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변두리 바닷가에 월척 소굴이…
죽림지 옆 小죽림지 조과는 王죽림지
정삼채 객원기자
충남 태안 안흥항 가기 직전 도로변에 7천 평 남짓한 소류지가 있다. 이름조차 없는 이 소류지에서 34~38cm급 월척들이 마릿수로 배출되었다.
▲ 소죽림지 골프장 앞 연안에서 붕어를 끌어내고 있는 부천의 장병철씨.
이 소류지는 지도에 표시돼 있지도 않고 한국농촌공사나 태안군청에 등재돼 있지도 않다. 그러니 저수지 이름이 있을 리 없다. 우리는 이 무명 소류지가 얼음낚시터로 유명한 죽림지 바로 다음에 있다고 해서 ‘작은 죽림지’ 또는 ‘소죽림지’라고 불러왔다. 이곳을 즐겨 찾는 현지꾼 몇몇은 ‘복계지’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왜 복계지로 부르는지 알 수 없고 주변에 복계라는 마을이 있지도 않다.
이 소죽림지를 나는 재작년 겨울에 처음 알았고 낚시춘추 2008년 1월호에 ‘근흥면의 무명소류지’로 소개했었다. 당시 겨울비 악천후 속에서도 수초채비로 9치 붕어 여러 마리를 낚았다. 들은 바에 의하면 터가 워낙 세고 조황 기복이 심해 현지꾼들조차 피하는 곳이지만 시기만 잘 맞추면 35cm가 넘는 대형붕어로 손맛을 톡톡히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올해는 2월부터 몇 차례 출조를 시도했으나 추위 탓에 실패를 거듭한 뒤 의욕이 꺾여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런데 4월 중순에 현지 지인으로부터 ‘작은 죽림지에서 월척이 마릿수로 낚이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지인은 “비가 내리는 속에서 밤낚시를 해 35~37cm를 포함 모두 17마리를 낚았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조황이 궁금하던 차에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다음날 의정부에 사는 배광석씨와 함께 태안으로 달렸다. 그리고 이 소식을 들은 부천의 장병철, 채성원씨는 우리보다 하루 먼저 출발했다.
▲ 도로변에서 바라본 소죽림지 전경
▲ 저조한 조황 속에서 굵은 붕어를 낚아낸 장병철(좌), 채승원씨.
4월 17일 오후, 밤늦은 시각에 현장에 도착했는데, 소문이 언제 퍼졌는지 많은 사람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자리를 잡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는데 먼저 들어가 있던 장병철, 채성원씨가 옆으로 자리를 만들어줘 몇 대씩 펴고 낚시를 할 수 있었다. 마침 내가 좋아하는 상류 골프장 앞쪽 자리여서 기대가 사뭇 높았다.
“산란찬스는 끝났다!” 여름 밤낚시 기대해야
그러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린 탓인지 밤에는 입질을 받을 수 없었다. 하기야 소문난 잔치에 어디 먹을 것이 있던가? ‘오늘도 황이구나’ 생각하며 아침을 맞았는데 다행히 몇 마리씩 붕어가 낚여 올라오기 시작했다. 큰 씨알은 아니었지만 반갑기 그지없다. 장병철씨가 32cm급 붕어를 올리자 우리 얼굴에도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모두들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정작 입질은 장병철씨에게만 집중되었다. 순식간에 혼자 네 마리의 붕어를 낚아 올려 시기 어린 부러움을 샀다.
아직 산란을 안했는지 붕어의 배에서 알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보트낚시 명당인 수중섬 주변으로 여러 대의 보트가 떠 있었지만 챔질하는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전날보다 물색이 많이 맑아져 있었다. 엊그제 내린 비가 계속 이어오던 호황에 종지부를 찍은 원인이 된 것 같았다.
▲ 저수지 중앙의 수초 속에서 붕어를 기다리고 있는 보트꾼. ▲ 소죽림지의 때깔 좋은 붕어.
봄철의 피크타임은 놓쳤지만 기회는 또 있다. 여름 밤낚시에도 대물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름이면 수면을 뒤덮는 수초 때문에 낚시할 공간이 상대적으로 적어지지만 수초작업을 하면 공들인 보람을 얻을 수 있다. 겨울과 이른 봄에는 지렁이가 효과적이지만 여름 밤낚시에는 글루텐 떡밥을 쓰면 환상적인 찌올림을 보여준다. 또 단골꾼들 중에는 갯지렁이나 새우, 참붕어를 미끼로 간혹 4짜 붕어를 낚아내는 분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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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죽림지
태안군 근흥면 정죽리에 있는 7천평의 아담한 평지형 소류지다. 상류에 부들과 갈대, 물속에 말풀이 깔려 있다. 배스가 유입된 후 4짜붕어가 출몰하는 대물낚시터로 탈바꿈했다. 터가 센 곳이지만 한번 입질이 터지면 며칠 동안 월척을 양산해낸다. 입질 시간대는 따로 없을 정도로 다양하지만 굳이 꼽으라면 초저녁과 이른 아침이다. 여름 밤낚시에도 대물을 기대할 수 있지만 모기 성화가 심하다. 상류에 과거 염전과 새우양식장이 있었는데 매립되어 골프장이 들어섰다. 골프장 바로 앞쪽의 연안이 명당자리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당진나들목이나 서산나들목에서 나와 서산과 태안을 지나 만리포 쪽으로 가다 7.3낚시점 앞 장산삼거리에서 ‘안흥’ 방면으로 좌회전. 약 10km 가면 좌측에 죽림지가 나타나고 700m만 더 진행하면 골프장 직전 우측 도로변으로 소죽림지 수면이 보인다.
■ 전국낚시지도 147p E4
■ 취재협조 당진 서해안 첫낚시(011-215-0608), 서산 낚시25시(016-319-4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