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삭는 수초 대공략 1
푸르른 수초보다 삭은 수초가 명당
이영규 기자
연중 씨알 좋은 붕어를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호기는 언제인가? 오름수위 특수상황을 제외하고 나면 그 시기는 하절기보다 늦가을~초봄 사이의 동절기임을 알 수 있다. 월별로 구분하자면 11월부터 4월까지가 이에 해당한다.
▲잎과 줄기가 삭아 내려야 본격적인 호황을 맞는 연밭 낚시터. 겨울과 봄에 가장 두각을 나타낸다. 사진은 지난 2007년 10월에 촬영한 해남 신방지.
낚시인들은 수온이 낮으면 붕어의 활성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계절 중 겨울을 붕어낚시의 최대 비수기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한겨울을 제외하면, 오히려 늦가을~초겨울과 해빙기~초봄에 여름철보다 더 굵은 붕어를 더 많이 낚아내고 있다. 실상은 붕어낚시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동절기에 수온이 높을 때보다 붕어낚시가 잘 되는 것이다.
추워져야 붕어들이 수초 속에 밀집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큰 이유는 붕어낚시의 제1포인트를 ‘수초’로 삼기 때문이다.
수초를 끼고 붕어를 노릴 경우 붕어들이 수초 주변에 가장 많이 모일 시기가 피크시즌이 될 것은 자명하다. 그 시기는 하절기가 아니라 동절기다. 여름을 지나 초가을까지도 맨바닥에서 자주 입질하던 붕어들이 찬 서리가 내린 후엔 수초 속에서 낚이는 빈도가 높아진다. 수온이 내려가고 물색이 맑아질수록 수초에 대한 붕어의 의존도는 커지며, 그래서 붕어낚시 전반에 관한 한 저수온기는 악조건일지 몰라도 수초낚시에선 호조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오늘날 붕어낚시 기법은 더욱더 수초대 위주로 발전하고 있다. 월척을 노리는 대물낚시의 경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비단 대물을 노리지 않더라도 휑한 바닥보다는 아늑한 수초 주변에 찌를 세워야 기대감이 용솟음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붕어낚시 시즌도 점점 겨울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젠 한겨울에도 텐트를 치고 밤낚시를 하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물론 그 포인트는 99% 수초대다. 낚시인들이 더 극성스러워져서 겨울 밤낚시가 성행하는 것이 아니다. 여름보다 겨울에 수초대를 노려서 밤낚시를 하면 월척붕어를 만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낚시인들이 경험을 통해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누렇게 삭아 내린 부들밭을 노리는 낚시인들. 부들은 늦가을 이후 붕어들이 몰리는 대표적인 정수수초다. 사진은 충북 옥천군 청산면에 있는 덕지지.
수초가 삭아야 붕어낚시가 잘 되는 이유
수초대라고 해서 사철 명당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여름엔 수초가 많은 평지지보다 수초가 적은 계곡지의 낚시가 잘 된다. 그것은 수온이 높은 시기의 붕어들이 수초대를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며, 수초가 밀생한 곳의 붕어들이 고수온기엔 활성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래서 같은 수초대라도 동절기의 수초대가 진짜 명당이다. 전문 낚시인들은 저수지에 도착 직후 푸르게 수면을 뒤덮고 있는 수초들을 볼 때보다 누렇게 삭은 수초밭을 만났을 때 가슴이 더 뛴다고 말한다. 수초가 녹색을 띠는 시기에는 큰 붕어를 만날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수초가 삭아야 수초대 낚시가 잘 되는 이유는, 수온이 내려가면서 흩어져 있던 붕어들이 수초 속으로 집중되는 이유도 있지만, 수초가 삭으면서 빽빽하던 수초 사이 공간이 열리면서 공략할 수 있는 포인트들이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수초가 바로 부들이다. 초가을까지만 해도 수초칼로 자르지 않고선 찌를 세울 수 없을 정도로 꼿꼿했던 기개는 어디 가고 마치 홍수에 쓸린 것처럼 드러누워 낚시채비의 진입을 허락한다. 뿐만 아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물속에서부터 녹아 없어지는 마름, 울창했던 잎이 지고 마른 대만 남아서 열린 공간을 제공하는 연도 빼놓을 수 없는 늦가을 수초 포인트다.
수초가 누렇게 삭아드는 시기는 그 지역에 첫서리가 내리는 날을 기준으로 잡으면 거의 틀림없다. 빳빳하게 서 있던 부들도 서리를 맞으면 잎이 꺾이고 며칠 만에 수면으로 내려앉는다. 지역별 편차가 있지만 대개 11월 중순이면 첫서리가 내리며, 이후 한두 차례 더 서리를 맞게 되면 수초가 삭아드는 속도는 더 가속이 붙는다.
이번호 특집 기사는 ‘삭는 수초와 붕어낚시’다. 여러 가지 수초의 일생을 관찰하고, 먼저 삭는 수초와 나중에 삭는 수초의 순서를 파악하며, 각각의 수초대를 어떻게 공략하는가를 정리함으로써 동절기 수초낚시의 틀을 세워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