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대교 너머 122만평 월척비트

군내호가 깨어난다

담수한지 5년째를 맞고 있는 진도 군내호가 빠른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다. 작년 겨울 현지꾼들이 ‘준월척을 가마니로 퍼담았다’는 무용담도 들린다. 올 봄 군내호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군내호는 122만평의 광활한 수면적에 비해 낚시할 곳이 그리 많지 않은 곳이다. 수심이 얕고 붕어가 올라붙을 만한 수초대가 적은 게 그 이유다. 그래서 단골꾼들은 그동안 군내호 본류보다 유입수로인 한의수로나 녹진수로를 더 선호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군내호를 찾는 낚시인들이 부쩍 많아졌다. 황량한 맨바닥이던 연안에 각종 수초대가 형성되고 어른 키보다 더 큰 갈대가 들어차면서 월척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취재현장에서 만난 한 현지꾼은 “걸면 모두 월척일 정도로 씨알이 굵어 매일 아침 이곳에 출근하다시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내호의 붕어 포인트는 대략 3곳으로 나뉜다. 3km에 이르는 군내호 방조제, 배수갑문 주변, 그리고 한의수로 방조제 새천년가든 앞. 단골꾼 이석교씨에 따르면 “군내호는 수심이 얕아 3칸 이상의 긴 대를 써야 한다. 지렁이는 큰 참붕어들이 쉽게 갉아먹기 때문에 낮에도 오래 견디는 새우를 준비해야 한다. 새우는 껍질을 벗기지 말고 머리에 붙어 있는 뿔만 떼어내고 쓰면 효과를 볼 것이다.”하고 말했다. 그는 군내호의 붕어낚시 시즌은 세 차례라고 말했다. 1차 산란기인 1월과 2차 산란기인 4월, 장마 오름수위 때다. “세 시기에 찾으면 씨알 좋은 붕어를 마릿수로 낚을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 군내호 상류 쪽 제방에서 본류대를 노리고 있는 익산의 이석교씨. 여기서 월척 3마리를 낚았다. 낚시자리 뒤쪽의 제방 너머는 한의수로다.

해남 대진수로에서 받은 반가운 전화

내가 군내호를 찾은 날은 1월 21일, 한파 때문에 전국이 꽁꽁 얼어붙어 있을 무렵이었다. 목포의 강완식씨와 함께 해남 대진수로에서 별다른 입질 없이 앉아 있는데 서울에 있는 회사 독자부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낚시춘추 애독자인 익산의 이석교씨(59·인테리어)가 진도 군내호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데 지금 월척 3마리를 낚아 놓았다니 혹시 가까운 곳에 계시면 한번 가보라”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지체 없이 군내호로 달렸다. 이석교씨 일행은 새천년가든 앞, 한의수로와 연결되는 다리 밑에 앉아 있었다. 이석교씨는 돌바닥에 낚시텐트를 치고 다리 밑을 향해 낚싯대를 펼쳐놓고 있었고, 일행인 조완신씨(54)씨는 보트를 타고 낚시하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조황을 확인해 보았다. 보트낚시에서는 9치 한 마리를 낚은데 반해 연안에 앉았던 이석교씨는 월척 3마리 포함 모두 5마리의 붕어를 낚아 놓고 있었다.
“어제 오후에 들어왔는데 밤새 바람 때문에 고생하다 바람이 멈춘 아침에야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어른 손가락만한 참붕어들 때문에 지렁이는 쓸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지금은 참붕어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아 낚시할 맛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엔 백새우(흰새우)가 서식하고 있어 채집하기도 쉽고 백새우 미끼가 밤낚시는 물론 낮에도 잘 먹히는데 오늘따라 새우가 채집망에 통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석교씨는 담수되자마자 군내호를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앉은 자리(한의수로 제방 끝 지점-그림참조)에서 대단한 조황을 거둔 것을 97년 겨울에 직접 목격했다고 털어 놓았다. “나는 작년까지만 해도 보트낚시만 즐겼습니다. 작년(97년) 겨울 12월 23일에 이 근처에서 보트를 타고 낚시하고 있었는데 고창에서 온 두 양반이 이 자리에서 하루낚시에 무려 8관을 주워 담듯 낚아내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지요. 거의 4시간 동안 셀 수 없을 정도로 낚아내더군요. 우리는 그저 멍하게 바라만 볼 뿐이었습니다.”
이석교씨는 그 뒤에 여러 번 이 자리를 앉기 위해 찾아 왔지만 그때마다 현지꾼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한 번도 앉지 못하고, 1년이 지난 지금에야 낚시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 월척 소식을 듣고 달려온 목포의 강완식씨가 수초치기 채비를 갈대에 붙여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 “이 녀석들이 군내호 월척붕어입니다.” 아침에 낚은 붕어를 이석교씨가 들어 보이고 있다.

“하루에 8관을 낚은 사람도 본 적 있다”

▲ 보트낚시를 즐기던 조완신씨가 입질을 받았다.

월척을 본 김완식씨는 얼른 낚싯대를 꺼내들고 갈대숲으로 달려가 ‘수초치기’를 시작했다. 오후 2시까지 김완식씨는 준척 3마리를 낚았다. 우리는 오후 3시경 철수길에 올랐다. 다음날 조황이 궁금해 이석교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전에 6마리의 월척을 낚아 올렸다. 하루 더 하려고 했는데 오후부터 강풍이 불기 시작해 지금 철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감이 한창인 2월 7일 이석교씨로부터 또 전화가 왔다. “군내호에 들어간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그때 취재한 자리와 한의수로에서 7치부터 월척까지 1인당 30마리씩 낚았다는 소식을 듣고 지금 차를 타고 내려가는 중입니다.”

가는 길 진도대교를 건너 2km 가면 망금사거리. 이곳에서 우회전해 500m쯤 가면 다시 삼거리가 나오고 우회전하여 나리 쪽으로 4km 가면 군내호 방조제에 이른다.
■전국낚시지도 332p A1 아이코드 998-344-2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