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섬붕어 탐사기

거금도 신양지서 야생향어떼 발견

김중석 객원기자

섬붕어 낚시터가 신안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흥군 녹동항에서 철부선으로 들어가는 거금도에 신양지라는 보물못이 있다.

▲녹동항에서 철부선으로 들어가는 거금도의 신양지. 거금도에서 가장 큰 이 저수지에서 10년 넘게 자연번식하고 있는 향어들을 발견했다.

모내기철 배수로 인하여 출조지 선정하기가 애매모호했다. 한 회원이 고흥군 포두면의 남성지를 추천했다. 최근 상류 마름밭에서 참붕어미끼에 준월척이 마릿수로 낚인다는 정보였다. 남성지? 이맘때 좋은 곳은 사실이지만 뭔가 꺼림칙했다. 배수를 하게 되면 하룻밤 사이에도 수위가 바뀌는데 과연 이번 주말까지 조황이 유지되겠느냐고 되물었더니 이야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섬낚시가 어때?”

▲ "오래오래 살아라." 촬영 후 낚은 붕어들을 방류하고 있다.

분위기를 보다가 내가 불쑥 제안하자 다들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 먼 신안까지 가자는 이야기입니까?” 이영섭 회원의 반문이다. “어디 신안군에만 섬이 있나? 고흥에 거금도라는 섬이 있는데 씨알 불문 마릿수가 끝내줘요. 모처럼 바다 구경도 하고 회도 사먹고 놀다 옵시다”하고 설득해 결국 거금도로 출발했다.
녹동항에서 철부선에 차를 싣고 약 20분 갔을까? 철부선은 일명 ‘금산’이라고 불리는 거금도 금진선착장에 닿고 있었다. 830번 지방도를 따라 5km를 달려 신양지에 도착했다. 2003년 9월 나는 태풍 매미가 상륙하기 전인 5월에 이곳을 찾았었다. 그 후 6년 만에 다시 찾았는데 분위기가 좀 달라졌다. 남쪽 제방이 태풍에 유실되어 다시 쌓은 흔적이 보였고, 그 많던 상류 부들밭은 준설작업으로 많이 사라졌다. 작년에 준설했다고 한다. 일부 지역은 맨땅으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수위는 예상했던 대로 50%선. 동쪽이 상류로 부들과 약간의 뗏장수초가 있고 그 외에는 마름만 저수지 전역에 서식한다. 수심은 50cm~1m를 고르게 유지하고 있었다.
이영섭 회원이 상류 부들밭을 지나 듬성듬성 자란 뗏장수초지대에 자리하고, 필자가 그 옆의 뗏장수초대에, 그리고 위봉현 회원이 상류 준설터에 자리했다. 더운 날씨 때문에 수초구멍 뚫느라 땀깨나 흘렸다.
오후 4시경 대를 다 펴고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데 참붕어를 꿴 찌가 꼼지락거리더니 천천히 올리기 시작한다. 후다닥 뛰어가 챔질해보니 여간 힘쓰는 게 아니다. 첫 입질부터 월척이구나 쾌재를 부르며 올려놓고 보니 약 40cm급 향어였다. 위봉현씨가 “향어가 참붕어도 먹는대요?”하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이곳은 90년대 중반까지 향어 가두리가 있었다. 그때 빠져 나온 놈들이 야생화하여 많이 퍼져 있다. 반면 붕어는 사실 볼품없다. 여러 군데 다녀봤지만 이곳보다 못생긴 붕어는 못 봤다. 체고도 없을 뿐더러 밋밋하게 생겨 계곡지의 붕어보다 못하다. 하지만 4짜를 비롯한 월척급도 많고 진한 향어 손맛까지 볼 수 있어서 요즘같은 배수기철에 이만한 곳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파라솔 그늘 아래 누워 찌를 바라보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구나.

가두리는 10년 전 없어졌는데 아직도 향어들이?

밤낚시 돌입과 동시에 시원스럽고 깔끔한 입질이 올라왔다. 찌놀림만 보면 월척붕어, 손맛은 4짜붕어, 꺼내보면 향어였다. 그 와중에 밤 10시경 필자가 먼저 32cm 월척을 만났다. 위봉현씨는 34cm 월척을, 이영섭씨는 준척급 몇 수를 낚았다.
철수하는 길, 농번기 농민들에게 염치불구하고 저수지 정보에 대해 물었다. 농부는 “태풍 매미 때 제방이 유실되면서 많은 고기가 빠져나갔고, 지난해 가뭄 때는 향어가 땅바닥에 굴러다닐 정도로 향어가 많다. 아직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고 장어가 많다”고 말했다.
일주일 후 두 번째로 신양지를 찾았다. 이번엔 채비를 강하게 해서 지난주에 터트려버린 향어들을 낚아보기로 했다. 수위는 일주일만에 20cm 정도 내려가 있었다. 동쪽 상류지대는 지난 겨울 준설로 부실해진 흙이 물결에 휩쓸리면서 완전 흙탕물로 되어 있었다. 우리는 대부분 상류에 앉았다. 광주낚시인 고연산씨가 전날 들어와 있었다. 살림망을 들어보니 향어가 많이 들어있었는데 씨알은 크지 않았다. 그는 “칠 년째 우리 부부가 함께 찾고 있는데 미터급 향어를 낚은 후 이곳에 흠뻑 빠졌다”고 했다. 그는 오늘도 밤낚시를 할 거라고 했다. 새우도 쓰지 않고 오로지 채집된 참붕어만 사용하는데 참붕어에 굵은 향어가 낚인다고 경험담을 밝혔다.

▲거금도로 가는 철부선. 찌를 세울 구멍을 만들기 위해 마름수초를 뽑아내고 있다.

저녁 9시쯤 새물 유입구의 최종도씨 자리에서 “우당탕” 소리가 울렸다. 대형 향어가 걸려든 모양이다. 한참 실랑이를 벌이더니 이내 잠잠하다. 대형 향어 같던데 조용히 처리했나? 궁금해서 가보니 담배만 뻐끔뻐끔 빨아대고 있다. “향어는 어떡하구요?” “간신히 대를 세우니까 원줄이 터져버렸소. 벌써 두 마리째요.”
그는 작은 새우 중 죽은 것만 골라 사용했는데 향어 입질이 빠르더라는 것이다. 다음날 아침 결국 최종도씨의 낚싯대가 활처럼 휘더니 70cm 향어를 뜰채도 없이 건져냈다. 다른 회원들도 2~3마리씩의 향어를 담아두고 있었다.
신양지 향어를 보면서 나는 국내에서도 향어의 자연번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소양호나 충주호에서 과거 무수히 낚이던 향어들은 가두리가 사라지자 번식하지 못하고 자연 소멸된 것으로 파악되는데, 신양지는 물이 따뜻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가두리가 사라진 후로도 계속 종족을 번식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신양지에서 향어로 진한 손맛을 즐긴 취재팀. 왼쪽부터 위봉현, 지재욱, 최종도, 필자.

거금도 신양지

고흥에는 두 개의 신양지가 있다. 하나는 도덕면 신양리에 있고, 이번에 출조한 거금도에 있다. 녹동과 소록도는 다리가 연결되었지만 아직 거금도와는 연결되지 않았고 2011년 완공 목표로 공사 중이다. 거금도 신양지는 3만6천평의 평지형 저수지로 수원이 미미하여 대부분 남쪽 제방을 타고 흐르는 수로에서 물을 퍼 올리는 양수형 저수지다. 지난해 가뭄으로 많은 배수가 이루어졌고 올해 내린 비로 어느 정도 물을 채웠으나 모내기철을 맞아 많은 배수가 이루어진 상황이다.
몇 해 전까지도 인근 마을에서 그물어업 허가를 내고 장어를 잡아 주민들 소득원으로 삼았으나 현재는 장어가 많이 채집되지 않아 포기한 상태이고, 낚시하는 것은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잡어가 없어 새우미끼에 입질하면 붕어 아니면 향어다. 자생새우 양이 적고 잔챙이 붕어 때문에 새우 소모량이 많으므로 넉넉하게 가지고 들어가야 한다. 장마철에 수위가 올라가면 폭발적인 조황이 예상된다.

가는 길 고흥반도 남단의 녹동항까지 간다. 녹동항에서 30분 간격으로 있는 철부선을 타고 금진선착장이나 선평선착장에 내려 830번 지방도를 타고 약 5km 가면 우측 논 너머에 신양지 제방이 보인다.
■전국낚시지도 336p B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