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김지민의 新자산어보_마지막 회

가을 바다의 보석
삼치

김지민 입질의 추억 블로그 운영자,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저자, N·S 갯바위 필드스탭, 츠리켄 필드테스터

표준명 삼치(농어목 고등어과)
학   명 Scomberomorus niphonius
방   언 사라, 고시
영   명 Spotty belly greenling
일   명 사와라(サワラ)
전   장 최대 1m 이상
분   포 우리나라 전 연안, 일본, 러시아 등 서태평양, 동중국해
음   식 회, 구이, 조림
제   철 10월~2월(가을~겨울)

삼치 하면 지금보다 어릴 때 더 많이 먹던 생선으로 기억되곤 한다. 고등어와 늘 헷갈렸고, 그러면서도 살집은 크고 푸짐했던 삼치구이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선호하던 생선구이의 대명사였다. 지금은 먹을거리가 넘쳐나고 먹을 생선도 다양해진 만큼, 일상에서 삼치를 접하는 횟수가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가을이면 어김없이 삼치구이를 먹어야 할 이유. 그것은 가을에 오르는 풍부한 지방질의 고소함 때문이 아닐까? 가을 바다의 진정한 보석, 삼치에 대해 알아보자.

습성과 생태
삼치는 봄마다 산란을 위해 북으로 이동하는 산란회유를, 가을에는 먹이활동을 위해 먹잇감이 풍부한 곳을 찾아서 이동하는 색이회유(索餌回遊)를 한다. 산란기는 4~6월경으로 이 시기 삼치는 남해 연안으로 몰려와 산란하는데, 갓 태어난 삼치는 성장속도가 매우 빨라 6개월이면 33~40cm에 이른다. 때문에 가을에 잡힌 삼치 중 45cm 미만인 것은 같은 해 봄에 태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주로 작은 어류를 먹고 자라며, 성장함에 따라 갑각류, 어류, 두족류 등을 먹으며 성장한다. 다 자라면 전장 1m가 넘고 무게는 7~8kg에 이른다. 다랑어와 마찬가지로 고등어과에 속하기 때문에 수심과 지형에 구애받지 않고 대륙과 대륙을 오가는 넓은 반경을 회유한다. 특별히, 산란을 하거나 먹잇감을 사냥할 때가 아니라면, 50~100m 전후 수심의 저층에 서식하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돌진해 사냥한다.
육식성 어류로 성질이 포악하다. 안으로 굽은 날카로운 이빨은 먹잇감을 씹기 위함이 아닌, 한 번 물었을 때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거문도와 여수, 고흥 인근 해역에 다량 서식함에 따라 이 지역에서 삼치잡이가 흔하다. 정치망 어업으로 잡기도 하며 주낙으로 어획한 것이 상품성이 높다.

▲날카로운 삼치의 이빨.

▲삼치류의 대형 물고기인 재방어(저립). 사진은 지난 2009년 10월 일본 무가 토마히로 씨가 제주 마라도 해상에서 낚은 218cm 재방어

계보
우리가 낚시로 잡거나 식용하는 것은 ‘삼치(Scomberomorus niphonius)’라는 단일종이다. 비슷한 종으로 몸길이 1.8m까지 자라는 ‘평삼치(Scomberomorus koreanus)’가 있지만, 생김새가 비슷해 구분 없이 취급될 뿐 아니라, 낚시나 조업에서도 혼획되고 있다.
삼치를 필두로 더 크면서 난류성을 가진 대형 삼치류로는 재방어(저립)와 꼬치삼치(와후피시), 동갈삼치 등이 있다. 세 어종 모두 삼치와 사촌 관계에 있지만, 다 자라면 2m가 넘는 대형 포식자다. 이중에서 꼬치삼치는 동해 왕돌초에 모습을 드러내며 지깅 대상어로서 뒤늦게 부각되고 있지만, 서식지 분포도가 높은 아열대 해역의 나라에서는 동갈삼치와 함께 이미 스포츠피싱 대상어로 인기가 높다. 재방어의 경우 제주도와 추자도 인근 해역에 가끔 출몰하고 낚시로 잡히면서 화제가 되곤 하지만, 그 회유 경로와 생태가 신출귀몰하여 여전히 연구 대상이다.
여름부터 가을 사이 먼 바다 낚시에서 흔히 잡히는 종으로는 줄삼치를 꼽는다. 생김새가 가다랑어와 흡사해 오인받기도 하지만, 가다랑어는 가로줄무늬가(어류는 세웠을 때를 기준으로 가로와 세로를 정한다.) 배 쪽에 있고, 줄삼치는 등 쪽에 있다는 것이 차이다. 줄삼치는 특히, 밤바다 갈치낚시나 한치낚시에서 골칫거리로 여긴다. 툭하면 갈치를 채가는 것도 모자라 낚싯줄까지 끊고, 급기야 바늘에 걸리기라도 한다면, 옆 사람 채비를 휘감아 버리므로 줄삼치의 담백한 맛과는 별개로 꾼들에게는 천덕꾸러기 신세다.

낚시
삼치는 생활낚시뿐 아니라 전문 낚시인의 영역에서도 인기 높은 대상어다. 동해 왕돌초를 비롯해 먼 바다 지깅으로 낚아내는 대삼치는 최근 몇 년간 일부 낚시 마니아로부터 사랑받는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삼치낚시 하면 근교에서 즐기는 스푼 루어를 빼놓을 수 없다. 비록, 선상에서 잡히는 크기에 비할 순 없지만, 30~60cm 크기의 삼치를 3~4마리 정도, 가끔 삼치가 떼로 몰리기라도 한다면, 운 좋게 반 쿨러 정도를 채우기도 한다.
삼치 루어낚시는 부산 근교에서도 행해지지만, 해마다 8~10월이면 수도권 근교의 주요 포인트에서 어김없이 활기를 띤다. 경기도 안산 시화방조제를 비롯해 화성 궁평항, 당진 성구미방파제와 석문방조제, 삼길포, 부사방조제 등지에서 새벽마다 스푼을 던지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삼치는 시속 80km로 달려와 먹이를 낚아채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스푼낚시도 빠른 정속 릴링이 주효하다. 채비는 스푼만 달아 던지기도 하지만, 붉은색 깃털이 달린 카드채비를 바늘 두 개씩 잘라 붙이고, 그 끝에 스푼을 달아 던지면 잘 먹힌다. 

▲삼치 소금구이

식용
삼치 하면 구이, 여기서는 일반적인 소금구이를 비롯해 유자 소스나 된장 소스, 데리야끼 소스를 바른 구이도 인기가 있다. 삼치는 튀김을 한 강정도 곧잘 어울리는데 유독 찜과 매운탕에는 인색하다.
삼치는 고등어와 비슷한 등푸른생선으로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식중독을 유발하는 물질(히스타민)이 증가하며, 비린내를 유발하는 물질(트리메틸아민)도 불어난다. 게다가 살이 무르고 잘 부서지기 때문에 수분기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탕이나 증기를 이용한 찜으로는 잘 이용되지 않는다(단, 일본에서는 신선한 삼치를 맑은 탕과 된장국에 이용하기도 한다). 삼치는 바삭하게 구워 낸 소금구이가 가장 기본적이라 할 수 있는데, 전분에 카레가루를 섞어 삼치 양면에 고루 묻혀 구워 낸 ‘뫼니에르(Meuniere)’ 스타일이 잘 어울리는 생선이다.
또한, 삼치는 횟감으로도 매력이 있다. 잡히면 곧바로 죽어버리는 탓에 활어 공수는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을이면 몸 길이 70cm 이상인 일명 대(大)삼치를 얼음에 재어 유통한 선어 횟감이 여수와 고흥, 목포를 중심으로 인기가 있다. 워낙 살이 물러서 신선한 횟감으로 먹기보다는 반나절가량 냉동한 삼치 회를 썰어낸 다음, 양념간장과 된장, 마늘, 고추, 김 등을 곁들여 먹는다. 최근에는 선어 회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관대해졌고, 다루는 전문점도 늘어남에 따라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삼치 회를 맛볼 기회가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