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자’ 김태우의 붕어낚시
폭풍의 무안 지도수로에서
간척수로 새우낚시의요령을 터득하다
광주의 한기영씨로부터 “월척급 붕어들이 20~30마리씩 낚인다”는 소식을 듣고 전남 무안군의 지도수로로 달려갔다. 지도수로는 신안군 지도와 무안군 해제면 사이의 바다를 막아 1978년에 만든 대형 간척수로다. 5km 길이의 본류 외에 내양, 광정, 천장수로 3개의 가지 수로가 있는데, 그중 월척이 쏟아진 포인트는 천장수로였다.
▲바람이 불어 황량하기까지 한 천장수로. 밤낚시보다 아침낚시에 호황을 보였다.
5월18일 새벽 2시에 경기도 오산에서 출발하여 동이 트기 전에 천장수로에 도착하였다. 천장수로는 지도수로 본류에서 해제면으로 뻗어나간 3km 길이의 수로로서 연안에 갈대밭이 길게 형성되어 있었다.
비바람이 치는 아침에 바지장화를 착용하고 뜰채로 새우채집에 나섰다. 미끼로 쓸 만한 새우들이 채집되었고, 빗발이 약해지는 시간을 틈타 낚싯대 편성을 시작하였다. 새우를 한 마리 한 마리 달아 낚싯대를 펴나가는데 세 번째 낚싯대를 펴는 순간 좌측 첫 번째 편 낚싯대에서 꼬물꼬물 예신이 온다. 한두 마디 올리는 듯싶더니 옆으로 끌며 사라지는 입질. 뭐지? 하며 낚싯대를 채는 순간 강한 반항이 시작된다. 낚시 시작과 동시에, 그것도 대편성 중에 만난 녀석이 바로 월척이다.
체고가 좋은 녀석. 저항하는 손맛도 제법 묵직하여 계곡지나 댐붕어 힘 못지않다.
나머지 낚싯대 편성까지 마치자 빗줄기도 멈췄다. 강한 바닷바람이 지속적으로 불어왔지만 높은 파도 속에서도 지속적인 찌의 움직임들이 포착된다. 너무나 긴 예신들… 찌마다 움직임이 보이지만 좀처럼 시원한 찌올림이 없고 마치 잡고기가 새우를 쪼는 듯 채비를 들어보면 새우 머리나 꼬리부분이 헤져 나온다. 그래서 좀 더 큰 새우도 달아봤지만 좀처럼 멋들어진 찌올림은 볼 수 없고 한동안 찌만 까불고 결국에는 미끼 손실만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가끔씩 끌고 가는 입질에 챔질을 하면 어김없이 덜커덕하고 월척 내지는 준척 붕어가 강한 반항을 하며 낚인다. 그러나 낚이는 붕어에 비하여 헛챔질의 빈도도 많다.
◀딱딱한 머리뚜껑을 뗀 새우. 이런 새우에 입질이 들어왔다.
참붕어 성화인가? 거듭되는 헛챔질
간척형 수로이다 보니 민물망둑어가 서식하고 참붕어들도 많다. 참붕어들이 찌에 알을 쏟을 정도였다. 새우미끼가 이 녀석들 성화에 못 버티는구나. 그래서 참붕어와 민물망둑을 미끼로 활용해봤지만 찌의 미동도 없다.
오후 두 시쯤 지났을까? 아침부터 낚시를 시작한 조과는 월척 두 마리와 준척 세 마리다. 주간낚시로 이정도면 만족할만한 조과이지만 워낙 헛챔질이 잦아 좀 뭐랄까 입질과 헛챔질에 대해 미궁에 빠지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리고 다시 새우미끼로 교체하면서 그 해답은 너무나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새우로 교체하고 나서는 거의 모든 찌에서 다시 입질이 시작되었고, 찌올림 속에 헛챔질이 거듭되었다. 미끼를 확인해보니 새우 머리는 떨어져나가고 몸통만 남겨져 있는데 새우미끼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미끼 교체 없이 그대로 던지니 마치 그곳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입질이 들어오고 챔질을 하니 이번에는 34cm 월척붕어였다.
머리 없는 새우 반 마리에 34cm 붕어가 채비가 입수되자마자 덥석 물어준 것이다. 그냥 운이 좋았던 것일까?
▲지도수로의 지류인 천장수로에서 낚은 월척붕어들.
새우 머리 까주었더니 찌들이 쭉쭉!
나는 문득 느끼는 바가 있어 모든 새우의 머리를 까기 시작했고 채집된 미끼 중에 작은 것이나 죽은 것만 골라서 다시 낚시를 시작하였다. 그러자 그때부터 제대로 된 입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예신이 아닌 본신으로…. 연이어 붕어는 낚였고, 헛챔질도 사라지고 갑자기 낚시가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수로붕어나 강붕어들은 입이 좀 작은 편이고 새우미끼에 좀처럼 입질 받기가 힘든 곳이 많다. 이곳 수로붕어들도 덩치에 비해 입이 좀 작은 편이다. 일반적인 붕어들도 현장 기상이 좋지 않거나 서식환경이 좋지 못할 경우 활성도가 떨어져 커다란 새우미끼에 이번처럼 제대로 된 입질을 못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붕어들이 활성도가 좋을 경우에는 바늘의 입걸림 위치만 보아도 확인할 수가 있다. 만일 입안 깊숙이 바늘이 박힌다면 활성도가 좋은 것이고 오늘 천장수로 붕어들처럼 입언저리 주변에 바늘이 걸린다면 활성도가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뜨거운 날씨가 계속 이어지다 어제 밤부터 내린 비와 강풍이 천장수로 붕어들의 활성도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나? 그런 생각도 하게 된다.
작게는 25cm급부터 크게는 38cm까지 주간낚시로 15마리 이상 낚아내며 손맛을 제대로 보았다. 늦은 오후 후배 한승덕과 윤혁섭이 도착하였고 그들에게 천장수로 포인트와 낚시요령을 알려주고 나는 귀경길에 올랐다.
천장수로 낚시종합
●낚시채비 천장수로는 연안 갈대가 있지만 현재 갈수 상태라서 포인트는 맨바닥이므로 원줄과 목줄은 2~4호, 바늘은 감성돔 3~5호면 무난하다. 수심이 1m 전후로 얕기 때문에 30cm 전후로 짧은 생미끼용 대물찌 사용이 유리하다.
●포인트 지도수로 본류에서 천장수로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비교적 입질이 좋았다. 천장수로에 낚시인이 많거나 배수가 지속될 때는 천장수로 인근의 지도수로 본류대를 공략해도 좋다. 갈수상태로 수심이 얕기 때문에 짧은 대보다는 3칸 이상 긴 대로 본류 중앙을 공략하는 것이 유리하다. 듬성듬성 말풀이 있는 곳이 더욱 좋다.
●미끼 큰 새우보다는 작은 새우, 산 새우보다는 죽은 새우가 유리하다. 새우머리를 까서 사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올리는 입질보다는 옆으로 끌면서 올리거나 사라지는 경우 챔질을 하여야 제대로 된 입걸림이 이루어진다. 새우나 참붕어는 쉽게 채집할 수 있다.
●입질시간 밤보다는 동이 트면서 입질이 활발하고 오후 두 시가 지나서 다시 입질이 좋았다. 그러나 향후 기온이 오르면 밤낚시도 기대해 볼만 하다. 다만 모기가 많은 간척수로인 만큼 대비를 하고 밤낚시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