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_완도 앞바다
갑오징어 몸값이 금값이어라
유영택 PD, 멋진인생 대표
주꾸미 낚시와 더불어 가을철 생활낚시의 꽃으로 불리는 갑오징어 낚시. 몇 해 전부터는 가을이 아닌 봄에도 갑오징어 선상낚시가 새 상품으로 등장했다. 봄~초여름 갑오징어의 특징은 마릿수는 적지만 씨알이 가을보다 몇 배는 굵다는 것. 흔히 얘기하는 신발짝 중에서도 ‘왕신발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봄철 갑오징어는 맛이 좋아 가을 갑오징어와는 몸값에서 비교가 안 된다. 보통 시장에서 사먹으려면 1마리당 2만원은 줘야 할 정도로 몸값이 치솟았다.
지난 4월 26일 완도 이프로호 선단에서 봄 갑오징어낚시 시즌 탐사에 나섰다. 완도 이프로호 선단은 1호, 2호, 3호로 구성되어 먼바다 빅게임 출조부터 근해 생활낚시까지 다양한 선상낚시를 출조하고 있다
이프로1호 이충호 선장은 “오늘이 2019년 첫 갑오징어 탐사 출조입니다. 봄 갑오징어는 공격적인 입질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인내심을 필요로 합니다. 성격이 급하신 분들은 정신건강에 해로울 수 있습니다”하고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날 탐사 출조에는 갯바위 찌낚시는 물론 다양한 바다루어낚시 장르에서 선구자 역할을 해오고 있는 한조크리에이티브 박범수 대표, 낚시대회 전문MC로 활약 중인 장효민씨가 동행했다.
▲완도 근해 촬영을 마친 이튿날, 추자도에서 참돔 타이라바 도중 올라온 갑오징어를 보여주는 장효민씨.
▲갑오징어의 기습적인 먹물 세례를 받고 황당해 하는 낚시인. 수면으로 끌려온 갑오징어는 최후의 저항으로 먹물을 발사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조크리에이티브 박범수 대표가 올린 갑오징어. 표현 그대로 신발짝만 했다.
▲출조에 동행한 낚시인이 통통하게 살이 찐 갑오징어를 낚고 기뻐하고 있다.
항구 벗어나 2분 거리가 포인트
새벽 5시, 동이 틀 무렵 완도항을 출항한 낚싯배는 항을 벗어나 우측으로 돌더니 2분도 안 가서 배를 멈췄다. 완도항 회센터와 달맞이공원이 빤히 바라보이는 곳이었다. 갑오징어낚시는 이렇게 항구에서 가까운 곳에서도 잘 된다는 게 이충호 선장의 얘기였다.
“뚜~”하는 신호와 함께 채비가 내려가더니 선미에서 갑오징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수걸이를 한 바낙스 정준우 스탭은 “채비를 살짝 들었다 놓으니 묵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갑오징어 입질 같아 챔질했는데 당기는 힘이 보통이 아니었어요. 씨알 정말 대단합니다”하고 자신이 낚은 갑오징어를 바라봤다.
첫 조과를 시작으로 낚싯배를 포인트로 진입시킬 때마다 두세 마리의 갑오징어가 올라왔다. 입질을 받은 낚시인들은 한결같이 “강한 입질이 아닌 끈적끈적한 느낌의 입질이었다”고 말했다.
신발짝만 한 갑오징어를 낚아 올린 박범수씨는 “이 녀석이 다 자란 갑오징어입니다. 갑오징어는 단년생입니다. 이렇게 성장한 녀석이 봄에 산란을 하면 새끼 갑오징어들이 점차 성장해 가을에 마릿수로 낚이게 되죠. 겨울에는 월동을 하는데 겨울을 지나 봄까지 살아남는 대형 개체는 전체의 10퍼센트가 안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릿수가 적은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갑오징어는 에기를 많이 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오징어 중에 머리가 가장 좋은 녀석은 무늬오징어, 그 다음이 한치죠. 셋째가 갑오징어인데 거의 바닥에 붙어 다니는 바닥고기와 습성이 유사해 습성도 단순하고 지능도 떨어집니다. 에기를 크게 구별하지 않지만 생미끼에는 반응이 좀 더 빠릅니다”라고 설명했다.
조심스러운 봄 갑오징어의 식성 확인
이날 취재팀은 완도항 일대, 신지도, 신지도 옆 장도 등지를 돌며 많게는 1인당 5마리, 적게는 1마리씩의 조과를 올릴 수 있었다. 갑오징어 외에도 낙지와 양태도 에기에 반응을 보여 손님고기를 낚는 재미도 쏠쏠했다.
낚시점으로 철수한 우리는 수족관에 들어있던 갑오징어를 대상으로 에기에 대한 반응 테스트를 해보았다. 낚싯배 선장 두 명과 낚시인 등 7명이 ‘수족관 속 갑오징어가 에기에 반응을 보인다, 보이지 않는다’를 놓고 내기를 했는데 결과는? 반응을 보였다.
에기를 넣고 살랑살랑 흔들자 갑오징어가 천천히 다가서더니 봉돌을 낚아챘다가 돌아갔다. 그러더니 다시 천천히 다가와 에기를 살짝 감싸며 채갔다. 왜 봄 갑오징어의 입질이 예민하고 묵직하게만 느껴지는지를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씨알 좋은 봄 갑오징어낚시는 6월까지 이어지는데 가급적 5월 안에 찾는 것이 마릿수 확률에서 유리하다는 게 이충호 선장의 얘기다.
취재협조 한조크리에이티브, 배스랜드, K-GOOD, REVO선글라스, 물반고기반, 완도 이프로호 010-3289-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