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해수부, “감성돔, 삼치 금어기 신설”
살오징어, 문어, 가자미, 넙치 등의 금어기 및 포획금지체장 상향조정
이영규 기자
해양수산부가 감성돔, 삼치 금어기를 신설하고 살오징어, 문어, 가자미, 넙치, 대구, 청어 등의 금어기 연장과 포획금지 체장을 조정하는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 기간은 4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41일간이다. 입법예고 후 해수부는 규제심사-법제처 심사-국무회의 상정-개정안 공포 과정을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초 ‘수산혁신2030계획’을 통해 자원상태에 따라 금어기와 금지체장을 강화할 것을 예고했으며 이번에 시행령을 개정해 자원고갈이 우려되거나 어업인이 관리 필요성을 제기한 14개 어종의 금어기와 금지체장을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감성돔 금어기 4~6월 지정”
어종별 금어기 신설 또는 금지체장 조정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내년에 법이 시행되면 위 금어기와 포획금지체장 규정을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서해 감성돔 낚시인, 점주, 선장들 “날벼락”
해수부의 발표가 있는 뒤 낚시계는 크게 동요하고 있다. 우선 해당 대상어로 영업을 하는 낚시점과 낚싯배는 크게 반발하는 양상이다.
낚시인들의 견해는 찬반양론으로 나뉘고 있다.
그 중 가장 논란이 되는 어종은 최고 인기 대상어종인 감성돔이다. 수원낚시인 김진성씨는 “봄은 가까운 내만에서 쉽게 감성돔을 낚을 수 있는 시즌이자 연중 가장 큰 대물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인데 갑자기 금어기를 만들겠다니 당황스럽다”며 “감성돔 자원이 갈수록 줄어서 금어기를 신설한다는데 구체적인 통계자료가 있는지 모르겠다. 바다에는 어황이라는 게 있어 수 년 주기로 조황 기복이 발생하는 건 상식인데 심도 깊은 조사 없이 금어기로 묶어버리는 게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성돔 금어기 지정에 찬성하는 의견도 있다. 부산시 신평동에 사는 김병찬씨는 “봄에 알을 밴 감성돔은 힘도 없고 맛도 없다. 자원 보존을 위해 봄철 산란기낚시를 금지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감성돔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낚시점주와 선장들은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광, 군산, 격포, 홍원항처럼 봄 감성돔낚시가 매출의 다수를 차지하는 서해안 점주와 선장들은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격포 변산낚시의 이태영 사장은 “남해나 동해는 몰라도 서해안은 5월과 6월 두 달간이 연중 최고의 성수기로, 출조점과 낚싯배는 이 두 달 동안의 수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세 달이나 금어기로 묶어버리면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서해안은 봄에 잠깐 감성돔낚시를 즐기고 그 외의 계절에는 다른 어종을 낚으므로 감성돔 자원 보존이 잘 되고 있다. 게다가 남해안처럼 뻥치기 어업도 없는 지역이다. 이런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인 금어기 지정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목포에서 무안 톱머리와 홀통 등지로 출조하는 블루마린호 김용남 선장도 해수부의 조치에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4월부터 6월까지가 감성돔 산란기인 것은 맞지만 낚시인이 잡아내는 양은 어민들이 불법조업으로 잡아내는 양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낚싯배는 하루에 많이 잡아야 스무 마리 정도지만 어부들의 불법 그물질로는 하룻밤에 몇 백 킬로씩 잡혀나가기 때문에 비교가 안 된다. 진정 해수부가 자원고갈을 걱정한다면 불법어업을 근절하는 게 우선 순위일 것이다. 아울러 낚시인들에게는 하루 낚을 수 있는 마릿수를 제한하는 정도로 해서 4~6월 감성돔낚시를 완전히 절멸하는 단계까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문어 선상낚시도 타격 클 듯
감성돔 외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되는 어종은 생활낚시 대상어인 문어이다. 통영, 거제, 여수권에서 5~6월에 낚이는 문어는 보통 300g 미만급이 많다. 따라서 10마리를 낚으면 7~8마리는 다시 놓아줘야 된다. 비싼 출조비를 내고 문어낚시를 나갈 사람이 거의 없어질 것이다.
강원도 앞바다에서 잡히는 대문어 역시 주종이 400g 내외인데 1000g으로 상향조절될 경우 출조 인구가 급격히 줄 것이라는 게 낚시인들의 목소리다. 서울의 강종식씨는 “대문어는 해마다 어황 기복이 심해서 조황이 부진한 해는 하루 한두 마리도 낚기 어렵다. 대문어는 씨알이 커 1킬로그램 이상급이 주로 낚이지만 그 이하급도 심심치 않게 낚인다. 조황이 빈작일 때는 칠팔백 그램짜리라도 감지덕지인데 그마저도 못 낚게 한다면 요즘처럼 조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누가 낚시를 떠나고 싶어 할까”라고 말했다.
이번 해수부의 조치에 낚시인과 낚싯배 선장들은 어자원 보호 측면에서는 수긍이 가지만 지역적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일률적인 적용은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아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불법어업이 합법적인 낚시보다 남획을 하는데도 이를 수수방관하는 자세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5월 중순 해수부 수산자원정책과 담당자와 통화해 이번 금어기 신설과 포획금지체장 조정에 관해 문의한 결과 “현재는 입법 예고를 진행 중이다. 낚시를 즐기거나 낚시업에 종사하는 분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여러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는데 그 중 감성돔 금어기에 대해서는 세 달의 기간이 너무 길다는 견해가 많아서 정책에 참고할 예정이다”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감성돔 4~6월 석 달간을 금어기로 지정하며 포획금지체장도 20cm에서 25cm로 조정된다.
살오징어 금어기를 4~6월(기존 4~5월)로 1개월 늘리고 포획금지 체장도 종전 12cm에서 19㎝로 강화했다.
가자미 가자미류는 지역별로 다양한 종이 서식하고 규제도 달랐는데 앞으로는 어종 상관없이 20㎝로 금지체장이 강화된다.(기존 문치가자미 15cm, 참가자미 12cm. 그 외의 가자미는 금지체장 없었다.)
청어 그간 포획 금지 규정이 없었으나 내년부터 5~6월이 금어기로 신설되며 20cm 미만은 잡을 수 없게 된다.
삼치 주 산란기인 5월 1일~6월 30일을 금어기로 설정.
대구 지역별로 금어기가 달랐으나 내년부터는 1월 16일~2월 15일까지로 금어기가 일원화된다.(기존 부산경남은 1월, 그 외 지역은 3월이 금어기) 아울러 포획금지체장도 30cm에서 35cm로 상향 조절된다.
넙치 포획금지체장이 현재 21cm에서 35cm로 상향조정된다.
문어 대문어(피문어)는 400g에서 1000g으로 포획금지 기준이 상향조정되며 참문어(돌문어)도 300g 미만은 포획이 금지된다.
< 어종별 개정내용 >
-어린 오징어를 보호하기 위한 금어기와 금지체장 강화
-어린 가자미류를 보호하기 위한 금지체장 신설·강화
-어린 청어를 보호하기 위한 금지체장 신설
-산란기 삼치를 보호하기 위한 금어기 신설
-산란기 감성돔과 어린감성돔을 보호하기 위한 금어기·금지체장 신설·강화
-어린 넙치를 보호하기 위한 금지체장 강화
-어린대문어와 참문어를 보호하기 위한 금지체중 신설·강화
-대구 자원보호를 위한 금어기 일원화 및 금지체장 강화
-미거지, 넓미역의 지역특성 반영을 위한 제도개선
감성돔 금어기에 대한
남해, 동해 낚싯배들의 입장
“자원보호 필요하지만 3개월 금어기는 지나치다”
이창욱 거제 가자피싱랜드 바다세계호 선장
백년대계를 내다본다면, 어자원 보호 차원에서 금어기 지정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4월부터 6월까지의 세 달은 너무 길다. 실질적으로 감성돔이 산란하는 시기는 5~6월 두 달이다. 4월에는 산란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시기다. 만약 4월에는 알을 가지는 시기여서 금어기로 지정해야 한다고 한다면 2월과 3월까지도 금어기로 지정해야 하는 게 옳다. 4월은 가을과 함께 이곳 남해동부에서는 감성돔 출조가 제일 활발한 시기이다. 이때는 벵에돔, 돌돔, 참돔이 낚이지 않는 시기여서 만약 금어기로 지정한다면 이곳 선장들은 막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5~6월은 낚시인들 스스로도 감성돔낚시 출조를 자제하고 있고, 또 이 시기면 벵에돔이 출현하기 때문에 선장들도 감성돔 출조를 덜하게 된다. 금어기를 지정하더라도 4월까지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금어기는 한 달이 적정, 지역별로 달라야”
안혁진 울진 후포안혁진피싱샵 대표
내가 사는 울진은 남해와 같은 뻥치기가 없어서 감성돔 자원이 아주 풍부한 곳이다. 그리고 4~5월은 가을 겨울과 비교해 마릿수와 씨알 면에서 최고의 시즌이다. 자원보호 측면에서 감성돔 금어기 지정은 찬성하지만 감성돔 금어기를 세 달로 잡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가 안 좋아서 장사도 안 되는데 금어기를 세 달로 길게 지정한다면 점주들은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될 것이다. 알다시피 감성돔 산란기는 지역별로 모두 다르다. 따라서 굳이 금어기를 지정해야 한다면 그 지역에 맞춰 모두 달리 정하고, 기간도 갈치 금어기처럼 한 달 정도가 제일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어민들의 어구 통한 불법 남획 단속도 병행하라”
강민구 여수 서울낚시 대표
여수권 낚시인 대다수는 산란철 감성돔낚시 자제에 대해 많게 또는 적게라도 의식을 같이 한 지 오래이다. 따라서 금어기를 시행하는 것 자체에는 거부감이 적을 것으로 확신한다. 다만 낚시인과 점주, 선주들에게만 법을 적용하고, 씨알도 구분하지 않고 감성돔 자원을 대량 학살하는 어구(봄철 이각망, 삼각망, 자망, 통발 등)와 어업을 철저하게 단속하지 않는다면 그 저항감은 대단할 것이라 생각한다. 시행하기 전에 초보낚시인과 어업인을 위한 홍보와 교육 그리고 그 후에 강력한 단속이 필요한 사항이라 생각한다.
“뻥치기 어업도 근절해야 감성돔 자원 살아날 것”
김명휴 통영 산양읍 풍화리 파로스호 선장
통영 산양읍 지역은 워낙 뻥치기가 심해 감성돔 어족자원이 많이 고갈됐다. 피크 시즌이 되어도 낱마리여서 감성돔낚시를 출조하는 배가 예년에 비해 많이 사라졌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선장 입장에서 이 기간 동안 타격을 좀 받더라도 금어기 지정은 적극 찬성한다. 그 대신 뻥치기 같은 어업도 금어기 기간(산란기)에 적극적으로 단속하길 바란다. 4~6월이 금어기로 지정된다면 수협에서 위판도 받지 않게 되므로 조업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몇 년 뒤에는 감성돔 자원이 살아날 것은 분명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