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_여수 먼바다

모기여에서 농어 떼를 만나다

박성혁 광주, 에코기어 필드스탭

남해서부 먼 바다에서 씨알 좋은 농어 떼가 진한 손맛을 선사해주고 있다. 지난 4월 중순 고흥에서 한 시간 거리의 원도인 모기여 해상으로 출조한 우리는 농어 떼를 만나 팔이 아프도록 손맛을 보고 돌아왔다.

주말 기상이 좋지 않아 이번 주 낚시는 힘들겠다 싶었는데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고흥 수빈호 진수빈 선장이 전화를 했다.
“형님, 날씨가 안 좋아서 단체손님이 취소되었어요. 고흥에 농어 붙을 때 되었네요. 농어 탐사 갑시다”
서울 출장 중이던 나는 농어가 나오지 않으면 선비를 받지 않겠다는 진 선장의 말에 반쯤 속는 척 하며 광주에 들러 나의 낚시단짝 김천호씨와 함께 고흥으로 향했다. 출조일은 4월 20일, 물때는 8물. 만조는 오전 10시니까 중날물을 농어가 여밭에 붙는 피크타임으로 보고 아침 8시 거금도 신양선착장에서 수빈호에 올랐다. 이제 막 제대하여 낚시에 재미가 들린 진 선장의 동생 진현빈씨도 함께 출항했다
거금도 인근의 간출여부터 농어지그와 바이브로 두드려가며 멀게는 고흥 초도까지 탐사할 생각이었으나 전날 기상예보와 달리 바람도 파고도 높지 않았다. 그래서 이왕 나선 김에 먼바다로 나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새벽까지 불어댄 바람과 사리물때의 빠른 조류에 초도까지는 뻘물이 일어 있었다. 역만도 앞바다부터 물색이 좋아 보이는데, 초도에서 가까운 역만도로 갈 것이냐, 아니면 멀리 삼부도로 갈 것이냐 잠시 고민하다 결국 삼부도로 목적지를 정하고 속력을 높였다.

▲김천호씨가 낚아올린 80cm 농어

▲모기여 흰여 주변에서 김천호씨가 농어를 걸자 진수빈 선장이 뜰채를 대고 있다.

▲모기여의 흰여와 흰등대섬(뒤쪽). 갯바위 찌낚시인들도 잠시 농어대로 바꾸어 들고 농어캐스팅 낚시를 하고 있다.

▲어창에서 꺼내올린 농어들. 다 꺼낸 줄 알았던 농어가 아직 어창에 한가득 더 있었다.  7 아이스박스에 담긴 농어들. 개인당 대장쿨러를

   한 쿨러씩 채워 돌아갔다.

▲ 항으로 돌아와 각자 낚은 농어를 들어보이는 김천호, 진수빈 선장, 진현빈씨(좌측부터).

“날씨도 좋은데 삼부도까지 가봅시다”
첫 포인트로 찾은 곳은 대삼부도 남쪽 여밭. 노리즈 인베이트오션 30g 스핀바이브로 탐색을 하니 톡톡 치고 마는 약은 입질이 들어왔는데, 걸려든 농어 사이즈가 생각보다 작았다. 방생사이즈만 낚여 올라오니 선장은 지체 없이 모기섬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날물이 시작되어 수중여 머리가 살랑살랑 드러나기 시작하자 모기섬에서는 계속적으로 입질이 들어오는데 아직 사이즈가 작은 무리들이 들어와 있는 듯하였다. 농어지그 무게를 가감하며 에코기어의 발트 웜으로 볼륨도 키워보고 꼬리 파장이 없는 에코기어 4인치 미노우웜으로 파장을 줄여도 보며 사이즈 선별을 위한 패턴을 찾아보지만 작은 농어뿐이다. 나오는 길에 다시 노려보기로 하고 북동쪽에 떨어져 있는 모기여로 향한다.
모기여 등대(4개의 돌섬 중 북쪽에 있는 제일 큰 여에 흰 등대가 있다.) 갯바위에는 찌낚시인들이 서 있고 농어를 노려 루어를 캐스팅하는 낚시인들도 눈에 띄었다. 등대와 마주보고 있는 남쪽 흰여에 도착하니 농어 캐스팅낚시의 정석 같은 포인트가 눈앞에 펼쳐졌다. 간출여와 수중여가 산재해 있고, 포말이 이는 간출여 주변으로 농어에 쫓기는 듯 은빛 멸치가 갯바위에 흩날린다. 여기라면 원하는 사이즈의 농어를 볼 수 있겠다 싶어 진 선장과 조율 끝에 남은 시간을 흰여에서 보내기로 했다.

모기여 흰여의 파상공세
포인트 진입과 동시에 이어지는 입질! 예상대로 이곳에 농어 떼가 들어 온 듯 파상공세가 펼쳐졌다. 노리즈 스핀바이브 블레이드의 반짝임에 현혹되어 올라온 농어들도 놀랐는지 멸치를 토해낸다. 에코기어 파워섀드 5인치를 멸치 옆에 대어보니 너무도 흡사하여 이 정도면 무엇이 멸치인지 모를 듯 싶었다.
에코기어 파워섀드 5인치와 매치 더 베이트! 파워섀드로 변경하여 공략한다. 진 선장의 동생은 멸치색의 파워섀드를 사용하여 농어를 곧잘 잡아 올리기 시작하고, 진 선장은 시시각각 농어들의 수심층을 찾아 우리에게 보고했다.
날물이 진행되며 점차 농어들의 포지션이 바닥으로 내려갔다. 수심 카운트를 1초 1초 늦추다보니 바닥에서 70cm급의 농어들이 연달아 히트. 에깅대로 농어 캐스팅을 하던 김천호씨는 한참 파이팅 끝에 80cm에서 살짝 빠진 농어를 히트한다. 허리까지 먹어 들어가는 에깅대를 보니 손맛이 대단하겠다.
“내가 오늘 장원이다”라는 김천호씨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진 선장의 동생 진현빈씨가 아직은 어색한 폼으로 김천호씨보다 씨알이 더 큰 농어를 올린다. 등대여의 갯바위낚시꾼도 농어를 걸어서 한참 씨름한 끝에 제압하지 못하고 여에 쓸려 터트린다. 나름 준수한 사이즈의 농어들이 들어온 듯하다.
농어 캐스팅낚시의 정석처럼 청물과 뻘물의 경계, 물 받히는 간출여의 포말, 수중여를 태워 긁으면 여지없이 농어가 물고 늘어진다. 물은 점점 죽기 시작하고 물때는 정조를 향하며 포말도 죽어간다. 뜸해진 입질에 에코기어 글라스 미노우 M 사이즈로 다운시켜 마지막까지 한 마리 한 마리 걸어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후 4시경 물이 완전히 멈추었고 진 선장의 철수 버저음과 함께 거금도 신양항으로 복귀했다.
진 선장이 어창에서 농어들을 퍼 올리니 현빈씨가 “와~ 한두 시간 마릿수가 정말 많네요”라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자 진 선장이 아직 더 있다며 농어들을 두 번째 어창에서 또 퍼 올렸다. 내만권 탐사로 시작했던 농어 캐스팅 낚시가 장거리 낚시터인 모기여 농어낚시로 바뀌어버린 조행이었다. 물색이 좋았더라면 내만권에서도 마릿수의 농어를 볼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제주 참돔낚시를 갔던 에코기어 박우용 스탭이 농어와 참돔을 바꾸어 먹자고 하여 광주의 낚시인 몇 명을 불러 참돔과 농어회로 저녁 입낚시를 즐기며 조행을 마무리하였다.
고흥에서 모기여, 삼부도까지는 1시간가량 소요되며 뱃삯은 1인 13만원이다. 
출조문의 고흥 수빈호 010-8566-9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