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품 탐구

타이라바로드
왜 스파이럴가이드가
인기 있나

최훈 테일워크 필드스탭·솔트루어린 회원

장르, 액션, 길이 등 로드를 구분하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가이드의 배열 방식에 따라서는 스피닝로드, 베이트로드, 스파이럴가이드로드로 구분할 수 있다. 잘 알다시피 스피닝로드는 낚싯대 아래에 일렬로 가이드가 부착되어 있으며, 베이트로드는 낚싯대 위에 일렬로 가이드가 부착되어 있다.
하지만 스파이럴가이드의 경우 버트 부분은 베이트로드처럼 가이드가 위에 붙어 있으나 초리로 갈수록 나선(spiral)형으로 회전하듯 배열되어 있다. 결국 초리는 스피닝로드처럼 가이드가 아래를 향하고 있는데 쉽게 말하면 베이트로드의 가이드배열을 앞으로 갈수록 반대로 회전시켜 놓은 것이다.
가이드를 배열하는 방식은 어렵게 생각하면 매우 복잡하고 정교하지만 쉽게 생각하면 단순하기 짝이 없다. 카본 원단을 말았을 때 쉽게 구부러지는 쪽을 기준으로 가이드를 부착하면 스피닝로드가 되고 그 반대로 잘 구부러지지 않는 쪽에 가이드를 부착하면 베이트로드가 되는 것이다. 스피닝로드는 잘 굽어지는 쪽에 가이드를 붙이기 때문에 입질에 쉽게 순응하고 라인을 컨트롤하기 좋은 대신 파워가 약하다. 베이트로드는 반대로 잘 굽어지지 않는 쪽에 가이드를 붙이기 때문에 파워와 복원력이 좋지만 스피닝로드처럼 약한 입질에 잘 반응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캐스팅을 많이 하거나 피네스한 낚시를 할 때는 스피닝로드를 즐겨 쓰고 강한 힘을 받는 지깅이나 트롤링, 돌돔낚시 같은 장르에서는 베이트로드를 즐겨 쓴다. 

스피닝, 베이트로드 장점 모두 갖춰
스파이럴가이드는 이런 스피닝로드와 베이트로드의 장점을 합친 것으로 버트 부분은 베이트로드처럼 위쪽에 가이드를 배치해 파워를 유지하고 앞으로 갈수록 스피닝로드처럼 가이드가 아래로 향하게 부착해서 참돔의 약한 입질에 잘 반응하도록 만든 것이다. 일부 낚시인들은 가이드의 배치와 입질 감도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배스나 라이트 지깅처럼 액션을 많이 주는 장르라면 그 말이 맞지만 타이라바처럼 가볍고 부드러운 로드로 아주 섬세한 액션을 할 경우에는 가이드의 배열이나 개수가 입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가이드를 회전시킴으로 가지는 더 큰 장점은 큰 고기가 걸렸을 때도 부하가 고르게 분산된다는 것이다. 큰 참돔이 입질해서 파이팅이 시작되면 과도한 힘에 의해 낚싯대가 뒤틀리는 현상이 생기는데 그렇게 되면 베이트로드의 경우 가이드에 라인이 모두 걸쳐지지 않고 일부 가이드에 부하가 집중되어 큰 고기를 제압하기 어렵게 된다. 반면 스파이럴가이드를 사용하면 큰 고기가 걸려서 로드가 뒤틀려도 모든 가이드에 라인이 걸쳐서 로드의 특정 부분에 과부하가 걸리는 현상이 생기지 않으며 가이드의 내구성도 더 높다. 이는 타이라바뿐 아니라 갈치낚시나 심해침선낚시처럼 한 번에 많은 고기를 끌어올리는 낚시에도 유용하게 적용되는데 갈치로드에 스파이럴가이드가 많이 장착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장점은 라인트러블이 적다는 것이다. 타이라바는 0.8호 내외의 가는 합사를 쓰기 때문에 라인트러블이 종종 일어나지만 스파이럴가이드의 경우 버트부터 초리까지 줄꼬임이 자연스럽게 풀어지기 때문에 라인트러블로 인한 고생은 덜할 수 있다. 그리고 가이드가 회전하는 구조에 가이드의 수가 적어서 줄 내림도 빠른 것이 장점이다. 라인을 내릴 때 마이크로가이드의 경우 소구경인 데다 개수가 많아 라인이 가이드에 저항을 많이 받지만 스파이럴가이드는 그렇지 않다.
마지막으로 스파이럴가이드를 장착해 로드의 부드러움을 유지해주면 타이라바를 리트리브할 때 입질을 해도 후킹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참돔이 입질을 하면 부드러운 초리가 쉽게 휘어져 이물감을 줄이고 본신으로 이어지면 곧바로 강한 허리로 챔질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확실하게 입걸림시킬 수 있다.

마이크로가이드는 과부하 시 뒤틀려
참고로 스파이럴가이드가 등장하기 전에는 타이라바로드가 대부분 일본 후지공업사의 KR콘셉트가이드나 마이크로가이드를 장착한 것이 일반적이었다. 마이크로가이드를 사용하는 경우 로드의 감도를 높일 수 있고 많은 양의 가이드를 부착해서 낚싯대에 골고루 부하를 전달할 수 있지만 가이드의 수가 많기 때문에 파이팅할 때 과부하가 걸리면 낚싯대가 쉽게 뒤틀리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 단점이었다. 그리고 KR콘셉트가이드를 장착한 베이트로드는 파워는 좋지만 감도나 입질에 대한 반응은 마이크로가이드나 스파이럴가이드에 못 미치는 것이 단점이다.
스파이럴가이드 역시 단점은 존재한다. 일부 낚시인들은 스파이럴가이드가 조구사의 상술이라 주장하기도 하며 감도나 입질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도 한다. 이는 사용하는 라인, 릴 그리고 낚시를 하는 환경이나 대상어의 씨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맞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단,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스파이럴가이드가 좀 더 효율적인 낚시를 하게 해주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므로 한 번쯤 경험해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