 물속에서도 수평을 이루고 있으며 아주 천천히 수평을 유지한 상태로 미세하게 가라앉는다.

필자의 갑오징어 채비. 스냅도래 두 개를 쇼크리더에 묶어
아래에는 봉돌을 달고 위에는 에기나 스테를 달아준다.

채비는 최대한 천천히 끌어준다
다음은 채비의 변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수평에기도 갑오징어에게 잘 먹히며 사량도 현장에서 사용한 2호 내외의 소형 에기도 갑오징어에게 잘 먹힌다. 채비는 다운샷리그를 사용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주의할 것이 있다면 갑오징어낚시를 할 때는 채비를 오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갑오징어의 입질을 빨리 받고 싶은 욕심에 스테를 두세 개씩 달아주는 낚시인들이 있는데 갑오징어를 노릴 때는 스테는 무조건 한 개를 달 것을 추천한다. 문어를 낚을 때는 에기와 스테가 많은 것이 좋고, 주꾸미를 낚을 때는 채비를 2단~3단으로 만드는 것이 정석처럼 되어 있지만 갑오징어는 대부분 바닥에서 입질하고 느린 액션에 반응하기 때문에 채비는 단순할수록 좋다.
채비를 운용할 때 주의할 것은 채비를 너무 빨리 끌어주지 말라는 것이다. 넓은 구간을 탐색하다보면 지루해서 채비를 멀리 던진 후에 빨리 감아 들이는 낚시인들이 있는데, 그것과는 반대로 최대한 천천히 끌어주는 것이 좋다. 캐스팅을 40m 했다면 라인을 팽팽하게 유지한 후 릴을 한두 바퀴 감고 10초 이상 기다린다. 그런 동작을 계속 반복하면 캐스팅 한 번에 수십 분씩 채비를 끌어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천천히 액션을 줘야 갑오징어가 더 잘 붙는다.
갑오징어는 채비를 빨리 끌지 말아야할 이유가 있다. 무늬오징어의 경우 빠른 추진력과 팀플레이 사냥 그리고 빠른 조류를 타고 멀리서도 에기를 보고 쫓아와서 시원하게 입질을 하기 때문에 채비를 강하고 빠르게 움직여야 하지만, 갑오징어는 먹이를 사냥하는 습성 자체가 무늬오징어와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채비를 빨리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갑오징어는 조류가 약하게 흐르는 암초지대에서 매복한 후 몸의 체색을 바꾸며 마치 먹잇감에게 최면을 걸듯 접근해서 짧은 팔로 먹이를 잡는데, 이 과정에서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먹이를 발견하면 몸의 색깔을 바꾸며 먹이 주변을 빙빙 도는데, 이때 채비를 빨리 끌면 입질을 놓치게 되므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물속에서의 채비 상태. 조금만 움직여도 항상 수평을 유지하고 있다.

감도를 높이는 로드 파지법
갑오징어 연안낚시가 지금껏 큰 인기를 끌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아마 밑걸림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수평에기의 등장으로 지금은 밑걸림을 많이 줄일 수 있으며, 소형 에기를 쓰더라도 조류가 약하게 흐르는 상황이라면 바닥으로 빨리 가라앉지 않기 때문에 요령을 익히면 밑걸림을 줄이고 낚시를 할 수 있다.
우선 수평에기는 초당 20cm 내외로 아주 천천히 가라앉기 때문에 조류가 흐르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뜨게 된다. 조금만 채비를 움직여도 에기가 뜨기 때문에 라인의 텐션만 잘 유지해주면 운용이 가능하다.
바닥을 조금 더 잘 읽기 위해서는 로드를 파지하는 방법을 바꾸면 되는데, 보통은 릴다리에 손가락을 끼우고 권총을 잡듯이 하지만 필자는 릴 다리의 앞부분을 잡는다. 그렇게 하면 로드를 짧게 쥘 수 있어서 천천히 액션을 하기 좋고 로드를 통해 전해지는 감각도 더 좋아진다.  

(Tachle information)

형광색 봉돌의 장단점
최근 유행하는 싱커가 형광색 봉돌이다. 초록색으로 야광 코팅이 되어 있고 둥근 모양이라서 사용하기 편리하지만 단점도 있다. 갑오징어가 에기가 아닌 봉돌에 입질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주꾸미용 애자에 갑오징어가 달라붙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형광 봉돌을 사용하면 채비의 어필력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이처럼 봉돌에 입질을 해서 랜딩할 때는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을 감안하고 사용해야 한다. 형광 봉돌을 사용할 때는 봉돌과 에기의 단차를 15cm 내외로 짧게 해서 랜딩할 때 에기의 바늘이 갑오징어의 몸통에 걸리게 하면 랜딩할 때 떨어지는 확률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