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
살치 퇴근하는 오후 4시부터
월척 출근
이영규 기자
서산 팔봉수로가 본격 가을 시즌에 돌입했다. 팔봉수로의 최고 피크는 봄과 가을로 나뉜다. 매년 3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 이어지는 봄이 팔봉수로의 최대 씨알 피크 시즌이다. 이때는 허리급으로 불리는 35cm 이상 붕어가 속출하고 4짜 출몰 확률도 가장 높다. 게다가 최근 수년 사이에 중부지역 낚시회의 시조회와 납회터로 크게 각광받고 있다. 좌안과 우안, 상류에 이르는 모든 연안에서 낚시가 가능한 게 최고 장점인데 여기에 씨알 굵고 주차 여건까지 좋다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시조회와 납회 후 모아 놓은 조과를 보면 누구나 입이 떡 벌어진다. 적게는 20명 많게는 50명까지도 출조하다 보니 기본 20~30마리의 떼 월척이 계측장에 등장하는데, 허리급 이상으로만 20마리 이상이 낚였다고 상상해 보라. 제 아무리 유명한 저수지 대물터라도 허리급을 마릿수 조과만 놓고 본다면 팔봉수로를 앞지를 곳은 찾기 어렵다.
봄 시즌 씨알 피크는 붕어 산란이 끝나는 5월로 접어들면 한 꺼풀 꺾이게 된다. 씨알만 잘아지는 게 아니라 마릿수도 급격히 줄어 발길도 뚝 끊긴다. 여기에 해안가 간척호 특성대로 여름이 되면 모기와 날벌레가 창궐하고 수초도 빼곡해져 낚시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부들수초와 연안 사이가 좁은 수로처럼 생긴 팔봉수로 우안 하류권. 부들 앞에 채비를 바짝 붙일수록 굵은 붕어가 잘 낚였다.
그리고 맞는 두 번째 피크가 바로 요즘인 가을 시즌이다. 정확히는 추석을 기해서 피크가 시작되는데, 봄에는 못 미치지만 월척 확률은 역시 최고다. 봄에는 허리급 이상을 ‘팔봉급 씨알’로 쳐주지만 가을에는 턱걸이 월척급이 주종을 이룬다.
그렇다고 허리급이 귀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5마리를 낚았다면 그중 한두 마리는 허리급이 섞이고 나머지가 턱걸이 월척 또는 8~9치급이 낚인다. 다만 봄에는 낱마리라도 한 번 걸면 대물이라는 기대감으로 찾지만 가을은 마릿수 조과도 가능한 것이 장점. 일단 허탕 확률이 적고 월척 이상급을 노릴 수 있다 보니 가을 납회 장소로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는 추석이 빨리 다가와 9월 말에 이미 가을 입질이 불붙었는데 10월 한 달간 최고의 피크를 맞은 후 11월 중순까지 조과가 이어질 전망이다.
▲팔봉수로 우안 중류에서 붕어를 노리고 있는 낚시인
▲팔봉수로 낮낚시의 훼방꾼인 살치.
▲진종국 씨의 밤낚시 조과.
낚시사랑 레전드방 회원과 성제현의 동출
지난 10월 5~6일 양일간 인터넷 낚시 포털사이트 낚시사랑(낙랑)의 ‘레전드 카톡방’ 회원들과 군계일학 성제현 씨의 팔봉수로 동출 행사가 열렸다. 원래 이 동출 행사는 성제현 씨의 주최로 ‘성제현과 함께 하는 가을 소풍’이라는 주제로 2016년부터 열리고 있다. 평소 친분이 깊거나 도움을 준 낚시인들을 초청해 열리는 친선낚시 행사로 2회까지는 낚시사랑 회원인 ‘일산꾼’ 이영호 씨와 몇몇 지인만 참여했으나 올해는 낚시사랑의 레전드방 회원들이 합류했다.
레전드방은 낚시사랑 초창기 무렵부터 활동해온 원년 멤버 또는 현재 활발한 활동과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멤버들로 구성돼 있다. 이용호(일산꾼) 씨 외에 권석구(팔몬), 이상현(토탈국장), 박경구(애붕), 한 대윤(인동초), 윤기병(윤태공), 진종국(아산꾼), 이병선(아일), 윤창석(나그네), 장동열(김구라), 이태승(오공흑룡), 조필행(솔바람소리) 등 총 16명이 참여했다.
이번 동출은 매년 가을 열리는 이벤트성 출조이긴 하지만 마침 팔봉수로가 가을 피크의 초입에 들어선 터라 동행 취재를 해보았다. 그리고 결정을 내리게 된 동기는 행사 전날인 금요일(10월 4일)에 걸려온 이영호 씨의 전화 한 통 때문이었다.
“행사 준비로 하루 일찍 도착해 자리를 잡았는데 대를 펴던 중 오후 네 시에 36.5센티미터를 낚았습니다. 가을 붕어가 연안 가까이 제대로 붙은 것 같습니다. 손맛도 볼 겸 내려오시죠.”
대를 펴다가 허리급을 낚았다고? 구미가 당겼지만 11월호 낚시춘추 마감이 한창이라 1박2일 취재는 어려웠고 일요일 오전에 잠시 짬을 내 팔봉수로로 달려갔다. 소문대로 팔봉수로 양안에는 전국에서 온 낚시인들로 빈자리가 없었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막상 정출 행사가 열린 토요일~일요일 사이 조황은 썩 좋지 못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새벽에 불어 닥친 동풍 등이 원인으로 꼽혔지만 좀 더 실질적인 요인은 ‘주말’이기 때문이다. 금요일까지는 한적했으나 토요일 낮부터 차량들이 밀려들면서 생겨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러나 출조 멤버들의 명성답게 토요일부터 일요일 사이 조황만 놓고 본다면 이들이 주말에 거둔 조황은 단연 군계일학이었다. 비록 허리급은 이영호 씨가 올린 36.5cm 1마리가 전부였지만 나머지 6마리의 붕어 대부분이 월척이었고 8~9치짜리는 두 마리에 불과했다.
▲부들밭 가까이를 노렸던 성제현 씨가 월척 붕어를 끌어내고 있다.
일요일 오전 계측 결과 이영호 씨가 올린 36.5cm가 1등 고기였고 2등은 33.5cm를 올린 진종국 씨, 3등은 33cm를 올린 성제현 씨가 차지했다. 성제현 씨와 이영호 씨 사이에 앉은 진종국 씨는 밤에 4짜로 추정되는 큰 붕어를 걸었으나 그만 목줄이 터지는 바람에 놓치고 말았다. 성제현 씨와 이용호 씨 모두 철퍼덕 대는 육중한 물소리만으로 4짜 붕어임을 확신했는데 뭍으로 끌어내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웠다고 말했다.
간단한 시상식 후 다른 낚시인들의 조과를 확인하기 위해 상류까지 차를 몰고 올라갔다 왔으나 대부분 빈 살림망이었고 붕어가 들어 있어도 주중에 올린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 32cm 월척을 자랑하는 성제현 씨.
▲성제현 씨가 팔봉수로에서 사용한 미끼. 낮에는 옥수수, 밤에는 글루텐 떡밥을 사용했다.
▲보트를 타고 팔봉수로 중앙의 부들밭을 노리고 있다.
▲팔봉수로에서 ‘성제현과 함께 하는 가을 소풍’ 행사를 마친 낚시인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낮에는 옥수수, 밤에는 글루텐이 효과적
그렇다면 가을 시즌 중반에 접어든 팔봉수로 붕어낚시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팔봉수로가 고향인 성제현 씨의 조언은 다음과 같다.
"팔봉면이 고향인 나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팔봉수로에서 물놀이를 하고 낚시를 즐겨왔다. 팔봉수로 상류에 있는 집에 지금도 어머님이 사신다. 그때는 솔감저수지라는 작은 저수지였는데 간척사업을 통해 지금의 큰 수면으로 변한 것이다. 지금도 내비게이션에는 솔감저수지로 검색이 된다. 팔봉수로 붕어낚시는 계절에 관계없이 살치가 조과를 좌우하는 최대 변수다. 살치는 너무 빨라 배스에게 잡아먹히지 않는데 낮에는 이 살치들이 성화를 부려 낚시가 어렵기 때문이다. 오후가 되면 살치 성화가 줄어든다. 요즘 같으면 오후 네 시경부터가 해당한다. 따라서 낮에는 옥수수 위주로 낚시하다가 살치 성화가 사라지는 밤에 글루텐 떡밥으로 낚시하는 게 유리하다."
성제현 씨는 옥수수를 써도 살치가 달려들긴 하지만 떡밥보다는 성화가 덜하기 때문에 낮에는 옥수수가 유리하다고. 이후 밤이 되면 살치 입질이 사라지므로 붕어가 단번에 먹기 좋은 글루텐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이번에 낚시사랑 레전드방 회원과 성제현 씨가 낚시한 우측 하류 연안은 발 앞은 깊고 먼 거리 부들밭 앞은 얕은 게 특징이다. 발 앞이 깊은 이유는 약 2년 전 준설했기 때문이다. 깊은 수심에서도 입질은 오지만 큰 씨알은 부들밭 앞의 얕은 수심에서 집중되고 있다. 발 앞은 2m, 부들밭 앞은 1.2m 정도의 수심이 나온다. 따라서 최대한 부들밭 앞에 찌를 세우는 것이 유리하므로 기왕이면 장찌를 사용하는 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찌를 부들맡 앞에 채비를 붙이기 쉽기 때문이다.
60cm 이상의 장찌를 이용한 부들밭 밀착 공략, 살치를 피한 밤낚시가 팔봉수로 월척 공략의 키포인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