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특집-삭는 수초 공략법 3

‘수초마니아’ 7인의 늦가을 초이스

마름, 말풀이 부들, 갈대보다 유리할 수도 있다

늦가을엔 정수수초인 부들, 갈대, 뗏장을 우선 노린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물속에 자라는 말풀을 의외의 늦가을 명당으로 꼽는 사람도 있다. 수초낚시를 즐기는 전문가 7인이 제시하는 늦가을 수초 포인트 선택 요령을 소개한다. 

낚시터에 여전히 마름 보이면 마름이 명당
김태우 입큰붕어 대표

내가 늦가을에 가장 눈여겨보는 수초는 마름이다. 수온이 내려가 마름의 허리와 밑둥이 잘리면 이리저리 바람에 밀리며 곳곳에 수초구멍이 생겨난다. 늦어도 11월 초순경이면 이런 현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나의 판단엔 붕어들이 연안 정수수초대로 붙기 전까지는 마름 밑에서 일정 기간 은둔하는 것으로 보인다(마름이 많이 덮여있어 여름에 낚시가 불가능했던 곳일수록 더욱 그렇다).
가을은 붕어낚시의 황금기라고 하지만 사실 굵은 붕어들이 본격적으로 수심 얕은 정수수초대(부들, 갈대)로 붙는 시기는 마름과 같은 부엽수초들이 모두 죽어 없어진 시기가 아니던가. 마름이 남아있는 상황에선 부들과 갈대를 부지런히 노려봐도 특별난 호황을 맞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여름 내내 수면을 뒤덮고 있던 마름 밑은 생자리 효과를 기본적으로 갖고 있고, 수심도 1~1.5m로 깊어 아직 얕은 연안보다 깊은 수심에 머물기 좋아하는 붕어들에게 좋은 은신처가 되어준다. 또 물이 맑거나 달빛이 강한 보름밤에도 경계심을 덜어주는 역할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으며, 고기가 끌려오다 마름을 감아도 줄기가 끊어진 상태라 쉽게 달려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만약 늦가을에 낚시터로 도착해 여전히 마름이 자리 잡고 있다면 당연히 마름을 제 1순위로 노려볼만하며, 마름이 깔끔히 사라진 뒤라면 정수수초대를 노리는 게 좋다. 마름의 존재 여부는 본격적인 늦가을 붕어낚시의 시작을 알리는 바로미터로 봐도 무리가 없다.  

▲듬성듬성 벌어진 마름밭에서 붕어를 노리고 있는 김태우씨. 늦가을에 낚시터 도착 후 여전히 마름이 남아있으면 부들, 갈대보다 마름이 더 확률 높은 포인트라고 말했다.

꺾인 잎들이 수면 덮은 삭은 부들이 명당 
정삼채 객원기자

늦가을 붕어낚시에서는 부들만한 수초가 없다고 본다. 대부분 수초가 삭아들어 존재감이 약해질 무렵 부들만큼 안전한 은신처를 제공하는 수초는 드물기 때문이다.
11월을 넘겨 서리가 몇 차례 내린 뒤 수초가 급격히 삭아들면 그동안 붕어들이 안심하고 머물렀던 은신처가 고스란히 노출된다. 마름은 아예 존재마저 사라지고 넓디넓은 연잎도 점차 사라져 붕어는 새로운 은신처를 찾아 이동할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여전히 넓은 잎을 갖고 있으면서 이듬해 봄까지도 형태를 유지하는 것은 부들이 유일하다. 넓은 잎이 수면에 축 늘어져 빈 공간을 덮어주면서 더 으슥한 은신처를 새롭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 주장에 대해 일부 낚시인들은 “부들이 파릇하고 빼곡할 때가 더 으슥한 것 아니냐”고 묻곤 하는데, 빼곡하다 해도 줄기가 하늘로 서 있는 것과 수면에 축 늘어져 있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오히려 축 늘어져 잎이 수면을 덮고 있는 부들 아래가 더 어둡다.
실제로 같은 부들밭에서 수초직공낚시를 해보면 늦가을 이후에는 채비를 집어넣기 편한 듬성한 구멍보다 부들줄기가 내려 앉아 수면을 덮고 있는 좁은 구멍에서 입질이 더 자주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수온도 부들이 싱싱할 때보다 죽어서 누렇게 변해 수면과 맞닿아 있을 때 더 잘 달아오르는 것 같다.

▲수초직공낚시로 삭아 내린 부들을 노리는 모습. 정삼채씨는 늦가을에 가장 붕어가 잘 붙는 포인트로 부들을 꼽았다.

서리 전에는 부들·줄풀, 서리 후에는 연밭 
송귀섭 천류 프로스탭·이노피싱 어드바이저·붕어낚시첫걸음 저자 

나는 늦가을 수초 포인트 선택 기준을 서리 이전과 이후로 잡는다. 서리가 내리기 이전에는 부들과 줄풀 그리고 밑둥이 잘린 마름에 주목하고, 서리가 내린 이후에는 연과 갈대를 꼽는다.
서리 내리기 전에 부들과 줄풀을 주목하는 이유는 두 수초의 부드러운 겉피 때문이다. 생명력이 살아있는 부들과 줄풀의 겉피에는 물벼룩을 비롯한 각종 미세 먹잇감들이 붙어있어 붕어들에게 먹잇감을 제공한다. 또 두 수초 모두 수면 위로 드러난 부분은 잎이 무성하지만 물속은 큰 붕어도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통로가 넓은 점도 사냥터와 은신처를 동시에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 두 수초는 서리를 맞아 삭게 되면 겉피도 시들어버리므로 서리 맞기 이전보다는 확실히 붕어가 덜 몰리는 것 같다.    
서리 내리기 전의 마름은 은신처로서의 역할이 강하다. 이미 초가을부터 밑둥이 잘려 연안으로 밀려든 마름은 평소 맹탕이었던 곳에 그늘을 만들어 경계심 많은 붕어들이 따라 들어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서리가 내린 이후엔 연과 갈대를 주목한다. 서리가 내리기 전의 연은 잎이 무성한 상태로 은신처를 제공하므로 연밭 전체에 붕어가 흩어져 있다 보니 그만큼 붕어를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다 서리를 연달아 맞아 연잎이 삭아들면 붕어들이 점차 연안으로 나오는 현상을 보인다. 눈마저 내리면 줄기까지 폭삭 삭아들어 그런 경향은 더욱 강해진다.
그래서인지 연밭에서는 연 단독으로 삭아든 곳보다는 갈대, 부들, 줄풀 같은 수초들이 함께 어울려 있는 혼합수초대의 조황이 유독 뛰어난데 강화된 은신처와 더불어 먹잇감도 이런 곳에 더 많기 때문이다.
갈대 역시 서리 이전엔 큰 두각을 나타내지 않다가 서리와 눈이 수차례 내려 완전히 삭으면 그제야 붕어들이 잘 붙는 게 특징이다. 초봄까지 입질이 왕성한 수초이므로 반드시 노려볼 만하다.

▲서리를 맞아 잎과 줄기가 삭아 내리고 있는 연. 송귀섭씨는 삭은 연과 갈대, 부들, 줄풀 등이 혼재한 혼합수초대를 서리 내린 직후의 최고 명당으로 꼽았다.

보온효과 좋은 계곡지 말풀밭 노린다
김진태 행복한낚시 대표

겨울로 가는 길목인 늦가을에 내가 주목하는 곳은 계곡지다. 보통 늦가을~초겨울엔 정수수수초가 많은 평지지가 좋은 낚시터로 꼽히지만 ‘늦가을’로만 시기를 한정한다면 계곡지도 좋은 낚시터 중에 하나다.
일단 이 시기에 계곡지를 선정해도 안전한(?) 이유는 생각처럼 수온이 쉽게 내려가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심이 얕은 평지지는 이맘때 종종 불어 닥치는 예상 못한 한파에 취약해 하루 이틀만 강추위가 몰아쳐도 수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반면 수심 차가 큰 계곡지는 여파가 덜한 편이다. 단순한 예로 한파 영향으로 수면 밑 1m까지 영향을 받았다면 계곡지는 평소보다 긴 대를 펴 안정된 수심층을 노릴 수 있지만 수심이 완만한 평지지는 낚싯대로는 극복할 수 없는 먼 거리까지 고루 영향을 받아 불리해지는 이치다.
물론 계곡지라도 조건이 있다. 낚싯대 사정권에 말풀이 자라있어야 한다. 특히 상류보다 중류 물골에 말풀이 자라 있는 곳이 좋다. 10월 초까지는 붕어들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수심 얕은 상류를 자주 올라타지만 낮에도 찬바람이 불어대는 10월 중순을 넘기면 회유 범위가 중류로 한정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일반적인 공략법은 긴 대를 이용해 직벽 언저리에 형성된 말풀 주변에 찌를 세우거나 물골 주변 말풀밭을 노리는 것이다. 만약 낮부터 입질이 들어올 정도로 활성이 좋을 때는 물골 위쪽에 형성된 말풀을, 활성이 약한 날엔 물골 안쪽 말풀 주변을 노리는 게 좋다.

▲늦가을 계곡지에서 말풀 포인트를 노리고 있다. 김진태씨는 수온 변화가 심한 평지지 수초밭보다 수심 깊은 계곡지의 말풀밭에서 안정적인 조과를 보인다고 말했다.

정수수초는 뗏장, 침수수초는 말풀 
김용남 광천 대물야인 대표

추위가 강해지고 수온이 내려갈수록 정수수초인 부들, 갈대 주변에서 굵은 붕어들이 잘 낚이는 것 같다. 초가을만 해도 마름과 뗏장의 경계를 노리면 입질이 잦았는데 점차 늦가을로 접어들면 얕은 수심의 정수수초대가 확실히 두각을 나타낸다.
단 마름이 밀생했던 곳의 조과는 떨어지는 것 같다. 내 생각엔 마름이 삭아 내리긴 했지만 삭아 내린 잔해 때문에 바닥이 지저분한 것이 이유가 아닌가 싶다.
직업상 직접 물속으로 들어가 새우를 잡는 나로선 9월을 넘기면 맨바닥에서도 잘 채집되던 새우들이 점차 수초 주변으로 몰린다는 것을 느낀다. 늦가을에 새우가 가장 많이 몰리는 수초는 뗏장이었다. 뗏장이 누렇게 변하는 시점부터 굵은 붕어가 꾸준히 낚이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늦가을 이후 의외로 노려볼만한 포인트는 말풀밭이다. 겉보기엔 맨바닥 같아도 10~11월경 새순이 올라오는 자리라면 의외의 호황을 맞기도 한다. 작년 11월 말 보령 구수지에서는 우안 중류 연밭을 차지하지 못해 맨바닥에 앉았던 서울낚시인이 준척 월척만 12마리를 낚기도 했는데 수심이 무려 2m에 달하는 곳이었다.     

수초만 보면 안돼요!
수초 종류보다 중요한 건 역시 구멍의 형태

나승수 군산 파워피싱 대표

나의 경우 수초의 종류보다는 채비를 집어넣는 수초구멍의 형태와 위치를 더욱 중요시한다. 가장 재미를 보았던 수초구멍은 정수수초와 침수수초의 경계지점이었다. 이것은 봄~여름에도 경험한 공통점인데 바닥이 깔끔한 것이 이유라고 본다. 연과 부들을 빼고는 수초가 삭아 내렸다고 하는 곳들도 막상 채비를 넣어보면 찌가 제대로 서지 않는 곳들이 많다. 이런 곳은 억지로 채비를 집어넣어도 큰 재미를 볼 수 없으므로 보기엔 좋아도 찌가 쉽게 서지 않는다면 미련 없이 다른 구멍을 찾는 게 좋다.   
 

큰 붕어는 욕심쟁이?
소규모 수초군락에 큰 붕어 서식

서찬수 창원 세월낚시 대표

늦가을에 가장 유력한 포인트는 정수수초다. 갈대, 부들, 뗏장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나의 경험으로는 같은 정수수초라도 대규모 군락보다 소규모 군락에서 예상 밖의 큰 붕어를 자주 낚았다. 대형 군락에서는 큰 씨알과 잔 씨알이 고루 낚이는 반면 소형 군락에서는 유독 준척 이상의 붕어가 뜬금없이 올라왔는데, 나는 이것을 동물들의 본능적인 영역 다툼 때문으로 보고 있다. 소규모 은신처일수록 힘 있고 큰 붕어가 독차지하다시피 우위를 점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