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김갑성씨의 선물,
배나무골소류지
밀생 말풀 알뜰히 뽑아낸 자리에 가지채비 넣으면 백발백중!
이종일 객원기자
“청도에 오셨다구요? 지금 멋진 소류지로 가고 있으니 빨리 오이소!”
경북 청도군의 한 소류지에서 허탕을 치고 구미의 대물꾼 김갑성씨에게 SOS를 타전하니 차 돌려서 빨리 올라오라는 말만 전화기에 대고 되풀이한다.
▲낚은 붕어를 자랑하는 김갑성, 김민근 부자
경산시를 지나 동대구IC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달린다. 작년 의성 취재 때 알게 된 김갑성씨가 오라고 한 곳은 구미시 장천면 묵어리의 배나무골소류지(일명 금정지, 그 상류에 있는 굴암지도 배나무골지라 부른다고 했다). 대구 대물낚시회인 ‘남달구’의 허창희, 이재윤 회원이 동행했다.
메주콩 낚시에 매료되어 서울에서 주말마다 경북 저수지들을 옆집 마실 가듯 찾아가곤 했는데 이번에도 날을 잡아 5월 14일, 3일간의 금싸라기 시간을 만들어 대구에 입성했다. 오랜 친분이 있는 ‘행복한낚시’ 김진태 사장의 점심 대접을 받고 남달구 조우회원들과 3일간 낚시 일정을 시작한 것이다.
작은 지방도로 옆에 아담하게 자리한 약 2천평 규모의 배나무골소류지엔 김갑성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안부도 묻기 전에 제방을 가리킨다.
“조용히 제방을 걸어가서 보이소. 물속에 무엇이 헤엄쳐 다니는지….”
배수의 흔적이 없는 소류지로 조심스레 다가가자 내 눈을 의심할 광경이 펼쳐진다. 얼추 70~80cm 돼 보이는 잉어들과 함께 4짜급 대물 붕어들이 물가에서 유유히 헤엄쳐 다니는 것이 아닌가! 유료터도 아닌 자연지에서 이 놀라운 광경을 보고 있자니 온 몸에 희열과 전율이 흐른다.
“와! 저기도 있어요. 뭔 고기가 저리도 커요?”
한 달 후 입대한다는 김갑성씨의 아들 민근군이 헤엄쳐가는 고기들을 쫓아가며 탄성을 지른다.
▲필자가 낚은 붕어들. 가장 큰 놈은 35.5cm다.
잉어와 대물붕어들 유유히 헤엄
김갑성씨는 어떻게 이 저수지를 알게 됐을까?
“사람 나이로 치면 환갑을 훌쩍 넘어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못이다 보니 묵은 대물 붕어가 들어있을 것이라 여겼죠. 좀 어수선한 길옆에 있고, 보기에 볼품없는 모습이 오히려 꾼들의 발길을 돌리게 해 숨은 개체수가 많으리라 여겼는데, 과연 낚시를 해보니 보통 소류지가 아니었습니다.”
우측 상류 부들밭 밑에 김갑성씨가 앉고, 그 하류에 허창희씨가 앉았다. 나는 제방 좌측 길 옆에 자리를 펼친다.
“척월님, 오늘 땀 좀 흘려야 되겠구마. 물속에 수초들이 장난이 아닌 기라.”
찌를 세우던 허창희씨가 나를 보고 소리친다.
5월이 넘어가자 마름, 물수세미 등 수초가 무성해져 채비 넣기에 애를 먹고 있다. 바닥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미끼가 말풀에 파묻힌 줄도 모르고 밤새 말뚝찌만 바라보게 되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곳 배나무골소류지는 말풀도 많고 뻘층까지 두터워 웬만큼 바닥 작업을 깔끔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애용하는 ‘침수수초갈퀴’를 꺼냈다<박스사진 참조>. 고리봉돌을 빼고 그 자리에 갈퀴를 끼운 다음, 찌를 세울 곳에 여러 번 투척해 물속 수초들을 꺼내는데 찌가 자연스럽게 내려갈 때까지 반복해서 수초를 뽑아내는 작업을 한다.
그러나 수초제거작업만으로 끝나는 건 아니다. 미끼가 뻘 속에 묻히는 것을 방지하고 갑작스런 수초작업으로 놀란 붕어를 유혹하기 위해 삶은 겉보리와 황토를 섞어 수초구멍에 던져 넣는다. 이렇게 하면 미끼는 겉보리와 황토 위에 올라가 붕어의 눈에 뚜렷이 보이게 된다.
마지막 처방이 또 있다. 가지바늘 채비로 전환하는 것이다. 수초가 밀생한 곳의 붕어는 바닥에서 약간 뜬 가지바늘에 입질이 잦다. 요즘 대물낚시인들은 외바늘만 고집하지만 밀생수초 속에서 가지바늘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이날도 가지바늘은 특효를 발휘했다.
▲ 배나무골못(굴암지)에서 31cm 붕어를 낚은 현지꾼.
이런 식으로 10대의 낚싯대를 모두 펼치고 나니 어깨도 팔도 저려온다. 그러나 조금 전 유유히 헤엄치던 대물붕어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힘든 줄도 모르겠다. 모두 대편성을 마친 다음 든든히 저녁을 먹고 전의를 불태우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케미라이트를 부러뜨리고 밤낚시가 시작되었다.
밤 9시 30분경 김갑성씨 자리에서 첫 찌불이 올라왔다. “우당탕탕!” 물소리만 들어도 월척이라 짐작된다. 잠시 후 ‘옥수수 2알, 30대, 33cm’라는 문자가 내 핸드폰에 뜬다. 김갑성씨가 보낸 문자다. 그때부터 월척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물속에 담긴 살림망 속에는 튼실하고 잘 빠진 월척 5마리와 8~9치 붕어 7마리가 들어갔다.
아침을 맞는다. 못에 햇살이 살짝 퍼지고, 밤새 뜬 눈으로 지새 뻐근한 몸을 의자에서 일으켜 기지개를 펴는 순간 나의 36대에 심상찮은 어신이 왔다. 아침 7시 10분, 수심 70cm, 수온 16.5도, 옥수수 2알…. 꿈틀대던 찌가 두 마디 올라오더니 갑자기 물속으로 곤두박질친다. 초릿대가 물속으로 끌려들어가고 치켜든 낚싯대는 활처럼 휘어졌다. 손으로 전해지는 무게감이 최하 ‘허리급(35cm 이상)’이라 판단하고 빠르게 녀석을 제압했다. 35.5cm! 먹물을 뒤집어 쓴 듯 강한 비늘이 탐스런 경북 붕어의 자태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김갑성씨와 아들이 뛰어와서 내 손에 들린 붕어를 보고 박수를 치며 어린아이 같이 기뻐했다. 그들을 향해 “덕분에 좋은 놈 하나 했습니다. 이놈이 경상북도 대표 붕어네요.”하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풀 위에 올려놓은 금정지 붕어들. 월척 6마리와 8~9치 7마리 붕어가 아침 햇살에 반짝인다. 촬영 후, 김갑성씨 아들과 다시 물속으로 돌려보내는 즐거움을 가진다. 힘찬 물보라를 일으키며 돌아가는 붕어들이 마냥 즐거워 보이고, 유유히 헤엄치던 어제의 대물 붕어들이 어느 꾼의 눈에 또 보이기를 기대해본다.
▲진입로에서 바라본 배나무골소류지.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군위IC에서 나와 930번 지방도를 타고 금산천을 따라 장천면 묵어리로 간다. 상림리의 굴암지를 지나 낮은 언덕을 넘으면 길옆 좌측에 금정지가 있다. 또 장천면에서 상동면 방향으로 가면서 하도교를 지나 정미소를 보고 우회전해 약 5km 가면 좌측에 배나무골 이정표가 있다.
전국낚시지도 216p A1 아이코드 163-712-4445
조황문의 의성IC낚시 054-832-8606
‘말풀작업’의 필수품
수초갈퀴와 가지바늘채비
1. 필자의 자작 수초갈퀴
이 수초갈퀴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비해 싼 값으로 여러 개를 만들어 다닐 수 있다.
봉돌은 사용하는 찌 부력에 맞춘다. 가령 사용하는 찌의 봉돌 무게가 7g이면 칼퀴 봉돌 무게도 7g을 사용한다. 예측하는 수심에 찌를 고정하고, 반복적으로 수초를 제거하면 정리된 바닥에 수심에 맞춰 찌가 서는 것을 볼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스푼루어 구입(5개 4000원)→고리에서 스푼을 빼내고 빼낸 자리에 봉돌(고리추 7~8호)을 끼운다.→상처를 방지하기 위해 3개의 바늘 끝을 니퍼로 잘라낸다.→바늘 보호용 케이스를 끼워 소도구함에 넣어 다닌다.
2. 청수레저 크라운 수초갈퀴
이 수초갈퀴는 바다 오징어잡이용 갈퀴를 응용한 것으로 뽑히는 수초 양을 감안해 낚싯대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9개의 갈퀴로 되어있다. 스텐리스 재질로 녹이 나지 않고, 봉돌 무게와 유사한 8g이다. 케이스에 들어있어 휴대하기 좋다. 수초작업 시 뽑혀 나오는 양이 필자의 자작 칼퀴보다 많아 빠른 것이 장점이다. 낚시쇼핑몰에서 개당 4000원에 팔고 있다.
3. 가지바늘채비
원줄 끝에 찌멈춤고무 2개를 끼우고 그 사이에 맨도래를 끼운다. 평소엔 바늘 없이 사용하다가 바닥이 뻘이거나 지저분할 때는 목줄에 단 외바늘을 빼 도래 사이에 끼워 높이를 조정해서 사용하거나, 외바늘은 그대로 두고 도래 사이에 또 다른 덧바늘을 달아 쓸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