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 간월호
갈수기 핫플레이스
중간제방 ‘간월5교’
이영규 기자
8월 중순 현재 서산, 태안권 저수지의 가뭄은 해소됐지만 태풍이 오기 전까지는 딱히 낚시할 만한 곳을 찾기 어려웠다. 대부분의 저수지가 20~30%대 저수위에 허덕였다. 그 와중에도 소리 소문 없이 월척을 배출하는 곳이 있었으니 천수만 A지구로 불리는 간월호다.
▲현지 낚시인의 포스란 이런 것! 아침 9시경 간월5교를 찾은 서산 낚시인이 풍성한 조과가 담긴 살림망을 들어내고 있다. 불과 4시간 동안의 조과다.
부남호와 더불어 서산권 최대 간척호인 간월호는 지명도는 부남호에 뒤지지만 시간이 갈수록 부남호의 인기를 추월하고 있다. 부남호보다 붕어 씨알이 잘다는 얘기는 옛말이 된 지 오래이며, 조황 부침이 잦은 부남호보다 오히려 탄탄한 조황을 앞세워 성장하고 있다.
지난 여름 갈수기 때 간월호에서 가장 돋보인 곳은 중간제방 동쪽의 ‘간월5교’ 일대이다. 이곳은 올 여름 간월호 수위가 만수위의 70%에 머물 때도 평균 수심이 2m에 달했다. 상류권 수심이 무릎 깊이에 머문 것에 비하면 매우 깊은 수심이라고 할 수 있다.
중간 제방의 서쪽 끝에서 남쪽을 바라보는 구간도 수심이 4m에 달하는 곳이 있지만, 이곳은 포인트 범위가 좁고 조황 편차가 크다. 반면 동쪽 간월5교 일대는 항공사진에서 보듯 포인트 범위가 폭넓어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지난 6월부터 간월5교 부근을 찾아 월척 손맛을 봐왔다는 서산 낚시인 홍성근 씨는 “여름이 돼 간월호 수위가 줄자 붕어들이 수심 깊은 간월5교 주변으로 몰려든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호황은 태풍이 오기 전인 7월 말까지 지속됐고 씨알도 가장 굵게 올라왔다”고 말했다.
▲중간제방의 동쪽 끝 연안에서 바라본 간월5교 일대. 다리 밑 양쪽 모퉁이가 명당이며 취재일에는 사진 앞쪽의 파라솔이 펼쳐져 있는 곳에서도 씨알이 굵게 낚였다.
▲간월5교 모퉁이에 자리를 잡은 성제현씨.
▲성제현 씨 자리의 맞은편에서 낚시 중인 화성 낚시인들.
가뭄으로 모기 성화 뚝, 밤낚시 여건 좋아져
이번 취재에 동행한 군계일학 대표 성제현 씨는 “호황도 호황이지만 간월호에서 여름 밤낚시를 즐길 수 있다는 올해 상황이 나의 관심을 끌었다. 원래 부남호와 간월호는 여름이 되면 모기 때문에 밤낚시가 불가능하다. 여기에 깔따구로 불리는 날벌레와 하루살이까지 몰려들어 눈을 뜨고 있기도 힘든 곳인데 올해는 그런 불편이 없다고 한다. 가뭄이 심해지면서 날벌레들이 부화를 못 한 것이 이유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성제현 씨의 말처럼 ‘천수만 붕어낚시에서 여름 밤낚시는 꿈도 꿀 수 없다’는 게 그동안의 통설이었으나 취재일 현장에는 밤낚시를 즐기는 낚시인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홍성에서 온 김청호 씨는 “호황 소식에 오긴 왔는데 모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어젯밤 밤낚시를 해보니 전혀 문제가 없었다. 간월호를 수년째 다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간월5교 밑 석축에 자리를 잡았다. 성제현씨는 석축이 꺾어지는 곶부리, 나는 간월5교에서 10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다리 밑이 그늘져 뜨거운 햇볕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2.8칸 이상을 펴면 낚싯대가 다리에 닿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바깥쪽으로 나와 자리를 잡았다.
‘오늘 사고 한 번 제대로 치겠구나’
다리 밑에는 이미 현지 낚시인 한 명이 낚시하고 있었는데 그는 2칸~2.5칸 대 3대만 펴놓고 있었다. 우리가 도착할 즈음에도 연신 붕어를 낚아내고 있었다. 다만 소문과 달리 7치 전후 씨알이 주로 올라왔다. 처음에는 낚싯대가 짧아서 그런가? 했는데 낚싯대 길이와는 상관없는 문제였다. 하필 우리가 취재에 나선 날은 밤부터 전국적인 폭우 예보가 있어 강력한 저기압이 형성된 게 큰 붕어들이 움츠러든 이유였다.
우리의 예상은 들어맞았다. 성제현 씨가 첫 입질에 턱걸이 월척을 낚아낼 때만 해도 ‘오늘 사고 한 번 제대로 치겠구나’ 했는데 그 이후로 6~7치급 위주로 낚였고 입질도 지저분했다. 전날 화상통화로 월척을 낚아내는 장면을 생중계한 홍성근 씨가 “불과 하루 만에 상황이 돌변했다”며 당황해 했다.
그나마 떡밥낚시 노하우가 풍부한 성제현씨는 ‘자연지 레시피’로 집어제를 만들고, 미끼용 떡밥도 공을 들여 달아 던진 내공 덕분에 그나마 잦은 입질을 받아냈다. 오후에는 월척도 추가로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주위의 다른 낚시인들은 커야 7~8치가 주종이었고 월척이라고 해서 달려가 보면 9치급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전날 밤낚시를 한 낚시인들의 조과를 촬영하기 위해 오전 10시경 간월5교를 건너맞은편으로 가보았다. 전날 왔다는 화성 낚시인들의 살림망에는 제법 많은 붕어가 담겨있었다. 그런데 모두 월척에서 1cm 정도씩 빠지는 씨알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대부분 9치급에 육박하는 씨알들이라 살림망이 푸짐해 보였다.
촬영을 마친 후에는 다시 간월5교를 건너 동쪽 연안으로 이동했다. 연안으로 향하는 제방 연안(북쪽 방면)에도 많은 낚시인이 앉아 있었는데 의외로 그곳도 수심이 깊었다. 평균 2m는 족히 돼 간월5교 부근과 별 차이가 나질 않았다. 그 맞은편 연안에도 곳곳에 낚시인들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이 일대의 수심과 조황이 거의 비슷하다는 게 홍성근 씨의 설명이었다.
▲성제현 씨가 간월5교 석축에서 올린 두 마리의 월척을 보여주고 있다.
▲성제현씨가 두 번째 월척을 뜰채에 담아내고 있다.
▲서울에서 온 김용직 씨는 4짜가 넘는 떡붕어를 낚았다.
8월 중순 현재 중간제방 서쪽권 돋보여
그렇다면 여름 장마와 태풍으로 수위가 80% 이상 회복된 8월 중순 상황은 어떨 것인가. 현지 낚시인들의 말에 의하면 “수위가 오르면서 어군이 분산돼 간월5교 일대의 조황은 부진하고 중간방조제 (서쪽 끝부분에서도 하류를 바라본 방향)의 조황이 앞선다”고 한다. 씨알은 다소 잘아져 7~8치급이 주종이지만 마릿수 재미가 좋은 상황이다.
홍성근 씨는 비록 갈수기 때보다 월척 확률은 크게 떨어졌지만 결코 실망할 분위기는 아니라고 말한다. 지난여름 간월5교권 조황이 너무 좋아 비교가 되는 것일 뿐 현재의 상황은 평년과 동일하며 오히려 낚시 여건은 좋아졌다는 것.
전통적으로 부남호와 간월호는 여름에는 고전하다가 가을로 갈수록 조황이 살아나며, 8월 중순 현재는 적당히 수위와 양호한 마릿수 조과가 이어지고 있어 올가을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여기에 밤낚시의 악재인 모기 성화까지 사라진 점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참고로 가을이 되어 배동바지 배수가 시작되면 또 한 차례 수위가 줄어들 공산이 크다. 그 무렵 이번에 취재한 간월5교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빠른 길은 서해안고속도로 해미I.C를 나와 남부교(내비에는 서산시 남부동 소재)까지 간 뒤 남부교를 건너 좌회전, 약 700m 가다가 수면이 나오는 곳까지 가서 우회전한다. 이 지점이 간월호 최상류에 해당하며 여기서 약 8km 계속 직진하면 중간제방 진입로가 나온다. 좌회전해 제방을 계속 달려 2km 가면 간월5교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