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_신안 임자도
장동수로와 임자수로의 새해맞이
김현 아피스 필드스텝
매년 연말이면 연말과 연초를 모두 낚시터에서 맞이하는 ‘2년짜리 1박2일 출조’를 연중행사처럼 다녀왔으나 최근 몇 년간은 연말 출조를 하지 못했다. 이번 연말에는 모든 일을 뒤로 미루고 출조 준비에 나섰다. 먼저 출조지 선정을 위해 붕어 조황을 알아보니 세밑 한파의 영향으로 12월 마지막 주 호남권 조황은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었다. 그 전 주까지는 포근한 영상의 날씨를 유지하며 여러 저수지와 수로에서 호조황 소식이 이어졌는데 하루 사이에 강풍을 동반한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붕어들의 입이 굳게 닫혀버렸다.
고민 끝에 섬으로 눈을 돌려 올 6월 30일까지 민물낚시 허용구역인 신안군 임자도로 결정하였다. 수년간 출조하지 못해 정보가 없는 상황. 임자도는 주로 수로낚시가 성행하는데 도찬리 둠벙권과 대기리 수로권으로 나누어 둘러보기로 하고 결빙에 대비한 장비와 채비도 단단히 준비하였다. 다행히 동행출조자가 임자도 출조 경험이 많아 도움을 받기로 하였다.
▲이영섭씨가 39cm 붕어를 낚아낸 임자수로의 샛수로. 뗏장수초가 넓게 분포해 있었다.
▲폭이 넓은 장동수로 다리 위에서 낚싯대를 펼친 광주 유수봉씨. 이곳에선 잔 씨알의 붕어가 낚였다.
▲경기도에서 온 이영섭, 박미라 부부가 임자수로 샛수로에서 낚은 39cm 붕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 경기도에서 온 이의기씨가 임자수로 샛수로에서 낚은 월척 붕어.
▲아침이 되자 발품을 파는 워킹낚시로 포인트를 훑어보는 필자.
▲대물무지개 최영규 회원은 직공낚시로 월척급 붕어를 낚았다.
장동수로 샛수로에서 발품낚시로 손맛
12월 31일 오전 9시 영하의 화창한 날씨에 광주를 출발, 지도 점암 선착장에 10시 30분경 도착하여 11시 임자도행 철부선에 승선하였다. 약 20분 만에 임자도 진리항에 도착하였다. 먼저 북쪽 도찬리 둠벙으로 향했다. 밭 사이사이 형성된 작은 둠벙들은 대부분 결빙상태였다. 둠벙에서 밭으로 연결된 많은 호스들이 널브러져 있는 모습은 여름철 가물었을 때 바닥을 드러낸 둠벙이 많았으리라는 사실을 짐작케 했다. 시야에 들어온 들판은 온통 대파밭으로 수확 작업이 한창이다.
“둠벙에 붕어 별로 없을 거요. 가뭄 때 밭에 물 대느라 바닥들을 많이 드러냈어요.”
대파를 운송하는 화물차 기사의 말이다. 여러 여건상 둠벙은 다음 기회에 탐사해 보기로 하고 대기리 수로로 향했다. 폭이 넓은 수로는 바람의 영향으로 결빙이 안 되었고 폭이 좁은 수로는 대부분 결빙되어 있다. 장동수로에 가보니 광주에서 온 유수봉씨가 홀로 대 편성 중이다. 임자수로에는 폭이 좁은 샛수로에서 경기도에서 온 꾼들이 이틀 전에 와서 준척급과 월척급 붕어 몇 수로 손맛을 보았다며 살림망을 보여준다.
동행한 대물무지개 최영규 회원과 논의 끝에 장동수로 샛수로로 향했다. 수로 폭 약 15m의 쪽수로로 수심은 1m권을 유지하는 이곳은 연안 갈대 쪽만 결빙된 상황이다. 갈대가 군집된 곳에 자리를 잡고 직공채비로 수초 사이에 지렁이를 넣었다. 한 시간 동안 전혀 입질이 없다. 우리는 직공채비를 들고 수로 곳곳을 돌아다니며 붕어의 은신처인 수초대를 공략하는 워킹낚시를 구사하였다. 수로 연안 빼곡한 수초 사이 찌를 세워 해질녘까지 18~27cm 붕어 10여수 이상으로 손맛을 보았다. 역시 겨울철은 기다리는 낚시보다는 겨울붕어들의 보금자리라 할 수 있는 수초대를 직접 찾아가 직공채비로 공략하는 게 유리하였다.
무술년 마지막 해넘이를 보려 하였으나 날도 흐리고 큰 산이 막혀 바로 어둠으로 이어졌다. 아쉬움 속에 찌불을 밝히고 밤낚시를 준비하였다. 미동도 않는 찌불을 바라본 지 두어 시간이 지나자 예상대로 연안부터 결빙이 시작되었다. 낚싯대를 접어놓고 아침을 기다렸다.
임자수로 샛수로에선 39cm 붕어 출현
두터운 방한복과 난로에 의지한 채 기해년 새해 아침을 맞이하였다. 강한 바람과 흐린 날씨로 일출도 볼 수 없었다. 우리는 일찍 대를 접고 두 대만 들고 발품을 파는 워킹낚시로 다시 전환하였다. 폭이 넓은 수로들과 연결된 샛수로들을 직공채비로 공략하여 월척 붕어를 비롯 18~27cm 붕어를 여러 마리 낚아내었다.
철수길에 임자수로 샛수로를 둘러보니 붕어 39cm를 비롯 다양한 씨알의 붕어를 10여수 낚아놓고 있었다. 2m에 가까운 수심에 뗏장수초가 폭 넓게 분포되어 있는 사이를 지렁이 미끼로 공략한 결과였다. 겨울철 수로 붕어낚시는 수초를 벗어날 수 없으며 폭이 좁은 수로가 유리함을 다시금 확인하였다. 또한 낮에는 직공채비로 발품을 파는 워킹낚시가 더 낫다는 사실도 확인하였다.
한파의 날씨에도 씨알 굵은 붕어 손맛을 새해 첫 날까지 이어가는 어복을 안고 다시 임자도 진리항에 다다랐다. 지도에서 수도를 거처 임자도까지 연결하는 연륙교가 2020년 완공 예정으로 공사 중이다. 앞으로 5년 후에 임자도는 철부선이 아닌 차량으로 갈 수 있게 된다. 올 7월부터 그때까지는 휴식년제에 묶여 임자도에 민물낚시를 올 수 없으니 아마도 이것이 마지막 승선이 될 것 같은 지도-임자도 철부선에 다시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