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 맛본 묵직한 손맛
무안 운남수로! 노병은 죽지 않았다
무안 운남면의 수로들은 2000년부터 수질이 나빠지면서 낚시인의 발길이 뜸해졌다. 그러나 정확히 설명하자면 수질이 나빠진 곳은 양곡지 하류의 ‘구일농장수로’이고 원래 운남수로라 할 수 있는 광주염전수로는 수질이 좋다. 그동안 운남수로(광주염전수로) 붕어들이 무럭무럭 살을 찌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
김중석 객원기자 천류 필드스탭
▲부들밭을 노리고 있는 낚시인들. 운남수로는 현지인들만 찾고 있었다.
기자의 고향은 무안에서 육로로 연결된 신안군 지도다. 설을 쇠고 순천의 집으로 가고 있던 1월 27일, 무안I.C낚시 김동수 사장으로부터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를 받았다.
“집에 벌써 올라가 버렸소?”
“네, 금방 도착하겄는디요. 왜 그러십니까?”
그는 조황 답사차 무안 운남수로를 찾았는데 그곳에서 광주꾼들이 낚은 붕어들을 보고 곧바로 전화를 했다고 한다. 운남수로는 길이가 2km에 이르는 큰 수로다. 90년대 말까지도 월척터로 이름을 날렸던 곳인데 2000년대 초 상류의 운남읍에 축사가 들어서면서 수질이 나빠지자 낚시인의 발길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서해안고속도로가 뚫리고 난 뒤로는 운남 지역에서 30분만 더 가면 압해도나 지도로 갈 수 있어 굳이 운남면을 찾는 낚시인들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난데없는 운남수로 준월척 조황 소식이 들린 것이다.
▲박경희씨가 얼음구멍에서 금방 뽑아낸 35cm 월척붕어를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무안서 순천으로 왔다가 다시 무안으로
다음날 새벽 다시 무안으로 출발했다. 무안I.C낚시엔 현지 낚시인 박경희씨와 나광국씨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싱싱한 지렁이를 두 통씩 구입한 뒤 운남수로로 향했다.
나는 9년 만에 이곳을 찾는다. 상류에 도착해보니 그동안 낚시인들의 손을 타지 않아서 그런지 수초대가 그럴 듯하게 자라 있었다. 그런데 살얼음이 온 수로를 뒤덮고 있다. 하류로 가보니 그곳엔 대하양식장이 있어 낚시할 자리가 없었다. 그동안 많이 변했구나 생각하면서 김동수 사장이 알려준 좌안 중류 샛수로 800m 정도 지점의 부들밭으로 갔다.
그곳엔 300평 규모의 멋진 부들밭이 있었다. 운남수로에 이런 포인트가 있었나? 하지만 죄다 1cm 정도의 살얼음이 덮여 있다. 나광국씨가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쓰러져 있는 부들 사이에 얼음망치로 구멍을 냈다. 20여 개의 얼음구멍을 미리 뚫어 놓고 처음 뚫은 곳부터 차례대로 수초직공낚시를 할 것이라고 한다.
박경희씨와 나는 살얼음이 별로 없는 곳을 찾아 스윙낚시를 했다. 참붕어 입질인지 깐죽거리기만 할 뿐 찌를 제대로 올려주지는 못한다. 이곳은 분명 말풀 바닥일 것이라고 생각해 외바늘채비를 가지바늘채비로 바꿨다. 봉돌에서 15cm 위에 가지바늘을 달고 누벼꿰기한 지렁이 한 마리를 꿰어 찌를 세웠더니 이내 반응을 보인다. 7치 붕어가 낚였다.
어느새 오전 9시를 넘어설 무렵 부들밭에서 수초치기를 하고 있던 나광국씨가 다급한 목소리로 “형님, 얼른 와보세요.”하며 박경희씨를 불렀다. 뒤돌아보니 나광국씨가 부러질 듯 휘어진 5칸대를 간신히 세우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4짜.…, 4짜 같은데요?”
나광국씨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박경희씨가 뛰어가 줄을 잡고 끌어낸 놈은 37cm 대형붕어였다. 나광국씨는 지렁이 5마리를 바늘에 꿰어 넣었는데 5분 동안 꼼지락거리다 천천히 찌를 올렸다고 말했다.
▲얼음망치로 부들 앞 살얼음에 구멍을 내고 있다. ▲나광국씨가 낚싯대를 곧추세우며 연안까지 끌어낸 붕어
를 박경희씨가 줄을 잡고 끌어내려 하고 있다.
한 번 놓친 구멍에서 다시 35cm 붕어가
박경희씨가 서둘러 낚싯대를 걷더니 나광국씨가 뚫어놓은 얼음구멍에 채비를 내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박경희씨가 한숨을 내쉰다. 내가 “왜 그래요?”하고 물었더니 그는 “입질이 와서 챔질했는데 정확한 입걸림이 되지 않아 그만 터뜨리고 말았어요.”하고 말한다.
나도 나광국씨가 파놓은 얼음구멍 앞에 앉았다. 지렁이를 꿰어 찌를 세우려고 하는데 수초에 걸렸는지 잘 내려가지 않는다. 다시 넣으려고 낚싯대를 들어 올리는 순간 엄청난 힘으로 대가 휘어진다. 수초로 파고들면 낭패다 싶어 강제집행해서 꺼낸 놈은 탐스런 35cm 붕어였다. 채비가 바닥에 닿기도 전에 바로 붕어가 받아먹은 것이다.
정오가 가까워오자 기온이 많이 올라갔다. 따스한 햇볕에 살랑살랑 바람까지 불어오자 어느새 살얼음은 녹고 있었고 탁했던 물색도 점점 맑아지고 있었다. 터뜨린 붕어를 아쉬워하던 박경희씨가 같은 구멍에서 입질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았다. 자랑스럽게 들어 보인 붕어는 35cm 월척. 살얼음낚시에 대형 월척이 세 마리나 낚이다니! 우리는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말이 없었다. 오후 2시엔 그토록 흐릿한 물색이 맑아지면서 거짓말처럼 씨알이 잘아졌다. 바람마저 거세게 불어 철수했다.
낚시점에서 우리 일행의 조황을 본 김동수 사장은 그것 보라며 손뼉을 쳤다. “운남수로는 손님을 보내도 잘 가지 않으려던 곳인데 이렇게 대물을 확인했으니까 앞으로는 많이 찾겠는데요.” 운남수로는 3월까지는 낮에만 붕어가 낚인다고 한다. 무안 운남수로! 언제 기회를 봐서 다시 한 번 찾아야겠다.
█현지문의 무안I.C낚시 061-454-7276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무안I.C를 빠져나와 지도 방면 60번 지방도를 타고 현경까지 간다. 현경파출소 앞에서 77번 국도를 따라 운남면소재지를 지나 운남초등학교 앞 삼거리에서 우회전해서 600m 가량 가면 다시 삼거리가 나온다. 좌측 길로 700m 가면 도로 좌측의 이화축산이라는 간판을 보고 좌측 농로로 접어들어 700m 가면 운남수로에 닿는다.
█ 전국낚시지도 298P B3 아이코드 565-429-2227