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영암·금호호를 주목하라
①화원수로에 몰려든 붕어들
“한 자 겨우 넘는 수심서
찌가 살살 게걸음치면 고것이 월척!”
699만평 금호호의 많은 지류 중에서 최고의 포인트는 화원수로다. 2005년에 만들어져 금호호에서
가장 어린 수로지만 준공 이듬해부터 독보적 조황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는 2월초부터 간헐적으로 무더기
월척을 쏟아내며 금호호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다.
장재혁 객원기자·천류 필드스탭
▲화원수로 하류에서 이승엽씨가 장대를 휘둘러 채비를 던지고 있다. 화원수로는 2005년에 생긴 신생수로다.
창밖으로 퍼지는 따스한 햇살을 바라보면서 이제나 저제나 남녘의 호황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2월 중순경, 목포의 박경희씨로부터 바라던 전화가 왔다.
“지금 금호호 화원수로에 입질이 막 붙었습니다. 어제 월척만 8마리를 했습니다. 벌써 소문이 퍼져서 꾼들이 몰리고 있으니까 서둘러야 할 겁니다.”
실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호황 소식. 휴일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하니 조바심이 났다. 회사에 연차를 내고 평일에 해남으로 내달렸다.
화원수로는 금호호 하류의 남쪽 화원면 청룡리에 있는 약 2km 길이의 수로다. 4년 전, 금호호의 다른 지류에 비해 늦게 만들어진 수로지만 조황은 가장 앞서는 곳이라고 한다. 2월부터 4월까지 피크를 이루며 연안에 갈대와 부들, 뗏장수초가 골고루 분포되어 있어 붕어가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왼쪽)필자 맞은편에 앉았던 서울 낚시인 이병진씨의 조과. 그가 앉은 자리는 수심이 깊어서인지 낮에도 입질이 잘 들어왔다.
오른쪽)서울 낚시인 곽병태씨가 부러질듯 휘어지는 낚싯대를 부여잡고 월척 붕어와 맞서고 있다. 그는 아침에 도착하자마자 38cm 붕어를 낚는 행운을 누렸다.
월척으로 속은 9치, 힘에 반하다
나름대로 서둘렀지만 화원수로에 도착하자 이미 날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중류의 다리부터 최하류 다리까지 500m 구간이 호황 구간이라고 했다. 다행히 중류 다리 좌안(하류에서 상류를 봤을 때) 300m 저짐에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물색도 좋고 뗏장수초가 연안을 따라 발달해있다.
그런데 수심이 너무 얕았다. 35~50cm. 이곳저곳 던져 보아도 찌가 겨우 설 정도의 수심이다. 그러나 이런 수심에서도 월척이 잘 올라왔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초저녁부터 비바람이 몰아쳐 불안하게 만들더니 밤 9시부터 잦아들면서 꼼짝도 안 하던 찌에 움직임이 보인다. 세 마디 정도 찌가 올라설 무렵 챔질을 했지만 빈바늘만 허공을 가른다. 입질이 계속 이어지는데도 이상하게 헛챔질의 연속이다. 약간 당황했다. 미끼를 새우에서 지렁이로 교체해 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우측에 앉아있던 이승엽(닉네임 나는나)씨 자리에서 수면을 가르는 강한 챔질 소리가 들려왔다. 9치 붕어가 낚였다고 했다. 곧이어 맞은편에 앉은 남재문(닉네임 엄지붕어)씨도 역시 9치로 마수걸이. 이제 본격적인 입질이 시작되는 걸까. 나에게도 입질이 왔다. 이번엔 헛챔질을 하지 않으려고 입질을 끝까지 지켜보려고 했는데 찌가 살짝 두 마디 오르더니 옆으로 간다. 낚싯대를 치켜들자 놀라운 힘으로 휘젓는다. 낚싯대가 ‘윙윙’ 울어댔다. 월척이라고 확신했는데 막상 끌어내보니 9치 붕어다. 이런 손맛을 안겨준 놈이 9치 붕어라니! 나는 그만 화원수로 붕어의 힘에 반하고 말았다.
밤낚시에 월척 4수와 준척 40여 수
입질은 계속 들어왔다. 또다시 옆으로 끌고 들어가는 입질. 이번엔 턱걸이 월척이었다. 손이 얼얼하다. 옆자리의 이승엽씨도 33cm 월척 붕어를 낚았다. 이곳의 월척 타임은 자정 무렵이구나! 자정부터는 유독 이승엽씨에게만 입질이 자주 들어 왔다. 연신 휘파람을 부르며 8~9치를 낚아낸다. 이곳 붕어의 힘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부러운 마음으로 물보라 소리를 듣고 있었다.
왼쪽)38cm 붕어를 낚은 서울 낚시인 곽경태씨를 동료 낚시인들이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오른쪽) 화원수로 최하류. 연안을 따라 갈대와 뗏장수초가 잘 발달해 있다.
새벽에 이르자 입질이 잠잠해졌다. 그리고 날이 밝자 우리 쪽 찌는 미동도 하지 않는데 건너편에선 붕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밤낚시와는 영 딴판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맞은편 조황이 궁금해 건너가 보았더니 이틀 전 서울에서 온 이병진씨는 연안의 부들 언저리와 맨바닥을 공략해서 34cm 월척과 준척 붕어를 마릿수로 낚아놓은 상태다. 그는 “내가 앉은 자리가 화원수로에서 손꼽히는 명당자리입니다. 수심도 80cm 정도로 깊어서 지금처럼 물색이 탁할 때는 낮에도 입질이 잘 들어옵니다.”하고 말했다. 밤에는 얕은 곳에서, 아침에는 깊은 곳에서 붕어가 낚이는 것이다.
한편 아침에 도착한 서울의 곽경태씨는 낚시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새우미끼에 38cm 붕어를 낚았다. 이곳에 처음 왔다는 그는 뜻밖의 대형 월척 덕분에 싱글벙글이었다.
중류의 다리 근처로 가보았다. 갈대밭 안쪽 생자리에 앉은 서울 낚시인 강성용, 이창우씨는 월척 두 마리와 6~8치 붕어로 제법 살림망을 채우고 있었다. 강성용씨는 “포인트가 마땅치 않아 생자리를 개척했는데 그게 성공한 것 같아요.”하고 말했다. 이곳 역시 50cm 미만의 얕은 수심이었고 붕어 입질은 모두 옆으로 끌고 가는 형태였다고 한다.
많은 낚시인이 살림망을 두둑하게 채웠고 우리 일행 세 사람도 월척 4마리에 8~9치 40여 수를 낚았다.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호황이었다.
화원수로는 전체적으로 30~50cm의 얕은 수심을 유지하고 있지만 붕어들이 산란에 임박한 덕분인지 활발한 입질을 보였다. 다만 포인트간 조황 차가 심해 어제 잘 낚였던 자리라 하더라도 오늘 조황을 장담할 수 없었다. 수초대 가까이 붙이기보다 가급적 긴 대를 사용해서 수초에서 조금 떨어진 맨바닥을 노리되 정숙낚시를 해야 입질을 받을 수 있다. 새우나 깐새우 미끼에 입질이 잘 들어왔다.
▲ “오랫만에 손맛 찡하게 봤습니다.” 남재문(좌), 이승엽씨가 밤낚시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조황 3월 초에 화원수로를 다녀온 낚시인의 얘기를 들어보니 물이 빠져 깊은 곳의 수심이 30cm밖에 안 되고 조황도 부진하다고 한다. 수량이 문제다. 한 차례 봄비만 내려준다면 조황은 바로 회복될 것으로 믿고 있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종점인 목포I.C를 빠져나와 영산강하구둑-영암·금호·별암방조제를 차례로 지나 진도 방면 77번 국도를 타고 화원면소재지 방면으로 5분 가량 가다보면 도로 우측 오르막길에 화원초교가 보인다. 좌측 진입로로 비보호 좌회전한다. 내리막길 아래 갈래길에서 우회전해서 1km 가면 화원수로 중류 다리와 만난다.
조황문의 무안IC낚시 061-454-7276, 광주IC낚시 062-952-2782
■ 전국낚시지도 316p B4 아이코드 685-049-2224(화원초교 산거리)
금호호의 다른 수로들은 어떤가?
최근 몇 년간 금호호에서 뚜렷한 호황소식이 전해진 곳은 화원수로 뿐이다. 그렇다면 금호호의 다른 지류들, 즉 고당수로. 성산수로, 대진수로 등은 낚시가 안 되는 걸까? 이에 대해 영암·금호호 전문가인 광주 무지개조우회 조성흠 고문은 “불편한 교통편과 문절망둑 성화 때문에 다른 수로는 거의 개발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본류를 따라 도로가 닦인 영암호에 비해 금호호는 도로사정이 좋지 않다. 또 영암호에 비해 망둥어 성화가 심해 생미끼를 쓰면 낚시가 어려울 지경이다.”하고 말했다.
그래서 호남낚시인들은 금호호보다 영암호를 많이 찾고 있다. 화원수로는 화원면소재지 옆에 있어 찾아가기 쉬워 먼저 개발된 포인트다. 어쨌든 금호호는 아직도 미개발 포인트가 많이 남아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