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 풍화리

호래기 라면
1년을 기다린 보람이 있구나!

김남곤 쯔리켄·BS컴퍼니·물반고기반·브이쿨 필드스탭

새벽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 찬바람과 함께 반가운 호래기 소식이 들린다.
겨울 생활낚시 어종 중 최고로 손꼽히는 호래기가 다시 돌아왔다.

올해는 갈치가 늦게까지 내만에 붙어 있었다. 그로 인해 볼락, 호래기 등 대표 겨울 어종의 시즌 전개가 조금은 늦다. 호래기는 갈치의 공격을 피해 적당한 수온을 찾아서 어디로 이동을 할지는 아무도 모르기에 ‘지인 찬스’가 필요하다.
나는 지난 11월 초부터 동료 낚시인들과 연락을 취했다. 먼저 거제도에서 호래기낚시를 즐기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아직은 시즌이 이르긴 하지만 호래기 얼굴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요즘 낚시는 나온다고 하면 바로 달려가야 그나마 대상어를 잡을 수 있기에 곧바로 출조를 했지만 갑오징어만 낚았고 호래기는 보이지 않았다.
11월 중순에 고성의 지인에게 물어보니 조과가 들쭉날쭉이라고 했다. 피딩이 걸린 날은 40~50마리를 낚았지만 그 다음날은 낱마리 수준. 일단 호래기가 나왔다고 해서 한번 출조해봤지만 역시 호래기를 잡기는 힘들었다. 대신 귀여운 귀오징어가 반겨줬다.
그래서 차라리 감을 믿고 작년 이맘때 호래기 손맛을 본 곳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통영 풍화리 일대가 바로 그곳이다. 풍화리 일대의 방파제는 ‘호래기 국민 포인트’로 불리는데 어지간하면 꽝이 없는 곳이라고 알려져 있다.

▲민물새우 미끼로 호래기를 낚은 필자.

▲통영 풍화리 마을의 밤풍경.

▲에기에 걸려 올라온 호래기.

▲현장에서 낚은 호래기를 듬뿍 넣어 끓인 라면. 이 맛에 호래기를 낚는다.

통영 풍화리로 고!
지난 12월 7일 지인들과 함께 풍화리로 향했다. 주말의 경우 일찍 도착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호래기는 인기가 높다. 오후 4시경 포인트에 도착했다. 호래기낚시를 하려고 준비 중인 낚시인들을 볼 수 있었다. 가족 단위로 나들이겸 방파제로 나온 사람들도 보였고 더러 연인들도 볼 수 있었다.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았지만 우선 에기만 하나 달아서 라이트 에깅을 시작했다. 호래기가 있다면 입질을 할 텐데 소식이 없다. 해가 지기 전에 집어등을 미리 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입질이 없다.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도 호래기를 못 잡고 있는 상황. 이곳은 안 되겠다고 판단하고 포인트를 옮기기로 했다. 옮긴다고 해봐야 풍화리 건너편 혹은 바로 옆에 있는 방파제나 선착장이다.

▲민물새우 2단 채비로 호래기를 낚은 김재철 씨.

▲통영 풍화리에서 낚은 호래기 아직 시즌 초반이라 그런지 많은 양이 낚이진 않았다.

멸치가 보이자 입질 시작
조용한 곳에 집어등을 켜고 베이트피시를 먼저 집어했다. 멸치가 한두 마리 보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멸치의 수가 늘어나더니 드디어 첫 호래기가 루어에 반응을 했다. 반가운 호래기. 시즌 초반이어서 그런지 루어보다는 생미끼에 반응이 좋다. 활성도는 조금 떨어진 상태여서 그런지 중층 아래에서 입질을 했다. 액션을 크게 줘서 상층으로 피워보고 싶었지만 잘 반응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호래기는 미끼를 살짝 당기는 미약한 입질을 했는데 채비 착수 후 신경을 집중하지 않으면 입질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언젠가 피딩이 한 번은 온다는 생각으로 낚시에 집중했다.
시간이 흐르자 바람이 북서풍에서 서풍으로 바뀌었다. 물때는 정조를 지나 들물로 바뀌면서 마치 우유를 풀어놓은 듯 뿌옇게 탁해졌다. 달이 밝고 물속 시야가 좋지 않다. 입질은 더 좋아지지도 더 나빠지지도 않고 집어등 가장자리 딱 그곳에서만 이어졌다. 바닥권에서 한 마리 한 마리 올라오는 호래기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호래기 루어낚시에 사용하는 소형 에기.

▲필자의 호래기 장비와 채비. 민물새우는 호래기 바늘에 꿰어 쓰고 루어는 소형 에기를 즐겨 쓴다.

▲집어등. 베이트를 모을 수 있고 어두운 곳에서 라인 상태를 파악하기 좋다.

에기＋생미끼 채비가 인기
요즘 호래기낚시에서는 하이브리드채비가 유행이다. 가지바늘채비나 아래로 내린 2단 채비 중 하나는 민물새우를 끼우고 나머지 하나는 소형 에기를 끼운다. 시즌 초반에는 생미끼가 확실히 빠르기에 루어로만 낚시하기가 어려워서 변형 채비가 나온 것이다.
요즘 잡히는 호래기의 크기를 보니 루어로도 충분히 가능할 듯 보여 소형 섈로우 에기 1.5호와 작은 스테를 가지바늘채비에 달아주었다. 상단의 수중 집어등은 굳이 없어도 상관은 없다. 집어를 하기 위해 달아주는 것이 아니라 채비의 위치를 파악하기 달기 때문에 가까운 곳을 노린다면 제거해도 괜찮다.
채비는 최대한 천천히 내려주는 것이 시즌 초반의 공략법이다. 액션은 일반적인 라이트 에깅의 액션과는 조금 다르다. 크게 저킹하듯 움직이는 것보다는 살짝살짝 넣는 슬랙 저킹 액션이 좋고 액션을 넣었다면 살짝 가라앉을 때 텐션을 주어 입질을 파악한다.
보통 이 시즌에는 호래기가 에기에 올라타고 있는 경우가 많기에 약간의 무게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집어등은 라인 정렬 과정과 팁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해초 너머로 작은 호래기가 보였다.

▲통영 풍화리 연안에서 호래기를 노리고 있는 김재철 씨.

조용한 홈통 자리가 좋다
내가 자리를 잡은 곳은 약간 후미진 홈통을 낀 자리로 다행히 다른 곳보다는 조황이 좋은 듯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호래기 포인트는 콧부리보다는 조용한 홈통이 좋다. 이런 곳은 방파제마다 가로등이 있는데 해질녘에 켜지는 은은한 가로등이 있는 곳을 공략하면 호래기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 이동하다가 사람이 없는 조용한 방파제에 가로등이 있다면 집어등 없이 한번 노려보는 것도 추천한다.
하지만 무조건 집어등을 켠다고 해서 집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은은한 불빛에 집어가 된 호래기가 다른 곳으로 이동해버리는 경우를 종종 봤다. 내가 낚시하고 싶은 포인트에 누군가가 있다면, 그리고 호래기가 잡히고 있는 상황이면 특히나 집어등을 켜면 안 된다.
호래기는 아주 예민하다. 주변의 소음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바닥으로 가라앉거나 조금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버린다. 두레박에 물을 받을 때는 최대한 물을 비우는 소리를 작게 해야 하며 바지선 위에서 낚시를 할 경우 이동 또한 조심해야 한다. 무리지어 다니는 호래기의 특성상 한 마리가 잡혔다면 다시 그곳을 공략하면 입질을 연이어 받을 수 있다.

한결 같은 호래기 라면의 맛
밤새 낚시를 하다 보니 출출해졌다. 호래기 회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이런 날씨에서는 호래기 라면이 제격이다. 물을 끓이고 라면을 모두 넣은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호래기를 얹어준다. 너무 익으면 질겨지고 본연의 맛이 사라진다. 호래기가 통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내장 맛이 약간 비릴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손질을 해서 먹는 것도 깔끔한 국물을 만들 수 있어 좋다. 올해 먹은 첫 호래기 라면의 맛은 역시 최고다. 딱 호래기만 넣었는데도 진한 맛이 우러난다.   

TACKLE INFORMATION

호래기 장비 선택
로드는 7ft 길이에 팁이 아주 부드러운 울트라라이트 액션의 로드가 좋다. 호래기가 채비를 당겨가기도 하지만 살짝 올라타는 경우엔 팁을 보면서 입질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릴은 1000~2000번 스피닝릴을 사용하는데 라인을 가늘게 쓰기 때문에 섈로우 스풀을 많이 사용한다. 라인의 경우 합사와 카본사 두 가지를 사용하는데 요즘은 에스테르라인도 사용하고 있다. 각 라인마다 호불호가 갈리는데 주로 사용하는 라인은 합사 0.2호~0.4호다.
나는 이꾸다 아지&메바루 MJ-682 로드에 바낙스 로탄 1000번을 세팅하고 라인은 아미고 프리미엄 합사 0.3호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