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File 청도 사미지
장맛비에 원기 회복
천둥번개가 남획을 말렸다
류태영 객원기자
경북 청도군 청도읍 운산리에 위치한 사미지는 꾼들의 발길이 거의 닫지 않은 매력적인 소류지다. 언젠가는 한번 가봐야지 늘 벼르고 있었는데, 드디어 찬스가 왔다. 7월 1일 가창 달구벌낚시 배성규 사장이 “며칠 전 내린 장맛비로 사미지의 준월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귀띔해주었다.
▲한바탕 비가 쏟아진 다음날 아침 흙탕물로 뒤덮인 사미지 상류.
기상청에서 올해부터는 장마예보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 들어 장마 전선이 형성되기 전이나 사라지고 나서도 강한 비가 자주 내리는 등, 여름철 강수 특성이 변했기 때문에 더 이상 장마 예보는 무의미하다는 게 이유다. 실제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여름철 기상은 과거와 많이 달라져 수시로 국지성 호우가 내리고 있다.
이곳 청도가 딱 그 짝이다. 며칠 전에도 다른 곳보다 많은 비가 내렸고 오늘도 지역에 따라 국지성 소낙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모두 걱정이 앞섰다. 7월 3일 지인 몇 명과 사미지를 찾아가는 길에 달구벌낚시에 들렀다.
“이틀 동안 내린 비 때문인지 36cm급 월척을 비롯하여 준척급 붕어가 마릿수 조황을 보이고 있다. 사미지는 어자원이 풍부해 언제나 허탕이 없는 곳인데 특히 옥수수 미끼에 입질이 빠른 편이며 새우를 쓰면 중대형 월척도 기대할 수 있는 곳”이라고 배성규 사장이 설명했다.
사미지는 마을을 통과해 저수지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좁아 조심하지 않으면 하수구에 빠지기 십상이다. 금요일 오후 4시 현장에 도착했지만 역시나 아무도 없어 자리를 골라 앉을 수 있었다. 저수지 옆으로는 도로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주변을 지나는 청도-건천 간 20번 국도가 워낙 꼬불꼬불해 터널을 뚫는 등 도로 직선화 공사를 하는 중이란다. 이 도로 공사가 끝나면 아마도 더 많은 낚시인들이 사미지를 찾을 것인데 또 하나의 처녀지가 초토화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좋던 날씨가 금방이라도 비를 퍼부을 듯 주변이 어두워진다. 일행 중 한 사람이 “오늘 빗속에 악전고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며칠 전 내린 비로 인해 사미지는 만수상태. 무넘기로는 물이 넘치고 있었다. 우리는 좌안 상류와 복숭아밭 아래쪽으로 흩어져 앉았다.
부산 해운대에서 온 주석근씨는 최근 청도권 저수지의 매력에 빠져 주말이면 이곳 청도를 찾고 있다. “부산 쪽에는 이런 산속 소류지가 거의 없습니다. 맑고 깊은 시원한 계곡지가 많은 이쪽 지역 분들이 그저 부럽습니다.”하고 말했다.
새물이 들어오는 최상류 물골자리에 낚싯대를 펼쳤던 김옥천씨는 “오늘 밤에도 비가 얼마나 내릴지 조금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사미지의 최고 명당을 차지한 만큼 수중전에 대한 각오는 하고 있다”며 이를 악물었다. 도로변 상류 물골자리 옆에 자리한 박성훈씨는 낚싯대를 편성할 수 있는 자리가 이미 물에 잠겨있어 의자만 겨우 놓고 앉았다.
▲사미지 무넘기로 물이 넘쳐흐르고 있다.
“우르르 꽝꽝” 오랜만에 대박 치나 했더니
해가 지기 전 옥수수 미끼에 잔챙이 붕어가 물고 늘어졌다. 간간이 여덟아홉치도 섞여 나오자 한껏 긴장한 모습들이다. 드디어 날이 어두워지고 밤이 시작되면서 씨알도 점점 굵어졌다. 아홉치 붕어 두 마리를 연거푸 낚아낸 박성훈씨는 “이러다 오늘 대박 치는 것 아냐?” 하며 웃는다. 밤 10시쯤 되니 벌써 살림망에 여덟아홉치 붕어들을 일고여덟 마리씩 담가놓고 있었다. 그러나 11시가 넘어서면서 천둥 번개가 치면서 빗방울이 쏟아져 내렸다. 대구시내에 전화를 해보니 그쪽은 멀쩡하단다. 국지성 호우로 청도 일부 지역만 비가 쏟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갈수록 빗방울이 굵어져갔다.
빗물이 모여드는 골자리에 앉아 있는 필자의 자리에는 산자락을 타고 내려온 빗물이 의자 밑으로 콸콸 흘러내려간다. 무넘기로 물이 넘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위가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꽈르릉 꽝꽝” 천둥소리가 날 때마다 마치 대낮처럼 환해진다.
전원 철수! 모두 낚싯대와 장비는 그대로 놔둔 채로 몸만 빠져나와 차 안으로 들어갔다. 김옥천씨는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찌가 주욱죽 올라왔다”며 “오늘 붕어들의 활성도가 좋아 대박을 맞을 찬스였는데, 이놈의 비가 다 망쳐놓았다”며 아쉬워했다. 비가 약도 주고 병도 주는 격이었다.
번개를 동반한 강한 빗줄기는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잦아들었다.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 다시 전투태세를 갖췄으나 안타깝게도 지난밤과는 달리 아침에는 입질이 없다. 하기야 밤새 쏟아진 비로 인해 붕어들도 제 정신이겠는가? 지난밤에 휩쓸고 간 천둥폭우가 붕어 녀석들의 입질마저 가져갔나보다.
그런데 내 살림망이 보이지 않았다. 깜짝 놀라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세 사람 중 김옥천씨의 살림망만 간신히 붙어 있는 게 아닌가. 급류에 살림망이 떠내려간 것이다.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많은 비가 쏟아졌는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채비를 걷으려 하는데 흙탕물 속에서 도망쳤던 붕어 한 마리가 깊은 곳으로 가지 못하고 발밑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김옥천씨의 살림망에 든 붕어. 나머지 두 사람의 살림망은 떠내려 가버렸다.
사미지는?
6천평 준계곡지로 장마철부터 겨울까지 시즌이 이어진다. 4짜 대물은 귀한 편이지만 32~37cm의 월척은 쉽게 낚을 수 있는 곳이다. 붕어 개체수가 많고 외래어종이 없어 낮에도 짝밥낚시를 하면 중치 붕어가 잘 낚인다. 주 포인트는 좌안 수몰나무와 우안 복숭아밭 아래 마름수초지대. 밤에 새우미끼를 쓰면 좋다. 옥수수콘도 잘 먹힌다. 사미지의 장점은 제방 아래 논이 많이 있지만 5~6월 배수기에도 물을 많이 빼지 않는다는 것. 인근 부야지나 팔치지의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쭦가는 길 대구와 가창에서는 30번 지방도와 20번 국도를 타고 청도읍까지 간다. 신대구부산간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청도나들목에서 내리면 청도읍이다. 청도읍에서 건천 방면 20번 국도를 타고 진행. 부아2교를 건너 1km쯤 가다 부아지 못 미쳐 ‘운산리’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한다. 1.5km 가면 운산리 마을이 나오고 동네 끝나는 곳에서 조립식 판넬 주택을 끼고 우회전, 1km 정도 가면 사미지 제방에 닿는다.
■전국낚시지도 253p E1 아이코드 265-125-4460
조황문의 대구 가창 달구벌낚시(053-767-9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