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_대호 적서리
2019년은 大湖 부활의 해
허만갑 기자
중부지방 최대 간척호인 대호만(870만평)이 살아나고 있다. 지난 겨울 얼음낚시에서 호황 조짐을 보인 대호는 올봄 산란기에 상상을 뛰어넘는 월척 사태를 선물하며 수도권 핫코너로 다시 떠올랐다. 올해의 마릿수 조과는 대호만에 배스가 유입되기 이전 수준이며, 대부분 9치~월척이란 사이즈를 감안할 때 역대 최고의 호황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호황은 2월 말부터 시작되었다. 얼음이 녹으면서 최상류인 무장리와 출포리 수초밭에서 월척이 마릿수로 낚이기 시작했다. 3월 초순부터 말까지 출포리권에서 길고도 화려한 월척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이때 하루에 월척만 20마리 넘게 낚은 사람들이 많았다. 4월 초에는 대호 중류권에 있는 삼봉지(삼봉수로) 상류에서 월척사태가 빚어져 또 한바탕 소란을 벌였다. 낚시인들은 “올해 대호 붕어가 대풍작이다. 월척도 월척이지만 8~9치 개체수가 엄청나게 많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올봄 충남에서 대호에 필적하는 조황을 보인 낚시터는 없었다. 홍성호와 삽교호가 선전했지만 씨알에서 대호와 비교가 되지 않았고, 평택호는 작년보다 뒤처지는 조황을 보이고 있다. 남양호 하류에서 4짜급이 꽤 배출되기는 했으나 호황터가 낚시금지구역이어서 확산되지 못했다.
대호는 사오 년 전만 해도 터 센 대물터로 인식되었다. 걸면 월척이고 종종 4짜도 낚이지만 하루에 두세 번 이상 입질 받기 어려웠다. 그런데 몇 년 새 마릿수터로 돌아온 것이다. 그 이유로는 대략 세 가지가 거론된다.
첫째 배스의 감소다. 당진시와 서산시에서 대호 어민들을 대상으로 배스 수매를 활발히 진행하면서 육식어인 배스가 현저히 줄었고, 그 바람에 블루길이 늘어나 성가시기는 하지만 붕어도 그만큼 증가했다고 보고 있다. 배스에 대한 붕어의 저항능력과 번식력이 커졌다는 해석도 있지만 어쨌든 지렁이에 간간이 올라오던 배스가 보기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둘째 꾸준한 치어 방류 덕분이라는 해석이다. 당진시와 서산시에서는 매년 대호만에 장어, 동자개, 메기, 붕어 등의 민물고기 치어를 방류해오고 있는데, 그렇게 방류한 붕어들이 8~9치로 성장해 낚이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정치망의 감소를 들고 있다. 대호만 어촌계는 작년 가을부터 폐정치망을 대대적으로 수거하고 있다. 그래서 새 정치망의 수는 변화가 없는데도(당진시의 어촌계 어민은 38명이며 1인당 15틀씩 정치망이 허가된다.) 눈으로 보기에 정치망이 많이 없어진 것처럼 보이고, 붕어들의 회유도 자유로워지면서 더 잘 낚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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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류대 붕어 씨알이 역시 좋네요.” 대호대교 하류권 본류에서 38cm 붕어를 낚은 박현철 프로.
▲ 클럽비바 이동훈 회원이 2박3일 조과를 펼쳐보이고 있다. 9치 이하는 모두 방생하고 월척만 모아서 촬영했다
▲ 해거름 한 시간과 아침 세 시간이 피딩타임. 밤에는 거의 입질이 없다가 날이 밝으면서 여기저기서 붕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대호만 월척붕어 감상하세요.” 38, 37cm 붕어를 들어보이는 박현철씨 부부.
수온 오르면서 본류로 호황터 이동
4월 중순이 되자 출포리, 당진포리 등 대호 상류권 조황은 마감되고 중류의 대호대교~적서리 본류에서 호황이 시작되었다. 4월 20~21일 대호대교 밑에서 정기출조를 연 보트낚시 동호회 클럽비바 회원들 중 상류 당진포리 쪽으로 올라간 20여 명은 빈작을 거두었지만 하류 적서리 방구바위 쪽으로 내려간 20여 명은 400마리 가까운 월척을 뽑아 올렸다. 개인당 월척을 15~20마리씩 낚았고 그중 절반이 35cm가 넘는 허리급이었다. 4짜가 세 마리 배출되었고 최대어는 44.8cm였다.
보통 대호나 부남호 같은 간척호는 지류대는 마릿수가 좋고, 본류대는 씨알은 굵은 대신 마릿수는 적은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올해 대호는 본류대에서 씨알도 굵고 마릿수까지 풍족했다. 손 타지 않은 생자리 구간일수록 마릿수가 더 많았다. 클럽비바 정출이 끝난 뒤 4월 24~25일 대호를 다시 찾은 박현철씨는 방구바위에서 2km 더 내려간 생자리를 개척하여 허리급 대물붕어를 타작했다. 아침 6시부터 7시 30분까지 34~38cm 붕어 15마리를 쓸어 담고는 지쳐서 낚시를 일찍 접을 정도였다.
“수초 군락의 규모에 현혹되지 않고 소규모 수초대라도 수심이 어느 정도 확보되고 손 타지 않은 곳을 골라서 짧게 치고 빠지는 전략을 펼쳤더니 큰 붕어를 훨씬 많이 낚을 수 있었다”고 박현철씨는 말했다.
보트를 타고 가며 생자리를 찾을 때는 수면 위에 드러난 수초대보다 수면 밑에 살짝 가라앉아 있는 수초대 군락을 눈여겨보는 것이 좋고, 너무 밀생한 곳보다 스윙이 가능할 정도로 듬성듬성한 수초대를 고르는 것이 요령이다. 낚시를 한 적 없는 생자리 수초대의 특징은 첫 입질에 가장 굵은 붕어가 입질한다는 것과, 개체수가 있는 수초대라면 낚싯대를 펴고 10분 안에 입질이 온다는 것이다.
봄에는 수심이 얕은 홈통 지형의 대규모 수초대가 명당이 되지만 초여름에는 깊은 물골을 끼고 있는 본류대 소규모 수초대가 명당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배수 시작되면서 산란호황 일단락
5월 12일 현재 대호만은 배수가 시작되면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봄에 만수위를 이룬 대호는 모내기철이 시작되는 5월 초부터 중순 사이에 무장수로, 영탑수로, 사성수로 등의 양수장에서 관개수로에 대기 위해 일제히 물을 퍼 올리기 시작한다. 올해는 봄철 강수량이 적었고 그래서 모내기 배수가 일찍 시작되었다. 붕어들은 대부분 산란을 마치고 깊은 수심으로 들어갔다. 이제 대호만의 낚시가 재개되는 시기는 가을인 9~10월이다. 여름에도 큰비가 내리면 일시적 오름수위에 붕어가 곧잘 낚이지만 모기와 날파리가 극성을 부려 여름낚시를 시도하는 낚시인은 거의 없다.
박현철씨는 “대호만의 봄낚시는 부들과 갈대 새 순이 수면 위로 갓 올라올 때 절정을 이루고 잎이 길게 웃자라면 시즌이 종료된다. 수초 순이 올라오는 시기는 상류와 하류가 다른데, 출포리는 4월 중순에 벌써 새 순이 올라오지만 적서리는 4월 말에야 새 순이 올라온다. 그에 맞춰 붕어낚시 호황기도 상류에서 하류로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초가 자란다는 건 수온이 오른다는 증거이며, 우리나라 토종붕어는 찬물을 좋아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으므로 수온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이런 붕어 움직임의 변화는 배수와도 상관없는 것이다.
5월 말까지는 대호에서 여전히 이른 아침에 월척을 만날 수 있지만 마릿수가 없다 보니 잘 찾지 않는다. 그래도 터 센 대물터보다는 잦은 입질을 볼 수 있으나 마릿수 입질에 익숙해진 대호에서 낱마리 기다림은 견디기 힘든 것이다. 대호에 대한 기대치는 그만큼 높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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