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 금진방파제

메탈지그 백슬라이딩에
30cm 청볼락 덜컥!

강경구 브리덴 필드스탭·다음카페 바다루어클럽 회원

나는 지난 11월 26일, 기간이즘 필드스탭 강태화 씨와 함께 최근 볼락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한 경북 영덕 지역으로 탐사낚시를 떠났다. 포항에서 영덕으로 이동하는 내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기상청의 예보와 달리 남풍이 강하게 불고 있었고 그로 인한 백파에 너울까지 볼락낚시의 걸림돌이 되는 요소가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서 낚으려는 볼락은 해가 떠오른 직후 수면 위로 피어나는 청볼락 무리다. 가벼운 지그로 유혹해내야 하는데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가벼운 지그를 운용하기 힘들게 하고, 그에 따른 백파와 너울은 볼락이 수면위로 피어나는 것을 방해한다. 성공적인 낮볼락 공략을 위해서는 이러한 기상요소도 반드시 고려하는 것이 좋다.

▲브리덴의 바이슬라이더 4.5g으로 30cm 청볼락을 낚은 강태화 씨.

웜이 안 물땐 미노우가 대안
해가 뜬 직후의 아침 피딩은 최근 조황이 좋다는 대부방파제에서 노려보기로 했으나 강한 바람이 문제였다. 지그헤드 무게를 올리고 테트라포드 사이사이를 노렸으나 몇 마리 낚이고는 입을 닫아버려 아침 피딩은 허무하게 지나갔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기로 하고 금진방파제에 도착하여 바로 방파제의 끝으로 이동했는데 뒷바람의 영향으로 채비를 운용하기가 수월했다. 이곳의 바다는 다소 잔잔한 편이었다. 테드라포드가 끝나는 지점 사이사이에 청볼락이 노니는 것이 편광선글라스 너머로 보였다.
브리덴 포츄네이트74 로드에 합사 0.4호, 지그헤드 1g을 기본으로 하여 볼락을 유혹해내기로 했다. 가벼운 지그를 볼락 무리 너머로 넘긴 뒤 조심스레 볼락 주변으로 운용하며 입질을 유도했으나 소 닭 쳐다보듯 볼락들은 웜에 관심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지그헤드의 무게를 가감해보고 리트리브의 속도 변화, 호핑과 폴링 등 여러 가지 변수를 감안해 공략해봤지만 볼락은 쉽사리 입을 열지 않았다.
강태화 씨가 포인트를 옮기자고 말을 건넬 즈음, 마지막 공략 방법으로 태클가방에 있던 브리덴 볼락미노우 비넛 서스펜딩 타입을 택해 캐스팅했다. 원거리에 떨어진 비넛을 로드 액션으로 빠르게 수면 아래로 잠영시킨 후 볼락 무리 근처로 넣어 정속 리트리브만으로 워블링 액션을 연출하니 볼락이 물고 늘어졌다.

▲강태화 씨가 영덕 석동방파제 테트라포드에 올라 볼락을 노리고 있다.

▲브리덴의 대표 볼락 미노우 비너츠.

▲영덕에서 낚은 볼락 조과.

강한 워블링 액션에 시작된 입질
두 번째 캐스팅 후 워블링 액션으로 끌어오자 이번에도 여지없이 입질을 해왔다. 답답했던 상황에 무언가 해답을 찾은 기분이었다. 포인트를 옮기기 위해 장비를 챙기던 강태화 씨가 다시 낚시를 시작했다. 우리는 볼락 미노잉을 계속 이어갔다. 하지만 활성도가 예민하긴 한 것인지 몇 마리를 연속으로 낚아내자 반응은 다시 눈에 띄게 약해졌다. 워블링 액션으로는 뒤만 졸졸 따라올 뿐 입질을 하지 않았다.
전략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워블링 액션으로 볼락 무리를 스쳐가게 하여 호기심을 끌고 서스펜딩 타입의 장점을 살려 스테이 동작을 오랫동안 유지했다. 저중심 설계로 수평 자세가 일정하게 유지되며 서서히 침강하는 비넛을 바라보고 있던 볼락은 수십 초를 바라보다 돌아서 버리기도 하고 본능을 이기지 못해 입질을 하기도 했다.
볼락이 예민하게 반응하면 반응할수록 패턴의 변화가 필요했다. 리트리브를 통한 워블링 후 스테이 액션만으로 반응이 없을 때는 순간적으로 도망가는 모습을 연출했더니 입질을 하는 녀석도 있었다. 이런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그야말로 낚여주는 것이 아니라 낚아내는 기분을 만끽했다. 볼락 미노우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상황이었다.  

▲필자와 함께 출조한 지인이 볼락웜으로 20cm 내외의 갈볼락을 낚았다.

▲30cm 볼락을 견인한 바이슬라이더 4.5g.

메탈지그의 숨겨진 위력
어느덧 시간은 오후로 접어들었다. 영덕의 리얼피싱으로 가서 점심을 먹으며 해가 지기 전까지 어디를 어떻게 노릴 것인지 논의했고. 석동방파제를 공략하기로 했다. 석동방파제는 다양한 어종이 낚이는 이름난 포인트여서 그런지 외항은 찌낚시인들이 많이 보였다. 방파제에 진입해 외항 구석구석을 노려봤으나 찌낚시인들의 밑밥 때문인지 볼락의 반응은 찾아볼 수 없었다. 찌낚시인들이 없는 방파제의 끝부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 4시경이었고 남은 낚시 시간은 1시간 정도였다.
가벼운 1.2g 지그헤드를 던지자 수면에서 가라앉기가 무섭게 전갱이들이 물고 늘어졌다. 한참을 전갱이와 실랑이하고 있을 때 발 앞 2~3m 부근에서 볼락이 먹이사냥을 하는 라이징 장면이 목격되었다. 즉시 근처로 지그헤드를 캐스팅하고 10초 정도 폴링 후 약한 호핑 동작을 섞어 리트리브를 하니 둔탁한 입질과 함께 로드가 고꾸라지며 빨려 들어갔다. 20cm가 훌쩍 넘는 갈볼락 입질이 시작되었다. 지그헤드를 던져 넣고 몇 번의 호핑과 폴링만으로도 갈볼락은 시원시원한 입질을 보여주었다. 약 15분의 짧고 치열한 피딩타임이 지나가자 반응은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다.
볼락 입질이 끊어지자 강태화 씨가 바이슬라이더 4.5g을 채비했다. 메탈지그의 특성상 비거리가 굉장히 뛰어나지만 애써 멀리 던지진 않았다. 10m 정도 캐스팅한 바이슬라이더에 역시나 전갱이들이 물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로드를 들어 올려 메탈지그를 부상시키고 순간적으로 텐션을 풀어 루어가 그네를 타듯 떨어지는 백슬라이딩 액션을 구사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소란스러운 분위기와 함께 스피닝릴이 역회전하는 드랙음이 들려왔다. 활처럼 휜 로드와 함께 긴박하게 드랙 노브를 조이며 물속의 저항을 제압해나가는 강태화 씨는 무척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수면 아래 1m쯤 제압했을 무렵 언뜻 보이는 게 있었다. 황점볼락인가 하는 생각을 하는 찰나 녀석은 발 앞 테트라포드 속으로 파고들어가 버렸다. 강태화 씨가 즉시 베일을 젖히고 여유 라인을 조금 풀어주자 녀석은 파고든 구멍에서 살짝 움직임을 보였다. 강태화 씨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로드의 파워로 주욱 끌어올려서 제압한 녀석은 30cm 청볼락이었다. 대물급 청볼락은 보기가 쉽지 않은데 운과 실력이 모두 따라준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